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1
250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천연자원이 많이 부족한 나라였지만, 그렇다고 천연자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금맥이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금맥을 탐사하고 캐내는 것보다 아파트를 빨리 짓는 게 경제성 면에서 낫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결국 금맥을 포기하고 그대로 아파트를 올렸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했다.
이런 일도 있었는데, 실제 금을 캤던 폐광산에서 다시 금이 나오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울프 팀 요원들이 놀란 이유는 강신이 말한 규모 때문이었다.
“산 전체를…. 구매해야 한다고요?”
정선에 있는 화암 동굴은 각희산의 초입부에 있는 광산이었다.
각희산은 온통 산으로 덮여 있는 강원도에서도 높고 넓은 면적을 자랑했다.
“네.”
다시 물어도 강신의 대답은 확고했다.
“잠시만요…. 화암 동굴은 애초에 국가 지정 문화재라서 구매하기가….”
김대리가 다시 조사 내용을 확인하고 강신에게 대꾸했다.
“정부에 협조 요청해보고 만약 그래도 안 되면 그 주변의 산이라도 구매해야 합니다.”
강신의 고집에 권영식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겠나?”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겠네요…. 제가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우선 이곳에 나타난 U.M.A가 무엇인지, 제가 짐작하고 있는 개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현장으로 나가기 전인데, 이미 정체를 파악했다는 강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곳에 있는 U.M.A는 노커(Knocker)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커요?”
김대리가 처음 듣는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신이 설명을 이어갔다.
“광산에서 산다고 전해지는 U.M.A의 일종입니다.”
강신이 영감을 받았던 콘월 지방에 사는 광산 요정인 노커(Knocker).
요정으로 취급되는 이 U.M.A는 보통 광산에서 살아간다.
좋은 광맥의 소재를 알고 있는데 종종 광부들이 구멍을 파고 있을 때, 바위를 두드려 광맥의 위치를 알려주곤 했다.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이따금 자신을 드러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옛말에 따르면 절대 그들의 생활을 엿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사생활을 보이는 걸 싫어했는데, 노커가 광산 밖으로 나와버리면 중간에 광맥이 말라버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내려오는 노커에 대한 정보입니다.”
“일반적이라는 말은 그 외에도 다른 내용이 있다는 소리군요.”
장웨이가 강신의 말을 지적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쓴 글들은 전설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대로 가져다가 쓰지는 않았습니다.”
강신은 항상 원본 이야기에 적당한 각색과 새로운 설정을 집어넣는 걸 좋아했다.
노커도 그런 U.M.A 중 하나였다.
“제가 쓴 노커에 대한 글은 기존의 내용에서 조금 각색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 바위를 두드려 광맥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과 달리, 강신이 쓴 노커는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달랐다.
가끔 마주쳐서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아예 찾지 못해 정체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요?”
전설 속에서 나오는 노커는 종종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사생활을 지켜보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강신이 쓴 소설에서 나오는 노커는 사생활은커녕 모습 자체를 인간에게 들키는 걸 싫어했다.
김대리는 강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노커는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제가 쓴 글에서 나오는 노커는 매우 흉측하게 생긴 난쟁이 요정이죠.”
처음부터 광산 깊숙한 곳에서 사는 전설 속 노커와는 다르게 강신이 쓴 노커는 불행한 존재로 묘사되었다.
강신은 부끄럽지만, 울프 팀 인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자신이 쓴 소설 일부를 일행들에게 보여주었다.
* * *
옛날 아주 먼 옛날, 요정이라 불리는 신비한 종족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비한 힘을 다루었는데, 다른 이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며 살아갔죠.
그들은 꽃이 나누어주는 꿀과 밤 사이 맺힌 이슬만으로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기에 큰 욕심이 없었어요.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던 요정들이 어느 날 반짝이는 돌을 찾게 되었어요.
반짝이는 돌들은 항상 요정이 사는 곳 주변에 나타났어요.
형형색색 아름답게 빛나는 돌들은 요정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아 버렸죠.
요정들은 반짝이는 돌들을 가지고 놀았어요.
딱히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게 아니었기에 요정들은 서로 원하는 색의 반짝이는 돌을 나누었죠.
원하는 색의 돌을 갖지 못해도 상관없었어요.
어차피 곧 비슷한 색의 돌이 나타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요정들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한 요정이 반짝이는 돌을 갈아 가루로 만들었고, 자신의 날개에 그 가루를 바르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죠.
요정이 날갯짓을 할 때마다 아름다운 가루가 떨어지는 걸 다른 요정에게 자랑했어요.
그러자 요정들은 너도, 나도 모두 그 요정을 따라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많던 반짝이는 돌들은 금방 요정들의 날갯짓에 의해 금방 사라졌어요.
반짝이는 돌을 갖고 싶어 하는 요정은 많았지만, 반짝이는 돌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어요.
요정들 사이에 반짝이는 돌로 인한 다툼이 생겼죠.
그렇게 요정들은 처음으로 탐욕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어요.
항상 사이좋았던 요정들은 고작 반짝이는 돌 하나 때문에 거리가 멀어졌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때 나타난 게 바로 흉측하게 생긴 노커였어요.
요정 중에서 가장 못생기고 흉측한 노커는 평소 요정들에게 외면받아온 아이였어요.
그런 노커가 반짝이는 돌들을 잔뜩 가지고 요정들을 찾아왔어요.
노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반짝이는 돌을 줄 테니, 자신도 요정이 사는 무리에 끼어달라고 부탁했죠.
요정들은 흉측하게 생긴 노커를 싫어했지만, 그가 가진 반짝이는 돌이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요정들은 어쩔 수 없이 노커를 자신의 무리로 인정해 주었죠.
그날부터 요정들은 흉측하게 생긴 노커에게 반짝이는 돌들을 받기 시작했어요.
노커는 작은 동굴에서 반짝이는 돌들을 가지고 와 요정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요정들은 노커에게 반짝이는 돌을 받고, 다시 예전과 같이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어요.
모두 노커 덕분이었죠.
하지만 그 평화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어요.
이미 탐욕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요정들의 마음속에서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요정들은 흉측하게 생긴 노커가 자신의 무리에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은 돌들이 탐났죠.
그때 한 요정이 요정들을 모아 말했어요.
-노커가 돌을 동굴에서 가져오는 것을 봤어.
-나도!
-그럼 노커를 내쫓고 동굴에 있는 돌들을 우리가 가져오자!
의견이 노커를 내쫓는 것으로 결론이 날 때쯤, 소심한 요정 하나가 다른 요정들의 의견에 반대했어요.
-……그렇지만 그러면 노커가 너무 불쌍하지 않아?
-흥! 그러면 너도 노커랑 같이 쫓겨날래?
-아니…. 미안해.
하지만 다른 요정들은 소심한 요정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죠.
아니, 오히려 그 소심한 요정을 괴롭혔죠.
하지만 그들은 몰랐어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뒤에서 노커가 모두 듣고 있었다는 것을요.
노커는 요정들에게 매우 실망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그곳을 떠났죠.
탐욕에 타락한 요정들은 노커가 반짝이는 돌을 가져왔던 동굴을 찾았어요.
하지만 그곳에는 평범한 돌들만 가득했을 뿐 반짝이는 돌은 없었어요.
그때야 요정들은 노커가 가진 신비한 힘이 바로 돌을 반짝이는 돌로 바꾸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들은 사라진 노커를 애타게 찾았지만, 노커는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요정들은 다시 부족해진 반짝이는 돌을 서로 갖겠다며 싸웠고, 결국 무리를 이루었던 요정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어요.
한편 사라진 노커는 흉측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들이 싫어한다는 것에 실망하고, 아무도 없는 광산으로 들어갔어요.
아무도 찾지 않는 광산에서 사는 노커는 너무나도 외로웠답니다.
그래도 노커는 참았어요.
-모두 흉측한 날 보기 싫어하니까….
외로움을 참던 어느 날, 노커가 사는 광산이 시끄러워졌어요.
인간들이 땅을 파기 시작했거든요.
노커는 그런 인간들을 피해 숨어서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봤어요.
땅을 파는 인간들은 얼굴에 숯검댕이를 묻히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땅을 팠어요.
열심히 땅을 파는 인간들은 자신의 모습이 더러워져도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노커는 흉측한 자신의 모습과 더러워진 인간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노커는 매일 인간들이 땅을 파는 것을 구경했죠.
땅을 파는 인간들은 반짝이는 돌들을 찾아 매우 기뻐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실망하기도 했어요.
노커는 열심히 일하는 인간들에게는 선물로 반짝이는 돌들을 만든 뒤, 바위를 두드려서 위치를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일하지 않고 노는 인간에게는 도구를 숨긴다던가, 작은 돌멩이들의 소나기가 내리는 장난을 치기도 했어요.
노커는 행복했어요.
자신이 인정을 받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어요.
인간들이 노커를 발견해버렸거든요.
노커는 인간들이 그동안 자신이 해준 일들을 눈치채고, 자신을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노커의 착각이었어요.
흉측하고 작은 노커는 인간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어요.
인간들은 노커를 악마라고 부르며 돌을 던졌어요.
결국, 상처받은 노커는 다시 그 광산을 떠났어요.
노커가 떠나자, 반짝이는 돌이 더는 나오지 않게 되었죠.
인간들은 자신이 내쫓았던 노커가 반짝이는 돌을 만들어 주었다는 걸 깨닫고는 슬퍼하며 그 광산을 떠났어요.
이제 노커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다시 아무도 없는 깊고 깊은 광산에서 살아갔어요.
아무도 믿을 수는 없었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이 계속 노커를 괴롭혔어요.
그때 또다시 인간들이 노커가 사는 광산에 들어왔어요.
노커는 내심 기뻤지만, 저번과 같은 일이 반복될 걸 알았어요.
그래서 노커는 이번엔 절대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자신의 집과 떨어진 곳에 반짝이는 돌들을 준비하고, 돌을 두드려 인간들이 반짝이는 돌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혹시라도 들킬까 봐 예전처럼 장난을 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커는 다른 요정들과 다르게 욕심을 내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의 집 근처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 *
“그러니까…. 자네 말은 화암 동굴에서 들리는 소리가 반짝이는 돌을 준비해둔 노커가 바위를 두드리는 소리라는 거지?”
권영식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자료를 띄웠다.
“네, 현장을 조사했던 요원들의 자료에 따르면, 바위가 두드리는 소리는 위험해서 관광객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에서 났습니다.”
화암 광산은 관광지이긴 했지만, 실제로 운영되던 광산이었다.
그래서 일반인이 들어가기 위험한 장소는 안전상의 이유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혀있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곳에 나타난 U.M.A를 노커로 보긴 힘들었다.
그래서 강신은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추가로 팀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현장 요원이 찍은 사진 보이십니까?”
“그냥 바위가 아닌가?”
“네, 맞습니다. 이게 첫 번째로 현장에 나간 요원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게…. 두 번째로 현장에 나간 요원들이 찍은 사진이죠.”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찍은 두 개의 사진.
사실 두 사진에서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강신이 허공에 있는 홀로그램을 손가락으로 잡아 쫙 펼치자, 사진이 확대되었다.
확대된 두 번째 사진의 암석에는 첫 번째 사진에선 보이지 않았던 얇은 노란 선이 있었다.
임상무는 강신이 보여준 반짝이는 노란색 선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설마 이거 금입니까?”
“네. 분명 이전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금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위에 금을 만들어내는 건 노커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