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9
910화
차종석이 삼계탕을 먹을 때, 최동해가 최창수와 함께 식당에 들어왔다. 그들 옆에는 대원이 한 명 있었다.
“형 혼자 힘드셨죠?”
“너희가 있다고 뭐 도울 것이 있나. 이야기 잘 들었어?”
“여기 선배님이 잘 이야기해 주셨어요. 여기는 고인수 선배님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동생들이 많이 귀찮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귀찮기는요. 귀여운 후배들이 들어오는데요.”
그러고는 고인수가 최동해를 보았다.
“게다가 여기 봉사하러 왔다가 소방관 되기로 마음먹고 합격까지 했다니 기특하잖습니까.”
고인수의 말에 최창수가 말했다.
“시간 날 때 와서 장비들 보고 가라고 이야기도 해 주셨어요.”
“장비들?”
강진의 물음에 고인수가 웃으며 말했다.
“군대에서도 장비 명칭 외워야 하는 것처럼 여기도 외워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학교 가면 가르쳐 주기는 하지만 미리 조금이라도 외우고 가면 가서 덜 고생하겠죠.”
“고맙네요. 아! 식사하세요.”
강진은 자연스럽게 산삼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게 오늘 삼계탕에 들어간…….”
강진이 플라세보 효과를 기대하며 산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고인수가 웃으며 식판을 잡았다. 산삼에 대한 관심보다는 배고픔이 더 급한 모양이었다.
그때, 소방대원들 몇이 후다닥 들어왔다.
“우와!”
산삼을 보며 감탄을 토하는 이들은 아까 밥을 먹고 간 대원들이었다.
“다시 오셨네요.”
강진의 말에 소방대원이 급히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이거…… 삼천만 원이 넘을 거라는데요?”
한 대원이 놀라 조금 큰 소리로 말을 하자, 식사를 하던 대원들이 그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자, 큰 목소리로 말했던 대원이 급히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제가 산삼이 어떤 것 같으냐고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심마니 한다는 분이 한 삼천은 되는 귀한 거라고 댓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삼천?”
삼천이라는 말에 밥을 먹던 대원이 놀란 눈으로 삼계탕 그릇을 보았다.
“삼천?”
자신들이 그냥 먹고 있던 삼계탕에 차 한 대가 들어가 있다니 얼떨떨한 것이다.
대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핸드폰 주인은 자신의 물음 밑에 적힌 댓글을 읽었다.
“사진으로 봐서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삼천에서 사천 사이는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은 워낙 잘 안 나오고 귀해서 주인만 잘 만나면 부르는 것이 가격이죠. 그런데 이 산삼은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사진 배경 보니 어디 식당인 것 같은데, 혹시 판매하실 의향이 있으시면 쪽지 보내 주세요.”
댓글 내용을 들은 사람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삼계탕을 보았다.
산삼이라고 해서 몸에 좋은 게 들어갔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고가의 산삼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요즘은 십만 원 정도로도 살 수 있는 산삼들도 판매를 하니 말이다. 물론 그건 산삼이라기보다는 장뇌삼이지만…….
어쨌든 그저 보양식이라고 생각했던 음식이 자동차 한 대 값이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그러던 중, 한 중년의 남자 대원이 슬며시 뚝배기를 들고는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단숨에 국물을 마셔 버리는 대원의 모습에 다른 대원들도 급히 삼계탕을 마시기 시작했다.
‘여보 기다려.’
‘영미야, 오빠 삼천만 원짜리 산삼 먹었다.’
남자 대원들이 서둘러 삼계탕을 마시는 것에 여자 대원들도 서둘러 뚝배기를 들었다.
남자들만큼 몸에 좋은 것에 민감하진 않지만, 값어치가 값어치인 만큼 서둘러 먹는 것이다.
그런 대원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사장님 정말…… 이 산삼이 이런 겁니까?”
여전히 핸드폰을 들고 있는 대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가격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가 아는 한의사 선생님께서 이런 산삼을 삼계탕에 넣어서 먹는 걸 아주 싫어하시죠. 어떻게 이 귀한 걸 삼계탕에다 넣는 거냐면서요.”
맞다 아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진의 말에 소방대원이 홀린 듯이 산삼을 보았다.
“와…….”
작게 감탄하며 산삼을 보던 대원이 강진을 보았다.
“이렇게 귀한 걸 왜 삼계탕에?”
“그야 먹으려고요.”
“먹으려고요?”
“먹으려고 캐 왔으니 먹어야죠.”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곧 복날도 다가오는데 고생하시는 분들 몸보신도 하고요.”
“그래도 이건…… 삼천만 원짜리 산삼인데요?”
“비싸기는 하죠. 근데 팔려고 캔 것도 아니고 먹으려고 캔 걸요. 그러니 맛있게 드시고 올해도 역시나 더울 이 여름에 힘내서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강진의 말에 대원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가끔 구의원이다 뭐다 하는 정치인들이 와서 격려해 준답시고 되지도 않는 이야기 한참 하는데…… 그 긴 말보다 맛있게 먹고 힘내서 사람들 도우라는 게 더 마음이 찌릿하네요.”
대원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산삼에 찌릿한 건 아니고요?”
“그런가? 설마 벌써 약효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는 대원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삼이 몸에 잘 받나 보네요. 어떻게, 삼계탕 국물이라도 좀 더 드실래요?”
“남았나요?”
“국물은 좀 남을 겁니다.”
“그럼 먹겠습니다.”
대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뚝배기에 국물을 덜어 주었다.
사실 삼계탕은 좀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강진은 국물만 떠 주었다.
남은 건 오늘 비번인 대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니 말이다.
식사를 한 대원 중 당장 할 일이 없는 대원들은 구내식당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강진은 술을 담그는 통 안에 산삼을 넣은 뒤 소주를 붓고 있었다.
“담금주가 오래되면 좋기는 하지만 일 년 정도만 숙성이 되어도 약 성분이 술에 녹아들어서 약주가 될 겁니다. 그러니 잘 놔뒀다가 대원분들 모두 같이 쉬는 날…….”
‘그런 날이 있나?’
말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동사무소 공무원들이야 주말에 쉬겠지만, 소방서는 안 쉴 것 같았다.
아니, 쉴 수가 없을 것이었다. 사건사고는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가리지 않으니 말이다.
당장 눈앞에만 해도 일요일에 출근한 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다 쉬는 날이 있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이 쉬시는 날 다 같이 보약 먹는다 생각하고 드세요.”
강진의 말에 대원들이 웃으며 산삼을 보았다.
“산삼주를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그런데 일 년이라…… 일 년을 어찌 참아.”
대원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최동해와 최창수를 보았다.
“운이 좋아서 여기로 발령 나면 너희도 산삼주 먹겠다.”
“그러게요.”
두 사람의 대답을 들으며 강진이 담금주 통 뚜껑을 닫았다.
“자, 됐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김강은을 보았다.
“주방에 삼계탕 남았거든요? 저녁에 출근하신 분들께 한 그릇씩 드리고, 오늘 출근 못 한 대원분들께도 연락해서 드시러 올 수 있으면 드시러 오라고 해 주세요.”
“많이 남았어요?”
“오늘 쉬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준비를 좀 더 해 왔거든요.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드신 분들 얼마나 아쉽겠어요.”
“알았어요. 산삼 들어간 삼계탕이라고 하면 당장 차 키 들고 올 사람들 많아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소방대원들을 보았다.
“식사 대접을 한 김에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강진의 말에 소방대원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거창한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늘 우리 곁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도와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고생들 해 주셔서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곧 많이 더워질 텐데 더위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강진이 깊게 고개를 숙이자, 김강은이 그를 보다가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그에 대원들도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힐끗 차종석을 보았다. 그런 강진의 시선에 차종석이 웃으며 잘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감사 인사 같은 건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차종석이 한 말이 생각이 나서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
말 한마디로 여러 사람이 기분 좋아진다면 이것만큼 남는 장사도 없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저는 이만 정리하고 가야겠네요.”
강진이 주방 정리를 하러 들어가자 대원들이 하나둘씩 담금주 통으로 다가갔다.
“산삼주라.”
“그런데 담금주는 좀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나?”
“정말 무식한 말입니다.”
“왜?”
“담금주는 말 그대로 담그고 한 백 일은 지나야 술 색이 변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지금 부었는데 어떻게 색이 그렇게 나오겠습니까?”
“그렇구나. 우리 후배…… 아는 게 많아서 선배한테 무식하다고 하는구나. 내가 호랑이를 키우고 있었네?”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런데 이거 어디다 두지? 주방에 두기는 그렇잖아. 사람들 오고 가다 깨뜨릴 수도 있고.”
“서장님 방에다 둘까요?”
“서장님 술 안 드시잖아.”
“그러니 서장님 방이 가장 안전하죠.”
“하긴, 일리 있네.”
“그런데 술 안 드셔도 삼천만 원짜리, 그것도 한 뿌리도 아니고 두 뿌리나 들어간 산삼주면 드시지 않겠어요?”
“몸 생각해서 술 안 드시는 분이니 몸에 좋은 이걸 안 드시지는 않겠네.”
대원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강진은 김강은, 차은미와 함께 주방을 정리했다. 차은미가 치우는 걸 도와주겠다고 주방에 남은 것이다.
자신이 먹은 그릇들이야 대원들이 각자 알아서 설거지를 다 했지만, 그걸 정리해서 담고 주방에 남은 흔적들을 치우려면 손이 필요하니 말이다.
아이스박스에 뚝배기를 넣고 주방을 정리할 때,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삐!
그에 차은미가 급히 고무장갑을 벗었다.
“출동이에요. 더 도와주지 못해서 죄송해요.”
대답도 듣지 않고 서둘러 뛰어나가는 차은미를 보던 김강은이 강진에게 말했다.
“저도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정리는 제가 하고 갈 테니 가 보세요.”
“미안해요. 가서 큰 출동 아니면 다시 올게요.”
그러고는 김강은도 서둘러 주방을 나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배식대 위에 앉아 있는 차종석을 보았다.
그 시선에 차종석이 웃었다.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거야.”
“보통 사람에게는 큰일인데…… 저분들에게는 저게 일상이네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직업이니까. 너 같은 평범한 사람하고 비교하면 안 되지.”
차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사람은 사람을 한 명만 구해도 뉴스에 나오고 신문에 나온다.
어디 사는 누가 누구를 구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여기 소방서에 일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구해도 그저 누가 구조됐다는 내용만 나온다.
아니면 아예 나오지도 않거나 말이다. 사람들에게 소방관들은 사람을 구하는 게 당연한 사람들인 것이다.
‘당연한 것이 참 대단한 일인데…….’
귀가 아플 정도로 사이렌이 크게 울렸지만 강진은 그 소리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건 사람들을 구하는 소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