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23
122화
어떻게 접선 장소에 장웨이가 있는 것일까.
김대리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와 다르게 척준신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척준신은 김대리처럼 고민할 시간에 먼저 위협이 되는 장웨이를 제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척준신이 막 움직이려고 할 때, 장웨이의 입에서 어눌한 한국말이 흘러나왔다.
“잠시만요. 저는 적이 아닙니다.”
“으응…?”
손을 들어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는 장웨이를 봤지만, 척준신의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진정하세요. 저는 당신들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겁니다.”
“잠시만요. 척부장님. 잠시 이야기를 들어보죠.”
김대리가 척준신을 말리자, 그제서야 척준신이 자세를 풀었다.
“휴…. 감사합니다.”
장웨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우리를 잡기 위해 시간을 끄는 거라면, 자네는 크게 후회하게 될 걸세.”
척준신의 강력한 경고에 장웨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장웨이 선임님,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셨군요.”
그동안 장웨이는 분명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눌하게 한국말을 하고 있었고, 방금 척준신의 경고를 모두 알아듣는 모습이었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일상회화가 아무런 문제 없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였다.
“그것까지 모두 설명해 드릴 테니, 진정들 하세요….”
장웨이는 다시 한번 척준신과 김대리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성신 그룹 중국 지부에 파견나온 비밀 감찰부 소속의 장웨이라고 합니다.”
성신 그룹 비밀 감찰부.
회사 내부의 정보를 빼돌리는 기업 스파이, 혹은 내부 배신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였다.
그들은 회사 내에서 신분을 위장해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며,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의 정체를 들은 척준신과 김대리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자세한 설명은 강선임님이 이곳으로 오시고 나서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적대감이 사라진 둘의 모습을 보고 장웨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둘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강신은 일부러 모습을 노출시키면서 흩어져있던 공안들이 전부 자신을 쫓도록 만들었다.
“저기 있다! 잡아!“
”어어…. 또 컨테이너가 쓰러진다. 조심해!“
“젠장 놓치지 마!!”
그리고 강신은 항구에서 마을 방향으로 달아났고, 공안들은 서둘러 강신을 쫓았다.
하지만 그들은 강신에게 의태 장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강신은 잠시 공안들의 눈을 피해 입고 있는 장비의 카모플라쥬 기능을 사용했다.
그는 사라진 강신을 찾기위해 마을 쪽으로 향하는 공안들을 확인하고 나서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브로커와 접선하기로 한 장소에서 자신의 일행뿐만 아니라 장웨이를 발견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강신은 카모플라쥬 기능을 풀지 않고,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현재 상황을 살폈다.
그들이 서로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강신이 나타나자, 장웨이는 크게 놀라 넘어질 뻔했다.
“허억….”
“읏차, 강선임님 고생하셨습니다.”
넘어질 뻔한 장웨이를 잡아준 김대리가 태연하게 강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이분, 성신 그룹의 비밀 감찰부 소속이랍니다.”
“비밀 감찰부?”
강신은 부서 이름을 듣고도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김대리가 간략하게 비밀 감찰부가 어떤 부서인지 설명해주었다.
“그런 부서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럼 그동안 저희가 알고 있던 장 선임님의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습니까?”
“진실 속에 거짓을 조금 섞어놨죠. 모두 거짓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우선 저는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발음이 어눌하지 않습니까?”
말장난 같았지만, 언어를 잘하고 못하고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으니 분명 장웨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현장에서 저희가 했던 대화를 모두 알아들었다는 소리군요.”
강신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자, 장웨이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아버지가 홍위병이라는 사실은요?”
“아, 남진수 책임이 말했나 보죠?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이야기죠. 저는 아닙니다.”
“중국에서 감찰 활동을 편하게 하려고 그런 소문이 나도록 내버려 둔 거군요. 그렇다면 소심한 행동도 연기였을 테고….”
“이야…. 대단하시네요. 어째서 제 상사가 강선임님을 그렇게 칭찬했는지 알겠네요.”
장웨이는 강신을 칭찬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버지가 홍위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장웨이가 중국에 몸 바쳐서 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는 회사의 기밀을 국가로 빼돌리는 스파이들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좋은 패였다.
그는 소심한 성격인 척 연기하며, 스파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럼, 이번 현장에 나온 건 중국쪽과 커넥션이 있는 남진수 책임님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지원하신 겁니까?”
강신의 의심은 타당한 것이었지만, 장웨이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니요. 이번에는 진짜 우연히 나오게 된 겁니다. 애초에 한국 지부에서는 제가 위장한 신분인지 모르고 울프 팀의 지원을 맡겼습니다.”
장웨이가 남진수를 조사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울프 팀의 지원 요청은 그가 지원한 게 아니라 반대로 요청을 받은 것이었다.
“오히려 남진수 책임이 제가 업무가 미숙하다는 핑계를 대고, 추가로 이번 작전에 지원했습니다. 울프 팀의 장비들과 U.M.A를 노린 것입니다.”
첫날 공안이 강신 일행이 머무는 호텔을 찾아간 것도 남진수가 돈에 눈이 멀어 공안에 울프 팀을 밀고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조금 납득이 되네요….”
출장 와서 강신이 느꼈던 몇몇 의문들이 드디어 해소됐다.
“그런데, 왜 이곳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신 겁니까?”
사정이야 어떻든 울프 팀은 밀항 브로커를 통해 이곳을 떠나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장웨이만 있을 뿐, 강신과 접촉했던 브로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그거 말입니다만…. 여러분 사기당하신 겁니다.”
“사기라니요?”
김대리가 당황한 듯 되묻자, 장웨이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끝까지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었습니다.”
호화요트에서 제압당했던 장웨이는 남진수를 고발할 정보를 충분히 모았고, 강신 일행을 쫓을 생각이 없었다.
원래 자신의 역할은 울프 팀의 지원이 아니라, 내부의 쥐새끼를 잡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비밀 감찰부의 상부에서 오더가 떨어졌다.
“회사에서 급하게 연결해 준 브로커가 불안하다며, 저에게 직접 가서 확인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상부의 예측은 정확했다.
울프 팀은 현재 중국에서 상당한 현상금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중국인 브로커는 울프 팀에게 돈을 받고, 그들을 공안에 넘겨 추가로 현상금을 받으려고 했다.
그 사실을 장웨이가 알게 되었고, 브로커가 공안에 신고하기 전에 제압했다.
“변장하고 접촉했는데 우릴 알아봤던 건가….”
척준신이 장웨이의 설명을 듣고 배신한 브로커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저희가 수상해 보인듯합니다.”
“밀항은 뭔가 걸리는 게 있는 사람들이 쓰는 방법이니까요. 배신한 브로커를 심문했더니, 수배서에 동양인 남성 3인이라고 적혀있어서 공안부에 찔러보려고 했답니다.”
김대리는 장웨이가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았을 때, 겪게 되었을 아찔한 순간을 상상했다.
“흐…. 저희 진짜 위험했었네요. 그럼 배는 어떻게 하죠.”
“여러분이 탈 배는 제가 준비했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장웨이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브로커를 찾아, 강신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배를 찾았다.
그리고 네 명의 좌석을 구하자마자, 이곳으로 와 울프 팀을 기다렸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장웨이가 울프 팀 인원들을 배가 준비된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울프 팀은 그가 준비한 배를 보고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 거짓말이죠?”
김대리가 눈앞의 배를 보고 강하게 부정하자, 장웨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맞습니다.”
“아니…. 이걸 타고 어떻게 밀항을 합니까….”
강신과 척준신도 한껏 불평하는 김대리를 이해했다.
왜냐하면 장웨이가 준비한 배가 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모터만 달린 고무보트였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이걸 타고 바다로 나가서 대련에서 출발한 밀항선으로 옮겨 탈 겁니다.”
“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김대리는 안심한 듯 표정을 바꿨다.
“다행히도 대련에서 출발하는 밀항선에 딱 네 자리가 남았더군요. 접선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서 타시죠.”
울프 팀 인원들과 장웨이가 고무보트에 오르자, 장웨이가 고무보트를 몰아 밀항선이 오기로 했던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다행히도 장웨이가 구한 밀항선이 접선 지역을 지나치기 전에 도착해서 배에 오를 수가 있었다.
그 무렵 강신을 웨이하이에서 놓쳤다는 사실이 공안부 상부에 보고됐다.
그들은 해상 병력을 동원해 한국으로 가는 모든 배를 해상에서 세우고, 내부를 전수 조사했다.
공안부는 강신에게 당한 걸 생각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배를 샅샅이 뒤졌지만, 울프 팀 인원들은 찾을 수 없었다.
* * *
며칠 후.
목적지에 도착한 장웨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강선임님이 구한 밀항선의 행선지를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공안부가 한국으로 가는 배를 전수 조사했지만, 강신 일행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
그것은 울프 팀이 한국이 아닌 대만으로 갔기 때문이었다.
“제가 만약 공안이었다면 한국으로 가는 배를 모두 막아서라도 찾았을 테니까요. 그러니, 안전을 위해 조금 돌아가려 했죠. 여기서 한국으로 가는 건 시간이 더 걸려도 안전할 테니까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장웨이가 강신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군요.”
장웨이가 손을 내밀자, 강신이 그것을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곳에서 기다리면 대만 지부 사람이 나와서 도와드릴 겁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상황에서 뵈었으면 좋겠군요.”
“후후….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돌아가시는 길은 평안하시길….”
장웨이는 울프 팀과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중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대만 지부에서 나온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주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강신은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두둑함에 손을 넣었다.
잘그락.
강신의 손에 잡힌 건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재질의 매끈한 비늘.
바로 전설에서 나오는 용의 비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