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0
199화
울프 팀은 도망가는 징조가 최초로 발견된 주택가의 CCTV 영상을 올린 사람을 찾았다.
프로네시스의 도움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영상을 올린 사람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 사람도 단지 마당에 설치된 CCTV 영상의 일부를 올린 것뿐이었다.
이후 그 우산이 어디로 갔는지는 몰랐다.
결국 강신과 일행들은 그 주택을 기점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이번 일은 평소 강신이 출동했던 현장과는 달리 특별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그저 도망가는 징조가 나타난 장소를 중심으로 일정 반경을 돌아다니며 수색하는 것이 현재 울프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도 거치적거리는 우산까지 쓸 필요가 있나?”
척준신이 큰 우산을 쓰고도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며 말했다.
우산이 다 막지 못한 빗방울들은 옷을 적시지 않고 튕겨져 나갔다.
장마철이라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사실 그들에게 우산은 딱히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울프 팀이 입고 보호 장비에는 특별한 방수 코팅이 되어 있다.
많은 비를 맞아도 빗방울들을 튕겨내 젖지 않게 만드는 기능이 있었다.
“이번 일이 평범한 현장이었다면 딱히 우산이 필요 없겠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불편하시겠지만 참아주세요.”
U.M.A와 부딪힐 수 있는 현장에서 우산은 척준신의 말대로 거추장스러운 물건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의 이목이 있는 이번 현장에는 우산은 시민들에게서 위화감을 낮춰주는 물건이었다.
“아무리 젖지 않는다고 해도 비가 이렇게 오는데, 우산 없이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볼 때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흠….”
“그리고 저야 의태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사복 차림이지만, 척부장님과 김대리님은 정장이니, 그 위화감이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듣고 보니, 그렇긴 하군…. 내가 조금 생각이 짧았네.”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도망가는 징조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그래서일까, 강신과 척준신은 멀쩡해 보였지만 김대리가 조금 지친 모습을 보였다.
강신은 김대리의 상태를 보고, 곧바로 근처 카페로 이동해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달짝지근한 커피를 마시는 김대리가 강신과 척준신을 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조금 더 걸을 수 있었는데요….”
김대리의 말은 오기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4시간 동안 걸어 다녀서 종아리와 허벅지가 조금 당기긴 했지만, 참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김대리님,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아시죠?”
“그러니까, 한시라도 더 많이 움직여야죠.”
김대리의 대꾸에 강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빠르게 걷는다고 다가 아닙니다.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건 찾는 속도보다, 지구력이 더 중요합니다.”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면 당연히 피로가 누적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색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강신은 잠을 자는 시간도 아낄 생각이기에 벌써부터 김대리를 지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아…. 그렇겠네요.”
결국 김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대로 휴식을 취했다.
김대리와 척준신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강신은 몸은 쉬고 있었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했다.
-수원 지부 1,2,3팀 수원에서 포항으로 이동 중이야. 그리고, 3시간 후에 부산 지부에서도 출발한다고 전해왔어. 그리고 나머지 지부는…….
프로네시스를 통해 현재 다른 요원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었다.
“대충 서너 시간이면 모두 도착하겠네. 수원 지부 1팀은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도시 외각에서 움직이게 하자. 산속에 있는 절과 자연인들이 사는 곳 위주로 수색할 수 있게.”
장성동을 기점으로 30km는 넓은 지역이었지만, 그 범위 내 있는 모든 지역이 수색의 대상은 아니었다.
도망가는 징조는 사람이 머물지 않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포항의 한쪽 면은 바다고, 그 반대편은 높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행히도 바다와 산을 수색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방금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던 것처럼 산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가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먼저 확인하는 편이 편할 수도 있어.’
그래서 강신은 1개 팀을 이용해 먼저 산속에서 거주하는 이들을 찾아보게 하고, 나머지 팀들을 도심으로 불러 모았다.
많은 지원 병력과 충분한 장비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요원들이 도심을 돌아다니면 시민들이 수상하게 여길 게 분명했다.
소수의 인원도 아니고 다수의 요원들이 같은 복장으로 도심을 돌아다니면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성신은 위화감을 낮추기 위해서 한 가지 수를 생각해 냈다.
그것은 바로 스페이스 S21 촬영 이벤트였다.
성신은 최신 출시한 스마트폰의 화질 좋은 카메라를 홍보하는 척 긴급하게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 내용은 친구 세 명과 함께 검은 정장을 입고, 평소 돌아다니는 길을 스페이스 S21로 촬영해서 응모하는 형식이었다.
참가 조건은 딱히 없었으며 응모만 해도 포인트를 지급해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게 그저 평범한 이벤트였다면 크게 눈에 띄지 않겠지만, 성신은 이 이벤트가 온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손을 써놨다.
현재 현장에 맞추어 5일 한정이라는 기간을 걸어두었지만, 굉장히 많은 상품들을 내걸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확실하게 이슈화하기 위해 SNS의 셀럽들을 고용했다.
요즘 가장 핫한 이벤트처럼 만들었고, 언론에도 돈을 뿌려가며 광고했다.
급하게 계획한 이벤트였지만 회사도 마냥 손해를 보는 건 아니었다.
수색 작업 중인 요원들을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성신이 만든 스마트폰 스페이스 S21의 홍보도 함께 되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누가 계획한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머리 하나는 끝내주게 잘 돌아가네요.”
김대리는 이벤트를 계획한 사람을 극찬했다.
휴식을 끝낸 울프 팀은 수색을 재개했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도심을 돌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동안 각 지역의 비밀 연구소 지부에서 출발한 요원들이 포항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요원들이 모여들자, 강신은 더 바빠졌다.
-AF-3 구역, 우산과 비슷한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BB-4 구역, 버려진 우산 발견, 영상 첨부해서 보내겠습니다.
-CA-1 구역, …….
통신 장비를 통해서 수색에 투입된 요원들의 보고가 끊임없이 전해졌다.
“이번 표적은 활동량이 높기 때문에 혹여라도 똑같은 곳을 둘러보게 되어도 자세하게 관찰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강신이 요원들에게 간간이 주의 사항을 말해주며, 보고를 받는 도중 갑자기 프로네시스가 강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신아, 혹시나 해서 정부 쪽으로 우리 상황을 전달했던 거 기억나?
“그럼, 당연하지. 내가 직접 보내달라고 했으니까.”
성신에서 포항으로 다수의 요원을 파견한 이유를 정부에게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반응은 강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정부에서 포항 쪽으로 국정원 요원들을 파견해 준다고 하더라.
“뭐? 정말?”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확실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움직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원래는 방관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경석 의원이 국정원에 사고가 터지면 움직일 거냐고 했나 봐. 확률이 적어도 예방을 하라면서 압박을 가했다고 하던데?
강신은 국정원으로 보낸 정보를 어째서 이경석 의원이 알고 있는지 짐작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우린 프리메이슨과 동맹 관계니까,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어찌 되었든 좋은 소식임은 틀림없었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도움으로 성신은 국정원과 새로 통신망을 짜고 특정 장비들을 추가 했다.
그리고 작전을 공유하며 서로 지원해주었다.
-U.M.A는 포획한 곳에서 모든 권리를 갖게 되는 걸로 이야기가 끝났대.
정부는 잊지 않고 이번 현장에서 얻을 이익까지 계산했다.
“경쟁 상대가 있으면 더 활발하게 움직일 테니, 나쁘지 않네.”
강신은 정부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면 그만큼 더 수색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입된 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성신의 현장 요원들과 국정원 요원들의 철저한 수색은 삼 일 밤낮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모두 제대로 쉬지 못했고, 자는 시간까지 최소화하며 수색을 이어갔다.
그동안 그들이 발견한 이상한 우산은 총 512개였다.
계속되는 장마 때문인지, 버려진 우산이 굉장히 많았다.
수색에 참여한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려진 우산들을 모두 수거했다.
하지만 그 우산들 중에는 영상에서 나왔던 것처럼 움직이는 우산은 없었다.
이제 이틀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자, 사람들은 슬슬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쳐갔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도 힘든데, 무언갈 찾기 위해 계속 집중하고 주변을 돌아본다는 건 더 힘든 일이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서일까.
수색에 나선 이들은 세 부류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많은 부류는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어떤 불평도 없이 버려진 우산들을 찾고 있었다.
‘어떤 사명을 가지고 있는 걸지, 아니면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 부류가 가장 많아서 다행이야.’
두 번째는 부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에 떠는 인원들이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도망가는 징조가 발견된 지 5일이 지났고, 곧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자신과 동료들, 시민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특수 훈련을 받은 이들에게 피곤함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정신적 압박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류였다.
문제는 세 번째 부류였다.
원래라면 U.M.A를 전담하는 국정원 4차장인 최철수 휘하에 있는 팀이 와야 했지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국정원 2차장 아래에 속한 대공 수사팀이 지원을 나왔다.
그들은 현재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
사실 그들의 불만은 어쩌면 당연했다.
성신이 U.M.A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에 모든 정보를 넘기긴 했지만, U.M.A에 대해 모르는 대공 수사팀에게 자세한 정보가 들어갔을 리 없었다.
그들에게 제공된 건, 시간 내에 우산을 찾지 못하면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내용 정도였다.
황당한 정보였지만, 그들은 위에서 내린 명령대로 기이하게 움직이는 우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명령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뿐이었다.
그들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며칠 동안 고생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너무 노골적이네요….”
김대리가 국정원과 함께 사용하는 통신망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신이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요령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수색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죠…. 그냥 국정원 요원들은 없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어요.”
강신도 국정원의 도움을 기대했던 마음을 접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화를 내봐야 서로 기분만 상하고, 반감은 더 커질 게 분명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도망가는 징조로 보이는 우산을 발견한 건 성실하게 수색에 임한 성신의 요원들이 아니라, 설렁설렁 일하던 국정원 요원들이었다.
-BS-1 구역입니다. 영상에서 나온 우산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바로 확보하겠습니다.
수색에 참여한 다른 인원들도 통신을 듣고 기대했다.
그러나 약 5분 후, 국정원 요원에게서 온 통신은 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죄송합니다. 목표물 놓쳤습니다.
발견했다면 포획은 어렵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인지 국정원 요원은 U.M.A를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