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36
637화
차 안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차 위와 트렁크에는 귀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차에 사람들이 타고 하니 안에 탈 자리가 없어 모두 차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이다.
트렁크에 셋, 지붕에 다섯이 앉아 있었다. 특히 지붕은 자리가 좁아서 발을 차 밖으로 내놓은 채 걸터앉아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이혜미가 차 밖으로 흔들리는 다리를 보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라 바람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쉽네. 이렇게 타고 가면 거의 오픈카 수준이지 않겠어요?”
배용수의 말에 트렁크에 있던 이창진이 웃었다.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우리 진즉에 튕겨 나갔습니다.”
“그래요?”
“오토바이 안 타 봤어요?”
“안 타 봤는데…… 타 봤어요?”
“타 봤죠. 오토바이에서 몸 잘못 들면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가요.”
“그 정도면 엄청 빨리 달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그런데 그만큼 위험하다는 거죠.”
이야기를 듣던 오두윤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오두윤의 말에 이창진이 그를 보았다.
“또 무슨 생각을 그리 했어?”
불안하다는 듯 말하는 이창진을 보며 오두윤이 말했다.
“나는 부장님, 얘들은 과장님인데 왜 너는 대리님이 와서 맞이했을까 말이야.”
“쳇! 저승의 부조리를 말하는 거군.”
이창진의 말에 오두윤이 고개를 저었다.
“VIP에도 급이 있어서 높은 급일수록 직급이 높은 직원이 온다잖아.”
어제 강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들은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네가 나보다 급이 높다는 말을 하려는 거야?”
“그런 말이 아니라…… 아마 네가 못 되게 살아서 그런 것 같아.”
오두윤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못 되게 살았으면 VIP가 안 되셨겠죠. VIP 되기 엄청 어려워요.”
“남에게 못 되게 군 것 말고요. 자기한테 못 되게 군 거요.”
“자기한테요?”
이혜미가 의아한 듯 오두윤을 보자, 그가 한숨을 쉬며 이창진을 보았다.
“저 녀석이 고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했거든요. 그리고 동네 형들하고 오토바이 타고.”
“담배는 그렇다 쳐도 나 오토바이는 면허 따서 타고 다녔어. 불법 아니야.”
이창진의 말에 오두윤이 입맛을 다셨다.
“네가 하도 타려고 하니 면허라도 따라고 내가 화를 내서잖아.”
“그러게 화를 왜 내.”
두 사람의 대화에 이혜미가 물었다.
“두윤 씨 화 안 내게 생겼는데 화도 내요?”
“저 자식이 평소에는 순둥한데 한 번 화를 내면 장난 아니거든요. 아무 말 없이 냉랭하고 차가운 그런 싸한 얼굴로 쳐다보면…… 어유!”
몸서리를 치는 이창진을 보며 오두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화를 내도 담배는 피우더라.”
“그때는…… 애들이 모르는 나만의 스트레스가 있었지.”
이창진의 말에 오두윤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것 때문에 너 마이너스가 된 것 같아.”
“내 몸에 나쁜 짓 해서?”
“그것도 있지만…… 부모님 걱정 끼쳐서.”
이창진은 입맛을 다셨다. 담배와 오토바이 때문에 엄마가 걱정했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엄마를 생각하던 이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속 썩여서 내가 벌 받나 보다.”
이창진의 말에 오두윤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시방 갔다가 각자 집에 가서 부모님들 얼굴 좀 보고 오자.”
“그럼 좋지.”
“그래도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너무 빤히 보지 말고. 너무 오래 있지도 말고.”
부모님 몸에 나쁠까 싶어 주의를 주는 오두윤의 모습에 이혜미가 말했다.
“두윤 씨가 여기 규율 반장인가 봐요?”
“규율 반장은 아니고…… 가까이 가면 부모님들한테 안 좋으니 주의해야죠. “
그렇게 자동차 위에서 귀신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가 동네 주차장에 도착했다. 물론 동네 주차장이라고 해도 그냥 공터이지만 말이다.
공터에서 내린 강진은 차에서 뛰어내리는 귀신들을 보고는 트렁크에서 봉지들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사장이 부탁한 대로 음식들을 잔뜩 만들어 온 것이다.
“강진 씨, 같이 들어요.”
김영지가 다가오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안 무거워요. 가시죠.”
강진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김영지와 할머니가 그 뒤를 따라갔다. 한 5분 정도 걸어 피시방에 도착한 강진은 그 안으로 일행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가게 안에 들어간 강진은 곧 서늘한 추위를 느꼈다.
“에어컨 강하게 틀었네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씨가 덥잖아.”
그러고는 사장이 에어컨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강진아.”
“네?”
“예전에 너 알바할 때 우리 여름에 에어컨 자주 틀었지?”
“자주요?”
“응.”
“여름에는 거의 24시간 풀가동이었죠.”
여름은 덥다. 그리고 피시방은 더 덥다. 컴퓨터 수십 대가 열을 뿜어내니 말이다.
그리고 피시방은 24시간 영업을 하니 에어컨이 꺼지는 시간은 손님이 극히 드문 새벽 시간 정도였다.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죠.”
“근데 내가 생각을 해 보니까, 요 몇 년 동안은 에어컨을 잘 안 틀었더라고.”
잠시 말을 멈춘 사장이 의아한 듯 말했다.
“정말 이상한 일 아니냐? 여름이면 집에 있어도 더운데 이 더운 피시방에서 왜 에어컨을 안 틀었지?”
“아…….”
사장의 말에 강진이 힐끗 뒤를 따라온 귀신들을 보았다.
‘여기도 천연 에어컨 효과를 봤나 보네.’
강진의 식당도 귀신들이 자주 오다 보니 여름에도 에어컨을 안 틀어도 시원했다.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들고 온 봉지를 카운터에 올렸다.
“이건 어제 부탁하신 음식들이에요. 제육하고 계란말이, 거기에 진미채 볶음하고 안주될 반찬들 좀 했어요.”
말을 하며 강진은 한쪽 봉지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건 김치찌개 재료거든요? 이거 냄비에 담아서 물만 붓고 끓이면 돼요. 아! 그리고 여기 아직도 안에서 밥 해 먹죠?”
“그렇지.”
“그럼 첫 번째 쌀뜨물은 버리고 두 번째 쌀뜨물로 끓이세요.”
“소주에 김치찌개가 좋지. 고마워.”
사장은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면 되나? 아니면 더 줘야 하나?”
“저희 가게에서 드시면 밥까지 해도 십만 원이 안 나오지만, 이건 배달비 생각해서 받을게요.”
강진이 십만 원을 받자, 사장이 웃었다.
“그래. 고맙다. 아! 그리고 어제 네가 가져다준 반찬 먹었는데 맛 아주 좋더라.”
“맛있죠?”
“아주 맛있었어.”
웃던 사장은 강진의 뒤에 있는 김영지와 할머니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그 캐릭터 아내분?”
“김영지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남편 어머니세요.”
김영지의 인사에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눈 사장은 한쪽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이미 컴퓨터를 켜 놓고 열혈성주가 로딩되어 있는 자리를 가리킨 사장이 말했다.
“여기에서 하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김영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장이 강진을 보았다.
“로그인하고 있어.”
강진은 자리에 앉고는 로그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사장이 음료수를 가지고 와서는 주었다.
“날씨 더운데 음료수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김영지가 인사를 하자 사장이 그녀를 보다가 급히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끄러움을 타시네.’
사장의 그런 모습에 강진은 작게 웃고는 게임에 접속을 했다.
어제와 같은 마을에 캐릭터가 서 있는 걸 보던 강진은 뭔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캐릭터가 서 있는 곳 주위로 하얀 꽃들이 주욱 놓여 있었다. 마치 화면 전체가 꽃으로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조문한다고 국화꽃을 깔아 놓은 모양이네.”
“꽃도 깔 수가 있어요?”
“아이템으로 있으니까. 근데 이렇게 많이 깔아 놓은 건 나도 처음 본다. 결혼식 할 때나 몇 줄 깔고 마는데.”
“결혼식요? 게임에서 결혼도 해요?”
“진짜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게임에서 마음 맞는 유저끼리 길드 사람들 모아 놓고 하는 이벤트 같은 거지.”
화면을 보던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마을에 사람이 없지?”
화면에는 NPC들과 건물들만 있고 유저들은 한 명도 보이지가 않았다. 어제 강진이 접속했을 때만 해도 사람이 꽤 많았는데 말이다.
의아해하던 찰나 화면 한쪽에 유저 한 명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그러고는 검은색 갑옷과 옷을 입은 유저들이 줄줄이 서서는 화면 아래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제 본 강철신검이란 아이디를 가진 캐릭터가 임호영의 캐릭터 앞에 가서 섰다.
그러자 다른 캐릭터들이 조금 거리를 두고는 강진의 앞에 줄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마치 군대 사열을 하는 것처럼 캐릭터들이 줄과 열을 맞춰 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람들이 우리 호영이 조문해 주러 온 사람들이야?”
할머니가 캐릭터들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할머니와 김영지를 화면 앞에 앉게 해 주었다. 그러고는 뒤에 서서 화면을 보았다.
조문을 온 유저들은 5~60명은 되는 것 같았다. 유저들이 나란히 줄을 서자 강철신검이 대강아빠 캐릭터를 향해 섰다.
강철신검의 채팅이 뜨자 사장이 김영지를 보았다.
“채팅 치실 줄 아세요?”
“네.”
“그럼 이건 전체 채팅이니 엔터 누르시고 하고 싶은 말 치시면 됩니다.”
사장의 말에 김영지가 잠시 있다가 엔터를 누르고는 글을 적었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김영지가 놀란 눈으로 화면을 보았다.
“내 이야기를 했다고?”
강철신검이 어제처럼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나는 강철신검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마이 로드래.’
이게 그들만의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이해를 하려 했지만 민망한 건 민망한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줄을 서 있던 유저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와서 김영지에게 조문을 표했다.
그중에는 예전 대강아빠 길드원들도 있었고, 게임 속에서 적대적인 관계였던 길드 마스터나 길드원들도 있었다.
비록 게임 속이고 캐릭터들에 불과했지만, 조문을 받는 김영지와 할머니 모두 정중하게 받았다.
그리고 조문을 하는 유저들 역시 공손하게 조문을 하고 물러났다.
그들에게는 이곳이 현실과 다르지 않은 장례식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