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03
704화
강진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해수욕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란 바다에서는 작은 배가 파도를 좌우로 가르며 나아가고, 해수욕장에서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8월 여름의 끝물에서 사람들은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좋겠다.”
“나도 물놀이하고 싶다.”
여자 귀신들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해수욕장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도 시간 내서 한 번 갔다 올까요?”
“정말요?”
“그럼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귀신도 물속에 들어갈 수 있지?”
“바다에 들어가 본 적은 없는데,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나 귀신이나 거기서 거기잖아.”
“그렇겠지?”
“근데 사람처럼 놀지는 못할 거야.”
바닷가에 가도 사람처럼 물놀이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을 직접 만지지 못하니 말이다. 그저 사람 구경이나 하고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볼 뿐이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직원들을 보다가 말했다.
“현신해서 놀면 되잖아.”
“현신을 하면 되기는 하겠지. 근데 어떻게?”
직원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어떤 방법으로든 현신을 할 수만 있으면 물놀이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이야 해수욕장에서 저승식당을 오픈하는 거지.”
“아! 그러면 되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근데 저승식당은 불빛이 비치고 테이블이 놓인 자리까지가 영역이잖아. 그럼 해수욕장에 가도 물놀이를 할 공간이 안 나올 거야.”
바다 앞에까지 푸드 트럭을 끌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물놀이를 할 공간을 만들 수가 없었다.
“아! 그것도 그러네.”
말을 하던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안 되는 건데 말은 왜 해?”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출장 영업으로 저승식당을 하면서 귀신들 물놀이를 하려면…… 계곡에서 하면 되겠다.”
“계곡?”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거지.”
“거기도 테이블 놓지 못하면 마찬가지 아니야?”
“어렸을 때 부모님하고 갔던 계곡에서는 물속에 평상 놓고 장사를 했거든.”
“근데 요즘 그거 철거하고 해서 없을 텐데? 그리고 그거 다 불법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우리 출장 영업은 어디 정상 영업이냐. 그냥 하는 거지.”
“그래도…… 그건 다른 귀신들 식사해 주려고 하는 거고, 이건 우리끼리 즐기려고 하는 거잖아.”
배용수가 불편해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모범적인 국민이었어?”
“죽고 나서부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쨌든 우리끼리 놀려고 한다고 해도 저승식당 오픈하면 다른 귀신들도 오니까 별 차이는 없지. 그리고 계곡에서 취사만 안 하면 되겠지.”
“취사 안 하면 음식은 어떻게 먹으려고?”
“싸 가야지. 차갑게 식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그럼 취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잖아. 사람들 계곡에서 간단하게 도시락 정도는 먹으니까.”
“그것도 그러네.”
말을 하던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아쉽다.”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물놀이하고 나서는 따뜻하게 백숙 삶아서 다리 뜯어 먹어야 제대로인데.”
“거기에 삼겹살도요.”
배용수와 여직원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물놀이를 하고 나면 따뜻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었다.
“흠…….”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음식 하는 것까지는 무리라도 컵라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물을 끓이게?”
“물놀이하면 확실히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을 거야. 그리고 푸드 트럭 내에서 하는 거니까. 조금 양심이 걸리기는 하지만…… 물만 끓이고 뒷정리 깔끔하게 하자.”
푸드 트럭 내에서 전기 포트로 물을 끓이면 불이 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이 날 것 같으면…….
‘소희 아가씨라도 부르면 어떻게 되겠지.’
김소희라면 물귀신이라도 불러다가 불을 꺼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물귀신을 본 적이 없네.’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보았다.
“혹시 물귀신 본 적 있어요?”
“물귀신?”
“그 물에서 죽은 귀신요.”
“글쎄요. 저는 본 적 없는데.”
“나도 못 봤는데?”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물가에서 죽은 물귀신을 서울 도심에서 보기는 어렵겠죠.”
강진은 달력을 보았다.
“그럼 언제 날짜를 잡느냐인데…… 금요일이나 토요일, 아니면 아예 일요일 하루 통째로 비워서 갈까?”
“일요일에는 보육원 가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행복하고 우리 직원들이 행복해야 다른 이들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거지. 우리도 가끔은 쉬어야지.”
“그럼 민성 형은?”
“민성 형이 가면 좋지만 지금 한창 형수님 몸조리해야 하는데 우리 따라가기는 어렵지. 이번에는 우리끼리만 가자.”
황민성은 귀신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가족들은 알지 못하니 말이다. 그건 강상식도 마찬가지라 그도 데려갈 수 없었다.
이번에는 직원들과 편하게 놀 수 있는 물놀이를 생각하니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띠링’하는 풍경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닫힌 가게 문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누구지?’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겨 있는 가게 문을 잡고는 직원들을 보았다. 직원들은 보던 태블릿과 핸드폰을 내려놓고 비닐장갑을 벗어서는 수저통 밑에 넣어두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을 연 강진은 정복립 할아버지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정복립이 웃으며 가게를 보았다.
“영업 끝났는데 제가 너무 늦게 온 건가요?”
“아닙니다. 일단 들어오세요.”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정복립을 보던 강진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정복남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한 채 강진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강진이 입모양으로 인사를 하자, 정복남이 미소를 지으며 정복립의 뒤를 따라갔다.
“식사는 하셨어요?”
“했습니다.”
정복립은 자리에 앉으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밖은 많이 더운데 여기는 아주 서늘한 것이 좋네요.”
“밖에 많이 덥죠?”
“많이 덥군요.”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서 시원한 오미자차를 가지고 와서는 앞에 놓았다.
“고맙습니다.”
오미자차를 한 모금 마신 정복립이 강진을 보았다.
“오늘 순창에서 올라오는 길입니다.”
“순창요?”
“사장님이 한 말이 있어서 핸드폰 사장님에게 점을 보았습니다.”
“그건 이야기 들었습니다. 저번에 정민 씨가 할아버지 요즘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걱정을 했었는데…….”
“민이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네. 혹시 핸드폰 사장님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요.”
“이런…… 민이가 제 걱정을 많이 했던 모양이군요.”
한차례 웃은 정복립이 말을 이었다.
“형님이 죽은 곳을 찾았습니다.”
“찾으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정복립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핸드폰 사장님이 그러더군요. 순창에 물이 좋은 계곡이 있을 것인데 그 근처에 가면 기억이 날 거라고요.”
“순창에 계곡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그 정도로는 찾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삼 일 있으면서 순창 여기저기 산을 돌아다녔는데 어제…… 한 산에 들어가니 알겠더군요. 여기구나.”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워낙 어릴 적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그때 제가 본 바위가 그대로 있더군요.”
“바위?”
“형이 그 바위 밑에서 죽었거든요.”
멍하니 허공을 보던 정복립이 말을 이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던 바위인데…… 보는 순간 알겠더군요. 여기구나. 여기 밑에서 형이 죽었구나.”
“그렇군요.”
“그때…… 돌이라도 날라서 형의 무덤을 만들어 줬으면…… 유골이라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전쟁터였잖아요.”
강진의 말에 정복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때는 워낙 위험한 시기라 그곳에 오래 있었으면 네가 위험했을 거야.”
정복남의 말과 함께 정복립이 말을 했다.
“어제 거기서 하루를 자고 오늘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하러 바로 온 겁니다.”
“감사 인사는 핸드폰 사장님에게 하셔야죠.”
“이미 가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어쨌든 형님 돌아가신 곳을 찾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싱긋 웃은 정복남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여름 휴가 가셨습니까?”
“휴가요?”
“순창이 동네가 좋더군요. 거기가 장으로 유명한 건 아시지요?”
“네.”
“그래서 그런지 맛집도 많고, 물도 깨끗한 것이…… 요즘 말로 힐링하기 좋아 보이더군요.”
“그래요?”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제가 올라오는 길에 그 산을 사기로 했습니다.”
“산을요?”
“그렇지 않아도 이 서울이 참 복잡하고 시끄럽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 정리가 되면 그곳에 통나무집이라도 하나 짓고 살려고 합니다.”
“혼자서요?”
“나이 먹기는 했지만 아직은 정정하니 산속 생활이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에 좋은 계곡도 있고 하니 여름에는 가족들 불러다가 물놀이하기도 좋을 것 같고요.”
“그렇…….”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계곡이 아주 좋던가요?”
“아주 좋더군요. 물도 깨끗하고 수량도 꽤 많고…… 보니 마을 사람들이 여름에는 거기에서 물놀이도 하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사장님에게 휴가 다녀오셨는지 물은 거였습니다. 그 계곡에서 텐트 치고 하루 쉬면 좋겠어서요.”
“그런데 사유지에서 그렇게 해도 되나요?”
“제가 허락하니 괜찮습니다. 제가 사기로 했으니까요.”
“아…….”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휴가를 가보려고 했는데 잘 됐네요.”
“그러셨습니까? 정말 잘 됐군요.”
정복립은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 놓았다.
“이 산의 여기입니다. 올라가는 길이 조금 좁기는 하지만 차 한 대 충분히 들어갈 수 있고 계곡 옆에까지 차를 댈 수 있으니 쉬기도 좋습니다.”
“잘 됐네요.”
“휴가 잘 보내시고 가실 때 쓰레기만 잘 챙겨 가십시오.”
“그럼요.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사장님이 핸드폰 사장님 소개해 주셔서 형 죽은 곳을 찾았으니까요.”
이야기를 마친 정복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휴가 잘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복립이 기분 좋은 얼굴로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직원들이 모여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여기다.”
이혜미가 핸드폰 맵으로 위치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내려가는 길에 변산 해수욕장 구경하고 저녁에 순창으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변산 해수욕장요?”
“순창하고 한 시간 이십 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요. 해수욕장 갔다가 순창에서 저승식당 오픈하면 될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너희가 좋다고 하면 그렇게 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선글라스 있냐?”
“선글라스?”
“해수욕장 갈 때는 선글라스지.”
“나 그런 거 안 좋아해.”
“그런 것이 뭔데?”
“멋 내는 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수욕장에 선글라스를 끼는 건 멋을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야.”
“그럼?”
“내 시선을 가리는 거지.”
“무슨 소리야?”
“그런 것이 있어. 아! 민성 형한테 선글라스 있냐고 물어서 하나 빌려.”
“빌릴 필요까지 있나?”
“빌려. 이왕 놀러 가는 거 좋고 멋진 것 쓰면 좋지. 꼭 빌려라. 그것도 색깔 진한…… 아! 형한테 해수욕장에서 낄 거라고 말하면 알아서 빌려 주실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