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02
703화
맛있게 계란과 볶음밥을 먹던 송은실이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성격이 저희 남편하고 비슷한가 봐요.”
“남편분하고요?”
“혹시 볶음밥 가운데 벌려서 거기다가 계란을 넣고 익히셨나요?”
“네.”
강진의 말에 송은실이 웃었다.
“제가 계란을 좋아해서 저희 남편도 사장님처럼 볶음밥을 할 때 계란을 이렇게 익혀서 줬거든요.”
“남편분이 음식을 좀 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송은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눈이 좀 그래서 남편이 음식을 자주 했어요.”
“그러시겠네요.”
“그래서 남편이 나 없으면 너 밥 어떻게 먹고 살 거냐고 자주 했었는데.”
송은실의 씁쓸한 목소리에 문지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언니.”
문지나의 손길에 송은실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었다.
“없어도 잘만 먹고 사네요.”
농이 분명한 송은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드세요.”
“고맙습니다.”
송은실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강상식과 문지나도 음식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손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꼬옥!
“고마워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식탁 밑으로 아이의 손을 같이 잡았다.
“많이 먹어.”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웃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강진은 조심히 차지혜를 방에 눕혔다. 그 사이 송은실이 더듬거리며 선풍기를 버튼을 눌러서는 차지혜 앞에 틀었다.
우우웅!
작은 소리를 내며 선풍기가 돌아가자 차지혜가 작게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송은실이 아이의 얼굴을 조심히 쓰다듬고는 말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송은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또 좋은 곳에 같이 놀러 가시죠.”
“그럼 저야 감사하죠.”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는 송은실을 보며 강진이 집을 나오자 그 뒤를 차지연이 따라 나왔다.
“너도 들어가서 쉬어.”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고개를 저었다.
“귀신이 쉴 것이 뭐가 있어요. 아저씨 가는 거 배웅해 드릴게요.”
“지연이가 배웅해 주니 좋네.”
강진은 차로 가면서 차지연을 보았다.
“어머니 혼자 애 키우는 것 많이 힘드시지?”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집 쪽을 보다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평소에는 괜찮아요.”
“평소?”
“엄마는…… 눈이 안 보이지만 집이나 동네에서는 익숙하게 다니거든요. 그래서 느리기는 해도 불편하지는 않아요.”
말을 하던 차지연이 미소를 지었다.
“조금 느릴 뿐이지, 평소에는 일반인하고 다를 바가 없어요. 음식도 잘하시는걸요.”
“그래?”
“그럼요. 우리 엄마 굽는 음식 빼고는 대부분 음식 잘해요. 그…… 당황만 안 하시면 불편한 것 없어요.”
“당황?”
강진의 물음에 차지연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 어릴 때에는 여기 말고 도시에서 살았어요.”
“도시?”
“아빠가 일하기에는 여기보다는 도시가 나으니까요.”
“그렇겠네.”
확실히 젊은 남자가 일하기에는 시골보다 도시가 나을 것이다.
“그때 제가 아팠어요.”
“아팠어?”
“많이 아픈 건 아니었어요. 그냥 열 좀 많이 나고 그랬어요.”
“어릴 때는 열 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거지.”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차지연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때 아파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너무 축축하고 열이 나는 거예요.”
강진이 보자 차지연이 집을 보며 말을 했다.
“그래서 눈을 떴는데…….”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뭔가 축축한 느낌에 차지연은 눈을 떴다.
-허어억! 허억! 지연아, 엄마가…… 병원 가고 있어. 지연아. 정신 잃으면 안 돼.
엄마의 거친 숨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차지연은 엄마가 자신을 업고 걷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이 가빠질 정도로, 거의 뛰듯이 걷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
-지연아, 정신 들어?
-응…… 근데 왜 이렇게 빨리 걸어. 천천히 걸어.
-아니야. 엄마 괜찮아.
-괜찮기는…… 넘어져.
어린 딸이 엄마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차지연은 엄마가 걱정이 되었다.
눈이 안 보이는 엄마는 천천히 걸어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괜찮아. 허억! 허억! 엄마는 괜찮아.
말과는 달리 연신 거침 숨을 몰아쉬는 것에 차지연이 말했다.
-엄마…… 근데 나 아파?
-병원 갈 거야. 병원 가면 다 나을 거야.
-아빠한테 전화를 하지. 아니면 119에 전화를 하든가.
차지연의 말에 엄마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엄마가 핸드폰을 어디다 뒀는지 몰라서…….
-치이…… TV 옆에 있잖아.
엄마는 늘 핸드폰을 TV 앞에 놓아뒀다. 엄마는 TV를 좋아했다. 보지는 못하지만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마음이 급해서 그런 생각을 못 했어.
엄마의 말에 차지연은 대답 대신 신음을 토했다.
-지연아, 많이 아파?
-아니야. 엄마…… 천천히 걸어. 넘어져.
-괜찮아.
차지연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주위를 보다가 농구공을 들고 걸어가는 고등학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빠.
하지만 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고등학생은 듣지 못한 듯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 차지연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저 오빠 좀 불러줘.
-응? 왜?
-엄마 힘들어. 도와달라고 할게.
-아니야. 엄마가 금방…….
-엄마…… 도움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차지연의 말에 송은실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작게 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차지연의 귀에만 들릴 뿐이었다.
-엄마…….
차지연의 작은 목소리에 송은실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조금은 크게 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송은실의 목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 몇이 그녀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본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송은실은 울먹이며 크게 소리쳤다.
-저는…… 눈이 안 보입니다. 제 딸이 아파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엄마의 울먹이는 소리에 차지연은 그녀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는 눈이 안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혼자서 묵묵히 견뎠다.
그랬던 엄마가 울면서 사람들에게 눈이 안 보인다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엄마…….’
자신 때문에 평소에 절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는 엄마를 보며 차지연은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어머니, 지금 병원 가시는 건가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차지연은 아까 본 고등학생이 옆에 있는 것을 보았다.
-오빠…… 저기 병원에 나 좀 데려다주세요.
차지연의 말에 학생이 말했다.
-어머니, 제가 애 업을게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 가방 좀.
학생은 가방을 벗어 송은실에게 주고는 차지연을 대신 업었다.
-오빠.
-응?
-천천히 걸어야 해. 엄마 넘어져.
-아…… 알았어. 너 참 착하구나.
-아니야…… 나보다 엄마가 더 착해.
그러고 고개를 숙인 차지연의 눈에 엄마의 발이 보였다. 자신의 등에 손을 대고 따라오는 엄마의 발에는 신발이 신겨져 있지 않았다.
맨발로 얼마나 빠르게 걸었는지, 엄마가 걸을 때마다 땅에 핏자국이 생기고 있었다.
“엄마가 걸을 때마다 핏자국이 생겼어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음 많이 아팠겠다.”
“나보다 엄마가 더 아팠죠. 몸도 마음도…… 답답했을 거예요. 눈이 안 보이니 나 데리고 병원 가는 것도 엄마한테는 무척 힘든 일이니까요.”
그러다가 차지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날 이후로 아빠 회사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돈벌이는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고향 사람들하고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요. 그리고 오기를 잘 했던 것 같아요. 마을 삼촌 이모들이 모두 한 가족처럼 엄마하고 지혜 챙겨주니까요.”
“다행이다.”
이야기를 마친 차지연은 잠시 말이 없다가 그를 보았다.
“헛개 아저씨하고 감초 할아버지 잘 승천하셨어요?”
“응.”
“갈 때…… 슬퍼하지 않았어요?”
“아니. 기분 좋게 가셨어.”
“아빠하고 아들이 같이 가서 그런가?”
차지연은 다시 집을 보았다. 집을 바라보는 차지연의 얼굴에는 씁쓸함과 슬픔이 떠 있었다.
“나는…… 승천을 하게 되면 무척 슬플 것 같은데.”
집에 있는 엄마와 차지혜를 떠올리는 듯한 차지연에게 강진이 말했다.
“네가 이렇게 이승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알면 엄마도, 동생도 슬플 거야.”
“그렇겠죠?”
“아빠도 그걸 알고 있으니 먼저 올라가신 걸 거야.”
아빠라는 말에 차지연이 멍하니 있다가 하늘을 보았다.
“아빠는 잘 지내고 있겠죠?”
“잘 지내고 계실 거야.”
“아빠 보고 싶다.”
말을 하던 차지연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빠는 못 하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
“음식도 잘 하고 고장 난 것도 잘 고치고…… 그리고 힘도 엄청 세셨어요.”
환하게 웃는 차지연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못 하는 것 없고, 모르는 것도 없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지.”
어릴 때의 자신도 아빠는 모르는 것이 없고, 못 하는 것이 없다 생각을 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아빠는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아빠이기 때문에’ 뭐든 할 줄 알아야 하고, 뭐든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잠시 차지연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지금 떠나라고는 하지 않아. 하지만 네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면 그때 떠나. 그때는 오빠가 너 가는 거 배웅해 줄게.”
“피이! 오빠 있을 때 떠나라는 거잖아요. 자주 오지도 않으면서.”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건 또 그러네. 그럼 오빠 없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마음 편하게 가. 너 가도 오빠가 어머니하고 동생 잘 살펴볼게.”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집을 보다가 말했다.
“엄마도 이제 일을 하고…… 지혜만 좀 크면 그때 갈래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강진이 미소를 짓자, 차지연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오빠, 오늘 재밌게 놀았어요. 그리고 맛있는 것 해 주셔서 고맙구요.”
“그래. 알았어. 조심히 들어가.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웃었다.
“귀신이 뭘 조심히 들어가요.”
“귀신이라도 너는 아직 어리니까.”
강진의 말에 차지연은 손을 흔들고는 대문 안으로 스윽 스며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 집은 엄마가…… 셋이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엄마는 자식을 살피잖아.”
“그렇지.”
“그런데 지연이도 지혜도 여사님을 챙기고 살피잖아. 그러니 어리지만 두 아이도 엄마인 거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집을 보다가 차로 걸음을 옮겼다.
“가자. 피곤하다.”
“왜 피곤해?”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너 말이야. 평소 운동 부족인 놈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운전하느라 피곤할 것 아니야. 빨리 가서 쉬자.”
배용수의 목소리에 깃든 걱정을 느낀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타려다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 여기저기에서 나는 우두둑 소리와 함께 시원함을 느낀 강진이 차에 올라탔다.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