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10
711화
후루룩! 아삭! 아삭!
조금 굳은 얼굴로 음식을 먹던 김창수가 아주 맛있게 먹는 것에 할머니가 아쉬운 듯 말했다.
“우리 사위가 갈치 김치를 좋아하는데. 집에 있는데.”
‘갈치 김치?’
갈치 김치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위 어머니가 갈치 넣고 김치를 했대요. 그래서 내가 갈치 김치 담그는 것 배워서 사위 해 줬어요.”
‘비린내 안 나요?’
강진이 입모양으로 묻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숙성시켜서 먹어야 해요. 그럼 갈치가 숙성이 돼서 뼈째 씹어도 뼈가 걸리지 않고 살이 쫄깃쫄깃해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맛있게 밥을 먹는 김창수를 힐끗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갈치가 젓갈처럼 되는 건가요?”
“그럼 셈이죠. 김치 발효될 때 같이 숙성이 되니까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딸하고 헤어지고 나서도 사위 먹으라고 따로 몇 통 담가서 주고는 했는데…….”
말을 하던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죽을 줄 알았는지 며칠 전부터 김장이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김치 담그면서 사위 먹으라고 갈치 김치도 몇 통 담가 놨는데…… 나중에 숙성되면 주려고 했는데 지연이가 줄지 모르겠네.”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리는 것에 강진이 김창수를 보다가 말했다.
“음식 맛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그를 보고는 입을 손으로 닦았다.
“제가 너무 정신없이 먹었네요.”
“맛있게 드시면 저야 좋죠.”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겉절이가 좀 짜게 됐는데 입에 맞으세요?”
“제 입에는 딱 맞습니다.”
웃으며 김창수가 겉절이를 집어 입에 넣을 때, 아주머니가 어린아이를 업고 왔다.
“여보.”
아주머니의 말에 김창수가 그녀를 보았고, 할머니도 그쪽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창수 아내하고 애예요. 애가 무척 예쁘죠?”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혼을 했는데도 가끔 만나셨나 보구나.’
강진이 할머니를 볼 때, 김창수가 강진을 가리켰다.
“아까 삼겹살 가져다주신 분인데, 음식을 또 가져 오셨네.”
김창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삼겹살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음식 손이 커서요. 나눠 먹는 거죠.”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아이를 한쪽에 눕히고는 말했다.
“정리는?”
“밥 먹고 하려고. 당신도 먹어 봐. 맛이 아주 좋아.”
김창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자리에 앉자 강진이 할머니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김창수 혼자 있으면 말이라도 좀 더 걸어 볼 테지만, 가족들이 왔는데 멀뚱히 있기는 그러니 말이다.
“식사 맛있게 하고 설거지해서 가져다드릴게요.”
“아니에요. 여기다 두시면 제가 이따가 가져갈게요.”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제가…….”
말을 하던 김창수는 강진의 푸드 트럭이 있는 곳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푸드 트럭 자리 옮기셨어요?”
김창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푸드 트럭은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다만 귀신들이 모여 있어 김창수의 눈과 몸이 트럭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길가의 돌멩이처럼 말이다.
“저희 자리가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시고 그릇은 이쪽에 그냥 두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음식 감사합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푸드 트럭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할머니가 김창수와 아이를 보다가 강진의 뒤를 따라왔다.
할머니가 따라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왜 따라오세요?”
“네?”
“사위분 차 타고 가셔야 식장에 가시죠.”
“아…….”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했다.
“가서 사위분 옆에 조금이라도 더 있어 주세요. 앞으로…….”
강진이 뒷말을 하지 않고 살짝 미소를 지어주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닙니다.”
강진은 할머니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김창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저승 생활이 그리 힘들지는 않으실 거예요.’
사위 보고 싶다고 JS 직원이 여기까지 데려왔다면 인턴 급은 아닐 것이다.
인턴은 시킨 일만 한다. 귀신이 아닌 영혼을 서울에서 여기까지 데려오는 건 그 이상 정직원이나 가능할 일이었다.
최소 대리 이상이라는 것이었는데, 그만큼 저승에 어느 정도 저금이 된 돈이 있을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할머니를 보니, 그녀는 자고 있는 아이를 귀엽다는 듯 보며 말을 걸고 있었다.
“아이야, 이 할미는 너희 아빠와 친한 할머니야. 어쩜 아빠하고 이렇게 꼭 닮았니. 아빠처럼 착하고 좋은 어른으로 커야 해.”
웃으며 아이에게 말을 걸던 할머니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누구처럼 자라거나 누구처럼 훌륭하게 될 필요 없단다. 너는 그저 건강하고 웃는 사람으로 자라렴. 할머니가 기도할게.”
아이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살짝 웃고는 푸드 트럭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이상하게 할머니들한테 약한 것 같아.’
안쓰러운 할머니나 노인 귀신들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되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푸드 트럭에 온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은 백숙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강진은 선반에 늘어져 있는 소주병들을 보고는 배용수에게 말했다.
“술 안 부족해?”
“지금은 안 부족한데 저녁에 저승식당 할 때는 부족할 것 같아.”
“그거야 이따 가는 길에 술을 사면 되니 문제없고. 지금은 안 부족하다는 거지?”
“잔뜩 챙겨 왔으니까.”
배용수는 앞에 있는 소주병들을 보다가 말했다.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 그런지 다들 잔뜩 마셔 댄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귀신들에게 음식을 날라다 주는 여직원들을 보고는 말했다.
“왜 여기들 계세요. 가서 좀 노세요.”
“많이 놀았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보고는 말했다.
“휴가차 놀러 왔는데…… 저 때문에 쉬지도 못하시네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희는 늘 맛있는 음식을 먹지만 여기에 있는 분들은…….”
이혜미가 안쓰러운 눈으로 귀신들을 보았다.
여기 있는 귀신들 대부분이 물귀신이자 지박령이었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저승식당일 터였다.
그런 이혜미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혜미가 다시 귀신들을 살피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JS 물건들은 확실히 챙기고 있지?”
“나하고 직원들만 비닐장갑 하나씩 챙겼고 나머지는 다 치워 놨어.”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귀신들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며 물었다.
“현신해서 먹는 것하고 이 소주하고 맛이 많이 달라?”
“엄청 다르지.”
“얼마나?”
배용수는 소주잔을 들어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일단…… 귀신 상태로 술을 마시면 취하지를 않아.”
“그건 그렇지. 귀신은 안 취하니까.”
현신을 해서 술을 마시면 취한다. 하지만 현신이 풀리면 취기도 바로 날아가서 멀쩡해진다.
그래서 귀신들이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술을 미친 듯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이 마셔도 현신이 풀리면 취기가 사라지니 말이다.
“그리고?”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소주병을 보다가 말했다.
“조금 밍밍한 느낌이야. 소주에 물 탄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도수도 그리 막 안 높게 느껴지고. 그래서 귀신일 때는 맥주보다는 소주가 좋아. 맥주는 보리차 같아. 최소한 술을 먹는 느낌은 소주가 더 드니까.”
“그 정도 차이고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마실 수만 있으면 소주든 맥주든 무슨 상관이겠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을 챙기며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 미안한데 인명이 좀 데려올래요?”
“네.”
이혜미는 소인명 부모님 텐트로 가서는 곧 학생을 데리고 왔다.
“부르셨어요?”
“부모님 음식 뭐 좋아하셔?”
“저희 부모님요?”
소인명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가 뭐 없기는 한데 부모님 좋아하는 걸로 음식 해 드리려고.”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소인명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인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뭐 좋아하셔.”
“엄마는 삼겹살도 좋아하고 햄도 좋아하고. 계란말이도 좋아하고 김치 콩나물국도…….”
말을 하던 소인명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왜 그래?”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다가 갑자기 울먹이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소인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에요.”
“네가?”
“삼겹살도…… 햄도, 계란말이도…… 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잠시 말을 멈춘 소인명은 엄마가 있는 텐트를 보았다. 염색을 하지 않아 하얗게 서리가 내린 머리를 한 엄마를 보며 소인명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소인명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도 좋아하는 거지.”
“엄마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강진이 어깨를 작게 툭툭 치자, 소인명이 손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엄마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기분이 좋으실 거야.”
“놀고 온다고 했는데…… 오지를 못했어요. 죽을 때 엄마하고 아빠한테…… 너무 미안하고 미안했어요.”
감정이 격해진 소인명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놀고 온다고 했으면…… 놀고 왔어야 했는데.’
강진이 안쓰러운 듯 볼 때, 소인명은 엄마와 아빠에게 미안했던 것을 계속 말했다.
“엄마가 잘 놀다 오라고 십만 원도 줬는데 그거 쓰지도 못하고…… 흑흑흑.”
강진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야, 인명이한테 부모님 음식 취향 물어서 좀 하고 있어.”
“너는?”
“나는 백숙 좀 나눠 드리고 올게. 이거 빨리 돌려서 나눠 먹어야지, 안 그러면 버린다.”
“알았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소인명을 보았다.
“형 이거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올게. 너는 용수 형한테 부모님들 식성 이야기해 줘. 그래야 용수가 맛있게 음식 해서 드리지.”
“잘…… 모르겠는데.”
“부모님 식성을 잘 모르겠으면 네 식성이라도 잘 이야기해. 자식 음식 취향은 어머니 취향 따라가는 법이니까.”
“제 입맛요?”
“너에게 가장 많이 음식을 해 준 분이 어머니잖아.”
“그야…… 그렇죠.”
“그럼 어머니는 자기 입에 맛있게 해서 줬을 거야. 자식한테는 맛있는 음식을 주려고 하니까. 그럼 네가 맛있게 느끼는 맛은 어머니의 입맛과 닮았을 거야.”
강진은 소인명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니까 네 입맛을 저 형한테 잘 이야기해. 그럼 저 형이 엄마하고 아빠한테 맛있는 음식을 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