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09
710화
김창수는 맥주를 마시며 삼겹살을 집어 입에 넣었다.
“좋다.”
아이가 자고 있는 이 시간이 유일한 여유였다. 놀러 오면 아이와 놀아줘야 하고 지켜봐야 하니 말이다.
특히 여기는 바닷가라서 꼭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니 두 배는 더 피곤했다.
물론 바다 왔다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 흐뭇하고 피로도 풀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이가 자고 있는 이 시간이 김창수에게는 휴식이고 힐링이었다.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신 김창수가 입맛을 다셨다.
“초콜릿하고 먹을까?”
맥주에 초콜릿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김창수가 아이 초코과자라도 하나 꺼내려고 몸을 일으키려 할 때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그에 입맛을 다신 김창수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았다. 문자 내용을 확인하던 김창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장례식장?”
놀란 눈으로 문자를 보던 김창수는 그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전 아내의 번호를 찾아 급히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전 아내의 담담한 목소리에 김창수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이혼을 하기는 했지만 살을 부대끼며 산 아내다. 목소리만 들어도 지금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괜찮아?”
[…….]“어머니…… 어떻게 되신 거야.”
[어떻게 되기는 뭐가 어떻게 돼. 나 바빠. 할 말 없으면 끊어.]“야.”
[왜 그래. 나 바쁘다니까.]전 아내의 침착한 목소리에 김창수가 입을 열었다.
“너…… 나한테 문자 안 보냈구나.”
[문자? 무슨 문자?]“어머니…… 문자 봤어.”
김창수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내가 오는 것이 그리 싫었니? 연락도 하지 않을 정도로?”
[누가 연락한 거야? 혹시 아버지가 연락한 거야?]“아니야.”
[그럼 누구?]“지금 그게 중…….”
순간 울컥해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을 하려던 김창수가 작게 숨을 골랐다.
지금 자신보다 슬프고 가슴 아픈 건 그녀이니 말이다. 숨을 고른 김창수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아니셔.”
[…….]잠시 말이 없던 전 아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지 마.]“내가 어떻게 안 가니. 장모님…… 후우! 어머님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
[그래서 전 와이프 엄마 장례식장에 오겠다고? 친척들이 널 어떻게 볼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와이프가 좋아할 것 같아?]격해지려는 감정을 추스르는 듯 잠시 숨을 고른 전 아내가 말을 이었다.
[오지 마. 그리고 너는 네 인생 살아.]전 아내의 담담한 목소리에 김창수가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어머님도 내 인생이야. 그리고…… 어머님 보고 싶어.”
잠시 말을 멈춘 김창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는 못 보잖아.”
“그런데…… 나한테 정말 연락 안 하려고 했어?”
김창수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전 아내는 한숨을 쉬었다.
[피곤해.]“그래…… 뭐 필요한 것 있어?”
[……너 오면 엄마 좋아하시겠어. 엄마가 나보다 너 더 좋아했으니까.]전 아내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엄마가 며칠 전에 김치를 담갔어.]“김치?”
[많이 담갔어. 그리고…… 엄마 냉장고에 네 김치도 있어.]“내 김치?”
[너 갈치 넣고 한 김치 좋아하잖아. 우리 집에서 갈치 김치 먹는 사람 너밖에 없고.]전 아내의 말에 김창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장례식장에 놓을 테니까 가져가.]“알았어.”
[고마워. 너 오면…… 엄마가 좋아할 거야.]전 아내의 말에 김창수는 재차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잠시 텐트 안을 보았다.
텐트 안에서는 아내와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김창수는 핸드폰을 쓰다듬다가 지금 아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우리 사위 캠핑 재밌어?]“네. 너무 좋네요.”
[다행이네. 애 물 조심하게 해야 해.]“알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무릎 아프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좀 어떠세요?”
[늘 그렇지. 아! 이번에 목욕탕 동생들이 관절 잘 보는 병원 소개해 줘서 거기서 주사 맞고 있어.]“그러시구나.”
[그래 사위. 재밌게 놀고 와.]“가는 길에 어머니 댁에 들렀다가 갈게요.”
[힘들게 뭘 그렇게까지 해.]“아니에요. 저녁에 식사 같이 해요. 아! 식사 준비는 하지 마세요. 밖에서 먹을게요.”
[그래. 알았어.]장모님과 통화를 끝낸 김창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강진은 푸드 트럭 뒤에서 할머니에게 소주를 따라주고 있었다.
할머니가 귀신을 무서워하니 귀신들이 안 보이는 뒤로 와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내가 너무 무서워해서 귀신분들이 기분 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할머니가 귀신들의 기분을 걱정하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기분이 상하기는 하시겠지만…… 그분들도 이해하실 거예요.”
“그럴까요?”
“그분들도 처음에는 사람이었다가 귀신이 되신 분들이에요. 그분들도 할머니처럼 귀신을 처음 보았을 때 두렵고 무서웠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푸드 트럭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았다. 귀신들을 보는 할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떠세요?”
“조금 무섭기는 한데…….”
할머니는 귀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 삼겹살 진짜 오랜만에 먹네.”
“그러게 말입니다. 게다가 이 소주…… 입에 착착 달라붙습니다.”
“사장님이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자주 오면 좋겠지만…… 휴가지에 자주 올 수 있겠어요?”
귀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의 굳어진 얼굴이 살짝 풀렸다.
“사람하고 똑같죠?”
“그…… 그러네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텐트를 가리켰다.
“저기 노부부하고 어린 학생 귀신 보이세요?”
강진이 가리킨 곳을 본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빠져 죽었나요?”
소인명의 모습에 할머니가 의아한 듯 묻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저 두 분이 저 애 부모님이에요.”
“아…….”
할머니가 노부부를 보다가 말했다.
“아이가 늦둥이였나 봐요?”
“늦둥이는 아니고, 죽은 지 오래됐다고 하네요.”
“이런…….”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노부부를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귀신도 누군가에게는 자식이고 형제예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는 노부부와 그들의 손을 잡고 있는 소인명을 보았다.
“귀신도 누군가의 자식이군요.”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님이죠.”
강진은 할머니를 보았다.
“지금도 무서우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소인명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겁이 나기는 하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귀신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님일 테니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벨 소리에 강진이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는 번호인데.’
강진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방금 문자 받은 사람입니다.]문자라는 말에 강진이 급히 핸드폰을 보았다.
‘그분 전화구나.’
그에 강진이 스피커 모드로 바꾸고는 말했다.
“아, 네.”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시죠?]“저요?”
[지연이한테 물어보니 저한테 문자를 안 보냈다고 하는데…… 저한테 어떻게 보내신 건가 해서요.]“제가 무례한 문자를 보낸 건가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장모님 돌아가신 것 알려주지 않으셨으면……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김창수의 말에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그 시선에 할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조문 잘 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지연이…… 지인인가요?]“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괜히 제가 알려 드렸다고 하면 혼이 날 것 같습니다.”
다시 감사 인사를 한 김창수가 전화를 끊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위 착하죠?”
“착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텐트 쪽을 보던 할머니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왜 그러세요?”
“아쉬워서요.”
“뭐가요?”
“저 텐트 안에 나도 있고 우리 딸도 있고…….”
잠시 말을 멈춘 할머니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두 분 헤어질 때 마음 많이 아프셨겠어요.”
“나보다 둘이 더 마음이 아팠겠죠.”
“말리지 그러셨어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말린다고 되는 일이겠어요? 두 사람도 성인이고 오래 생각해서 결정한 일일 텐데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음식 좀 해 보실래요?”
“음식요?”
“사위가 오면 닭을 잡아 준다고 하잖아요. 마침 지금 저희 백숙 삶고 있으니…… 어머니가 만든 음식들 몇 개하고 백숙하고 같이 드릴게요.”
“저는 죽었는데 어떻게 음식을?”
“음식 해 드리고는 싶으세요?”
“네.”
강진은 할머니를 데리고 푸드 트럭 위로 올라갔다.
“백숙 다 됐어?”
“방금 하나 뜯어서 봤는데 조금 더 삶아야 할 것 같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니에게 비닐장갑을 내밀었다.
“이거 끼시면 물건을 만질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귀신들을 상대하는 곳이라 신기한 것들이 좀 많습니다.”
강진은 아이스박스를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재료가 많지 않네요.”
“뭐 있는데요?”
“김치하고 밑반찬, 채소들요. 그리고 양념들은 어지간한 건 다 있습니다.”
강진은 한쪽에 있는 배추와 무, 그리고 야채들과 양념을 보여주었다.
“밥은?”
“여기요.”
강진이 밥통을 열었다. 그것을 보던 할머니가 삶아지고 있는 백숙을 보며 말했다.
“여름에 닭곰탕 해 주면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열치열이라고 따끈한 닭곰탕 먹으면 좋겠네요. 그럼 닭곰탕 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솥에서 닭을 꺼내 닭곰탕을 할 준비를 했다.
김창수는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어난 아들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해변으로 가서, 혼자 남아 텐트를 분해하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텐트를 하나씩 분해하고 짐을 정리하는 김창수에게 강진이 다가갔다.
“이제 가시려고요?”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하며 강진을 보던 김창수가 작게 웃었다.
“음식 또 나눔 하세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삼겹살 드셔서 고기는 생각 없으실 것 같아 닭곰탕으로 했습니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웃으며 손을 털고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그런데 제가 지금 밥 생각이 없는데.”
“밥을 생각으로 드시나요. 그리고…… 음식 나눔 하는데 서운합니다.”
강진의 웃음 섞인 목소리에 김창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그가 들고 있는 쟁반을 보았다. 쟁반 위에는 닭곰탕 세 그릇과 밥 그리고 김치 겉절이가 놓여 있었다.
“제가 실례했네요. 생각해서 가져다주셨는데.”
그것도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들 것까지 가져다주었으니 말이다.
김창수는 감사 인사를 하고는 쟁반에 있는 음식들을 아이스박스 위에 놓았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수저로 닭곰탕의 국물을 뜨다가 웃으며 말했다.
“닭다리 살로만 하셨나 보네요.”
“아시네요.”
“제 장모님이 제가 닭다리 좋아한다고 여름에 닭곰탕을 끓이면 이렇게 닭다리 살만…….”
말을 하던 김창수가 곰탕에 든 닭다리 살을 수저로 건져 올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한가득 들어 있었는데…….”
닭다리 살을 보던 김창수가 그것을 한입에 크게 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겉절이를 하나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 순간 김창수의 얼굴에 묘한 감정이 어렸다.
‘이건…….’
액젓의 짠맛 때문에 어금니 살이 찌릿한 느낌이 들었는데, 상당히 익숙했던 것이다.
‘장모님…….’
장모님이 해 주시던 그 겉절이였다. 짜지만…… 곰탕하고 먹으면 맛있는 그 겉절이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