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9
228화
“이, 이게 무슨….”
강신과 함께 지상으로 나온 현장 요원 중 한 명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이들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지상에서 대기하던 연구원들과 보안요원, 그리고 어디 소속인지 모를 이들이 모두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 옆으로는 피로 보이는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하에서는 아무런 소란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렇게 쉽게 당할 사람들도 아니었다.
보안 요원들은 현장 요원들과 다르게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무장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성능이 좋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보호 장비를 거리낌 없이 착용한 상태였다.
그런 장비를 걸치고 있던 보안 요원들도 연구원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보안 요원이 연구원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시신의 상태였다.
마치 염산에 담갔다가 뺀 것처럼 몸의 일부가 끔찍하게 녹아내렸으며, 살이 타는 특유의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그 모습은 나름 시신에 익숙한 현장 요원들의 속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끔찍했다.
강신도 그 끔찍한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게워낼 시간이 없었다.
이곳에 있던 요원들과 연구원들을 저렇게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다.
강신과 요원들은 시체들 사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연구원도, 그렇다고 보안요원도 아닌 정체불명의 시신을 확인했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감출 생각이 아예 없었다.
침입자가 걸친 장비에 그들의 정체를 알려주는 표식이 당당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표식을 확인한 현장 요원들이 이를 갈았다.
“이…. 새끼들이….”
문어처럼 보이는 문양, 바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표식이었다.
“광신도….”
성신과 현장에서 마찰이 잦았고, 그들의 계획을 몇 번 방해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목적이지….”
강신은 이번 습격의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있었다.
“무슨 목적이긴 보복밖에 더 있겠어?”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온 낯선 목소리가 강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목소리와 함께 숨어 있던 이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서른 명밖에 되지 않는 강신 일행과는 달리 낯선 침입자는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를 자랑했다.
강신은 갑자기 나타난 많은 적을 보고, 혹여나 일행들이 숫자에 압도당할까봐 걱정했다.
허나 현장 요원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곧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뿌드득….
현장 요원들은 이번 일을 벌인 침입자들을 보고 이를 갈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를 보였다.
“우리가 맨날 당하고만 있으니까, 호구인지 알았겠지. 그래서 제대로 한번 당해보니까, 기분이 어떤가?”
광신도들 사이에서 촌스러워 보이는 하얀색 정장을 입은 청년이 나오며 말했다.
‘외국인?’
한국말을 유창하게 했지만 밝은 계통의 금발, 반곱슬머리를 한 외국인 청년은 푸른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지? 강 ‘책임’.”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강신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엊그제 정식으로 올라간 내 직책을 안다고?’
진급 발표는 꽤 오래전에 나왔지만, 정식으로 책임이 된 것은 휴가를 다녀온 다음이었다.
‘회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너희가 누군데?”
이미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표식을 보았기에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머리를 굴릴 시간을 벌기 위해 굳이 그들에게 다시 한번 정체를 물었다.
그러자, 백색 정장의 사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우리의 표식을 확인했잖아. 그럼 누군지 아주 잘 알 텐데?”
그들은 자신이 어디 소속인지 감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눈앞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을 방해했던 성신 그룹에 보복하러 온 광신도들이었고, 회사 동료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살인자들이었다.
“후우….”
강신이 길게 호흡하고는 눈을 부릅뜨며 앞에 있는 적들을 노려보았다.
그와 함께 있던 현장 요원들 또한 강신의 기세가 바뀐 걸 확인하고, 각자 무기를 강하게 쥐며 자세를 잡았다.
갑자기 강신과 현장 요원들의 기세가 급변했기 때문일까.
백색 정장의 사내는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잠깐! 잠깐만! 왜 이렇게 급한 거야. 우리 보복은 이미 끝났으니까, 느긋하게 대화 좀 나누자고.”
저게 주변을 이 꼴로 만든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일까?
그의 농담 같은 말은 오히려 강신과 현장 요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강신이 지면을 박차고 나가자, 그것을 신호로 현장 요원들도 일제히 뛰어나갔다.
“에이, 말로 하자니까. 정말 더럽게 말을 안 듣네. 죽이지는 말고 제압만 해!”
백색 정장의 청년은 짜증을 내며 다른 광신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자신은 몸을 쏙 빼서 뒤쪽으로 물러났다.
지휘자인 백색 정장의 사내를 잡으려고 움직였던 강신의 앞을 많은 수의 광신도들이 막아섰고, 결국 그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난전이 시작되었다.
현장 요원들은 회사 동료들을 잃었다는 분노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쾅!
촤악~!
광신도들이 망치에 맞아 쓰러지고, 칼에 베였다.
“으악!”
“커억!”
살점이 튀고 비명이 난무해 겁을 먹을 법도 했지만, 광신도들은 감정이 거세된 것처럼 강신과 현장 요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수많은 광신도가 고작 서른 명의 요원들을 막지 못하고 허수아비처럼 쓰러져나갔다.
그리고 그중에서 독보적인 건 당연히 강신이었다.
비록 자신의 주 무기인 건틀릿을 챙겨오지 않았고, 설야의 날개 가루도 흡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동안 단련한 몸과 기술, 그리고 그림자 반려인 초코가 있었다.
특히,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의 공격이 휘둘러질 때마다, 강신을 포위하려고 했던 광신도들이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날아갔다.
강신과 현장 요원이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막연한 불안이 강신을 엄습했다.
보안 요원들이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적이 강할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침입자의 수준이 형편없었다.
끽해봐야 일반인보다 몸을 조금 더 잘 쓰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들의 공격은 현장 요원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한데….’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투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나 그들의 발치에 수많은 광신도가 쓰러졌다.
그런데 어디서 계속 나타나는건지, 처음과 비교했을 때 그 수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장 의문인 것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그 어떠한 지원이 없다는 점이었다.
강신은 모든 전자장치가 먹통이 된 후, 지원 요청을 위해 몇몇 사람들을 이 지역에서 내보냈다.
심지어 모두 다른 방향으로 보냈는데도,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움직인 이들 중 되돌아온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지원을 온 인원도 없었다.
‘지원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연락이 끊기면 상황 파악을 위해 인원을 보내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건 이상해…. 그리고 뒤따라오기로 했던 현장 요원들은 어떻게 된 거지?’
평택 지부는 도심 속에 지어진 곳은 아니더라도 도시 외곽에 걸쳐있었다.
여기서 일어났던 폭발이 외부에서 관측되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리고 만약 시민들이 그런 폭발을 확인했다면 분명 경찰이나 소방서에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철저하게 고립시켰어.’
아무도 지원을 오지 않는 상황과 끝없이 쏟아지는 광신도들.
그것만 보더라도 지금 그들의 의도가 뻔하게 보였다.
‘우리를 지치게 만들 생각이야.’
그러나 강신에게는 현재 상황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
적들을 제압하며 틈틈이 도주로를 찾고 있었지만, 탈출이 용이한 곳은 이미 모두 광신도들이 틀어막고 있었다.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현 상황에 강신은 답답함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꿈속에서 전력으로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야.’
계속 나아가려고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답답함.
강신의 답답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그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 * *
시간이 더 흘렀지만, 여전히 본부에서 지원은 오지 않았다.
광신도들의 숫자는 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회복력이 특출난 강신을 제외한 현장 요원들은 거침없이 적들을 제압했던 처음과는 움직임이 달라졌다.
체력소모가 심한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리고 그때, 무작정 들이대던 광신도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그동안 광신도들은 현장 요원에게 한 번이라도 유효 공격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공격을 포기하고 요원들의 팔과 다리, 옷을 잡고 늘어졌다.
갑작스러운 광신도들의 변화에 지친 현장 요원들의 반응이 늦어졌고, 몇몇 요원은 광신도들에게 붙들렸다.
붙잡힌 요원들은 자신의 팔을 잡고 늘어지는 광신도들을 떼어내기 위해 더 격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지친 요원들의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더 큰 이변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펑!
화르륵.
승강기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와 달리 작은 폭발음과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아아악!”
요원들과 맞붙은 이후로 계속 광신도들의 비명이 들려왔으나, 이번에 비명을 지른 이는 광신도가 아니라 현장 요원이었다.
비명을 지른 현장 요원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인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불을 끄지 못하게 하려고, 광신도들이 필사적으로 그의 손과 발을 잡았다.
원래라면 저 정도 화력에 타격을 입을 리가 없었다.
보호 장비에는 중요 부위를 보호해주는 비닐처럼 생긴 소모형 보호 장비가 탑재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속적인 전투로 인해 소모형 보호 장비를 모두 사용하게 되었고, 공격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강신과 다른 현장 요원들이 그를 도우려고 했지만, 광신도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며 몸으로 막아섰다.
그의 주변에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털썩.
머리가 불타올랐던 현장 요원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게 간신히 버티고 있던 현장 요원들이 무너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익…. 이것 놔!”
체력이 다한 현장 요원들은 광신도들에게 깔리고 깔려 모습이 보이지 보았고,
펑!
화륵!
어떻게 아는 건지 몰라도 소모형 보호 장비가 모두 소진된 현장 요원은 원인 불명의 공격을 받았으며,
“초코야! 쓸어버려!”
-멍!!
아직 체력이 있는 강신에게는 광신도들의 육탄공세가 집중됐다.
몰려오는 적들을 계속 제압하고 있었지만, 하나씩 쓰러지는 현장 요원들을 돕지 못했다.
강신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도저히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