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24
525화
“배고픈 이들을 위한 곳이 바로 저승식당이잖아요. 배고픈 이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시니 저승식당 사장으로서 가장 적격이시죠.”
강진의 말에 김대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 것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큰 애가 남 같지가 않더라고요.”
김대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도 고등학생 때부터 알바하면서 동생을 키웠거든요.”
“동생이 있으세요?”
“저하고 두 살 차이 나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대학 다닙니다.”
“부모님은요?”
강진의 물음에 김대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으면 좋을 두 사람이 있기는 하죠.”
묘하게 가시 돋친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김대현이 말했다.
“엄마라는 사람은 어릴 때 집 나가서 연락 한 번 없고, 아빠는 술 마시고 사고 치더니 집을 나갔어요.”
“그럼 두 분은?”
“할머니가 키워 주셨어요.”
말을 한 김대현이 웃었다.
“우리 할머니는 참 좋으신데…… 아빠는 왜 그렇게 말종인지 모르겠어요.”
“아…….”
강진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김대현의 말에 동조하자니 그의 아빠 욕을 하는 셈일 터였다.
머뭇거리는 모습에 김대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할머니가 계셔서 다행이었어요. 할머니 없으셨으면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동생하고도 헤어졌을 텐데. 할머니 덕분에 동생하고 같이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군대를 일찍 가셨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면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대학은 안 가더라도 돈을 벌다가 동생이 좀 더 크고 난 후에 군대를 가도 됐을 텐데 말이다.
‘나라면 그랬을 것 같은데.’
강진의 물음에 김대현이 웃었다.
“모르는 것이 죄라고…… 영장이 그렇게 빨리 나올 줄 몰랐어요. 그리고 미루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노모 모시고, 동생도 어리면 생계를 이유로 미루거나 군대 안 갈 수도 있을 텐데?”
“호적에는 아빠가 있잖아요.”
“아…….”
“서류상에는 아빠가 버젓이 살아 있고 재산도 좀 있었나 봐요. 그래서 그게 안 되더라고요.”
김대현은 피식 웃었다.
“돈 있으면 집에 좀 보내고 할머니도 좀 보러 오고 그러지. 참 나쁜 아저씨예요.”
강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김대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건 아는 사람들이나 어떻게 빼는 거지, 저처럼 모르고 돈 없는 사람들은 빼지도 못해요.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도와줄 사람이 없었나 보네요.”
“그런 것도 있고…… 좀 도망치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김대현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동생하고 할머니 챙기는 것이 그때는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군대로 도망을 쳤던 것도 같아요.”
그의 말에서는 죄책감이 묻어났다.
“그때는 대현 씨도 어렸잖아요.”
김대현은 고개를 젓고는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할머니니까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저승식당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번듯한 식당도 있고 장사해서 돈도 버시니 지금부터라도 할머니한테 효도하시면 되겠네요.”
강진의 말에 김대현은 손가락으로 천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효도하고 싶어도 JS에 계셔서 하기가 어렵네요.”
JS라는 말에 강진이 작게 입맛을 다셨다. 그런 강진을 보며 김대현이 웃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가게 받고 장사 시작한 첫날, 첫 손님이 할머니셨어요.”
“할머니가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이 가게가 귀신들에게 밥을 주는 곳이라는 것을요.”
“대현 씨한테도 가게에 대한 설명은 딱히 없었나 보네요?”
“후! 일주일에 하루 쉬는 것 외에는 무조건 가게 열고, 밤 11시부터 1시까지는 어떠한 손님이든 다 받아라.”
그러고는 김대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 외에는 들은 것이 없었거든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던 김대현이 웃으며 말했다.
“삶이 무거워서 군대로 도망간 손주인데…… 그런 손주조차 걱정되셨던지 제 옆에 계셨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우리 할머니 VIP는 아니더라도 돈은 좀 모아 두셔서 저승에 잘 가셨어요.”
김대현의 말에는 그리움은 있지만 슬픔은 없었다. 아무래도 저승식당 사장이다 보니 죽음에 대해 비교적 무덤덤한 것이다.
죽으면 끝이 아니라 JS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을 아니 말이다.
오랜만에 같은 업계 사람과 이야기를 하니 흥이 돋는 듯 김대현은 밝은 얼굴로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여기엔 어떻게 오셨어요? 혹시 저 보러 오신 건가요?”
“그것도 맞긴 한데…… 정확힌 서문시장에 볼일이 있습니다.”
“서문시장요?”
“사실은…….”
강진은 이야길 꺼낼 듯 운을 뗐다가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아니라 이따가 오시는 분에게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또 오세요?”
“네.”
강진의 말에 김대현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더는 말을 해 주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사람마다 사연은 있는 법이지요.”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자신도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하기에 같은 생각을 하는 김대현이 마음에 들었다.
‘하긴, 저승식당 사장 치고 나쁜 사람이 있을 수가 없지.’
그런 생각을 하니 전주의 저승식당 사장도 궁금해진 강진이었다. 다른 저승식당 사장님들이야 다 나이가 있지만, 전주와 서문시장의 사장님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이니 말이다.
강진이 전주의 저승식당을 생각할 때, 김대현이 물었다.
“사장님은 영업 언제 쉬세요?”
“저는 일요일에 쉽니다.”
“아! 그럼 오늘은 쉬셔도 되네요.”
“그래서 서울에서 충청도까지 온 거죠.”
“그럼 같이 한잔하시죠. 저승식당 하면 또 술 아니겠어요?”
웃으며 김대현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왔다. 그러고는 배용수와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여러분들도 한잔하시겠어요?”
“저희는 저녁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한잔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김대현은 강진과 자신의 앞에 잔을 하나씩 놓고는 소주를 따랐다.
“저희 집 육개장이 소주 한잔하기 딱 좋아요.”
“건더기가 많아서 안주로도 좋겠네요.”
웃으며 김대현이 따라 준 소주를 한 잔 마신 강진이 그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그런데 육개장만 하시는 건가요?”
“전에 직원들 있을 때는 백반집처럼 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육개장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김대현이 귀신들을 보았다.
“그래도 저승식당 시간에는 안주 할 것 몇 개 같이 하니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 육사시미 좋아하세요?”
“육사시미요?”
배용수가 관심을 보이자 김대현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시장에 정육점이 있는데 소고기를 정말 좋은 거로 가져와요.”
“근데 일요일이라 도축 안 했을 텐데?”
육사시미는 신선할 때 먹는 고기라 도축하는 날이 아니면 먹기 힘들었다.
“잘 아시네요?”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저희 식당 메인 셰프입니다.”
“아…… 요리사시구나.”
배용수는 국물을 한 번 떠먹고는 입을 열었다.
“운암정에서 숙수로 있었습니다.”
“운암정?”
모른다는 듯한 반응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모르세요?”
“유명한 음식점인가 보네요.”
김대현의 말에 배용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게 당연한 일이었다.
운암정이 한국 최고의 한식당이라고 하지만, 요리사나 운암정에 가 본 사람이나 알 뿐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맛집 안 다니세요?”
“새벽에 눈 뜨면 전날 저녁에 준비해둔 팥 삶아서 팥죽 만들어 누님들 아침 챙겨 드리고, 육개장 만들 준비해서 점심 저녁에 육개장 팔고, 새벽에는 저승식당 하는데 맛집 갈 시간이 있나요.”
김대현의 말에 배용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새벽에 팥죽을 만들어서 파세요? 팥죽 손 많이 가는데.”
“손이 많이 간다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건 그렇죠.”
“저녁에 준비 다 해 놓고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삶아서 파는 거라 그리 손 많이 안 갑니다. 준비해 놓은 것 끓여서 팔기만 하면 되니까요.”
김대현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배용수는 그를 대단하다는 듯 보았다.
팥죽은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이다.
팥을 물에 불려야 하고, 손질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육개장도 시간이 적게 드는 음식은 아니었다.
육수를 오래 내야 하고 고기도 일일이 뜯어야 하니 말이다. 물론 한 번에 많이 만들면 바로바로 음식을 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말이다.
“운암정은…… 한국 최고의 한식집입니다.”
자랑을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에 입맛을 다시며 작게 말하는 배용수를 보며 김대현이 물었다.
“그래요?”
“요리사들은 많이들 아는데…….”
“제가 요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이따가…… 제가 요리 몇 개 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저야 감사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하는 음식 먹는 게 질리던 참인데 말입니다.”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음식은 어떻게 배우셨어요?”
“전 귀신들한테 음식을 배웠습니다.”
“귀신들한테요?”
“중국집에서 배달 알바 하면서 중국요리는 몇 개 배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짜장면도 하고, 짬뽕도 하고 탕수육도 했는데 귀신 손님들이 한식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낮 장사 할 때도 손님들이 국밥 같은 것 먹고 싶어 하고. 그래서 귀신 손님이나 시장 누님들한테 음식을 좀 배웠습니다.”
김대현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요리 레시피 적혀 있는 노트 없으셨어요?”
“저는 그런 것 없었는데?”
강진은 자신이 가진 레시피 노트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와…… 신기하네요.”
“대현 씨는 그런 것 없으셨군요.”
“그런 게 있었으면 음식 장사를 좀 더 수월하게 했을 텐데…….”
그러고는 김대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 전 사장님이 갑자기 사고로 죽어서 그런 것을 남기지 못하셨나 보네요.”
“그런 모양이네요.”
“자, 한 잔 드세요.”
김대현이 소주를 따라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마셨다. 그러던 중 열려 있는 가게 문으로 차달자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김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의아한 듯 차달자를 보았다. 정확히는 차달자의 뒤를 따라 들어온 귀신 셋을 본 것이었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귀신들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이따 오신다는 분?’
김대현의 시선에 담긴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김대현이 차달자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서문식당 김대현입니다.”
김대현의 인사에 차달자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잠시 말을 멈췄던 차달자가 말을 이었다.
“저는 전에 여기에서 장사하던 차달자예요.”
차달자의 말에 김대현이 그녀를 보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아! 그 갑자기 없어지셨다는?”
“저에 대해 들으셨군요.”
“미선 누님하고 다른 누님들이 여사님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김대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누님?”
“조금 버릇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할머니보다는 누님이 정감 있잖아요. 그리고 누님들도 제가 누님이라고 하면 좋아들 하시고요.”
김대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달자의 모습에 김대현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김대현이 어른들에게 누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보통 나이 차가 많이 날 경우 어머니, 이모라고 부른다.
하지만…… 김대현은 어머니나 이모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이모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시장 할머니들은 김대현이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