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종목을 정하는 것에서는 강진과 오철진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방관자 입장에서 더 나아가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종목은…….”
“빙고 어때요?”
“빙고는 좀 그렇지 않나? 그것도 머리싸움인데.”
“빙고가 머리싸움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그거 말고 주사위 던지기 어때요?”
“그건 게임 많이 해 본 사람이 유리하지 않아요?”
“가위바위보 어때요?”
자신이 생각을 한 가위바위보가 나오자 강진이 사람들을 보았다.
‘이건 내가 생각한 건데?’
가위바위보 정도면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가위바위보도 잘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늦게 낼 수도 있으니 말이 나올 수도 있죠.”
“전에 제가 미드 보니까, 가위바위보 잘하는 방법도 있던데?”
“그리고 난 가위바위보 못 해서 싫어요.”
“가위바위보를 못하는 것이 어디에 있어요?”
“하면 늘 제가 져서 싫습니다.”
“그럼 동전 던지기 어때요?”
“동전 던지기?”
“앞면 뒷면 정해서 원하는 것 나오면 이기는 걸로 하면 되잖아요. 이건 뭐 실력이 필요 없이 오직 랜덤이잖아요.”
말을 한 사람이 또 다른 생각이 났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한 번에 모두 참여가 가능하네요.”
“모두?”
“앞면이나 뒷면을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정하는 거죠. 그리고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뒷면 고른 사람은 모두 탈락이고 앞면 고른 사람은 모두 승.”
“하지만 동전 정하기로 이런 일을 정하는 건…….”
“어떤 종목을 정해도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위바위보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주사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분들이 운으로 하는 게임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몰라도, 뭘 말해도 거부를 할 사람은 있을 겁니다.”
동전 던지기를 주장하는 인턴의 말에 다른 인턴들이 입맛을 다셨다.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럼 동전 던지기?”
“확실히…… 실력하고는 상관없이 랜덤이기는 한데. 게다가 고르는 것은 운이고.”
“하지만 확률은 있잖아.”
“하긴, 앞이 두 번 나올 확률은 더 떨어지니까.”
“확률이라…….”
인턴들이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며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9시 30분…….’
이제 슬슬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입을 열었다.
“종목은 정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동전 던지기로 하시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렸다. 막상 운명을 동전에 맡기려니 불편한 것이다.
“생각을 할 시간이 더 필요하면 내일 다시 모이는 것도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얼굴을 손으로 쓸어다가 몸을 일으켰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내일까지 기다리면서 속 졸이지 말고 그냥 오늘 다 합시다. 최소한 내일은 속 편하지 않겠습니까?”
황규식의 말에 몇몇 인턴이 한숨을 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되든 안 되든 이걸로 더 이상 머리 아프기 싫네요.”
“그렇게 합시다.”
인턴들의 분위기가 지금 하자는 걸로 가자, 강진이 종이 한 장을 꺼내왔다.
“그럼 시작하기 전에…….”
강진이 종이를 들었다.
“여기다가 간단하게 이렇게 쓸 겁니다. 태광무역 인턴들은 인기 인턴 뽑는 방법에 대해 모두 동의한다. 승부 결과에 전적으로 승복할 것을 맹세하면 승리한 사람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그리고 밑에 자신들의 이름을 적으시면 됩니다.”
“그게 무슨 법적인 효과가 있습니까?”
오철진의 물음에 강진이 사람들을 보며 말을 했다.
“철진 씨 말대로 이건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어기면 어긴 사람에게는 효력을 발휘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일단 서명부터 하시죠.”
강진이 종이에 자신이 한 말을 적고는 그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는 종이와 펜을 옆으로 밀자 황규식이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한 듯 이름을 적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인턴들이 글에 이름을 적었다.
모든 이름이 적히자 강진이 그것을 핸드폰으로 찍고는 종이를 오철진에게 내밀었다.
오철진이 종이를 받아 탁자에 내려놓고는 강진을 보았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다는 겁니까?”
“철진 씨가 말했습니다. 태광무역은 능력 있는 인재도 원하지만 인성도 본다고요.”
멈칫!
강진의 말에 오철진의 얼굴에 순간 당황이 어렸다. 하지만 곧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진이 한 말에는 자신이 황은미를 돕는 이유는 담겨 있지 않으니 말이다.
“맞습니다. 태광무역은 인성과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원합니다.”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만약 승부에 승복하지 않은 사람이 생겨, 인기 인턴이 안 나온다면 저는 이 각서를 회사 게시판에 올릴 겁니다.”
강진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걸?”
“왜?”
“간단한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태광무역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인턴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기…… 이 투표, 비밀 투표 아닙니까?”
한 인턴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지만, 자신에게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사항이 있다면 기명 투표일 겁니다.”
“아…….”
강진의 말에 질문을 했던 인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턴들이 각서를 보았다. 혹시라도 인기 인턴이 안 나온다면 자신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신용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이 내용이 회사 게시판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걸 왜 당신이 결정합니까?”
한 인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겁니다.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강진의 말에 그에게 항의를 한 인턴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대로 약속을 지키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다.
‘만약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나빠지겠지.’
‘……그럼 인사고과가 나빠질 테니 경쟁자가 줄어들 수도 있는 일이야.’
그런 생각이 든 인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그럼 동전 던지기로 하죠. 동전은 제가 먼저 던지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인턴 한 명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건 또…….”
“이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저나 오철진 씨, 그리고 최동해 씨 이 셋 중 한 명이 나서서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강진 씨 말대로…… 우리들이 하는 것보다 차라리 강진 씨처럼 방관자가 하는 것이 낫습니다. 우리들 중 한 명이 하면 누구든지 뒷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빨리 진행합시다. 어쨌든 답은 동전 던지기고, 동전을 던져야 끝날 것 아닙니까.”
그러고는 황규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동전 두 개를 꺼냈다.
탓! 탓!
동전 두 개를 양쪽 테이블에 올려놓은 황규식이 말했다.
“일대일로 하면 너무 오래 걸리니 화끈하게 이렇게 합시다. 이쪽 테이블은 숫자가 나오면 승, 이쪽 테이블은 학이 나오면 승.”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사람들을 보았다.
“화끈하시네요. 그럼 시간 더 끌지 말고 시작하죠. 제 양쪽 테이블로 서세요.”
“시험 삼아 한 번 던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황은미가 긴장된 얼굴로 묻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시험 삼아 던지면 머리만 복잡해질 겁니다. 그냥 감을 믿고 고르세요. 숫자나 학 중에서요.”
“어서 시작하죠.”
황규식의 말에 따라 사람들이 동전을 보다가 양쪽으로 갈라져서 서기 시작했다.
학으로 간 사람이 다섯, 숫자로 간 사람이 아홉이었다. 하지만 숫자로 간 사람 중에 둘이 다시 학으로 넘어가서 결국은 7 대 7로 수는 맞춰졌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주방으로 가더니 냄비를 하나 가져다가 테이블 위에 놓았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동전이 냄비에서 튕겨져 테이블 밑으로 떨어져도 낙이 아닙니다.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확인해서 결정하겠습니다.”
“후우!”
“제발…… 학 나와라.”
인턴들이 긴장된 눈으로 강진의 손을 볼 때, 강진이 냄비를 조준하고는 동전을 튕겼다.
파앗!
휘리릭!
동전이 솟구치더니 그대로 냄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탓! 챙그랑!
동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인턴들의 시선이 급히 냄비로 향했다.
그리고…….
“숫자다!”
“수다!”
“아…….”
“이런!”
수가 나온 인턴들이 환호를 질렀고, 학을 고른 인턴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런 인턴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강진은 동전을 오철진에게 주었다.
“이번에는 철진 씨가 던지세요.”
“그러죠.”
오철진이 동전을 쥐고는 이번에 이긴 7명의 인턴을 보았다.
“선택하세요.”
오철진의 말에 인턴들이 패배한 인턴들을 힐끗 보았다. 그 시선에 학을 고른 인턴들이 입술을 깨물고는 뒤로 물러났다.
뭐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방금 전까지 호응했던 일을 바로 부정하기에는 사람들의 눈이 의식이 되었다.
다만…….
‘누가 좀 나서라.’
‘나서기만 하면 나도 같이 초를 쳐 줄게.’
총대를 메 줄 사람만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 일곱을 보며 오철진이 동전을 들어 보이자, 살아남은 인턴들이 서로를 보다가 두 사람은 그대로 남고 다섯은 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숫자가 한 번 나왔으니 다음에는 확률적으로 학이 나올 확률이 크다.
두 번 연속 숫자가 나오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인턴들이 오철진을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오철진이 툭 하고는 동전을 튕겼다.
탓! 챙그랑!
냄비 안에 떨어진 동전이 몇 번 흔들리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다!”
“나이스!”
숫자를 고른 두 인턴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패배한 인턴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한 인턴이 입을 열자 모든 인턴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리고 그 인턴이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강진이 각서를 내려놓았다.
탓!
소리 나게 각서를 내려놓은 강진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게 어떠한 의미인지는 그 인턴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굳어진 얼굴로 각서를 보던 인턴이 입술을 깨물고는 소주잔을 들어 마셨다.
꿀꺽!
그러고는 소주잔을 내려놓은 인턴이 말했다.
“쿨하게 웃어 주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속이 무척 쓰리네요. 승자 결정되면 문자 주세요. 각서대로…… 표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인턴이 몸을 돌려 가게 문을 열고는 나가 버렸다. 그 모습에 패배한 인턴들 중 몇이 따라 가게 문을 나섰다.
어차피 패배한 이상 승자가 누가 되는지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남은 승리한 인턴 둘이 서로를 보다가 말했다.
“승부를 보죠.”
한 인턴의 말에 강진이 냄비의 동전을 꺼내 최동해에게 주었다.
“마지막은 동해가 던져.”
“제가요?”
“나와 철진 씨는 한 번씩 던졌어. 이제 네가 던져.”
강진이 동전을 주자 최동해가 그것을 받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럼 선택하세요.”
최동해의 말에 남은 인턴 둘이 서로를 보았다.
“어디로 갈 겁니까?”
“학이요.”
상대의 답에 남은 남자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세요.”
남자의 말에 상대가 그를 보다가 긴장된 얼굴로 학이 있는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어렸다.
‘확률적으로 내가 유리해.’
세 번 연속 숫자가 나올 확률…… 보다는 이번에 학이 나올 확률이 더욱 큰 것이다.
하지만 미소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후우! 하죠.”
인턴의 말에 최동해가 동전을 들고는 튕겼다.
파앗! 챙그랑!
냄비에 떨어진 동전을 인턴들이 급히 확인했다. 그리고 숫자를 선택한 인턴의 얼굴이 붉어졌다.
냄비에 있는 동전은 숫자였다.
냄비에 있는 동전을 본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률은 확률일 뿐인가?’
확률로만 본다면 확실히 학을 고른 사람이 유리했지만, 결론은 숫자를 고른 인턴이 승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