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25
827화
아직 눈을 뜨기도 힘들 아기들인데 이상하게도 눈이 똘망똘망했다. 그런 아기들을 보고 애를 봐 주는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보통 태어나고 며칠은 눈도 잘 못 뜨고 그냥 하품만 많이 하는데…… 아이들이 무척 건강한가 봐요. 벌써 이렇게 눈도 잘 뜨고 주위를 보려 하고요.”
“늦게 온 만큼 보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런 모양일세. 우리 아들하고 딸이 애를 오래 기다렸거든.”
“그러게요. 보고 싶은 것이 참 많은가 봐요. 주위를 이리 잘 보네요.”
조순례와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아이들을 보았다.
‘원래 애들은 이렇지 않나?’
신생아를 본 적이라고는 아주 어릴 적 친척 동생들뿐인데…… 그 기억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태어나고 며칠 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두 아기가 다른 신생아들보다 더 건강한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주머니 말을 들으니 애들이 눈을 더 잘 뜨는 모양이었다.
‘이것도 소희 아가씨의 축복 덕인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을 볼 때, 황민성이 조순례에게 말했다.
“어머니, 동네에 큰 소나무 집 아시죠?”
“알지. 나무가 참 멋지잖니.”
“장인께서 거기로 이사를 오시겠대요.”
“그래? 그거 참 잘 됐구나. 사돈어른도 혼자 오래 사셨으니 지금이라도 이슬이하고 가까이 살면 참 좋지. 그리고 손주들도 자주 보고 말이야.”
“그러게요.”
“음……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우리와 같이 사시자고 말씀드려 보렴.”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장인께서 혼자 사시는 것이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혼자 사는 것이 편한 사람이 어디 있나. 혼자면…… 외로운 게지.”
그러고는 조순례가 벽에 손을 대고 일어나려 하자, 황민성이 그녀를 부축했다.
“내가 사돈하고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어.”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이원익과 장춘심을 보았다.
두 귀신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애가 작네.”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너무 귀엽네요.”
이원익은 아이를 보다가 장춘심을 보았다.
“당신…… 우리 애 안 낳은 거 후회 안 해요?”
“후회요?”
“그…… 애 갖지 말자고 한 건 나잖아요.”
이원익의 말에 장춘심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애 키울 자신 없었어요. 그리고 애가 없어서 우리 둘이 하고 싶은 거 많이 했잖아요. 여행도 많이 가고…… 놀러도 많이 가고.”
“그래도…….”
“나는 당신만 있으면 괜찮아요.”
장춘심의 말에 이원익이 웃으며 그녀를 보다가 아이를 보았다.
“애들이 참 건강해 보이고 예쁘네.”
“그러게요.”
두 귀신이 이야기를 나눌 때, 황소희가 입을 크게 벌렸다가 작게 칭얼대기 시작했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 뭐가 마음에 안 들어요?”
아주머니는 웃으며 황소희의 몸을 살펴보다가 웃었다.
“우리 소희 똥 쌌구나.”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힐끗 김소희를 보았다. 그 시선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나 아니네. 작은 소희 이야기일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황소희를 보았다.
“많이 쌌네요.”
“애들이 건강해요. 싼 것만 봐도 태어난 지 백일 된 것 같아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아이를 볼 때, 황희가 코를 벌렁거리다가 크게 울음을 토했다.
“응애! 응애!”
그 모습에 아주머니가 웃었다.
“소희 똥 냄새에 왕자님도 놀랐나 보네요.”
“그러게요. 냄새가 많이 나네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김소희를 보다가 급히 웃음을 멈췄다. 김소희가 눈을 찡그린 채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소희일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작은 소희죠. 큰 소희 똥 냄새가 아닙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황소희를 보았다.
“우리 조카님 많이 먹고 많이 싸. 그래야 빨리 크죠. 고모가 살아 있으면 우리 작은 소희한테 검도 알려 주고 꽃 그리는 것도 알려 줄 텐데.”
웃으며 김소희가 황소희를 볼 때, 이원익과 장춘심도 웃으며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 말이야. 명절도 큰형님 집에서 보내서 우리 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일이 없었는데…….”
“아기 울음소리에 집이 가득 차는 것 같아요.”
“그러게 말이야. 집안이 울음소리로 가득 찼구만…….”
이원익과 장춘심이 웃으며 아이들을 보았다.
그때, 작은 소희도 오빠의 울음소리에 놀랐는지 같이 울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
두 아이가 크게 울음을 토하는 것에 아주머니가 웃었다.
“쌍둥이가 이래요.”
“뭐가요?”
강진이 보자, 아주머니가 웃으며 아이 기저귀를 빠르게 갈며 말을 했다.
“한 아이가 울면, 다른 한 아이도 울어요. 그래서 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힘들어요.”
“그래요?”
“자다가도 한 아이가 깨서 울면 다른 애도 깨서 울어 버리니까요. 두 아이를 같이 다독여야 하는데 그러면 잠을 제대로 잘 시간도 없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장춘심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애 울음소리가 들리니 사람 사는 곳 같네요.”
장춘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만 사는 집은 조용한 법이었다. 하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나니 확실히 사람 사는 집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김이슬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보고 싶어서 울어요?”
김이슬이 웃으며 아이들 옆에 앉자, 강진이 슬며시 일어났다.
“황희가 작은 소희 똥 냄새 맡고 놀랐나 봐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의 눈가가 슬쩍 꿈틀거렸다.
“똥이라는 말 듣기 불편하군. 아이라고 해도 아가씨가 아닌가.”
작은 소희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이원익과 장춘심을 보았다. 두 귀신은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김이슬에게 작게 말했다.
“저 점심 장사 해야 해서 이만 가 볼게요.”
“오늘 쉬고 저희하고 점심이라도 하시지.”
“저도 그러고 싶은데…… 영업시간은 손님들과의 약속이라서요.”
“그건 그렇죠. 그럼 이따가 오실 거예요?”
“오늘은 안 될 것 같고, 내일 올게요.”
“그래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김이슬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두 귀신을 보았다. 두 귀신은 여전히 아이들을 보고 싶은지 일어나지 않고 인사만 했다.
그에 고개를 작게 숙인 강진은 방에서 나와 황민성과 강상식에게 인사를 했다.
“내일 올게요.”
“그래.”
강진은 강상식을 보았다.
“형은요?”
“회사 사장도 주 5일 근무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여기서 아이들 보다가 저녁에 형하고 소주나 하려고.”
“그럼 저희 가게로 오실 거예요?”
“아니. 여기 마당 좋아서 여기에서 간단하게 먹을 거야. 이따가 지나 씨도 여기로 온다고 했어.”
“그럼 이따가 저녁에 먹을 안주들 좀 만들어서 가지고 올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여기서 시켜 먹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삼겹살이나 바비큐 해 먹으면 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만 먹게요?”
“사람? 아!”
황민성이 아차 싶어 집을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 아가씨도 있으니 음식 해 올게요. 귀신한테는 제 손맛이 최고입니다.”
“그래. 그럼 이따가 귀신 손님들 드실 음식들 좀 해서 가져다줘.”
자신들이야 있는 음식으로 먹으면 되지만, 귀신들은 강진의 손이 닿아야 맛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 갈게요.”
“근데 너 어떻게 갈 거야? 상식이 차 타고 온 것 같던데.”
“요 앞에 가서 지하철 타야죠.”
오늘 아침에는 강상식이 데리러 와서 같이 차를 타고 온 것이었다.
“그러지 말고 내 차 타고 가. 실장님.”
정원에서 꽃을 보고 있던 오 실장이 다가오자 황민성이 말했다.
“강진이 좀 집에 태워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저 혼자 가도 되는데요.”
“그러지 말고 타고 가.”
“그러세요. 차가 있는데 굳이 시간 들일 필요 있나요.”
말을 하며 오 실장이 앞장서서 마당을 가로지르자, 강진이 황민성에게 말했다.
“그럼 저녁에 봐요.”
“그래.”
인사를 마친 강진은 서둘러 오 실장 곁으로 다가갔다.
“애들이 오니 사람 사는 집 같네요.”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미소를 지었다.
“애들 때문에 속 썩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웃는 것도 애들 덕에 웃으니까요.”
오 실장은 황민성이 있는 집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사장님이 애들을 낳아서 다행입니다.”
“실장님도 좋으신가 보네요.”
“좋지요.”
오 실장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장님 좋은 분인데…… 자식 키우는 즐거움도 아셔야죠.”
오 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문득 물었다.
“따님은 잘 계시나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남자하고는…….”
“이미 헤어졌죠.”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오 실장의 딸이 결혼을 하려고 했을 때, 남자 집에서 여자친구 아빠의 직업이 운전기사라는 것을 알고 결혼을 반대했던 것이다.
오 실장 딸은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 직업을 무시했다고 남자와 헤어졌고 말이다.
“좋은 남자 만나실 거예요.”
“그럴 겁니다. 우리 애는 정말 좋은 여자니까요.”
웃으며 오 실장이 차문을 열고는 타자, 강진도 조수석에 올라탔다.
강진이 방을 나서고, 이원익과 장춘심은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김이슬이 황희를 안아 어르고, 아주머니가 작은 소희를 안아 달랬다.
그럼에도 두 아이는 여전히 목이 찢어져라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그런 두 아이를 보던 장춘심은 가까이 다가가더니 재밌는 표정을 지었다.
“아루루! 아루루! 우리 공주님 왕자님 뭐 때문에 그리 화가 났을까. 이 할아버지가 무섭게 생겨서 그래요?”
그러더니 가만히 있던 이원익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이렇게 혼내 줬어요. 에이! 나쁜 영감.”
장춘심의 말에 이원익이 웃었다. 장춘심이 아이를 보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그도 기분이 좋았다.
“여기 할아버지가 할머니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집을 지었어요. 앞으로 왕자님하고 공주님 할아버지하고 할머니가 살던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요.”
장춘심이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속삭이자, 이원익이 말했다.
“애들 보니 좋아요?”
“애가 없어도 당신과 행복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았을 것 같아요.”
장춘심은 미소를 지은 채 이원익을 보았다.
“우리 집에 아이가 있으니…… 좋네요.”
“다음 생에는 내가 지은 집에서 우리 아이를 낳고 살아 봅시다.”
“그래요.”
웃으며 답한 장춘심은 다시 황희와 황소희를 보았다.
“할아버지가 만든 집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렴.”
장춘심의 말에 이원익도 아이들을 보았다.
“행복한 집을 만들려고 했단다. 우리 대신 너희 둘이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그 말을 끝으로 두 귀신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 두 귀신이 모습을 감췄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김소희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은 집을 지어줘 고맙네.”
***
오 실장과 잡다한 이야기를 하며 가게를 가던 강진은 자신의 손 위에 떨어지는 쪽지를 보고는 그것을 집었다.
그러고는 슬쩍 오 실장과 종이를 번갈아보았다. 강상식도 이 쪽지를 보지 못했었으니 오 실장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누구지?’
쪽지에 적힌 글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이 가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