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52
653화
점심시간이 되기 전, 강진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점심시간 되기 전에 언론으로 터뜨린다고 했는데…….”
강진이 뉴스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며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진아, 우리 왔어.”
이상섭의 목소리에 강진이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홀로 나왔다.
“어서들 오세요. 오늘은 우리 팀이 일등이네요.”
“일찍 와야지. 늦게 오면 자리가 없잖아.”
이상섭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주문을 받았다. 주문을 받는 사이 자리가 빠르게 차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은 가게 문 앞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만석이라고 썼다.
“아이고! 우리가 늦었네.”
“죄송합니다. 지금 막 손님들이 들어오셔서 최소한 이십 분에서 삼십 분은 소요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늦게 온 손님들이 아쉽다는 듯 가게를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지금 막 영업을 시작한 터라 최소 2~30분은 자리가 나지 않을 텐데, 그동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강진은 떠나는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마저 주문을 받은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올 시간에 맞춰서 미리 음식 할 준비를 해뒀던 터라,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음식들이 빠르게 완성되었다.
강진이 음식들을 빠르게 서빙을 하고는 손님들의 반찬을 살필 때, 최미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왜 그러세요?”
이상섭의 물음에 최미나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죽은 문지혁 있잖아요.”
“문지혁이 누구예요?”
“그 유명하지 않은 배우 있어요.”
그러고는 최미나가 핸드폰을 보여주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 죽었어요?”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고 있는 듯 이상섭이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사람이 보육원에서 동생하고 같이 살았대요.”
“그래요?”
“그런데 세상에, 문지혁 씨 죽자마자 친부가 나타나서 문지혁 씨 유산을 가져갔대요.”
“뭐? 유산을 가져가?”
“네.”
이상섭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보육원에서 자랐다며?”
“그러니까요!”
최미나가 황당하다는 듯 하는 말에 임호진과 팀원들도 모두 눈을 찡그렸다.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건 버…….”
말하면서도 짜증이 나는지 눈을 찡그린 이상섭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보육원에서 자랄 때는 쳐다도 안 보던 사람이 자식 죽은 값을 챙겼다는 거야?”
“게다가 보험금도 타 갔대요.”
“보험금까지?”
“네.”
최미나의 말에 임호진이 그녀를 보았다.
“동생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 기사 보니까, 동생은 자기 몫으로 나온 유산을 보육원에 기부했대요. 게다가 오빠가 출연한 드라마가 재방을 할 때마다 나오는 재방 출연료도 보육원으로 가게끔 계좌를 돌려놨대요.”
“그런데 아빠라는 작자는?”
“유산을 가져갔다는 뉴스만 있고 다른 내용은 없어요. 세상에…… 광고까지 찍었네?”
“광고?”
“이번에 오성화학에서 고 문상혁 씨를 추모하는 의미로 광고를 촬영했는데, 거기에 그 아빠도 출연을 한대요. 여기 영상 있네요.”
최미나는 뉴스 하단에 있는 광고를 클릭해 보여 주었다. 그에 사람들이 광고를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여기 마지막에 나오는 게 그 아빠라는 작자인가?”
“그런 모양이에요.”
“헐! 웃네…… 웃어!”
이상섭이 화가 나 중얼거리자, 임호진이 한숨을 쉬었다.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좋은 사람인데…… 마지막에 아빠라는 작자가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구만.”
“그러게요. 문지혁 씨 살아 있을 때 이렇게 웃으면서 만나지…… 무슨 죽고 나서 이래?”
“살았을 때는 안 만났대?”
“안 만났대요. 여기 동생분 인터뷰 보니까, 보육원 나오고 오빠랑 같이 아빠 수소문해서 찾아갔는데 집 안에도 못 들어오게 했대요. 난 너희 같은 애들 모른다고.”
“아…… 짜증나…….”
이상섭의 중얼거림에 가만히 있던 정민이 입을 열었다.
“이런 일…… 종종 있었습니다.”
“종종?”
“일전에 아빠 손에서 자란 군인이 군대에서 사고로 죽었을 때도 집 나가서 연락 없던 엄마가 보험금과 국민성원금 반절을 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손에 자란 고등학생이 사고로 죽었을 때도 연락 한 번 없던 친부가 나타나 보험금을 받아 갔고요.”
“너 어떻게 그런 걸 잘 알아?”
“요즘 입사하기 전에 신문도 잘 읽어야 하니까요.”
“아…… 시사 중요하지.”
말을 하던 이상섭이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보았다.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어?”
이상섭의 중얼거림에 정민이 입맛을 다셨다.
“작년에 구하민 법이라고, 양육에 기여하지 않는 부모가 자식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나오기는 했었는데 아직 국회에서 통과를 못 했어요.”
“하여튼 국회의원 놈들 이런 법 하나 제대로 못 통과시키고! 월급 받아서 뭐 하는 거야.”
이상섭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일단 이야기는 다음에 하세요. 이러다가는 식사하다가 체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입맛을 다시고는 밥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에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네.”
말을 하며 이상섭이 밥을 입에 넣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말하고 행동이 따로 노는 것 같은데?”
“지금 마음 같아서는 입맛 떨어져서 밥 생각이 없지만, 목구멍에 뭘 안 넣으면 오늘 일을 못하니…… 밥을 집어넣는 거죠.”
“하! 그래. 그 말도 맞네.”
고개를 끄덕인 임호진이 최미나를 보았다.
“그런 안 좋은 기사 이야기는 이따가 사무실 가서 하기로 하고 밥이나 일단 먹자고. 지금 밖에 여기 들어오려는 사람들 줄 길게 서 있는데 빨리 먹고 일어나 줘야지.”
“아……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정민을 보았다.
‘잘생긴 할아버지 귀신은 잘 지내시나?’
일전에 보았던 수호령을 떠올리던 강진은 손님들의 반찬을 챙기기 시작했다.
***
[그런 일 없다니까! 가! 가라고!] [따님 인터뷰에 의하면 한 번도 보육원에 와 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남의 가정사에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그 애가 나한테 앙심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안 보기는 왜 안 봐. 나도 지혁이하고는 각별하게 지냈어.] [고 문지혁 씨와 여동생이 보육원을 나와 집에 찾아왔을 때 미안하지 않으셨습니까? 최소한 집에서 밥 한 끼라도 챙겨 줄 수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 일 없다니까! 당장 안 꺼져?!]욕을 하며 남자가 카메라를 손으로 밀어버리는 것으로 영상이 끝이 났다.
방송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혁 씨 죽었다고 저런 거짓말을 술술 하네.”
“그러게 말이야. 각별하게 지내? 하!”
배용수가 황당하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방송을 보았다.
[음…… 이걸 보고 있자니 ‘사람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현재 법률 상 친부모에게는 자녀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습니다. 해서 법적으로는 고 문지혁 씨의 유산이 아버지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거 막는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된 거죠?] [맞습니다. 작년에 발의된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리고 고 문지혁 씨의 재산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죠?] [맞습니다. 고 문지혁 씨는 보육원에서 나온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업을 유지하다가 단역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거기에 동생이 보육원을 나온 이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좋은 오빠이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모아 놓은 재산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 친부의 눈에 들어와 고 문지혁 씨와 여동생의 가슴을 아프게 한 거군요. 그리고 친부께서 오성화학 광고에도 출연을 하셨는데…… 이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오성화학의 강상식 대표는 평소 보육원 봉사를 자주 하는 분입니다.] [그래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한 달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는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관련자 이야기에 따르면 강상식 대표는 봉사 활동을 놀러 간다고 표현을 한다고 하더군요.] [봉사가 아니라 놀러 간다라…… 무척 좋게 들리는군요. 봉사 활동 하면서 힐링을 하시는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대기업 대표가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리고 그런 일을 처음 들어 본 것을 보면 소문 내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시는 모양입니다.] [맞습니다. 어쨌든 봉사를 간 보육원이 고 문지혁 씨가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고 문지혁 씨를 추모하는 뜻으로 광고를 제작한 것 같습니다.] [응? 잠깐만요. 그럼 강상식 대표가 그 보육원에 봉사를 했다면 지금 이 사정 알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제가 확인해 본 결과 오성화학 측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해 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런 답변도 해 줄 수 없다? 그럼…… 알고도 친부가 광고에 나오게 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럼 강상식 대표가 친부를 광고에 기용한 것은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 역시 아무런 답변을 해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예민한 문제기는 하군요. 앞으로 법적 소지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오성화학 광고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금 광고를 급히 편집해서 새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나오는 광고는 그럼 아웃되는 겁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성화학 측에서 내일 1시까지는 예정된 광고를 계속 내보낼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건…… 혹시 오성화학 측에서는 이 사건을 널리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아버지란 사람의 얼굴을 공개적으로 오픈하려고?] [그것 역시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자신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진행자의 모습에 강진은 감탄을 했다.
“와! 저 사람 무슨 귀신이야?”
“무슨 소리야?”
같이 뉴스를 보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우리끼리 얘기했던 자리에 같이 있었던 것처럼 다 알잖아?”
“저 사람이 똑똑하기는 하지.”
“알아?”
“예전에 우리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은 적이 있어. 그때 인사 한 번 했어.”
“오! 유명인과 인사한 사이였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때 정치권에서 저 사람 데려가려고 했거든.”
“그래?”
“시사 프로그램 오래 해서 인기가 있고, 진보나 보수 상관없이 옳은 말만 하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저기서 방송하는 것 보면 거절한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TV를 보았다. 지금은 문지혁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다.
양육을 하지 않은 부모가 자식 죽은 후에 보험금을 받아 간 사건들 말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 취재를 했는지 강진이 아는 일들 외에도 여러 일들이 더 있었다.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정말 있구나.”
이혜미가 충격을 받은 듯 TV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좋은 사람도 많지만…… 나쁜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아…… 애들은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그냥 보통 엄마 아빠라도 되어주지.”
“그 보통이 힘든 거죠. 그래서 세상 대부분의 엄마와 아빠는 위대한 겁니다. 그냥…… 주시잖아요.”
“맞아요. 남이라면 절대 해 줄 수 없는 건데…….”
이혜미가 고개를 저으며 TV를 볼 때, 배용수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뉴스 많이 나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내민 핸드폰을 보았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문지혁, 2위가 문지혁 선행, 3위가 문지혁 아빠였다.
그리고 4위가 강상식의 의도였다. 강상식의 의도라는 검색어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