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8
879화
“그냥…… 간 묻은 소스 밀어내고 웃으면서 같이 먹을걸. 아빠 좋아하는 거니까…… 맛있게 같이 먹을걸.”
후회가 가득한 오지민의 말에 오종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우리 딸이 간 싫어하는데 아빠가 간을 떡볶이에 찍어 먹은 게 잘못한 거지. 우리 딸 그날도 학교에서 점자 배우고 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아빠가 그날은 미안해.”
오종철은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아빠는 이미 다 잊어먹은 일인데.”
그런 오종철의 말을 듣지 못하는 오지민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제 못 왔어요. 아빠 생각이 나서요.”
“그러셨군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잠시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시력을 잃고 나서 아빠가 심부름을 자주 시켰어요.”
“눈이 안 보이시는데요?”
“아빠가 나중에 저 혼자 살 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심부름을 시키신 거예요. 눈이 안 보여도 동사무소나 은행처럼 사람이 직접 가서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그러셨군요.”
“처음에는 싫었어요. 전에는 그래도 아주 안 보이지 않았는데…… 아예 안 보이게 된 후에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싫더라고요. 안 보이니 더 나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때는…… 아버지가 옆에 있는데 내가 왜 나가서 사람들 앞에 서야 하나 싶기도 했고.”
손을 내밀어 지순이를 쓰다듬으려던 오지민이 멈칫했다. 자신의 손에 순대 기름과 떡볶이 소스가 묻어 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강진이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물티슈를 가져다주었다.
물티슈에 손을 세심하게 닦은 오지민이 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안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가야 한다고, 이것도 다 공부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래서 심부름을 지순이하고 같이 다녔어요. 처음에는 가까운 곳, 그리고 조금씩 거리를 늘렸어요. 은행도 가고 우체국도 가고…….”
말을 하던 오지민이 웃었다.
“정말 처음에는 눈이 안 보이는데 혼자 나가야 하는 것이 두려웠어요.”
“그러실 테죠.”
“그래서 지순이 목줄을 꼬옥 잡고 걸었어요. 그때 아빠 원망도 많이 했어요. 눈도 안 보이는데 같이 좀 가 주지, 하면서요.”
미소를 지으며 오지민이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따라오는 것을 알았어요.”
“아버님이 지민 씨 걱정이 돼서 따라오셨나 보군요.”
“네.”
싱긋 웃은 오지민이 말을 이었다.
“어느 날부턴가 지순이가 골목이나 꺾어야 하는 곳이 오면 멈추더라고요. 처음에는 긴장되고 겁이 나서 그걸 못 알아챘는데…… 혼자 나가는 것이 익숙해지니 알겠더라고요. 지순이가 골목에 들어가기 전이나 코너를 돌기 전에 잠시 멈춘다는 걸요.”
“멈춰요?”
“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느낌이었어요.”
“눈이 안 보이시는데 그걸 어떻게…… 아, 목줄로 아셨군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골목에 들어가기 전에 주위를 살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누구를 기다리는 거였어요.”
“아버님이 오기를 기다린 거군요.”
말을 하며 강진은 오종철을 보았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오지민을 보고 있었다.
“뭐야, 알고 있었어?”
오종철은 딸이 알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
“지순이가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서 혹시나 해서 지순이한테 물었어요. 지순아, 아빠가 있어?”
멍.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 작게 짖으며 오종철을 보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오지민은 그저 작게 웃으며 지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날도 이렇게 짖었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아빠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구나. 그런 아빠가 잘 따라오는지 보려고 지순이가 기다린 거였구나. 골목으로 곧장 들어가면 아빠가 못 따라올까 봐…….”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개들은 산책을 하면서 혼자 막 가더라도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죠. 주인이 잘 따라오는지 보려고요.”
“맞아요. 그게 또 그렇게 귀여운데. 마치 빨리 따라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잖아요.”
눈이 보일 때 지순이와 산책을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지민이 웃었다.
“혼자인 줄 알았는데……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아빠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구나. 그걸 아니까 그때부터 혼자 밖에 나가도 무섭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저를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따님 혼자 내보내고 걱정이 되셔서 따라오셨나 보네요.”
“제가 알까 봐 말도 하지 않고…… 몇 발 뒤에서 저를 따라오셨을 거예요.”
오지민은 계속해서 지순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그래서 어제 떡볶이하고 순대를 보니까 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못 오겠더라고요.”
“아버지 생각이 나면 좋은 거 아니에요?”
“제가 아빠한테 했던 안 좋은 행동에 죄송하고 눈물이 나서요.”
“하긴…… 그래도 좋은 기억도 많으니까요. 어떻게, 순대하고 떡볶이 치울까요?”
강진의 물음에 오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떡볶이에 간 찍어서 먹어 볼래요.”
오지민은 젓가락을 든 손을 테이블 위로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러다 젓가락 끝이 살짝 단단한 무언가에 닿자 움직임을 멈췄다.
순대에 비해 단단한 간을 젓가락 감촉으로 찾은 오지민이 그것을 집었다. 그러고는 떡볶이 그릇에 담갔다가 입에 가져갔다.
그렇게 천천히 간을 입에 넣고 씹은 오지민이 웃었다.
“왜 그러세요?”
“맛이 없어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음식은 개인 취향이니까요.”
“아빠는 이 퍽퍽한 간을 왜 좋아했나 모르겠어요.”
고개를 젓는 오지민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오종철을 보았다. 그는 순대를 보다가 간을 집어서는 떡볶이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그리고 간이 몸에 정말 좋아.”
작게 투덜거리면서도 오종철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딸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고, 그동안 자신이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는 것을 알아준 것에 흐뭇한 것이다.
딸이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니 좋았다. 딸이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해 준 것이니 말이다.
밝아진 얼굴로 간을 먹는 오종철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같이 안 드세요?”
“생각해 보니 주방에 일이 있어서요. 식사 맛있게 하세…….”
‘하세요.’라고 말을 하려던 강진이 지순이를 보다가 말했다.
“지순이 먹을 것 좀 줘도 될까요?”
“애들은 사람 먹는 거 먹으면 안 되는데…….”
음식을 줄까 싶어 거절을 하는 오지민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저도 알죠. 저도 아침마다 동네 공원에서 고양이하고 강아지들 밥 주러 다니거든요.”
“그러세요?”
“부자 동네라고 알려진 논현에도 유기된 아이들이 꽤 많아요.”
“나쁜 사람들…… 못 키울 것 같으면 데려가지를 말지.”
오지민이 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강진이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집에서 가족과 살다가 버려졌을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그런 애들 밥 챙겨 주시다니 좋은 일 하시네요.”
“음식 장사를 하다 보니 배고픈 사람을 보면 뭐라도 해 주고 싶더라고요. 동물도 배고픈 건 마찬가지다 보니 챙기기 시작한 거고요.”
강진은 지순이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먹을 것 좀 줘도 될까요?”
“사료가 있나요?”
“그럼요.”
“그럼 감사합니다.”
오지민은 가방에서 작은 통을 꺼냈다.
“여기에다 담아 주세요.”
“지순이 밥그릇도 들고 다니세요?”
“순이도 배고플 때 있을 테니까요.”
말을 하던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우리 순이 이름도 말을 했나 보네요.”
이름을 말해 준 기억이 없는데, 강진이 이름을 부르니 말이다.
“아…… 지민 씨가 지순이 부를 때 들어서요. 그럼 지순이 밥 줄게요.”
강진은 지순이 밥통을 들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리고 카운터 밑에 있는 사료 중에 붉은 색 봉투를 집었다.
열화사료라 적힌 봉투를 보던 강진은 통에 사료를 담았다.
‘미리 건강 사료를 좀 사 놔서 다행이네.’
얼마 전에 유기견 중 몇이 힘이 없이 밥을 잘 못 먹는 것을 보고 JS에서 몸보신이 되는 건강 사료를 사다 놓은 것이다.
JS 음식은 다 몸에 좋다. 귀신한테도 좋고 동물한테도 좋다. 돼랑이 가족만 해도 JS 사료를 먹고 거의 영물처럼 변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기견들도 이 사료를 먹고 기운을 많이 차렸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없이 뛰어다닐 만큼 활기차진 것이다.
지순이도 똑똑하니 이 사료를 먹으면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오지민과 잘 살 것이다.
사료를 담아 온 강진이 통을 지순이 앞에 놓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
강진의 말에 밥을 먹던 오지민이 지순을 향해 말했다.
“지순아, 밥 먹자.”
그제야 지순이가 사료 냄새를 몇 번 맡고는 입을 가져다 댔다.
아드득, 아드득…….
사료를 씹던 지순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급히 먹기 시작했다.
아드득! 아드득!
열정적으로 사료를 먹는 소리에 오지민이 웃었다.
“사료가 정말 맛이 좋나 봐요.”
“그래요?”
“먹는 소리만 들어도 정말 맛있게 들리네요.”
“몸에도 좋은 사료예요.”
강진은 지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일어났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주방에 들어가던 강진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오지민은 떡볶이에 순대를 찍어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물론 간은 손을 안 댔고 말이다.
‘아버지 좋아하던 간이라고 해도…… 음식은 개인 취향이니까.’
아버지가 좋아하던 거지만 입에 안 맞으니 더는 안 먹는 것이다.
그런 오지민을 보던 강진이 지순을 보았다. 지순은 어느새 그릇에 있는 사료를 다 먹고는 헥헥거리며 강진을 보고 있었다.
마치 더 달라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과식은 안 좋아.”
강진이 작게 말을 하자, 지순이 입맛을 다시고는 오지민 옆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욕심 더 부리지 않고 자제를 하는 지순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개들은 참 귀여워.’
그리고 저런 개들을 버리는 사람들은 나쁘고 말이다.
주방에서 강진은 커피를 마시며 배용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은 JS 커피도 먹을 만한 것 같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
“그런가?”
처음 JS 커피를 마셨을 때 너무 써서 입에 전혀 맞지가 않았는데, 요즘은 서천꿀물보다 JS 커피가 입에 맞는 것 같은 강진이었다.
맛있다 정도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커피의 향이 좋고 입에 도는 쓴맛이 단맛보다 더 좋았던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배용수와 이야기를 할 때, 오종철이 주방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식사 다 했어.”
“그래요?”
강진이 몸을 일으킬 때 오종철이 말했다.
“저기 있잖아.”
강진이 보자, 오종철이 슬며시 물었다.
“애들 사료 준다는 곳이 멀어?”
“애들? 강아지들요?”
“응.”
“멀지는 않은데…… 왜요? 지민 씨가 가고 싶어 하세요?”
강진의 말에 오종철이 고개를 저었다.
“지민이 말고 지순이…….”
“지순이요?”
“아무래도 우리 딸 눈이 그래서 지순이가 산책을 잘 못 해. 딸이 나갈 일이 있을 때만 밖에 나가니까.”
“그러겠죠.”
“공원에 개들 많다고 하니까 우리 지순이 바람도 쐬고…… 친구들도 좀 만났으면 해서.”
조금 미안해하는 얼굴로 말하는 오종철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잘 됐네요.”
“응?”
“아침에 애들 먹으라고 준 사료 통들 챙기러 가야 하거든요. 혼자 가는 것보다 말벗을 할 분이 가면 더 좋죠.”
강진이 웃으며 승낙을 하자, 오종철이 환하게 웃으며 지순이에게 갔다.
“순이야, 오늘은 공원 가서 맑은 공기도 쐬고 친구들하고 놀 수 있겠다.”
오종철의 말에 지순이 기분이 좋은 듯 작게 짖었다.
멍.
그런 지순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정말 똑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