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82
983화
식사를 마친 강진은 윤복환과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숙 양 집에는 오늘 간다고 이야기했나?”
“미리 연락드려서 오늘 약속 잡았습니다.”
강진의 말에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일 때, 이혜미가 커피를 들고 왔다.
“커피 드세요.”
“고맙네.”
“사장님 가게 커피인 걸요.”
웃으며 말을 한 이혜미가 몸을 돌려 한쪽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식구들에게 다가갔다.
한끼식당 식구들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보던 윤복환이 강진을 보았다.
“좋은 친구들과 같이 있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윤복환이 배용수, 이혜미, 강선영, 임정숙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잘 해 주게. 승천을 하면 못 해 준 것만 생각이 나니 말이네.”
“어르신도 직원들이 있으셨어요?”
“직원이라기보다는 가끔 일을 도와주던 친구들이 몇 있었지. 그 친구들도 지금쯤 환생해서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게야.”
웃으며 하늘을 보던 윤복환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바다를 보았다.
“여기가 경치가 참 좋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원래는 부산 시장에 자리를 하고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곳에서 하기가 힘들더라고. 그래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지.”
“이전을 하셨군요.”
“시장에서 장사를 하려면 손님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힘들어서 말이야.”
윤복환이 웃으며 자신의 가게를 보았다.
“잘 옮긴 것 같아.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이라 귀신 손님들도 여기 마음에 들어 하고.”
자신의 가게를 보던 윤복환이 강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녁에 다시 이리로 올 거지?”
“여기에 지하실이 있습니까?”
“있지. 나도 JS 갈 때는 땅과 접해 있는 문을 이용해야 하니 그것부터 만들었지.”
“그럼 저녁에 여기 와서 집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들 오늘은 사장님 손맛 좀 보게 해 주고 싶은데요.”
“나이 먹은 나를 부려먹으려는 건가?”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제 친구들이 제 음식만 먹었다면 여기 오시는 손님들도 사장님 손맛만 봤을 테니 저도 음식 몇 가지 해야죠.”
“후! 오늘 우리 손님들 서울 음식 맛 좀 보겠구먼.”
“아주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네. 정숙 양이 몸이 달은 모양이야.”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임정숙을 보았다. 그러다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는 임정숙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 임정숙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정숙 씨 생각을 못 했네요.”
“과부 팔자는 과부가 안다고, 자네나 나나 저승식당을 하고 있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지. 나는 아직도 우리 쪽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거워. 속도 시원하고 말이야.”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황민성과 강상식이 자신의 일에 대해 알고 있어 그들과 이야기를 하지만, 깊은 이야기까진 할 수 없었다.
저승 일을 많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윤복환과 같은 저승식당 사장들과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서로 사정을 알고, 서로 힘든 것을 아니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이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제 일어들 나시죠.”
“네!”
임정숙이 벌떡 일어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출발하면 점심시간 전에 도착하겠어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임정숙을 보던 윤복환이 말했다.
“내가 태워다 줄까?”
“아닙니다. 이 앞에서 택시 타면 됩니다.”
“택시 타게?”
“대중교통 타기에는 저희 직원들이 불편할 것 같아서요.”
향수를 뿌리지 않은 상태라면 사람들이 비켜 지나가겠지만, 직원들은 다 향수를 뿌려서 사람들과 부딪힐 수 있었다.
사람이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건 귀신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윤복환이 택시 타는 곳까지 안내해 주겠다며 가게를 나섰다.
“아! 전에 자네 소개로 왔다고 한 가족이 있었네.”
“제 소개요?”
“아저씨 한 명에 초등학생 둘, 그리고 수호령 아주머니 이렇게 왔더군.”
윤복환의 말에 강진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일전에 임정숙 집에 인사를 하러 왔을 때, 길가에서 음식을 했었다. 그때 아들 둘을 데리고 차를 고치러 왔던 아저씨 가족이었다.
“맞아요. 제가 소개를 해 주었어요.”
“그렇다고 하더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사장님 가게 예약제인데 어떻게 하셨어요?”
“사람 손님이면 예약 안 됐으니 미안하다고 돌려보내겠지만…… 귀신하고 같이 왔으니 어쩌겠나. 음식을 더 하는 거지.”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일반 가게인 줄 알고 소개해 줬는데 죄송합니다.”
강진의 사과에 윤복환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 상대하는 가게는 많아. 대신 귀신을 위한 가게는 적지. 그러니 귀신 손님이 오면 돌려보낼 수 없다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우리 하는 일이 그런 건데.”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웃다가 택시가 다가오는 것에 손을 들고는 말했다.
“그럼 저녁에 다시 오겠습니다.”
“저녁 사람 장사 할 때 와.”
“사람 장사 할 때요?”
“사람 장사라 하니 말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가 저승식당 요리사기는 해도 기본은 요리사인 만큼 여러 음식 먹어 보는 것이 좋으니까. 시간 날 때는 여러 맛집 다니는 것도 좋아.”
윤복환은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다시 강진을 보았다.
“그럼 다녀와.”
윤복환이 임정숙을 보았다.
“집에서 좋은 시간 보내요.”
“감사합니다.”
강진이 먼저 택시에 타자 귀신들도 서둘러 택시 위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던 윤복환이 입맛을 다셨다.
‘그냥 내가 태워 줄 것을 그랬나.’
택시 지붕 위로 올라가는 귀신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볼 때, 택시가 출발을 했다. 그에 윤복환이 손을 흔들었다.
“잘 놀다가 와요.”
윤복환의 말에 지붕에 앉은 한끼식당 직원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따가 뵐게요.”
멀어져 가는 한끼식당 식구들을 보던 윤복환은 시야에서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몸을 돌렸다.
***
임정숙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강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정숙 씨가 먼저 들어가서 상황 좀 보실래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이 들어가요. 아빠하고 엄마 모두 사장님 좋아해요.”
“그래요?”
“그럼요. 저 집에 오면 가끔씩 두 분이 사장님 이야기해요.”
말을 하던 임정숙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뭔가 말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표정이 그래?”
“네? 아니에요.”
강선영의 말에 임정숙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강진 씨 사위 삼고 싶다고 그러셨어요?”
“그, 그게 아니라요!”
“농담이야, 농담.”
임정숙이 너무 당황해하는 것에 이혜미가 급히 말을 돌렸다.
“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저 차인 건가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우물쭈물하는 임정숙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눈을 찡그렸다.
“저 놀리지 말아요.”
“알았어요. 미안해요.”
강진이 사과를 하자, 임정숙이 웃으며 엘리베이터 층을 알리는 숫자를 보았다.
자신의 집이 있는 1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임정숙이 환하게 웃으며 내렸다. 뒤이어 내린 강진이 자신의 옷을 살폈다.
“나 옷 괜찮지?”
“깔끔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옷을 한 번 더 정리하고는 임정숙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임정숙의 아버지 임형근은 창가에 서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요?”
“뭐하기는, 애들한테 물 주고 있지.”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웃으며 걸레와 통을 들고 왔다.
“물 두 번 줬다가는 아랫집에서 물 떨어진다고 쫓아오겠어.”
“응?”
임형근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다가 바닥에 고인 물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걸레를 대신 받아 바닥을 닦았다. 물을 줘도 너무 많이 준 것이다.
바닥을 닦는 임형근을 보며 진세영이 말했다.
“강진 씨 오는 게 그리 좋아?”
임형근은 물기를 닦은 걸레를 통에 대고 쥐어짰다.
쫘아악!
물이 통 안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임형근이 말했다.
“우리 정숙이를 기억하는 사람이잖아.”
“그게 그리 좋아?”
“그럼. 좋지.”
임형근은 TV 옆 작은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만화책을 보았다.
보통 가정집 책장에 인문학 책이나 자기 계발서가 놓여 있는 것과 달리, 임형근의 집 책장에는 딱 한 시리즈의 만화책만 있었다.
“사람이 죽는 건 기억에서 잊힐 때라잖아.”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피식 웃으며 만화책을 보았다.
임형근은 만화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동안 아예 안 본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만화책을 전혀 보지 않았다.
만화책을 볼 시간에 잠을 한숨 더 자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임형근은 이 만화책과 진열장을 사 가지고 집에 왔다.
만화책을 안 보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것을 사 오는 것에 진세영은 당황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딸이 죽고 난 후 멍하니 있던 임형근이 뭐라도 즐길 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세영은 특이한 것을 하나 알아냈다.
임형근이 구십 권이 넘는 만화책 중 유독 한 권만을 계속 꺼내 본다는 것이었다.
진세영은 유독 한 권, 손때가 묻어 있는 만화책을 집어서는 펼쳐 보았다. 그렇게 만화를 보게 된 그녀는 왜 임형근이 이 만화책, 그리고 이 권만 보는지 알았다.
만화책 속 캐릭터의 대사…… 그리고 그 대사가 쓰인 페이지는 물먹은 종이가 마르면 변형이 되는 것처럼 훼손이 되어 있었다.
저 대사를 볼 때마다 죽은 딸을 떠올리며 한 방울 한 방울 책장을 적신 것이다.
자신의 기억하고 있으니 딸이 살아 있고, 지금은 조금 먼 곳에 여행을 갔다 생각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강진이 온다고 하니 좋은 것이다. 자신의 안쓰러운 딸을 기억해 주고 찾아오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걸레를 통에 대고 짜던 임형근이 문득 진세영을 보았다.
“우리 집에 술 있나?”
“술은 왜?”
“전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술 한 잔 못 권했는데 오늘은 한잔해야지. 그 친구가 전처럼 맛있는 음식 가지고 온다고 했는데 그거에 반주 안 할 수 있나.”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웃었다.
“누가 보면 사위 오는 줄 알겠어요.”
“사위?”
사위라는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을 찡그렸다.
“강진이가 우리 정숙이 기억해 주고 이렇게 찾아와 주는 건 고맙지만…… 사윗감으로는 내 눈에 안 차. 그리고 식당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왜요? 혼자서 식당 한다고 대견하다고 했잖아요.”
“혼자 식당을 하니 안 되는 거야. 거기에 시집을 가 봐. 우리 정숙이 평생 주방에서 일을 해야 할 것…….”
말을 하던 임형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말을 하다 보니 마치 자기 딸이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런 임형근의 모습에 진세영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 또한 그랬다.
특히 저녁에 밥할 때 뭐가 필요하면 자기도 모르게…….
-정숙아, 이것 좀…….
이제는 곁에 없는 딸을 불렀다가 잠시 멍하니 서 있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