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68
469화
스륵!
부드럽게 열리는 문을 지나 사우나로 들어간 강진이 칫솔을 챙겨서는 샤워를 했다.
가볍게 몸을 씻는 강진에게 강상식이 다가왔다.
“강진 씨.”
그에 강진이 그를 보고는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서둘러 사우나를 나서는 장은옥을 발견하고 입맛을 다셨다.
‘이거 민망하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강상식이 주위를 보고는 말했다.
“혼자 오셨습니까?”
“오늘은 저 혼자예요.”
“하긴, 황 사장님은 어쩌다 오시니까요.”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강 이사님은 매일 오세요?”
어제도 있었고, 처음 봤을 때도 여기서 봤고 말이다.
“저야 여기 오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니까요.”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말하던 강상식은 샤워기를 틀며 말했다.
“제가 인맥이 부족해서…….”
쏴아악!
샤워 물을 머리로 받으며 강상식이 말했다.
“그리고 여기 있다 보면 여러 사업에 도움 되는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사우나 매일 오는 것도 일이겠군요.”
“일이기도 하고…… 사우나도 하고 일석이조죠.”
살짝 웃어 보이는 강상식을 보고 있던 강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확실히 좀 변하기는 했네.’
요즘 들어 강상식은 자신에게 마음을 열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재수가 없었지만 봉사하면서 조금은 착해진 것 같았고, 그 후에는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은연중 받았으니 말이다.
강진도 지금은 그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처음 싸가지 없던 이미지도 많이 희석이 됐고, 그가 좋은 일도 하는 것을 봤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친구인가?’
생각을 해 보니 친구라는 것이 친구하자고 해서 되는 것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것이니…… 어쩌면 이미 그와 친구가 된 것일 수도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강상식이 웃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닙니다. 탕 들어갈 건데 같이 들어가시겠어요?”
“그러시죠.”
강상식이 탕으로 걸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따뜻한 탕에 몸을 담근 강진이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강상식을 보았다.
“VR 해 보셨어요?”
뜬금없는 물음에 강상식은 강진을 빤히 쳐다보다가 보다가 말했다.
“저희 그룹 오성전자에서도 제품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 보셨어요?”
“작년에 신상품 나왔을 때 한 번 해 본 적은 있습니다. 재밌더군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해 봤는데 재밌더군요.”
“이번에 L 전자에서 새로운 VR 기기를 출시한다고 하던데…… 그거 써 보신 모양이군요.”
“그걸 어떻게?”
어떻게 자신이 L 전자의 VR 기기를 사용한 것을 아나 싶은 것이다.
“이강혜 대표님과 친하시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아닙니까?”
“아…….”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과 이강혜 둘 다 식당에 들르다 보니 전에 한 번 얼굴 마주치고 인사를 나눴던 것이다.
“맞습니다.”
“이번에 L 전자에서 VR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더군요. 현실감도 좋고.”
“L 전자가 기술력이 좋죠.”
웃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오성전자하고 L 전자하고 라이벌 구도 아닌가요?”
한국 전자 기업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오성전자하고 L 전자다. 그런데 오성그룹 사람인 강상식이 L 전자를 칭찬하니 의아한 것이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한국에 전자 회사 하면 오성전자하고 L 전자가 유명해서 그런 것 같지만, 시가 총액으로 따지면 오성전자가 L 전자보다 한 삼십 배 더 크죠.”
“그래요?”
“L 전자가 아마 시총 11조 정도 할 테고 오성전자가 370조 할 겁니다.”
“와…… 차이가 많이 나네요.”
“시가 총액으로 따지면 애와 어른 차이지만…… L 전자도 기술이 뛰어납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저는 마사지를 좀…….”
“그러세요.”
강상식의 답에 강진이 탕을 나오며 말했다.
“괜찮으시면 아침 저희 가게에서 같이 드시겠어요?”
“그러면야 저야 좋죠.”
방긋 웃는 강상식을 보고 강진이 작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곤 세신 룸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고 베드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자 잠시 후 원승환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원승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힐끗 그의 뒤를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원승환의 뒤를 따라 들어온 원희진이 후다닥 룸을 나섰다.
빠르게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저분은…… 그냥 남탕이 좋은 모양이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에게 원승환이 물었다.
“오늘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때는 어제 밀었으니 오늘은 마사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승환이 마사지 도구를 체크하는 사이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그런데 요금은 어떻게 되나요?”
“마사지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30분 코스는 8만 원, 60분 코스는 15만 원입니다.”
원승환의 말에 강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8만 원?’
강진은 놀란 기색을 최대한 감춘 채 물었다.
“그럼 어제 제가 받은 건 얼마인가요?”
“세신과 기본 마사지 해서 10만 원입니다.”
원승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어제 강상식 씨가 내줬는데…… 미안하네.’
고급 호텔이라 동네 목욕탕보다는 비쌀 거라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비쌌다. 하지만 이미 들어왔는데 나가기도 그렇고…….
잠시간 고민하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30분 코스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편하게 누우시면 됩니다.”
강진이 눕자, 원승환이 아로마 오일을 손에 발랐다. 그로고는 손을 빠르게 비벼 열을 올린 원승환이 부드럽게 강진의 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목이 많이 뭉치셨네요.”
“어제 잠을 좀 못 자서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고민이라기는 그렇고…… 어제 부모님 사진을 좀 찾았거든요.”
“아…….”
원승환은 마사지를 하면서 강진과 가벼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원승환의 모습에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손님을 편하게 할 줄 아시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했다.
“제가 논현역 쪽에 식당을 합니다.”
“논현역에요?”
“네. 한번 들러 주세요. 제가 식사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
“조만간 들르겠습니다.”
“한끼식당입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원승환을 보며 강진이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끄응!”
시원한 느낌에 강진이 탄성을 내뱉자 원승환이 더는 말을 걸지 않고 마사지에 집중을 했다.
손님이 대화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저 마사지만을 받고 싶은지 금방 파악하는 것이다.
‘돈 많은 분들 상대하는 분이라 그런지 눈치가 빠르시네.’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아…… 편안…….’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손님, 끝났습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강진이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제가 잠이 들었군요.”
“네.”
원승환의 말에 강진이 몸을 일으키다가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마사지 시간 삼십 분입니다.”
“아…….”
강진은 다행이라는 듯 입맛을 다셨다. 편하게 잠을 잔 것은 좋았지만 혹시라도 오래 잠을 자 버리면 오늘 일정이 어긋나니 말이다.
“피곤하시면 수면실에서 한숨 주무시고 가시지요.”
“아닙니다. 일이 있어서요.”
몸을 일으킨 강진이 원승환을 보았다.
“꼭 한번 들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원승환이 나가자, 강진이 목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요란한 소리를 낸 뒤 베드에서 일어난 강진이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강상식이 다가왔다.
“자, 그럼 가시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로 가 카드를 받으며 지갑을 꺼냈다.
“마사지 받았는데요.”
강진의 말에 카운터 직원이 그를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요금은 그 카드로 결제가 됐을 겁니다.”
“이건 제가 내고 싶은데…….”
“여기 카운터에서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모두 이 카드로 하지요.”
“그럼 민성 형한테 미안한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황 사장님이 카드를 준 건 편하게 이용하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러니 편하게 이용하세요.”
“그래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강상식이 카운터 직원에게 작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에 그 뒤를 따라가려던 강진이 다시 몸을 돌려 직원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이거 원승환 실장님에게 전해 주십시오.”
직원이 명함을 두 손으로 받았다.
“전하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런 강진을 보고 있던 강상식이 물었다.
“원 실장님이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사람을 편하게 해 주시더군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 실장이 몸도 편하게 해주지만, 마음도 편하게 해 주죠. 쓸데없는 말도 잘 하지 않고 입도 무거워서 여기 다니는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죠.”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부자들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거야 돈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황 사장님이 준 카드 편하게 쓰세요.”
강진은 황민성이 줬던 카드를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씩은 써야겠네요.”
“그러세요.”
그러고는 슬며시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강 이사님 요즘 좀 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좀 더 유해지신 것 같기도 하고…… 여유가 생기신 것도 같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엘리베이터에 비친 자신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누나 꿈을 꿨습니다.”
“누나 꿈요?”
“전에 저에게 육개장 국수를 해 주셨다는 누나요.”
“아…….”
강진이 강상식 뒤에 있는 장은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장은옥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장은옥을 본 강진이 다시 강상식을 보았다.
“꿈이 좋으셨나 보네요?”
“정말 선명하고 좋은 꿈이었습니다.”
미소를 짓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며 말했다.
“꿈에서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는 나지막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누나가 살아 있을 때도 저한테 늘 ‘행복하세요, 도련님.’ 그랬거든요. 그래서 제가 성공해서 행복해지려고 그동안 발버둥을 친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누나 꿈을 꾸고 난 후에 생각을 해 보니까, 누나는 저에게 성공하라고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행복하라고만 했죠.”
잠시 입맛을 다신 그는 무언가 후련해진 듯한 얼굴로 말했다.
“성공이 꼭 행복은 아니더라고요.”
“그건 그렇죠.”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전에는 성공하려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했는데…… 지금은 행복해지려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합니다.”
“그러세요?”
“네. 그런데…… 아직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충분히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강진이 두 검지로 자신의 입꼬리를 위로 끌어당겨 보이곤 말했다.
“최소한 지금은 웃고 계시잖아요.”
그 모습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그렇군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힐끗 장은옥을 보았다.
‘꿈속에 들어가신 건가요?’
강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하자, 장은옥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런 것 못 해요.”
그러고는 장은옥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냥…… 도련님이 좋은 꿈을 꾸신 모양이에요.”
강상식을 바라보는 장은옥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