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49
850화
저녁 장사를 준비하던 강진은 핸드폰에 문자가 오자 그것을 보았다.
문자에는 배용수와 직원들의 생일들이 적혀 있었다. 배용수의 생일을 확인한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이미 지났잖아.’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에게 전화가 왔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왜? 그냥 여기서 받아.”
“개인적인 거야.”
“우리끼리 무슨…… 알았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를 나섰다. 가게 밖으로 나온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형.”
[용수는?]“형이 생일 이야기 할 것 같아서 가게 밖으로 나왔어요.”
[잘 했네.]“여직원들 생일도 알아봐 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그분들 생각을 미처 못 했는데.”
황민성이 여직원들 생일까지 적어서 보내준 것이 강진은 감사했다. 배용수만 생각을 하고 다른 귀신들은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동생이 생각 못 한 걸 생각하는 게 형인 거다.]“아이고! 형님 고맙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다른 분들 생일은 아직 남았는데 용수 생일은 지나서 어떻게 하냐?]“음, 그냥 지나치기는 그렇겠죠?”
[그렇지. 우리끼리 날짜 잡아서 하루 생일 챙겨 주는 건 어때?]“생일 당겨서 해도 지나서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뭐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일요일에 할까요?”
[일요일 좋지.]“네. 아…….”
말을 하던 강진은 뭔가를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왜?]“형 혹시 운암정 좀 알아요?”
[몇 번 가 본 적은 있는데 나하고는 안 맞아서 잘 몰라. 운암정은 왜?]“용수한테 운암정이 집이잖아요. 생일상 집에서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면야…… 내가 예약할게. 일요일로 하면 되나?]“네.”
[그럼 일요일 한 12시쯤에 생일 잔칫상으로 예약할게.]“그 예약하실 때요. 혹시 직원들 생일날 따로 먹는 음식이 있거나 미역국이 있으면 그것도 좀 해 달라고 하세요.”
[집밥 먹게 해 주자는 거구나. 알았어.]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운암정 예약은 강진이 할 수도 있었다. 숙수님과도 친분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한가한 한끼식당과 달리 장사가 잘 되는 운암정인 만큼 혹시 예약이 안 되는데 친분으로 예약을 받아 줄까 싶어서 황민성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예약이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예약이 되는 시간대를 따로 정하려고 말이다.
“사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킥보드를 타고 오는 정학봉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식당 벽에 킥보드를 세우고는 헬멧을 벗었다.
“왜 나와 계세요.”
“음식 냄새를 좀 맡았더니 바람 좀 쐬고 싶어져서요.”
“바람이라고 해도…….”
정학봉이 웃으며 차도를 보았다. 강남 논현을 달리는 차들을 보며 정학봉이 웃었다.
“매연인 걸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강진이 웃자, 정학봉이 말했다.
“어제 아들 여기서 좋은 형들 만났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멋지다는 말 들었네요.”
“멋지다고요?”
“제가 그때 청년들한테 음료수 샀잖아요. 저보고 멋지다고 하더라고요.”
정학봉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멋지시죠. 음료수 한 잔이기는 해도 모르는 청년들에게 사 주고 가기가 쉽나요.”
“멋지다는 소리 들으려고 한 건 아니고 아들 생각나서 한 건데…… 하하하! 역시 사람은 착한 일을 하며 살아야 하나 봅니다. 음료수 한 잔 대접했을 뿐인데 인섭이가 좋은 형들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세상 일 다 돌고 도는 거죠. 쓰러진 사람 일으켜 주면, 나중에 내가 쓰러졌을 때 누가 와서 일으켜 줄 수도 있으니까요.”
“음! 좋은 말이네요. 반대로 내가 누구한테 사기를 치면, 다음에는 누가 나한테 사기를 칠 수도 있는 거구요.”
“그렇죠. 그러니 좋은 일 하면서 살면 나중에 저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는 거죠.”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어제 그 청년들하고 형 동생 하기로 했다더군요.”
“어제 저희 가게에서 같이 마시고 먹으면서 친해졌거든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하고 사장님 친하십니까?”
정학봉은 슬며시 최동해와 친구들에 대해 물었다. 아들이 어떤 사람들과 친해졌는지 궁금한 것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어떤 형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많이 변한다.
나쁜 형 잘못 만나면 인생이 개판이 될 수도 있고, 존경할 만한 형을 만나면 인생이 좋게 변할 수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저도 잘 모르고, 한 명은 저하고 무역회사에서 인턴으로 같이 있던 친구예요.”
“무역 회사요?”
“저기 태광무역이라고 있어요.”
“아! 태광무역에 다니셨어요?”
놀라서 보는 정학봉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닌 건 아니고 인턴이었어요. 그런데 태광무역을 아세요?”
태광무역이 큰 회사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잘 아는 회사는 아니었다.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을 하는 회사이니 말이다.
“여기에서 대리를 자주 하다 보니 태광무역 분들 차에 태우면서 종종 이야기 들었죠. 좋은 회사라고 하던데.”
“맞아요. 직원 복지가 좋죠.”
“그런데 왜 소방관을?”
그렇게 좋은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면 무역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묻는 정학봉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 따라서 소방서에 음식 봉사를 하러 갔다가 거기 일하시는 분들 보고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에요. 사람들을 도우면서 돈을 받는 직업…… 힘들기는 해도 보람되고 멋져 보였나 봐요.”
“아…….”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미소를 지었다.
“인섭이가 좋은 형을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만나서 같이 다니면 좋은 영향을 줄 친구들이에요.”
“그나저나 보육원에 봉사하러 가시는 건 알았는데 소방서에도 음식 봉사를 하실 줄은 몰랐네요. 참 좋은 일을 많이 하시네요.”
정학봉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방서는…… 두 번밖에 가지를 못 했는데 그런 이야기 들으니 민망하네요.”
강진은 가게를 스윽 둘러보고는 말했다.
“아직 오픈 전이라 잠시만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 왔어요.”
강진의 말에 홀에 있던 귀신들이 하나둘씩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영업시간에는 여러분들 2층에서 편하게 TV 보시거나 핸드폰 하지 그러세요?”
“직원이 영업시간에 놀 수 있나요.”
“맞아요. 여기 있어야 저희 시급이 나오죠.”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고는 말했다.
“그럼 저녁 영업 시작할게요.”
그러고는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인가요?”
가게 안을 채운 구수한 된장 냄새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두부된장찌개예요.”
“그럼 그거 주세요.”
정학봉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된장찌개와 반찬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밥그릇이 냉면 그릇이었다.
“이건?”
“여기에 반찬 넣고 된장찌개하고 비벼 먹으면 맛있어요. 아! 단무지 얇게 썰어 놓은 것도 같이 넣어 드시면 식감도 좋더라고요.”
강진은 반찬들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평소에도 한끼식당 반찬은 잘 나오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나물 반찬들이 몇 종 더 있었다.
“아!”
고개를 끄덕인 정학봉은 맛있겠다는 듯 음식을 보며 수저를 들었다.
“아! 그 청년들 필기 합격했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앞으로 체력도 봐야 하고 서류도 통과해야 하지만 잘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잘 되어야죠. 열심히 노력했으니까요. 아!”
강진이 정학봉을 보았다.
“인섭이 생일날 저희 가게에서 축하하기로 했는데. 들으셨어요?”
“그래요?”
“못 들으셨나 보네요.”
“아직 생일까지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생일 이야기 나오니 인섭이 얼굴이 별로 좋지 않던데.”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밥을 먹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인섭이 생일 며칠 있다가 큰이모 제삿날이라고…….”
“인섭이가 사장님하고 많이 친해졌나 보네요. 그런 이야기도 다 하고.”
“많이는 이야기 안 했어요.”
강진의 답에 정학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모양이네요.”
“음…… 아닙니다.”
작게 고개를 저은 정학봉이 수저로 밥을 뜨자 강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강진을 배용수가 불렀다.
“강진아.”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손님 식사할 때는 최대한 마음 편하게 드시게 하는 거야.”
배용수가 주의를 주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학봉을 보았다.
가게에 들어올 때 기분이 좋아 보이던 정학봉은 다소 어두워진 얼굴로 밥을 먹고 있었다.
‘실수했네.’
홍진주가 아는 것을 정학봉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인섭 생일이 다가오면 홍진주가 생각나 힘들어하고, 그것을 아들이 느낀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생일엔 밝은 모습으로 즐겁게 보내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알 것이다. 울적해하는 부모님을 보느라 정인섭이 자신의 생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손님이 편하게 식사를 하게 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로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것을 배용수가 지적한 것이다. 식당은 음식도 중요하고 양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손님이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하게 먹게 하는 것이었다.
음식 맛이 조금 안 좋아도 가게가 편하고 사장님이 좋으면 손님이 모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배용수가 강진을 보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진의 반응을 보아 알아들었다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미안.”
“손님한테 미안해해야지, 나한테 미안해하면 되냐.”
“그러게 말이다.”
“인섭 어머니 승천할 수 있는 방법 찾아보는 건 아는데…… 그래도 지금은 저승식당 사장이 아니라 한끼식당 사장님이니까 손님 편하게 해 드리자.”
배용수의 다독이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 넣었다. 특기인 부드러운 계란 프라이로 미안함을 표현하려고 말이다.
계란이 살짝 익어가는 것을 보며 불을 조절하던 강진이 손에 물을 묻혀서는 프라이팬에 털었다.
촤아악! 촤아악!
기름에 닿은 물이 튀자 뚜껑을 재빠르게 덮은 강진이 속으로 다섯까지 수를 세고는 뚜껑을 열었다.
화아악!
계란 노른자에 살짝 하얀 막이 형성된 것을 본 강진은 작은 접시에 그것을 담았다.
스르륵!
탄 곳 하나 없이 하얗고 노랗게 익은 계란을 들고 강진이 홀로 나왔다.
“서비스입니다.”
강진이 계란 프라이를 주자, 정학봉이 웃으며 그릇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계란 프라이는 비벼 드시지 마시고 그냥 후루룩 드세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계란 프라이를 입에 대고는 후루룩 먹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여기 계란 프라이는 아주 부드러워요.”
“좋아하시는 분도 있는데 살짝 계란 비린내 난다고 완전히 익혀 달라는 분도 계세요.”
“그래요? 이렇게 고소한데요?”
“음식은 말 그대로 개인 취향이니까요. 소고기도 핏물 떨어지는 상태로 드시는 분도 있고, 완전히 익혀서 드시는 분도 있잖아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정학봉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뒤로 물러났다. 그가 편하게 다시 식사를 하도록 말이다.
살짝 떨어진 강진은 다른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자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저승식당 사장이 아니라 한끼식당 사장님의 모습으로 말이다.
“어서들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