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70
971화
배용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걸 떠올린 오 실장이 슬며시 강진에게 물었다.
“용수 씨가 여기에 왔습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럼?”
“제가 사진 찍어서 여기 어떠냐고 하니 그러더라고요.”
오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먹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 혀에서는 뭐가 자라려나?’
이제는 당황하지도 않고 술술 거짓말을 하는 것에 작게 고개를 젓던 강진은 문득 오 실장을 보았다.
“따님은 잘 지내세요?”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에 남자친구분 일은?”
강진의 물음에 오 실장이 피식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사장님이 혼을 내주셨습니다.”
“형이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별것 아니라는 듯 밥을 먹으며 말했다.
“오 실장님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하신 분인데 직업으로 괄시를 해, 괄시를 하기는…….”
“그래서 형이 혼을 내주신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어느 날인가 사장님께서 저한테 어디 회사 가서 공장들 좀 둘러보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아! 그럼 거기가 그 남자분 아버님이 일하시는?”
강진이 눈치를 채고 말을 하자, 오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가서 보니 그 회사더군요.”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 그래서겠습니까? 사장님한테 투자 받으려고 하는 회사니 사장부터 임원들까지 다 나와서 맞이해 줬지요.”
“그럼 그중에 남자분 아버님도 계시던가요?”
“거기 이사로 있더군요. 후! 제가 명함을 주니 보고 놀라더군요.”
“실장님도 그분을 아셨나 보네요?”
“그게…….”
오 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저를 무시한 사람이 누군가 싶어서 살짝 알아봤거든요.”
일반인이 다른 사람에 대해 알아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 실장도 황민성 밑에 있다 보니 알게 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는 사람 뒷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남자 쪽 집이 어떠한지 알아본 것이다.
그리고 사실 화가 났었다.
돈이나 직업으로 사람 평가하는 건 자기도 그 집안처럼 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 집안이 그리 대단한 집도 아니었다.
월급도 자신이 그 이사라는 사람보다 더 높았고 말이다.
이사라고 해도 작은 공장이라 직함만 이사고, 하는 일은 영업사원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마음이 상했다. 자신보다 잘난 집에 무시를 당했으면 그런가 보다 했겠는데, 그게 아닌 사람에게 기사라고 무시를 당했으니 말이다.
“그때 경수 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 그때 사장님이 경수 씨한테 차 운전해서 가라고 했었거든요.”
“폼 나게 해 주려고 그랬나 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오 실장이 웃으며 인사를 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한테 귀한 분이시니까요.”
황민성의 말에 오 실장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고는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상황을 잘 몰랐는데, 곧 어떤 일인지 알겠더군요. 그래서 일단은 그쪽 회사 사람들하고 인사 나누고 회사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물론 그분에게 물으셨겠네요?”
“몇 번 제가 물으니 거기 사장이 알아서 그 사람을 제 옆에 붙이더군요. 제가 그 사람을 좋게 본 줄 알았나 봅니다. 어쨌든 저희 사장님 덕에 그 사람한테 인사 참 많이 받고 왔습니다.”
“그럼 투자 건은?”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말했다.
“투자는 하기로 했어.”
“투자하기로 하셨어요?”
“우리 오 실장님 무시당한 게 화나기는 하지만…… 그 사람도 어떻게 보면 아빠일 뿐이잖아.”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부모 직업 보고 남의 집 딸 무시하는 건 나쁘지만…… 그냥 아빠일 뿐이잖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도 작은 소희나 황희가 내 마음에 안 드는 남자나 여자를 데리고 오면 반대할 수도 있고.”
“형은 두 애가 마음에 들어 하면 그냥 결혼시킬 것 같은데요?”
“나도 그런 생각이었는데…… 전에 작은 소희가 결혼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는데 욕심이 나더라고. 좋은 녀석이었으면 좋겠고, 나처럼 술주정뱅이 아빠 말고 성실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손에서 자랐으면 좋겠고. 또 남자 녀석은 직업 반듯하고 공부도 좀 했으면 좋겠고…… ‘고’로 시작해서 고가 계속 나오는데 욕심이 끝이 없더라.”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았다.
“그냥 부모라서 며느리 욕심이 든 것 같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오 실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도 사실 딸 시집갈 자리에 욕심은 있으니까요.”
부모는 모두 자식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자식 장사 하는 것처럼 혼수나 예단을 과하게 요구하는 집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혼수나 예단 같은 것보다는 두 사람이 같이 잘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사 많이 받는 걸로 우리 오 실장님 분풀이하게 해 준 겁니다. 그리고 우리 오 실장님 그렇게 무시당할 분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형이 오 실장님 생각해서 투자 안 할 줄 알았는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 그리고 사적인 감정으로 회사 목숨줄 잡고 흔들 수는 없잖아. 거기 일하는 사람들도 다 한 가정의 가장들인데 말이야. 제대로 된 회사고, 제대로 된 투자 건이면 재수 없어도 투자한다. 그게 나한테 돈 맡기신 분들에 대한 내 최선이니까. 그리고 아빠가 아빠들 괴롭히면 안 되지. 같이 자식이라는 큰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데 말이야.”
“후! 그러네요.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죠.”
“맞아. 그리고 그 회사가 꽤 건실하더라고. 많이는 못 먹더라도 수익성도 있어 보였어.”
말을 하던 황민성이 웃었다.
“어떻게 보면 그 회사가 우리 오 실장님 덕을 본 거지.”
“덕요?”
“오 실장님 일 아니면 내가 투자를 안 했을 거야.”
“회사 건실하고 수익성이 있다면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투자한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작았어. 원래라면 내 눈에 찰 정도 투자처는 아니었지.”
“아…… 그럼 오 실장님 일 때문에 투자하신 거예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리고 투자를 안 한 것보다 투자를 한 것이 그 사람한테는 더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 내가 그쪽 사장한테 우리 오 실장님이 그쪽 회사를 잘 본 것 같아서 투자한다고 이야기를 해 놨거든.”
“그럴 수 있겠네요.”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았다.
“지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시면 제가 그 집 망하게 해 드릴 수도 있는데.”
“하하. 아닙니다. 그때 충분히 속 풀릴 정도로 인사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세요?”
“그리고 딸이 그러는데 남자 쪽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그 집 아버지가 사과하겠다고, 결혼 허락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더군요.”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하셨어요?”
“그럴 리가요. 저희 딸도 그런 집에 정이 떨어진 모양이더군요. 게다가…….”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 아빠 싫다는 집은 내가 더 싫어. 남자가 그놈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나 밖에서 잘나가.
딸이 한 말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은 오 실장이 말을 이었다.
“제 딸도 부모님이 헤어지라고 해서 헤어지는 남자는 싫다고 하더군요.”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가볍게 허벅지를 쳤다.
“맞습니다. 자기 여자 지켜주지도 못하고 그런 말 듣고 쪼르르 가서 헤어져야겠다고 하면서 말 전하는 남자를 어떻게 믿고 한 평생 살겠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오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것 때문에 잘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남자 여자 좋아서 살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싸우는데…… 양가 부모 일로 그 다툼거리가 늘어난다면 안 사는 것이 낫죠.”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 보이셔서 다행이네요.”
“기분 나쁠 일이 뭐 있겠습니까.”
오 실장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 딸 마음 좀 상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지요. 남편이 그런 성격인 줄도 모르고 시집을 갔으면 더 고생을 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깨끗하게 식사를 다 했다.
“좋은 경치 보면서 밥 먹으니 쑥쑥 들어가네요. 물론 강진 씨 음식이 아주 맛이 좋아서겠지만요.”
오 실장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 음식은 맛이 없었어요?’라는 농담을 하려고 했는데 오 실장이 먼저 말을 한 것이다.
강진은 강가를 보며 말했다.
“이런 경치에서 먹으면 맨밥에 소금만 쳐서 먹어도 맛이 좋을 것 같네요.”
“그러게 말이야.”
황민성도 강가를 보다가 말했다.
“용수가 이런 곳은 이런 곳으로 두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가족들 데리고 한 번 오기는 해야겠어. 잠은 다른 곳에서 자더라도 도시락 싸서 오고 싶네.”
“경치가 좋긴 좋죠.”
“그러게. 너무 좋아.”
강가를 보던 황민성이 식판을 들고 일어나자, 오 실장이 식판을 받으려 했다.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저 따라다니지 마시고 물에도 들어가시고 편히 쉬고 계세요.”
“아닙니다.”
“실장님 벌 세우려고 같이 온 것 아닙니다. 아! 트렁크에 낚싯대 몇 개 챙겨 왔습니다. 저쪽에서 낚싯대 드리워 보세요.”
“그럼 사장님은?”
“저는 촬영하는 거 보다가 흥 생기면 실장님이 깔아 놓은 낚싯대 잡으러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푸드 트럭 앞에 도착한 강진은 식판에 남은 음식들을 모아 버리고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는 빈 식판들이 쌓여 있었고, 한쪽에는 음식 쓰레기를 담는 통이 놓여 있었다.
‘다행히 잔반이 얼마 없네.’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가져가서 잔반이 많을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잔반이 적었다. 다들 잘 먹은 모양이었다.
강진이 식판을 챙기는 사이 황민성이 잔반통을 보았다.
“이것도 가져가면 되지?”
“네.”
황민성이 잔반통을 들자, 오 실장이 급히 다가오려 했다.
“괜찮습니다. 가서 낚싯대나 설치하세요. 저도 좀 있다가 낚시 좀 하게요.”
“그…… 알겠습니다.”
오 실장이 웃으며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형 낚시 좋아하세요?”
“안 좋아해.”
“안 좋아하세요?”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은 멍하니 찌를 보고 있는 것을 사색이니, 생각 정리니 하면서 좋아하는데…… 나는 그렇게 멍하니 있을 바에는 땀을 한 바가지 쏟는 쪽이야.”
“그런데 왜 낚싯대를?”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나야 현장 살피고 일할 것이 있는데 오 실장님은 멍하니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내 뒤만 따라와야 하고. 그래서 챙겨 온 거야.”
“아…… 오 실장님 하시라고요?”
“오 실장님이 낚시 좋아하거든.”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쉬는 날에도 나 따라오느라 일을 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낚시라도 하면서 일하시라고 챙겨 온 거야.”
“오. 좋은 직장 상사.”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요일에 일 시키는데 좋은 상사는 무슨. 그냥 악덕 업주지.”
웃으며 황민성이 푸드 트럭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식판을 들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