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6
56화
풍물시장 인근 지하철역에서 내린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귀신도 지하철을 다 타네?”
“왜, 신기해?”
“신기하지. 지하철을 탄다는 건 물건에 탄다는 건데…… 귀신은 물건을 관통하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지금껏 그런 생각을 해 보지 못한 듯했다.
“그렇네.”
“그렇지?”
“음…….”
생각을 하던 배용수가 주위를 보다가 길가로 나섰다. 바로 차도로 나가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놀라 그를 잡으려 했다.
부웅!
그리고 배용수를 뚫고 차가 바로 지나갔다. 순간 놀랐던 강진은 그가 귀신인 것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놀랐잖아!”
“귀신인데 설마 차에 치일까.”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의 옆에 서더니 말했다.
“이상하네.”
“뭐가?”
“전에 버스에는 타 본 적이 있거든.”
“버스에 타 본 적이 있어?”
“운암정 갈 때 그럼 걸어서 갔겠어?”
“내가 부르면 바로 팟 하고 나타나더만? 순간이동처럼 팟 하고 갈 수 있는 것 아냐?”
“그건 네가 불렀으니까 연결이 돼서 온 거고. 귀신도 기본적으로는 인간하고 하는 것이 똑같아.”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막…… 이런 것 못해?”
강진이 앞으로 성큼성큼 뛰는 시늉을 하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못해. 그리고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은 나도 무섭더라.”
배용수의 답에 강진이 웃었다.
“진짜 귀신이 가짜 귀신을 보고 무서워하는 거야?”
“가끔 영화관 가서 영화 보는데…… 공포 영화 보고 있으면 무서워서 악 소리가 다 나.”
정말 무섭다는 듯 몸을 떠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영화는 영화라는 건가?’
영화 속 귀신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염력을 사용하고 꿈에 나타나고, 사람을 헤친다.
하지만 현실 속 귀신은…… 사람하고 별다른 것이 없다. 그저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 걷고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것이 비슷한 것이다.
‘하긴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는데…… 사람하고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귀신도 영화를 봐?”
“공짜로 보는데 못 볼 이유는 없지.”
“하긴…… 공짜기는 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걸으며 이것저것 물었다.
“그럼 다른 사람이 네 이름을 불러도 네가 오는 거야?”
“몰라. 다른 사람은 내 이름을 세 번 연속 불러 준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간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풍물시장에 도착한 강진과 배용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강진이 작게 눈을 찡그리고는 배용수에게 속삭였다.
“여기 귀신 많네.”
풍물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강진은 여러 귀신들을 보았다. 회사 다닐 때에도 귀신들을 몇 보기는 했지만 이곳은 그보다 더 많았다.
고개를 돌리면 그 시선에 귀신 하나둘이 바로 보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에 이렇게 귀신들이 많았구나.”
“너도 처음 봐?”
“죽어서 오기는 처음이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대한 귀신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 강진의 뒤를 따르며 배용수가 말했다.
“생각해 보면 풍물시장에 있는 물건들은 오래된 것들이 많으니까. 귀신들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되네.”
“왜?”
“그런 말 있잖아. 오래된 물건에는 귀신이 붙는다고.”
“아는 거야? 들은 거야?”
“들은 이야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너도 진짜 귀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구나.”
“너는 사람에 대해 다 알아?”
“그건…… 아니지.”
“사람으로 이십팔 년을 산 너도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귀신으로 산 지 몇 년 안 된 내가 귀신에 대해 잘 알기 바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한 가게 앞에 서서는 물건들을 보았다. 식칼들을 파는 곳인 듯, 일반적인 식칼부터 중국식 칼까지 종류가 여럿이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나는 지금 유치원생 수준인 거야. 이거 좋다.”
말을 하며 배용수가 한쪽에 있는 무쇠 식칼을 가리켰다. 무쇠 식칼은 나무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말 그대로 무쇠로 된 식칼이었다.
“풍경 사러 온 거잖아.”
“온 김에 사는 거지. 그리고 가게에 있는 식칼은 너무 가벼워. 들어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가리킨 식칼을 들었다.
“묵직하네.”
“그런 맛으로 하는 거야. 손에 힘 빼.”
배용수가 자신의 손에 손을 대며 하는 말에 강진이 손에 힘을 뺐다.
그러자 배용수가 강진의 손을 받치며 식칼의 무게를 가늠하고는 미소 지었다.
“딱 좋네. 높이 들어봐. 날 좀 보게.”
강진이 식칼을 들어 날을 보이자, 배용수가 날을 이리저리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되기는 했는데 길이 잘 들어 있네. 좋은 식칼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가게 안에 있는 주인을 보았다. 마흔 정도 되어 보이는 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강진이 물건을 보고 있는 것에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사시게?”
“얼마에요?”
“오만 삼천 원.”
주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예전에 제가 고물상에서 물건들 사서, 풍물시장에서 되파는 일을 했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를 잠시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사만 원은 받아야 해.”
“흠…….”
주인의 말에 강진이 식칼을 위아래로 들어보다가 말했다.
“이만 원 드리면 사장님 밥값 정도는 나올 것 같은데요?”
강진이 이만 원을 꺼내자 주인이 입맛을 다셨다.
“그거 날 갈고 하는데도…….”
“가위 가는 아저씨가 이천 원이면 깨끗하게 갈아 주시잖아요.”
풍물 시장에는 워낙 고물들이 많이 오기에, 녹을 제거해 주는 사람이 따로 존재했다.
식칼부터 가위, 그 외에도 녹이 있는 것은 대부분 그 아저씨가 제거를 해 주었다.
강진의 말에 주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해.”
“고맙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이만 원을 꺼내 주자, 주인이 신문지를 꺼내 식칼을 둘둘 말아서는 봉지에 담아 주었다.
“무쇠 식칼 관리하는 방법은 알아?”
주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인에게 웃어 보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봉지를 들고는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며 가게를 구경하던 강진의 눈에 좌판 위에 앉아 있는 귀신들이 하나둘 보였다.
“물건에 붙은 귀신들인가?”
말을 하던 강진은 배용수의 답이 들리지 않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배용수는 한쪽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 해?”
“구경.”
구경이라는 말에 강진이 좌판을 보았다. 조선 시대에나 쓰던 듯한, 노리개 같은 장식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좌판에는 할아버지 귀신이 있었다. 강진이 배용수와 대화를 하는 것을 본 귀신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말했다.
“무당이야?”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한끼식당 주인이에요.”
“한끼식당이면…… 그 귀신들한테 밥 준다는 곳?”
“안 가 보셨어요?”
“나는 여기 사는 귀신이라 다른 곳에는 못 가.”
“아쉽네요. 한끼식당 맛이 좋아요.”
“그러게, 나도 아쉽네.”
귀신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강진이 할아버지 귀신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한 번 오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강진은 어느새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그런데 뭐 사게?”
“저는 아니고 이 녀석이 구경하고 싶어 하네요.”
강진은 짐짓 무선 이어폰을 손으로 누르면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시늉을 하며 주위를 살폈다.
‘무선 이어폰을 사길 잘했어.’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무슨 이런 걸 구경해?”
“평소 보지 못하는 거잖아.”
말을 하며 배용수가 녹색의 옥 같은 것에 분홍색 실이 달린 노리개를 가리켰다.
“이건 좀 예쁘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풍경 사러 왔어.”
“풍경 사면서 구경하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노리개를 보았다.
“예쁘기는 하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암정에는 이런 노리개들이 많아.”
“왜?”
“한국적이잖아. 그래서 장식용으로 한두 개씩 걸어놓지.”
“비쌀 것 같은데?”
“안 비싸.”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할아버지 귀신을 보았다.
“여기 오래 계셨어요?”
“이거 들어올 때 같이 들어왔지.”
할아버지가 한쪽에 있는 철 뭉치를 가리켰다.
“이건 뭐예요?”
강진이 철 뭉치를 보며 묻자, 주인이 자기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대답을 했다.
“옛날 자물쇠 열쇠인데 쇳대라고도 하죠. 가게 장식할 때 걸어두면 보기 좋아요.”
“그렇군요.”
살 생각이 없기에 강진은 그런가 보다 하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계속 노리개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도 노리개를 보았다.
“예쁘기는 하네.”
“그렇지.”
배용수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주인을 보았다.
“이거 얼마에요?”
“팔만 원입니다.”
“팔만 원요?”
“그거 진짜 옥이에요.”
주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진짜 옥이면 팔만 원이 아니라 더 받으시겠죠.”
강진의 말에 순간 움찔했던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 조선 시대 물건이라 팔만 원은 받아야 합니다.”
주인의 말에 강진이 할아버지 귀신을 보았다. 그 시선에 할아버지 귀신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조선 시대는 무슨…… 어디 관광지에서 사온 거야.”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주인을 보았다.
“조선 시대는 아니고 그…… 관광지에서 사 오신 것 같은데요?”
“쩝…… 잘 아네?”
“제가 여기서 좀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얼마에 주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사만 원 어때?”
주인의 말에 강진이 다시 할아버지 귀신을 보았다.
“이만 원.”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주인을 보았다.
“이만 오천 원에 주세요.”
“그건 안 돼.”
“삼만 원에 케이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잘하네.”
주인이 좌판 밑에서 한지로 만든 종이 케이스를 꺼냈다.
고풍스러운 한지로 만든 케이스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케이스면 괜찮네.’
그러고는 강진이 삼만 원을 꺼내 주고는 케이스에 노리개를 담았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할아버지 귀신에게 인사를 하는 거지만, 주인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손을 흔들었다.
“또 와요.”
할아버지 귀신과 인사를 나눈 강진이 노리개 케이스를 들고 걸음을 옮기자, 배용수가 물었다.
“그건 뭐 하려고?”
“어울릴 것 같은 여자가 있어서.”
“조선 시대도 아니고 요즘 누가 노리개를 해?”
“있어. 조선 시대에 살던 여자.”
“처녀귀신?”
“응.”
“조선 시대 처녀귀신이 아직도 있어?”
“몰랐어?”
“우리야 처녀귀신과 상종을 안 하니까.”
“도망치는 거겠지.”
“어쨌건…… 와, 조선 시대 처녀귀신이면 거의 최종 보스 급이네.”
“처녀귀신들도 그렇게 생각하더라.”
“그래서 보스 처녀귀신한테 주려고?”
“늘 혼자 다니는데 안쓰럽더라고…… 그리고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죽었다는데 후손이 이 정도 선물은 해 줘야지.”
“처녀귀신인데 의병이었어?”
“그렇대.”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강진의 눈에 풍경이 보였다.
“저기 풍경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