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7
878화
“그런데 어제는 왜 안 온 거예요?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배용수의 물음에 오종철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뭘요?”
“아침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아 보였거든.”
오종철은 홀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듯 멍하니 있더라고.”
“무슨 일이 있으셨나?”
강진의 물음에 오종철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겠어. 방에 들어가 있다가 나와서는 그래서 말이야.”
“방에는 안 들어가세요?”
“다 큰 딸 방에 내가 들어갈 수 있나.”
“아…….”
강진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일이 있을 게 뭐 있나?”
입맛을 다신 오종철이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어제 못 와서 미안해.”
“기분 안 좋은데 나올 수는 없죠.”
“우리 애가 많이 미안해했어.”
“그러실 것 같았어요.”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그는 어느새 음식을 다 만들어 그릇에 담고 있었다.
오늘 메뉴는 제육볶음과 비빔밥이었다. 거기에 윤기가 흐르는 떡볶이와 순대를 그릇에 담아 쟁반에 놓았다.
“따님은 순대 뭐에 찍어 먹으세요?”
“깨소금이지.”
오종철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말하자 배용수가 작은 접시에 소금과 후추, 깨를 톡톡 넣어서는 올렸다.
“지방에서는 된장이나 초장에도 찍어 먹거든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초장은 괜찮을 것 같은데 된장에도 먹어?”
“된장도 맛있어요.”
오종철이 의아한 듯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이따가 된장하고 같이 먹어 보세요. 강진아.”
들고 나가라는 배용수의 신호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갔다.
“오늘 메뉴 제육볶음하고 비빔밥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단톡방에 올라온 메뉴 확인했어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음식 위치 알려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물었다.
“저기…… 그런데요.”
“네. 말씀하세요.”
“순대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향 잘 맡으시네요. 순대가 있습니다. 잠시 손 좀…….”
강진은 그녀의 손을 끌어 순대 접시를 닿게 했다.
“여기에 순대가 있고, 여기 옆에는 떡볶이가 있습니다. 저는 떡볶이에 어묵 많은 것이 좋아서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강진은 다른 음식들의 위치를 알려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지민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응?’
그에 강진이 의아한 듯 오지민을 보았다. 그녀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눈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는 것을 보면 감정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어디 불편하세요?”
“아뇨! 아니에요. 그럼…… 잘 먹을게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
주방으로 들어가던 강진은 오지민을 보았다.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손을 내밀어 반찬 그릇들을 만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릇들을 만지던 오지민은 순대 그릇에 손이 닿자 손가락을 더 뻗었다.
스윽!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순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나 할 수도 있겠지만, 눈이 불편한 사람에게 있어 손은 곧 눈이다. 지금 오지민은 손으로 순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순대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는 오지민의 모습에 강진이 오종철을 보았다. 오종철도 의아한 듯 딸을 보고 있었다.
“따님이 순대를 안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먹지 않고 만지작거리는 오지민의 모습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묻자, 오종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좋아하는데. 나하고 같이 시장 가면 꼭 순대에 떡볶이를 먹었어. 맛있다고 말이야.”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같이…… 드셨다는 거네요?”
“그렇지. 나하고 자주 먹었어.”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홀을 보았다.
“어제 지민 씨 가게 안 온 이유를 알겠네요.”
“무슨 소리야?”
“어제 저희 가게 떡볶이하고 순대 반찬으로 나갔거든요.”
“순대하고 떡볶이 때문에 안 왔다는 거야? 우리 딸 떡볶이하고 순대 좋아하는데?”
“좋아하겠죠. 대신…….”
강진은 홀을 보며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빠졌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거?”
의아한 듯 홀을 보던 오종철이 손뼉을 쳤다.
“아! 맞아. 우리 딸은 순대 먹을 때 콜라 마시는 거 좋아해!”
오종철의 단순한 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아빠가 없잖아요.”
“아빠? 나?”
“순대하고 떡볶이도 물론 좋아하겠죠.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순대하고 떡볶이를 같이 먹던 아빠가 없잖아요. 그래서…… 안 오신 것 같아요.”
아빠의 빈자리가 생각이 나서 어제 오지 않았던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멍하니 홀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나 없어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잘 지내면 되는 것을…….”
고개를 젓는 오종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나오세요. 따님하고 같이 식사하세요.”
오종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로 나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홀로 나온 강진은 수저를 챙겨서는 오지민의 앞자리에 살며시 놓으며 의자를 당겼다. 그 소리에 오지민이 의아한 듯 앞을 보았다.
“괜찮으면 저도 합석해도 될까요?”
“네?”
“혼자 식사하시는 것 보니 심심하실 것 같아서요. 불편하시면 일어나겠습니다.”
“아니에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오종철을 보았다. 그에 오종철이 자리에 앉으며 딸을 보았다.
“왜 순대 안 먹어. 좋아하잖아.”
오종철의 목소리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순대가 마음에 안 드세요? 순대하고 떡볶이 대중적으로 좋아해서 준비를 한 건데.”
“아…… 저도 좋아해요.”
오지민이 말을 하다가 급히 손을 떼어냈다.
“죄송해요. 제가 음식을 손으로…….”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 지민 씨 음식인 걸요.”
“하지만 음식을 손으로…….”
“왜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인 걸요. 아! 지민 씨가 코끼리라는 건 아니고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피식 웃었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것이다. 그리고 배려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미소 짓던 오지민은 방금 강진의 말에서 의아함을 느끼고는 물었다.
“어? 그런데 제 이름을 어떻게?”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었다.
‘이런. 또 실수를…….’
귀신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상대의 정보를 미리 알게 된다. 이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상대가 알려주지 않은 것을 말을 해 버릴 때가 있었다.
이런 실수를 꽤 자주 하다 보니 대응법도 있을 정도였다.
“전에 오셨을 때 우리 서로 소개했는데요.”
“제가요?”
“제 이름 아시지 않아요?”
“이강진 씨?”
“보세요. 그때 제가 이름 알려 주면서 지민 씨 이름도 들었죠. 안 그럼 제가 어떻게 지민 씨 이름을 알겠어요.”
“그렇겠네요.”
강진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단톡방에도 자신의 이름이 자주 나오니 말이다. 단톡방을 자주 확인하는 그녀이니 자신의 이름을 여러 번 점자로 읽었을 것이다.
오지민이 수긍을 하자, 강진이 안도를 하며 말했다.
“그런데 왜 음식을 보기만 하고 드시지 않으세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왜 만지작거리고만 있냐는 것을 보고만 있냐고 말을 해 주니 마음이 좋았다.
“전에 보육원에 눈이 안 보이는 분이 계시다고 했잖아요.”
“네.”
“그분 곁에는 누가 있나요?”
“딸이 한 명 있습니다. 아직 어리기는 한데 어머니 잘 모시는 착한 아이예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오지민이 말을 이었다.
“어제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났어요. 사장님이 저를 기다린다고 하신 말이 좋았거든요. 그리고 갈 곳이 생겨서 기뻤어요.”
“갈 곳요?”
“저는 딱히 갈 곳이 없거든요.”
“일은…… 안 하세요?”
강진이 조심스레 묻자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일은 해요. 대신 집에서 해요.”
“그러시구나.”
“출퇴근을 안 하니 대부분 집에 있어요. 그리고 약속도 잘 안 해서 밖에 나갈 일도 없고…… 말 그대로 집순이예요. 그런데 어제는 약속이 있고 나갈 일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러셨구나.”
“그래서 씻고 어제 한끼식당 점심이 뭐지 하면서 기분 좋게 단톡에 들어갔는데…… 점심 반찬에 순대하고 떡볶이가 있었어요.”
오지민은 순대 그릇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순대를 손가락으로 누른 오지민은 손을 움직여 떡볶이 그릇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녀는 소스가 묻은 떡을 손가락으로 찌른 채 가만히 있었다. 따스한 떡볶이의 소스를 손에 묻힌 채 가만히 있던 오지민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아직 눈이 보일 때…… 아빠하고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 시설을 다녔어요. 거기에서 점자를 배우고, 눈이 안 보이게 되면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배우고 그랬어요.”
오지민은 강진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에 그런 교육 시설이 몇 곳 안 돼요.”
“그러게요. 많으면 좋을 텐데.”
“많으면 안 되죠. 많으면 눈이 안 보이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요.”
“그것도 그러네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저 데리고 다닌다고 회사도 그만두셨어요.”
“회사도요?”
“그래서 아빠하고 늘 같이 다녔어요. 학교도 같이 가고, 여행도 자주 가고.”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우리 아빠 참 바빴어요. 저 눈 안 보이기 전까지 하나라도 더 좋은 거 보여 주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닌 것 같아요. 그리고 맛집들도 자주 가고.”
“눈 안 보이기 전에 예쁜 거 많이 보여 주고 맛있는 거 먹게 해 주고 싶었나 보네요.”
“그러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를 떠올리면…… 아름답고 맛있는 기억이 많아요.”
“좋은 아버님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지민은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은 순대를 향해 있었다.
“아빠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학교를 다닐 때 자가용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갔어요.”
“버스요?”
“지금 생각을 해 보면 눈이 안 보이기 전에 일부러 대중교통을 자주 타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오종철을 보았다.
“눈이 안 보이기 전에 자주 타야 익숙해지지.”
강진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사이, 오지민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학교 갔다 오는 길에 길거리 음식 파는 작은 포차가 있었어요. 거기에서 아빠하고 나하고 버스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사 먹었는데…… 저는 돼지 간이 싫었어요.”
“돼지 간이 호불호가 좀 있죠.”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퍽퍽하고 냄새난다며 일절 안 먹으니 말이다.
“근데 아빠가 시장이나 길거리 포차에서 순대하고 떡볶이를 먹으면, 떡볶이에 간을 찍어서 드셨어요.”
말을 한 오지민이 피식 웃었다.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냥 소스에 찍어 드셨을 텐데 그게 싫으셨어요?”
“떡볶이에 간 냄새가 배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내가 싫어하는 간을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에 찍어서 먹으니까 더 싫었던 것 같아요.”
입술을 오물거리며 오지민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화를 냈는데…… 어제 떡볶이와 순대가 나왔다는 글을 읽으니 그날이 생각났어요. 내가 화를 내고 우니까 아빠가 난감해하던 거요.”
“어렸으니까요.”
“그래도 아빠가 좋아하는 거니까, 나를 위해서 좋아하던 것들 많이 포기한 아빠를 위해서 하나쯤은 양보해야 했는데…….”
오지민은 작아진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그냥…… 간 묻은 소스 밀어내고 웃으면서 같이 먹을걸. 아빠 좋아하는 거니까…… 맛있게 같이 먹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