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6
758화
음식을 하는 곳에 다가오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했다.
“냄새좋네.”
“고기 국수라는 건데 드셔들 보셨어요?”
“고기 국수?”
할머니들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제주도 향토 음식이에요. 돼지 고기 육수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건데, 전에 먹어 보니 맛 괜찮더라고요. 안 드셔 봤을 것 같아서 좀 만들어 봤어요.”
“제주도 음식?”
“제주도 음식은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음식이 뭐야. 제주도 사람도 한 번도 못 봤는데.”
“하긴, 우리는 이 동네를 떠나 본 적도 없으니까.”
할머니들이 웃는 것을 보며 강진이 푸드 트럭에서 국수를 데울 때 사용하는 국자를 가지고 왔다.
그 국자에 면을 담고 육수에 담갔다 빼며 따뜻하게 만든 강진이 그것을 그릇에 담아 배용수에게 주었다.
그러자 배용수가 그 위에 고기 고명과 파를 올려서는 할머니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할머니들이 한쪽에 자리를 잡은 뒤 국수를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국수 더 있으니 더 드실 분은 더 드세요.”
“강진아 고마워.”
“아주 맛이 좋아.”
할머니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김장 도와주시는데 음식밖에 드릴 것이 없어서 제가 미안하죠. 맛있게 드세요.”
할머니들이 웃으며 다시 국수를 먹기 시작하자, 같이 국수를 먹으려던 강진은 근처에 서서 멍하니 이쪽을 보고 있는 돼랑이 가족들을 보았다.
돼랑이 가족들은 입에서 하얀 침을 질질 흘리며 할머니들이 국수를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의 발밑에는 먹다 만 무 조각들이 있었다.
김장할 때 사람만 음식을 얻어먹는 것이 아니다. 돼랑이와 그 가족들도 할머니들이 던져주는 배추와 무 조각들을 먹으며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할머니들이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들을 먹으니…… 방금 전까지 맛있게 즐기던 무에 눈이 안 가는 것이다.
주르륵! 주르륵!
침을 질질 흘리며 국수를 보고 있는 돼랑이 가족들을 보던 강진이 푸드 트럭에서 사료 포대를 꺼내왔다.
김장하러 오는 길이라서 돼랑이 가족 주려고 사료도 챙겨 온 것이다.
물론…… 애들이 이렇게 컸을 줄 모르고 한 포대만 가져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부스럭! 부스럭!
사료 포대를 들고 오는 소리에 돼랑이 가족들이 벌떡 일어나서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마치 공원에 사는 강아지들처럼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는 멧돼지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기다려. 저기에다 부어 줄게.”
강진은 한쪽에 있는 가마솥에 사료를 부었다. 가마솥에는 돼랑이 가족들 먹으라고 놓은 배춧잎들이 있었다.
손질하면서 떼어낸 배춧잎이지만 돼랑이 가족들은 이것도 잘 먹으니 말이다.
쏴아악!
사료 한 포대를 부운 강진은 돼랑이를 보았다. 돼랑이는 침을 흘리며 사료를 보고 있었다.
“어서 먹어.”
강진의 말에 새끼들이 돼랑이를 보자, 돼랑이는 돼순이와 함께 가마솥에 머리를 넣고는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돼랑이와 돼순이가 솥에 머리를 박고 사료를 먹는 동안 새끼들은 뒤에서 멍하니 먹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애들이 컸다고 이제는 부모부터 밥을 먹나 보네.’
아이들이 작을 때는 애들 먼저 먹이고 돼랑이와 돼순이가 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애들이 컸다고 둘이 먼저 밥을 먹는 모양이었다.
아드득! 아드득!
사료가 요란하게 씹히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은 돼랑이 새끼들을 보았다.
돼랑이 새끼들은 땅에 엉덩이를 붙인 채 아빠 엄마가 사료를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르륵! 주르륵!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돼랑이 새끼들은 눈썹이 완전한 은색이었다.
‘돼랑이보다 새끼들 눈썹이 더 은빛인 것 같네. 어릴 때부터 JS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돼랑이 새끼들이 슬며시 고개를 돌려 고기가 삶아지는 솥 쪽을 보았다.
침을 흘리며 쳐다보다 그쪽으로 움직이려 하자, 강진이 급히 녀석들의 앞을 막았다.
“저건 너희들이 먹으면 안 돼.”
돼지가 돼지를 먹는다고 죽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옛날 집에서 키우던 돼지들은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들을 먹었으니 그중에는 돼지 살점이나 그런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돼지가 돼지를 먹는 건 아무래도 양심에 걸려 먹게 할 수는 없었다.
꾸이이익!
강진이 막아서는 것에 돼랑이 새끼가 크게 울음을 토하고는 솥 쪽을 보았다.
아무래도 냄새가 많이 안 나는 사료보다는 냄새를 흘리는 수육 쪽에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솥 쪽으로 가려는 새끼들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다시 뭐라고 말을 하려 할 때, 어느새 다가온 돼랑이가 강진의 옆에 서서는 새끼들을 보았다.
푸루룩!
그리고 작게 숨을 토하자, 새끼들이 슬며시 몸을 돌려서는 사료 쪽으로 가서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돼랑이 몸을 툭툭 쳤다.
“아빠의 위엄 있는 모습, 멋지고만.”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작게 고개를 흔들어 입가에 흐르는 침을 털어냈다. 그런 돼랑이를 보며 강진이 말을 했다.
“형이 며칠 있다가 사료를…….”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돼랑이 새끼들을 보았다.
‘저 녀석들 식성으로는 하루에 한 포대는 먹을 것 같은데.’
아니 두 포대도 먹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슬쩍 솥 쪽으로 가서는 사료를 보았다.
큰 솥이기는 하지만 새끼들이 모두 머리를 이리저리 박아 안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아드득! 아드득!
단단한 사료를 씹어 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소리만 들어도 사료 줄어드는 속도가 감이 오자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진짜 잘 먹네. 이거 한 포대로는 한 끼 밖에 안 되겠는데?’
전에는 한 포대를 가져다가 창고 앞에 두고 알아서 먹게 했는데…… 지금 애들 생각을 하면 한 번에 많이 가져와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에 두지?”
전처럼 창고 앞에 두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다. 눈이나 비에 포대가 젖을 수도 있고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했다.
“형이 내일부터 아침에 한 번씩 사료를 가져올게. 아침에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푸르륵! 푸르륵!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고맙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발로 땅을 긁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돼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 타고 매일 오는 것은 불가능한 거리지만, 가게에서 JS를 통해 오면 길어야 오 분에서 십 분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여기 오는 게 많이 뜸하기도 했지.’
만복 형하고 달래 누나가 있었다면 서운해했을 것이었다. 자기들 갔으면 강진이라도 자주 와서 할머니들 외롭지 않게 좀 해 주기를 바랄 테니 말이다.
먼 길 오는 것도 아니고 시간 많이 잡아먹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문을 두 번 통과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동안 바빠서 못 온 것도, 멀어서 못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었다.
강진이 슬쩍 하늘을 보았다.
“미안해요. 앞으로 할머니들 보러 자주 올게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밥을 먹는 돼랑이 새끼들 등을 손으로 긁으며 주위에 있는 집들을 보았다.
‘자주 오는 건 자주 오는 거고…… 사료를 좀 여기에다 쌓아 놓을까?’
주위에 있는 집들은 모두 폐가였지만, 할머니들이 모여서 TV를 보는 집과 만복과 달래 장난감이 있던 집은 멀쩡했다.
집들을 둘러보던 강진은 국수를 들고 걸음을 옮기는 신수조를 보았다.
“신수조 씨.”
강진의 부름에 걸으며 국수를 입에 넣던 신수조가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 비바람 정도 막아 줄 집 있을까요?”
“집요?”
“이제 곧 겨울인데 이 녀석들 먹을 사료 좀 쌓아 두려고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돼랑이 애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저기 세 번째 집이 그래도 벽이랑 지붕 같은 게 멀쩡해요.”
“그래요?”
“잠자는 것도 아니고 사료 쌓아 두기에는 충분할 거예요. 아니면 국수 먹고 좀 봐 줄게요.”
“고맙습니다.”
“사료 넣어 둘 거면 비만 안 새면 되는 거죠?”
“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국수를 후루룩 먹으며 할머니들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신수조를 보던 강진은 배용수에게 다가갔다. 배용수는 고기국수를 들고 먹고 있었다.
“맛있어?”
“맛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릇에 국수를 담고는 육수를 떠서 담았다. 그리고 배용수가 잘라 놓은 고기와 파를 그 위에 올리고는 할머니들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많이들 드세요.”
“그럼. 많이 먹어야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국수를 먹으려다가 앞에 놓인 막걸리를 보았다.
막걸리 역시 JS에서 사온 것이었다. 할머니들이 막걸리를 한 모금씩 마시며 기분 좋게 국수를 먹는 것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막걸리 사 오기를 잘 했네. 역시 참에는 막걸리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자신도 한잔하려고 그릇을 찾을 때, 신수호가 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아! 고맙습니다.”
강진이 그릇을 받자 신수호가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신수호가 따라주는 막걸리를 받은 강진이 웃으며 입에 그릇을 가져갔다.
꿀꺽! 꿀꺽!
그릇에 담긴 막걸리를 한 번에 마신 강진이 웃으며 잔을 그에게 내밀었다.
신수호가 잔을 받으며 말을 했다.
“이강진 씨가 한끼식당을 맡은 지 일 년이 지났군요.”
“일 년 하고 한 석 달 정도 지났죠.”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 이강진 씨를 만났을 때는 사실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신수호가 그를 보았다.
“가게 팔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네요.”
오 년 운영이라는 계약 내용만 없었으면 명의 이전과 함께 팔아 버렸을 것이었다.
그 때 강진에게 한끼식당은 그저 돈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던 신수호가 그릇을 들었다. 그에 강진이 막걸리를 따라주자 신수호가 말을 했다.
“앞으로 가게 제가 보지 않을 겁니다.”
“네?”
강진이 놀라며 묻자, 신수호가 막걸리 그릇을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그동안은 어머니와 저희가 살던 집과 가게가 걱정돼서 늘 지켜보았습니다. 강진 씨가 잘 하는지도 걱정이 되었고요.”
“그야…… 그렇죠.”
가게에서 하는 혼잣말도 신수호가 다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강진이 신수호를 부르면 귀신처럼 알고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는 것이다.
“이제는 가게 걱정 안 하시는 모양이네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안 합니다.”
“믿어 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막걸리를 마시고는 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그릇을받은강진이신수호가막걸리를따라주자슬며시말을했다.
“그럼명의이전은?”
“앞으로삼 년하고 팔 개월 남았군요.”
“아……역시그렇죠.”
“그렇습니다.”
신수호의말에강진이입맛을다시고는막걸리를마셨다.
‘이거 안 먹히네.’
어쩐지자신에게친근하게구는신수호의모습에 슬며시 명의 이전을 말했는데…… 역시 기간을 채우기 전에는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변호사이니 계약 쪽으로는 빡빡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명의이전을안해도가게가자신의것인건바뀌지않지만……그래도명의가자신의앞으로있는것과아닌것은다르니명의이전을하면기분은좋을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건물이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입맛을다시며강진이 막걸리를 마셨다.
꿀꺽!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