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0
179화
작전 현장이 담긴 영상이 끝나자, 프로네시스가 사고의 원인을 꼬집었다.
-척준신 부장님이 임무를 포획에서 사살로 변경한 게 부상자를 줄였어. 문제는 그전에 일어났거든.
U.M.A가 고정핀을 뽑고 대열로 들어와 난동을 피웠을 때, 대부분의 부상자가 생겼다.
그리고, 사망자 또한 이때 발생했다.
-U.M.A의 엄니가 목을 찌르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즉사했어.
프로네시스가 띄운 사망자의 정보는 7팀 소속의 이제 입사한 지 6개월이 된 신입이었다.
회사의 기본 훈련을 마치고 이날 처음 현장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기존 훈련 내용을 보면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고 적혀 있었으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쉽게 동요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경험이 적은 요원이었으면 조금 더 안전한 현장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은데….”
-회사는 이번 현장이 꽤 안전한 현장이라고 판단했으니까.
회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마취제가 U.M.A에게 흥분제로 작용하는 일만 아니었다면 U.M.A를 어렵지 않게 포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신은 신입 사원의 기록을 살폈다.
그가 U.M.A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원래라면 보호 장비에서 튀어나와야 할 특수 금속 섬유로 만들어진 소모성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확인 결과, 보호 장비가 오작동한 이유는 관리 소홀이었다.
보호 장비를 뚫어 버리는 엄니 앞에서 보호 장비보다 차단력이 조금 떨어지는 소모품 보호 장비가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었다.
허나 엄니 공격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줬다면 목처럼 치명적인 곳이 아니라 다른 부위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강신은 장비의 결함이 아니었다면 살았을지도 모를 신입 요원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척부장님도 힘드시겠네.”
결국 모든 지휘는 척준신이 맡았으니, 책임 또한 척준신이 져야 했다.
강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 * *
다음날, 강신은 어김없이 헬스장에서 운동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나온 사망자 때문인지 헬스장은 북적였지만, 예전 같은 열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강신은 그들을 보면서 묵묵하게 몸을 움직였다.
지금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동료를 잃은 그들에게 전혀 위로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침울한 분위기에서 운동을 끝낸 강신이 샤워를 마치고, 락커로 들어가려는데 라커룸에서 울분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씨….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어떻게 사람 목숨보다 연구가 우선일 수가 있어.”
“그래, 이번 일은 나도 좀 그렇더라.”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현장에 나간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옆에서 자신의 말을 동의해 줘서일까, 울분이 섞였던 목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언성이 높아졌다.
“그래, 그래, 나도 네 맘 다 아는데, 좀 조용히 해라,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누가 좀 들으면 어때서! 우리가 뭐 틀린 말 했어?”
“그래,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거. 너도 알잖아.”
“뭘 어쩔 수가 없어! 시X, 우릴 무슨 소모품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드러워서 이 일을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나도 매번 그런 생각을…. 헛…. 강선임님?”
두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모퉁이를 돌다가 강신과 마주치고 몸을 흠칫 떨었다.
동료를 진정시켰던 요원은 강신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확인했고, 강신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강신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방금 그 이야기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 * *
타다닥…. 타다닥….
헬스장에서 두 요원과 대화를 나누고 개인 큐브로 돌아온 강신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고민에 빠졌다.
이번 현장에서 사망한 요원의 장비가 오작동한 건, 어디까지나 장비 관리를 잘못한 요원의 탓이었지만 다른 부상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현장의 부상자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경력이 많지 않은 신입사원들이었다는 것.
신입이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다친 게 아니었다.
똑같은 공격을 받았어도 일정 경력 이상의 요원들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신입과 다른 요원들의 차이는 바로 보호 장비에 있었다.
요원들이 각자 특성에 맞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성신에서 사용하는 보호 장비는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달랐다.
처음 보호 장비를 받을 때는 똑같은 차단력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에서 쌓은 공적을 통해 장비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었다.
요원들이 장비 개선을 요구하면 특수한 금속과 소재를 이용해 차단력을 올리거나, 보호 장비에 특별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런 공적이 없는 신입이라 해도 요원의 생존을 위해 몇 번의 장비 개선을 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장비 개선이 너무 늦는 다라…….”
연구원들이 신입 요원들의 장비 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신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는 대부분 권영식이 직접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는 현장 요원들의 불만을 알지 못했다.
-이건 굳이 네가 참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프로네시스가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강신에게 대꾸했다.
프로네시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강신이 아무리 현장 요원들과 가깝게 지낸다고 하더라도, 연구원들의 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그들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나도 울프팀의 팀장이니까. 장비 관련 이슈를 알고 있고, 해결할 수 있으면 움직이는 게 맞지.”
울프 팀의 장비는 권영식이 연구원들에게 직접 관리 지시를 하고 있었고, 강신이 걱정할만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강신은 팀을 맡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이번 일을 해결해보려고 했다.
억지에 가까운 핑계를 대는 강신의 말에 프로네시스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크흠, 그럼 왜 장비 개선이 늦어지는지 확인해봐야지.”
강신은 자신이 말하고도 민망한지, 크게 헛기침을 했다.
-인간들은 이런 행동을 오지랖이라고 한다지. 내 친구의 오지랖은 정말이지 넓고도 넓네….
프로네시스의 비난에 강신은 오히려 당당하게 대꾸했다.
“에이…. 그걸 이제 알았어?”
-……이미 알고 있었지. 그래서 뭐부터 알아봐 줄까?
뻔뻔한 강신의 태도를 본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마음을 바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요구대로 회사에 생긴 문제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료들을 모았다.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장비 개선이 늦어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일까,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 강신이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것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 *
강신은 권영식과 임상무뿐만 아니라, 이번 일의 직접적인 원인인 특수 소재를 관리하는 지원팀 인원도 함께 불렀다.
모두가 퇴근할 시간이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권영식과 임상무였고, 야근에 시달리는 지원팀도 곧장 강신이 있는 개인 큐브로 찾아왔다.
“팰로우님과 저만 보자고 하신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인물이 이곳에 있군요.”
임상무가 지원팀 요원을 보고 의문을 표했다.
평소 개인 큐브에는 출입하는 인원들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지원팀 인원이었던 것 같은데…. 맞습니까?”
“네, 저는 지원팀 특수 소재 관리 소속 민석영 대리입니다.”
권영식은 지원팀 요원을 보고 눈을 게슴츠레 뜨며 강신에게 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이런 자리를 만들었나?”
강신은 필요한 인원들이 모이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건 지난번 작전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입니다.”
연구소의 총책임자인 권영식과 대외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임상무, 그리고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있는 지원 요원이 그 사고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
하지만 전날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람들은 그 어떤 말도 입에 담지 않았다.
“어제 발생한 사고는 신입 요원이 입은 장비의 차단력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부탁해 홀로그램을 띄웠다.
곧 현장에 나갔던 요원들이 입고 있었던 장비들의 차단력 수치가 나타났다.
강신이 보여준 자료에는 U.M.A에게 똑같은 공격을 받았지만, 부상당한 요원과 그렇지 않은 요원이 입고 있던 보호장비 차단력의 차이가 나와 있었다.
그런데 그 수치의 차이는 고작 5에 불과했다.
이는 장비 개선을 한두 번만 하면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차단력이었다.
만약 신입 요원들의 장비가 개선이 끝난 상태였다면, 지난 현장에서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은 이미 우리도 알고 있네. 하지만 장비 개선이 늦어지는 건 이쪽에도 사정이 있네.”
회사에서 임무 실패에 사망자까지 나온 현장을 분석하지 않았을 리 없다.
강신도 권영식과 임상무, 그리고 지원팀의 민석영 대리까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강신이 이 사실을 굳이 꺼낸 이유는 문제의 해결책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네, 압니다. 장비 개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연구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장비 개선에 들어가는 특별한 소재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강신의 말에 특별한 소재들을 관리하는 민석영이 크게 몸을 떨었다.
실제로 장비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소재 부족 때문이었다.
신입 요원들에게 최초 지급되는 보호 장비는 양산이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 진다.
따라서 초기 보호장비 지급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장비를 개선하는 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소재가 부족한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장비 개선에 들어가는 소재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소재들이니까요.”
연구원들은 청동 돼지가 매일 배출하는 금속과 특정 U.M.A의 소재를 사용하여 장비를 개선해왔다.
하지만 그 수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런 소재를 장비 개선에만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비 개선뿐만 아니라, 소재의 조사와 연구에도 사용되어야 했으며, 다른 기업과 거래를 위해서도 조금은 남겨놨더군요. 그리고…. 20층에서 야장 일을 하시는 이승훈 씨에게도 일정 부분 지급하고 있구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장비 개선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렇게 배분하고 있다고 해도 소재가 부족해 불만인 곳이 많았다.
소재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 야장일을 하는 이승훈, 심지어 소재를 관리하는 민석영도 불만이 가득했다.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아도 정말 적절하게 분배하고 있었습니다.”
민석영이 울상을 지으며 항변하자, 임상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도 소재가 부족한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기업의 협력이나 정부를 도울 때마다 그런 소재들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죠.”
임상무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지금은 소재가 부족해 모두가 적은 양을 참으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소재의 양이 늘지 않는 이상, 부족은 계속될 게 분명했다.
“특수 소재를 사용하는 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아.”
권영식도 예전 일을 떠올리며 민석영과 임상무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미 프로네시스에게 들었던 내용이네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가 많으니, 수요 쪽을 효율적으로 줄여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수요를 효율적으로 줄인다고?”
강신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권영식이 반문했다.
“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여러분을 이곳으로 모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