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86
587화
황민성은 신기하다는 듯 고무장갑을 보며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이 끼고 다니는 건 봤지만 자신이 직접 착용을 해 본 것은 처음이니 말이다.
“이거 재질이 뭐야?”
“저승에서 쓰는 건데 제가 알 수 없죠.”
“용수도 모르나?”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저도 저승은 가 본 적이 없어서요.”
“용수가 자기도 저승 가 본 적 없어서 모르겠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슬쩍 손을 내밀어 배용수 쪽에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배용수의 가슴을 몇 번 더듬거리고는 웃었다.
“신기해.”
허공에 툭툭 만져지는 배용수를 느끼며 황민성이 웃을 때, 강진이 말했다.
“그거 시장에 풀리면 단숨에 재벌이 될 겁니다.”
“재벌?”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자신을 보는 황민성에게 강진이 말했다.
“이게 정말 잘 안 찢어지거든요. 거기에 기름이나 더러운 것이 묻어도 또르르 흘러서 묻지를 않아요. 게다가 백 프로 항균이라 쓰고 난 후에 물에 한 번 씻기만 하면 다시 깨끗해지고요.”
“그래?”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무장갑을 이리저리 보았다. 고무장갑을 거의 써 본 적이 없다 보니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은 몰랐지만, 강진이 이렇게까지 말을 할 정도면 아주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곧 황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승에서만 판매하는 거면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방법은 정해졌고 소 사장님 아들과의 단판이 남았네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마음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용수가 한 말이 일리가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음…….”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황민성이 말했다.
“일단 부딪혀 보자. 그리고 안 되면…… 다른 생각을 해 보자.”
그러고는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을 법한 곳을 보았다.
“용수 말대로 그 아들도 애가 생겼으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지. 그리고 사장님이 도둑질을 해서 키운 것도 아니잖아. 조금 특이한 직업을 가졌을 뿐이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맛을 다셨다.
‘잘 되어야 할 텐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말을 덧붙였다.
“아들 만날 때 너도 같이 가자.”
“그래야죠.”
“그럼 내일 점심 이후에 가자.”
“점심 먹고…… 알겠어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몸을 일으키며 고무장갑을 벗어 배용수에게 주었다.
그에 배용수가 장갑을 끼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잠시만요. 반찬 좀 더 싸드릴게요. 오 실장님 드리세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주방에 가서는 반찬을 담아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사이버 대학은 알아보셨어요?”
강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아봤어.”
“입학 어렵대요?”
“입학은 어렵지 않더라.”
“그래요?”
“응. 나처럼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입학 문턱은 낮은 편이야. 근데…….”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일하면서 공부하고, 시험까지 봐야 해서 학점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일하면서 공부하는 거니까요.”
일반 대학에서 학기 내내 공부만 한다 해도 학점 관리와 시험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사이버대학은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다 보니 학점 관리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했다.
“팔월에 사이버 대학교에 들어가기로 했어.”
“팔월요?”
“팔월에 입학하는 곳이 있더라고. 그래서 거기 입학하려고.”
“그럼 졸업도 2학기겠네요?”
“그건 나도 모르지. 그냥 제일 빠르게 입학할 수 있는 곳으로 알아봤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과는요?”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학과요? 경영학이 아니고요?”
황민성에게 그나마 익숙한 학문이 경영학일 텐데 왜 사회복지학인가 싶은 것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경영학과 가려고 했어. 근데 경영학과 나왔다고 경영을 다 잘하는 것도 아니더라고. 그리고 내 밑에서 일하는 애들도 다 경영학인데 거기에 나 하나 보탠다고 도움이 될까 싶고.”
“그건…… 그렇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내가 경영학을 배워서 지금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니고…… 괜히 이론 더 배웠다가 지금 하는 스타일이 바뀌면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경영은 따로 안 배울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민성 형이 경영학과 나와서 지금 위치가 된 것도 아니니까. 괜히 더 배워서 물 흐릴 수도 있지.’
경영학을 배우지 않고도 지금까지 잘 했는데, 괜히 더 배워서 지금 사업의 흐름이 바뀌면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경영학 말고 어느 과를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너하고 봉사 다니다 보니 사회 복지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해서 그것이나 좀 배워 보려고.”
“잘 생각하셨네요.”
“서류 접수는 했고 합격하면 팔월에 입학식 한다니까 그때 와라.”
“형이 학교를 들어가는데 가야죠.”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시겠어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내일 보자.”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 앞에 대기 중이던 차에서 오 실장과 고경수가 내리더니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도 고개를 숙이자, 고경수가 뒷문을 열어주었다.
그에 황민성이 차에 오르자 곧 차가 출발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고경수 씨 무당도 한 번은 봐야 하는데.’
고경수에게 사기를 친 무당이 진짜인지 아닌지 만나야 하는데 시간이 잘 나지가 않는 것이다.
***
점심 장사를 마칠 때쯤 황민성이 가게에 들어왔다.
“후! 덥다!”
손부채질을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온 황민성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너희 가게는 딱 시원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식사는요?”
“점심에 투자자하고 먹었어. 시원한 오미자차나 한 잔 줘라.”
“오 실장님하고 고경수 씨도 들어오라고 하세요.”
“정리는?”
“저희 가고 나면 직원들이 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오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오라고 전했다.
그 사이 강진은 시원한 오마자차가 담긴 물통과 컵을 들고 홀로 나왔다.
컵을 놓은 강진이 오미자차를 따라 줄 때, 오 실장과 고경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강진이 자리를 가리키고는 오미자차를 따라주자 두 사람이 차를 마셨다.
“맛이 아주 좋습니다.”
“더울 때 시원하면 다 맛이 좋죠.”
웃으며 물통을 놓은 강진이 몇 남지 않은 손님들을 마저 살폈다.
“또 오세요.”
“잘 먹고 갑니다.”
손님들이 웃으며 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가게 밖을 한 번 둘러보았다.
가게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없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저 손만 씻고 나올게요.”
“천천히 해.”
강진은 화장실로 가서는 손을 씻고 가볍게 세수도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후! 가시죠!”
강진이 힘 있게 말하자 황민성이 웃었다.
“싸우러 가는 것 같다?”
“싸우러 가는 것 맞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보자!”
황민성이 오미자차를 꿀꺽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 실장과 고경수도 서둘러 잔을 비우고는 일어나 황민성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뒤를 보았다. 귀신 직원들이 자신을 보는 것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저 나가면 문 잠가 주세요.”
“다녀오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황민성의 차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하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무작정 찾아가요?”
일단 진심으로 부딪힌다는 계획이지만, 그래도 말을 걸 만한 용무는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은 것이었다.
“너 전단지 만든다면서.”
“아…… 전단지.”
“업체 가서 전단지 이야기하면서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무래도 친구들 있는 곳에서 가정사 밝히는 건 아니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형 시간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남 일 같지 않아서 하는 거니까 네가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리고 소희 아가씨가 부탁한 일이기도 하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
서울 신림 인근의 한 건물에 소월향의 아들이 일하는 회사가 있었다.
회사라고 해도 작은 사무실 하나에 친구들 다섯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10층 정도 되는 건물을 올려다보던 강진이 말했다.
“친구 아빠가 좀 사시네요.”
신림역 인근에 이런 건물이면 확실히 잘 사는 것을 넘어 부자라고 할 만했다.
“그런 편이지.”
말을 한 황민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리자, 고경수가 한쪽을 가리켰다.
“이쪽입니다.”
미리 사전 조사를 했는지 익숙하게 앞장서서 걸어가자 강진과 황민성이 그 뒤를 따랐다.
‘파이브스타?’
사무실 앞에 걸려 있는 상호를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황민성이 말했다.
“다섯 사람이 하잖아.”
“아…….”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상호를 보며 중얼거렸다.
“상식 형네 회사하고 이름이 비슷하네요.”
“파이브스타, 오성…… 그러네.”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문고리를 잡는 것과 동시에, 안에서 고함이 들렸다.
“야! 너 무슨 일을 이렇게 해.”
“내가 뭐?”
“내가 세팅해 놓은 걸로 보내라니까. 왜 말을 안 듣냐.”
“BJ 컴으로 백육십 받았는데 백짜리로 보내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그게 안 돌아가? 방송 못 해?”
“방송은 해도…… 고객을 속이는 거잖아.”
“당사자가 모르면 끝이지. 그게 뭘 속이는 거야.”
“알면.”
“알기는 어떻게 알아. 방송 화면 잡아 줄 때 못 봤어? 모니터 선 어디에 꽂는 줄도 모르는데 본체 뜯어보겠냐?”
“그래도 열어 보면…….”
“열어 보면 뭐? 열어 본다고 안에 뭐가 뭐 있는 줄 어떻게 알아.”
“그래도 이건 아니다.”
“아니기는 뭐가 아니냐? 그리고 그게 나 혼자 다 먹는 거냐? 너희들 월급으로 가는 것 아냐?”
“야…… 그렇게까지 하지는 말자. 컴퓨터 조립해 주고 수수료 받아도 충분히…….”
“충분히 뭐? 앞으로도 이렇게 컴퓨터나 조립해서 팔자고?”
안에서 뭔가 다투는 소리에 황민성은 문고리를 잡은 채 강진을 보았다.
“일이 재밌어지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받은 돈에 못 미치는 컴퓨터를 파나 본데요.”
“그럼…… 사양 낮은 컴으로 팔자고 하는 쪽이 아들인지, 팔지 말자고 하는 쪽이 아들인지가 관건인데.”
닫힌 문을 보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용수 있어?”
황민성이 묻자 강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황민성이 핸드폰을 꺼내서는 사진을 보여줬다.
소월향 아들의 사진을 보여 준 황민성이 말했다.
“들어가서 컴퓨터 사기 치자는 애가 이 사람인지, 아니면 제대로 팔자고 하는 사람이 이 사람인지 좀 확인해 봐.”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무슨 소리냐는 듯 강진을 보았다.
“들어가서 화내는 사람이 이 사람인지, 아니면 맞은편에 화 받는 사람이 이 사람인지 확인해 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사무실을 보았다. 사무실에서는 아직도 다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걸 들은 배용수는 무슨 상황인지 감이 온 듯했다.
“그런데 다섯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럼 싸우는 게 두 사람만이 아닐 수도 있잖아.”
“아…… 그것도 그러네. 그럼 안에 이 사람이 있나 좀 보고 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사무실 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