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11
712화
강진은 백숙이 담긴 국그릇들을 들고 인근 텐트들에 나눠 주었다.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맙다고 감사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주변 사람들에게 백숙들을 나누어 준 강진은 김창수 쪽 텐트를 보았다.
아이를 무릎에 앉힌 그는 닭곰탕에서 닭살을 하나씩 꺼내 후 불어서는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의 시선을 느끼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도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푸드 트럭으로 돌아왔다.
“음식 다 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준비한 음식들을 보았다.
예쁘게 말려 있는 계란말이와 삼겹살, 김치 콩나물국과 밑반찬 그리고 백숙이 그릇에 담겨 있었다.
계란말이는 파를 썰어서 만든 스타일이었다.
“당근은 안 넣었네?”
“보통 집에서는 계란말이 그냥 하든가 파만 넣고 하니까. 당근은 그냥 멋 내는 거지.”
배용수는 소인명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인명이 말이 자기 집에서는 파 넣고 만들었대.”
“그럼 그렇게 해야지.”
“그리고 햄은 없어서 못 했어.”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음식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근데 조금 식단이 안 어울리네.”
“백숙만 빼면 괜찮게 어울리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백숙과 삼겹살을 보았다. 확실히 고기 음식이 두 개가 있으니 묵직해 보였다.
게다가 백숙에는 국물이 있으니, 김치 콩나물국하고도 겹쳤다. 그러니 백숙만 빼면 나머지끼리는 한상 차림으로 어울렸다.
강진은 쟁반에 음식들을 올리고는 소인명을 보았다.
“가자.”
소인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조심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에 소인명이 환하게 웃으며 노부부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엄마와 아빠를 부르며 뛰어가는 소인명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강진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잠깐. 이 자식…….”
갑자기 눈을 찡그리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물었다.
“왜 그래?”
“휴우! 지금 생각난 건데…… 인명이 총각귀신이 아니야.”
“응?”
“총각귀신이 아니라고.”
자신은 지금 죽고 귀신이 된다면 백 프로 총각귀신인데…… 소인명은 아닌 것이다.
강진이 투덜거리는 것에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말을 하던 배용수가 소인명을 보더니 호오! 하고는 웃었다.
“요즘 애들이 빠르기는 하지.”
“인명이는 요즘 애들 아니잖아. 한 이십 년 된 애인데…….”
“그때도 조숙한 분들은 다…….”
배용수는 뒷말을 삼키고는 미소를 지었다.
“형님이시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형님이 맞기는 하네.”
배용수가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형님이 맞기는 했다.
고등학생 정도의 모습이지만 노부부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마흔은 충분히 넘었을 테니 말이다.
“형 빨리요!”
소인명이 자신을 보며 외치는 것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총각귀신으로 죽으면 안 되는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어린 놈.”
그렇게 말하는 배용수 또한…… 총각귀신이 아니었다.
소인명의 부모님은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음식을 많이 해서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웃었다.
“정말 손이 크시군요.”
“그러게요. 아까 보니 다른 텐트에도 음식들 나눠 주시던데.”
“제가 식당을 해서요. 조금씩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손이 커서야.”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음식도 나눠 주시고. 복 받으실 거예요.”
“저도 꼭 복 받았으면 합니다.”
가볍게 웃으며 답을 한 강진이 쟁반을 살짝 들었다.
“이거 어디에 둘까요?”
“여기에 두세요.”
할머니가 캠핑 테이블에 놓인 물건들을 옆으로 밀자, 강진이 그 위에 쟁반을 놓았다.
“계란말이를 참 예쁘게 잘했네요.”
“음식 장사를 하니까요.”
강진은 슬며시 주위를 보며 말했다.
“식사하실 때 옆에 좀 앉아 있어도 될까요?”
“그러세요.”
할아버지가 캠핑 의자를 가리키자, 강진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 강진을 보며 할머니가 말했다.
“음료수 한 잔 드릴까요?”
“좋죠.”
“커피 괜찮아요?”
“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아이스박스에서 커피를 꺼내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강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음식을 계속 했더니 몸이 익어 버릴 것 같았는데 시원한 것 먹으니 좋네요.”
“놀러 왔으면 놀다 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 음식만 해 줘서 어떻게 해요.”
“밖에 나와서 음식 하는 것이 조금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제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좋아하는 것 보는 게 힐링 아니겠어요?”
“음식 하고 그 음식 맛있게 먹는 사람들 보는 거요?”
“네.”
강진은 푸드 트럭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귀신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즐거워 보이는 것이 느껴지자 강진이 미소를 짓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돈 받고 파는 것이 아니라서 더 기분이 좋네요.”
“장사하는 사람이 그런 마인드 가지면 되겠어요?”
“매일 하는 것도 아닌걸요.”
말을 하던 강진은 아차 싶어서는 음식을 가리켰다.
“식사하세요.”
“고마워요.”
할머니가 수저로 백숙 국물을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물이 아주 좋네요.”
“닭을 많이 넣고 삶아서 국물이 아주 진하게 나왔습니다.”
“여기에 칼국수 넣고 먹어도 맛있겠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닭칼국수.”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해 달라는 말은 아니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텐트를 보다가 물었다.
“저 실례가 안 되면 텐트 좀 구경해도 될까요?”
“텐트요?”
“제가 캠핑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요.”
“그렇게 하세요. 여보.”
“저 혼자 봐도 되는데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안에 들어가면 남편이 잘 샀다고 생각하는 용품들 많아요. 자랑할 기회 좀 주세요.”
“그래요. 내가 정말 싸고 좋은 물건들을 사 놓았거든요. 보고 괜찮으면 내가 몇 개 선물해 주겠습니다. 들어오세요.”
“그래도 식사하셔야 할 텐데…… 그럼 식사 다 하시고 구경시켜 주세요.”
“하하하! 텐트가 커 봤자 얼마나 크다고요. 금방 끝납니다. 들어오세요.”
할아버지가 기분 좋은 얼굴로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김을 뿜어내는 백숙을 보던 할머니가 닭다리를 뜯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짓다가 아이스박스에서 고추와 된장을 꺼내 찍어 먹었다.
“맛있네.”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삶아진 닭다리를 씹던 할머니는 계란말이를 보고는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란말이도 간이 잘 맞고 맛있게 말아져 있었다. 안쪽도 촉촉하게 잘 익었고 말이다.
계란말이를 먹고 다른 반찬을 먹으려던 할머니가 작게 웃었다.
“음식 궁합이 이상하네.”
계란말이는 그렇다 쳐도 백숙이 있는데 삼겹살이 있고, 백숙 국물이 있는데 김치 콩나물국도 있었다.
고기 음식이 두 개에, 국물 음식도 두 개가 같이 있으니 이상한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하셨나 보구나.”
작게 중얼거린 할머니가 김치 콩나물국을 떠서 먹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네.”
웃으며 김치콩나물국을 떠먹던 할머니는 계란말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인명이가 아침에 이렇게 먹으면 좋아했는데.”
할머니의 중얼거림에 소인명이 그녀를 보았다.
“맞아. 엄마가 이렇게 아침 해 주면 금방 먹고 학교 갔는데.”
소인명은 계란말이와 김치 콩나물국을 보았다. 계란말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이었고, 김치 콩나물국은 아빠가 술을 먹고 나면 해장용으로 먹던 것이었다.
소인명은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서 후다닥 먹고 나가는 것을 좋아했었다.
할머니는 계란말이를 보다가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익숙한 맛이네. 내가 한 것하고 맛이 비슷한 것 같아.’
워낙 평범한 음식이라 누가 해도 비슷한 맛을 낼 것 같지만, 할머니는 계란말이가 자신이 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텐트 안에 들어온 강진은 작지만 집처럼 꾸며져 있는 실내를 볼 수 있었다.
“뭐가 많죠?”
할아버지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을 보았다.
“신기하네요. 안도 꽤 넓은 것 같고.”
“비 오는 날에는 저기 안에 천막 치고 비 구경하면 좋아요. 그리고 안이 작아 보여도 없는 것이 없어요.”
“그런 것 같네요.”
“예전에는 TV를 보는 것이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핸드폰으로도 볼 수 있으니 드라마도 보기 좋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텐트 한쪽에 걸려 있는 옷에 눈이 갔다.
교복과 사복, 그리고 정장 몇 벌이었다.
강진이 옷을 보자 할아버지가 그쪽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옷입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옷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드님도 자주 오시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걸려 있는 옷을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교복을 쓰다듬었다.
“놀러 간다고 나가서…… 아직 안 오는군요.”
할아버지는 옷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잡아 떼어내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인명이 잘 놀고 오면 입히려고 이렇게 옷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옷을 보았다.
‘나중에 놀고 오면, 이라…….’
아마도 노부부는 나중에 죽을 때 소인명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고 옷을 준비한 것 같았다.
아니면…… 소인명이 죽었다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아직 놀러 나가서 오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죽은 자식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를 보던 강진은 다시 옷을 보았다. 옷들은 좀 오래되어 보이기는 했지만 깨끗했다.
‘인명이 나이 먹을 때마다 그 나이에 맞는 옷을 사다 걸어 놓으셨나 보구나.’
교복은 소인명이 입었을 옷이고, 좀 젊어 보이는 사복은 대학을 갔을 때, 그리고 정장은 사회에 나왔을 나이가 되었을 때쯤 산 모양이었다.
두 노부부는 아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옷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옷 중에는 결혼을 할 때 입을 법한 턱시도도 한 벌 있었다.
옷을 매만지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이 고등학생 때…… 여기에 친구들하고 놀러 왔다가…… 집에 안 들어왔습니다.”
강진이 보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진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자,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옷을 보다가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에 들어갔다 나온 할아버지의 손에는 만 원짜리가 쥐어져 있었다. 강진은 그 돈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는데, 만 원짜리 전부 구권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옛날 돈을 잠시 보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돈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인명이가 쓰지 못했다는 돈이구나.’
놀러 간다고 엄마가 줬다는 용돈…… 하지만 결국 쓰지 못하고 남겨 둬야 했던 돈을 할아버지가 주머니에 그대로 넣어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