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0
691화
자기를 보고 놀라면 어쩌나 걱정을 하던 배용수는 최임수가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자 웃으며 말했다.
“배용수입니다. 전에 사고 현장에서 사람 살리는 것 봤습니다. 대단하십니다.”
“후! 의사가 사람 살리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 걸요.”
최임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허연욱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미래병원 허연욱 교수님 아니십니까?”
자신을 알아보는 최임수의 모습에 허연욱이 물었다.
“나를 아십니까?”
“정말 허연욱 선생님이 맞으시군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를 어떻게 아십니까?”
허연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명성이 있지만, 다른 의사들은 자신을 잘 모르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못 하지만 아프간에서는 저도 침을 놓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허 교수님을 알게 됐습니다.”
“침을? 면허는요?”
“면허가 없으니 아프간에서 놓았습니다.”
“면허도 없이 침을…….”
면허를 가진 한의사라고 다 실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의료 면허다.
그런데 최임수가 면허도 없이 침을 놨다고 하니 눈을 찡그리는 것이다.
허연욱의 반응을 본 최임수가 머리를 긁었다.
“면허를 따야지, 하면서도 시간을 내기가 어렵더군요.”
최임수의 말에 데이비드가 말을 덧붙였다.
“이 친구가 환자들 보느라 한의대인가를 다닐 시간이 없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허연욱이 최임수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왜 침을 놓은 겁니까?”
그는 분명 실력 좋은 외과의사다. 그런 사람이 왜 침을 놓나 싶었다. 침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직접 몸을 째고 치료를 하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프간 같은 전쟁터나 오지에는 약도 기구도…… 하다못해 주삿바늘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침으로 간단한 시술하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중한 병은 치료하기 힘들지만, 간단한 침술로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약을 안 쓰는 것도 마음에 들고. 그래서 같이 의료 봉사하던 미국 침구사한테 침을 좀 배웠습니다.”
최임수는 급히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의료 자원이 많은 한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침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도 자원만 있으면 약이나 메스를 들지, 침을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최임수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를 위해 차선의 선택이라도 해야 했던 그를 나무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환자는 있는데 약도 기구도 없다면 침이라도 써야 하는 게 맞으니 말이다.
“그래서 침을 배웠군요.”
“저희가 다니는 곳은 워낙 부족한 것이 많은 곳이라서요. 그리고 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 수단 같은 건 잘 안 따집니다.”
최임수의 말에 허연욱이 입맛을 다셨다.
“데이비드 씨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송도 많이 걸렸다고요?”
허연욱의 말에 최임수가 쓰게 웃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의사인데…… 사실 의사만큼 사람을 많이 죽이는 직업도 없지요.”
최임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면 수술실 문 열어야죠.”
최임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허연욱이 말했다.
“의사 면허가 있으니 한의대 사 년 정도 다니면 한의사 면허 딸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따는 것이 어떻습니까?”
원래 한의대는 의대처럼 6년이지만,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본과 4학년만 수료하면 한의사 시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사 년이 참 길더라고요.”
“그래도 정식으로 면허를 따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겁니다.”
“그렇기는 할 텐데…… 사 년 동안 제가 학교 다니면서 치료 못 하는 환자들도 무시 못 할 수라서요.”
“세상 모든 아픈 사람을 최 선생 혼자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최임수가 미소를 지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제가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제가 만난 환자들은 제가 치료를 하려 할 뿐입니다. 그리고 아프간에는 의사가 정말 많이 부족합니다.”
말을 하던 최임수가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쉬었다. 의사가 많은 한국과 달리 아프간에는 의사들이 많이 부족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라…… 사 년을 한의대에서 보낼 수가 없네요.”
최임수는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면허가 없어서 그렇지, 수많은 임상을 겪어서 침도 제법 놓습니다. 교수님 걱정하시는 일 안 생기도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한국에서는 절대 침을 사람에게 놓지 않으니 그것도 걱정하지 마시고요.”
최임수의 말에 허연욱이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자리에 앉자 귀신들도 자리에 앉았다.
“제가 쓴 한의침방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 침 놓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최임수가 한국에서는 침을 안 놔도 아프간이나 그런 전쟁터에서는 침을 계속 놓을 것 같아, 허연욱은 그에게 침에 대한 도움을 주려 했다.
불법이기는 해도 약이 없어서 환자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하하하! 제가 교수님 아는 이유가 바로 그 책 덕입니다.”
“아! 제 책을 이미 봤군요.”
“그거 보면서 공부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최임수가 책을 보면서 가졌던 궁금증을 이야기하자, 허연욱은 그에 대한 답을 말해 주었다.
허연욱이 말해주는 것을 최임수가 핸드폰에 메모하는 사이, 데이비드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저 녀석 저렇게 시작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좋게 말하면 그렇죠.”
호탕하게 웃은 데이비드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저 배 많이 고픕니다.”
“이따가 11시 되면 먹지 그래?”
최임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11시 되면 선생님은 나가셔야 하는데…….”
“저야 밖에 좀 앉아 있으면 됩니다. 데이비드만 안에서 식사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 그러시겠어요?”
“제가 알기로 수호령은 저하고 15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질 수 있으니 이 녀석 밥 먹는 동안 근처에서 책이라도 보면서 기다리려고요.”
최임수는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태블릿을 하나 꺼내 보였다.
“아니면 교수님께서 저와 같이 계시면서 침에 대한 가르침을 내려 주시면 감사하고요.”
“의학적인 대화라면 나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죽어서도 의학적인 지식에 목마름이 있는 허연욱으로서는 좋은 제안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외과 수술의 프로이니 배울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럼 밖에 나가지 마시고 이 층 제 집에서 이야기 나누세요.”
“이 층이 집이군요.”
“네.”
“그럼 염치없지만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열대야가 심해서 밖에 있으면 너무 덥더라고요. 하하하!”
기분 좋게 웃는 최임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럼 식사는?”
“아! 아까 먹었습니다.”
최임수의 말에 데이비드가 눈을 찡그렸다.
“초콜릿하고 우유가 무슨 밥이 된다고?”
“닭 가슴살 소시지도 먹었어. 그래서 칼로리는 충분하지. 그리고 비타민도 먹었고.”
최임수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식사입니까? 한국 사람은 밥, 국, 김치가 있어야 최소한 한 끼가 되는 거지.”
“그렇게 차려 놓고 먹고 싶기는 한데…… 봐야 할 환자들이 많아서요.”
쓰게 웃는 최임수를 보던 배용수가 몸을 일으켰다.
“이야기하고 있으세요.”
배용수가 주방으로 가자, 강진이 웃으며 최임수를 보았다.
“용수가 선생님 식사 준비하려나 보네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저는 고기 좋아합니다!”
웃으며 주방을 향해 소리치는 최임수를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다.
‘성격 좋으시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최임수에게 물었다.
“귀신은 많이 보셨어요?”
“한국에서는 오늘이 처음이지만, 아프간과 뉴욕에 있을 때는 종종 봤지요. 거기에서 JS 음식을 먹고 데이비드를 만났으니까요.”
“그럼 혹시 영혼은 보셨습니까?”
“영혼이라…… 죽지 않은 환자들의 몸에서 나오는 영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시는군요.”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와 뉴욕 저승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 한 일주일 정도는 귀신을 보게 됩니다.”
최임수의 말에 이번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JS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귀신을 보는 시간도 늘거나 줄어든다.
많이 먹으면 오래 보고, 적게 먹으면 몇 시간 보고 마는 것이다.
전에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을 살해했던 범인도 JS 음식을 많이 먹어서 며칠 동안 귀신을 봤으니 말이다.
“그때 의식 불명인 환자들에게서 나온 영혼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최임수의 말에 허연욱이 그를 보았다.
“혹시 연구를 했습니까?”
자신은 귀신이라 영혼 상태인 그들에게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지만, 최임수라면 그런 영혼들을 위한 연구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은 것이다.
최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했습니다.”
“했어요?”
강진이 놀라 묻자 최임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제가 침을 배우다 보니 기와 혈 그리고 동양 의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뉴욕에서는 침구사 친구에게 침하고 진맥하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요?”
최임수가 말을 하기 좋도록 강진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에 최임수가 말을 이었다.
“몸에서 영혼이 나오면 당연히 안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은 안 좋으니까요. 그리고 뉴욕 저승식당 사장님에게도 물으니 당연히 몸에 안 좋지 않겠냐는 말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영혼이 환자의 몸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영혼이 몸에 들어가야 회복이 빠를 것 같아서요.”
“그래서 결과가 있었습니까?”
“확실히 영혼이 몸 밖에 있는 것보다 몸 안에 있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더군요.”
“그럼 영혼이 몸에 들어가는 방법은 찾으셨습니까?”
기대를 하며 강진이 묻자 최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영혼이 몸에 돌아오는 방법을 찾기는 했습니다.”
“어떤 겁니까?”
“하나는 통증 요법입니다.”
“통증?”
“침으로 통증을 느끼는 혈을 자극하면 몸에서 반응을 하고 영혼이 몸으로 돌아오더군요.”
최임수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군요.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이기도 하니, 몸이 통증을 느끼면 영혼이 돌아올 만합니다.”
“하지만 상태가 아주 안 좋은 환자나 뇌사 환자 같은 경우는 통증을 줘도 안 돌아왔습니다.”
“음…… 그런 환자에게는 어떻게 했습니까?”
“환자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람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면서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
“흠…… 첫 번째는 몸에 직접 영향을 주고, 두 번째는 영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방법이군요.”
영혼이 밖에 있으면 멍하기는 해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반응해 몸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최임수가 한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허연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또 없나요?”
“보통은 이 정도만 해도 다들 들어오는데…… 예전에 한 영혼이 몸에 안 들어가고 돌아다니더군요.”
오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보자, 최임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알아낸 방법대로 환자에게 침도 놓고 환자 가족들을 불러 말도 걸게 하고 지켜봤는데 옆에서 가족들 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더군요.”
“한숨? 의사 표현이 됐습니까?”
“맞아요. 다른 영혼들은 그저 멍하니 있는 것에 비해 그 영혼은 말도 하고 할 것 다 하고 다니더군요. 제가 귀신 보는 것 알고는 얼마나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말을 하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최임수를 강진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혁 씨하고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