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04
303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강신은 한동안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자신이 쓴 글 중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글을 찾아 따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겪은 사건을 보며 위치 같은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 강신은 그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U.M.A란 도대체 무엇일까.’
미확인 생물체.
단어의 뜻, 그대로 인간에게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생물체를 말했다.
이제까지 인간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괴상한 생명체를 U.M.A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비의 형상을 한 겨울 나비나 토끼의 형상을 한 산토처럼 기존의 생물이 특이한 습성과 힘을 다룰 때도 U.M.A라고 불렀다.
그래서 강신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간들은?’
성신의 H나 이번에 만난 위치, 자신을 초능력자라고 자칭하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 이들.
강신은 그들이 사용하는 힘의 원천을 암흑에너지라고 서술했지만, 실상 그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지 못했다.
확인되지 않는 힘.
‘재능을 가진 인간도 U.M.A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가지의 가능성이었다.
그래, 단 한 가지의 가능성이었을 뿐이었다.
그 가능성만으로 강신은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했다.
‘U.M.A를 연구하는 연구소….’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성신에서 H로 구분하는 인원들은 20층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어떤 재능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가끔 누가 봐도 범용성이 낮은 재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회사에 이바지하는 게 없음에도 성신은 20층에 그들이 머물 공간을 제공했다.
‘20층이…. 30층과 같은 의미를 지닌 곳이라면?’
U.M.A를 격리해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인 30층.
반대로 말하면 재능을 가진 인간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곳이 20층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강신은 30층에 있는 개인 큐브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야. 너무 나갔어.’
상상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지나쳤다.
“스으…. 후….”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은 강신이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애초에 H가 20층에 있는 건 선대 회장이 재능 있는 이들이 회사 내 정치 싸움에 휘말려 떨어져 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든 안전장치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H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20층에 머물고 있었다.
‘나도 원한다면 사무실을 따로 준다고 하기도 했었고….’
단지 30층 개인 큐브의 시설이 좋고 편했기 때문에 여기서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오버해서 생각했네. 정리나 빨리 끝내야겠다.”
강신은 방금까지 세웠던 한가지 가설을 머릿속에서 털어내고, 다시 자신이 쓴 소설에서 나오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따로 정리했다.
* * *
“고마워 네시스, 덕분에 일이 빨리 끝났네.”
-얼마든지 필요하면 말만 해.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도움을 받아 일주일동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U.M.A처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권영식에게 보내 놓고, 손깍지를 끼고 위로 쭉 뻗으며 스트레칭했다.
우드득.
“읏차.”
듣기만 해도 시원한 소리가 큐브 내부에 울려 퍼지고, 강신은 목을 돌려 뭉친 근육을 풀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시스. 이제 퇴근해볼까.”
-알았….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덛.
프로네시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네시스?”
-드드드드득.
뭔가 긁는 듯한 소음에 강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네시스 왜 그래?”
-드드드드드드드득.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는 프로네시스 때문에 강신이 크게 당황했다.
프로네시스가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오류가 난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강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프로네시스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뿐이었다.
-프로네시스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임상무는 강신의 연락을 받자마자, 프로네시스를 만들었던 AI팀을 불러 프로네시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더군요.
“바이러스라고요?”
강신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프로네시스가 일반적인 프로그램이었다면, 바이러스에 당했다는 말에 그냥 수긍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마저 속일 정도로 정교한 AI를 가진 프로네시스가 바이러스에 당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네, 바이러스입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어째서 감염되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프로네시스가 통제되지 않으면 사용하려고 했던 그 바이러스입니다.
“그럴 리가….”
프로네시스가 강신의 서포트를 처음 시작할 때, 임상무가 만들었던 바이러스였다.
매우 치명적인 물건으로 프로네시스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프로네시스가 감염된 건 이해가 가지만, 강신이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혹시 강책임이 바이러스를 작동시킨 것은 아닙니까?
드르륵.
강신이 생체인증을 하고 자신의 책상의 서랍을 열자, 안에 임상무가 건네주었던 바이러스의 작동 키가 들어있었다.
“저는 아닙니다. 바이러스를 작동시키는 키는 서랍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프로네시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존재는 정말 극소수의 존재만 알고 있었다.
소문이 난다면 프로네시스가 곧바로 눈치채고, 이에 대응할 백신을 만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네시스를 복구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원인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프로네시스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상무라면 프로네시스를 고치면서 바이러스가 어디서 유포되었는지 확실하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강신은 임상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퇴근했다.
바이러스에 잠식된 프로네시스가 걱정되었지만, AI팀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프로네시스가 없는 일상이 시작됐다.
* * *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났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실컷 맛보던 현대 사람이 원시 시대로 떨어진다면 이런 기분일까.
“불편하네….”
정말 불편했다.
현장에도 생활에서도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위험도가 낮은 현장에 갔을 때도 프로네시스가 없으니, 보호 장비나 만능 렌즈 같은 장비들을 직접 조작해야 했다.
그리고 근처 CCTV를 확인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한 게 많았다.
그간 프로네시스는 따로 강신이 말하지 않아도, 강신이 사용할 큐브의 시설을 작동시켜 주었다.
큐브의 문은 물론이고, 불을 켜고 끄는 것.
하다못해 출출할 때 토스터를 미리 작동시켜준 것도 프로네시스였다.
무엇보다 강신이 가장 프로네시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던 건 바로….
“메일이 터질 것 같아.”
사내 메일이었다.
강신은 정해진 용량이 초과한 자신의 메일함을 확인했다.
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다시 불어나는 메일을 보며 골치가 아파짐을 느꼈다.
강신의 소속이 연구소장 직할이었기에, 권영식에게 보내질 비밀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 내용이 강신에게 첨부되어 날아왔다.
U.M.A와 관련된 내용이면 그래도 알아는 볼 수 있었지만, 문제는 U.M.A를 연구해 개발하는 신기술이었다.
그런 메일에는 강신이 알지 못하는 이론과 용어들이 가득했다.
프로네시스는 강신에게 불필요한 내용이라 판단되는 메일들을 정리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만약 강신이 관심을 가질 내용은 강신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서 알려주기까지 했다.
“많아, 너무 많아.”
프로네시스가 없었을 때는 분명 강신이 혼자서 메일을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옛날에는 이거 어떻게 정리하셨습니까?”
강신의 옆에 앉아서 회사에서 인가받은 노트북을 가지고, 강신의 메일을 함께 정리하고 있는 김대리가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는 이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강신의 메일이 처음부터 이렇게 터질 듯이 많이 온 건 아니었다.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자문을 구하는 메일 중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답변이 가능한 건, 굳이 강신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답변해 주었다.
그러자, 점점 많은 사람이 자문을 구하기 위해 강신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몇 배나 많은 양이라, 김대리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메일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하…. 일하면서 야근하는 게 아니라, 메일을 정리하다가 야근이라니….”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 * *
그렇게 하루 이틀….
강신이 메일을 정리하느라 현장은커녕 새로운 글을 쓰지도 못하자, 참다못해 터진 건 권영식이었다.
권영식은 소재 개발 부서에 이수진 선임을 중간 다리 역할로 만들었다.
강신에게 날아오는 메일을 이수진 선임이 먼저 받아 보고, 그걸 요약해 전달하는 걸로 이 해프닝은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네시스는 좀처럼 복구되지 않았고, 강신은 평소보다 바쁜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이, 임상무가 큐브로 강신을 찾아왔다.
임상무가 찾아오자, 강신은 반색하며 물었다.
“네시스가 복구된 겁니까?”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그건 아닙니다만…. 다른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임상무는 품속에서 서류를 꺼내 강신에게 건넸다.
“상부에서 메일을 보냈는데 확인하지 못하신 것 같더군요.”
메일 지옥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확인하지 못한 건 당연했다.
임상무가 건넨 자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놀이 공원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지니즈 랜드?”
이족 보행하는 쥐가 마스코트인 놀이 공원이었다.
이 기업은 놀이 공원뿐만 아니라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거나,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도 제작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기업이 바로 지니즈였다.
그런 기업에서 캐릭터와 마스코트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놀이 공원이 바로 지니즈 월드였다.
한국에서도 유명하긴 했지만, 해외 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놀이 공원이었다.
-애너하임 지니즈 랜드의 이상 현상 보고서.
“보면 알겠지만, 지니즈 랜드 애너하임 지점에서 계속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강신은 임상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료를 한 장씩 넘겨 갔다.
-꺼지지 않는 램프.
-캐리비안의 해적, 조지.
-스몰월드.
-헌티드 맨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놀이공원 괴담들이었다.
“유명한 괴담도 있네요. 그런데 이건 왜….”
“지니즈에서 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해 달라고 정확히 강책임을 지정해서 협업을 요청했습니다.”
어떻게 강신을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지니즈에서 강신의 도움을 받기 위해 성신에게 연락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