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07
406화
느끼한 말과 함께 등장한 남성.
그냥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말이었지만 진지한 표정을 보아하니,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윽…….”
그의 태도에 신하린과 카밀라, 이순자까지 눈살을 찌푸렸다.
“아름다운 꽃들을 만나서 그런가, 이번 일은 받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그녀들의 표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인지, 느끼한 말을 계속 쏟아냈다.
강신은 이대로 두었다간 울프팀의 여성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 같아 남성에게 말했다.
“그래서 저희에게 무슨 용건입니까?”
“아…. 이런 제가 잠시 아름다운 분들에 정신이 팔렸군요.”
남성은 끝까지 여성진에게 윙크를 날리자, 그녀들의 표정이 삽시간 일그러졌다.
“아시겠지만, 하일브론의 유령은 한 단체에서 잡기에는 힘든 존재이니, 협력을 위해서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동과 다르게 남성의 입에선 의외로 건실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협력이라…. 공헌도에는 딱히 욕심이 없으니.’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협력하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가 강신의 등을 툭툭하고 건드렸다.
강신이 고개를 돌리자, 울프팀의 여성진이 죽어도 싫다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필사적으로 막는 그녀들을 보며 울프팀 남성들이 피식 웃어버렸다.
“아쉽지만, 보시다시피 일행들이 싫다고 하네요.”
“오…. 제가 불편하다면 다른 동료로 바꿔드릴 수도 있습니다.”
남성은 여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처럼 다른 사람으로 바꿔준다고 했다.
하지만, 강신의 대답은 똑같았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희끼리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러다 힘들면 따로 이야기 드리죠.”
강신은 상대방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음…. 그렇다면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이쪽으로 연락 주시죠.”
남성은 품속에서 작은 명함을 강신에게 건네고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로레오 컴퍼니.
사외 이사 엠마뉴엘레.
“으엑…. 모습만큼이나 이름도 느끼하네.”
신하린이 강신이 들고 있는 명함을 보고는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장웨이가 걱정스럽게 질문했다.
여성들이 엠마뉴엘레를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저들이 말한 협력은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것을 강신이 모를 리 없었다.
“네, 사실 다른 팀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자세한 것은 숙소로 이동해서 이야기하죠.”
강신은 그 말을 끝으로 마크를 떠나 일행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정하기 위해 강신과 울프팀은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제가 그들과 협력하지 않은 건 여성분들이 싫어하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강신에게 이유가 없었다면 일행들이 엠마뉴엘레를 싫어한다고 해도 협력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강신이 시도할 방법은 다른 단체의 인원들이 있으면 쉽게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먼저 하일브론의 유령이라는 존재에 대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죠.”
하일브론의 유령.
유럽 일대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살인마.
아니, 정확히는 살인이 일어난 곳이라면 어디서든 나타난 존재였다.
어째서 살인 현장에 나타나는 것일까, 또 어째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일까.
그건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원래 그런 종족입니다.”
일행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DNA는 인간의 여성이라고 했는데. 그런 ‘종족’이라고요?”
강신은 정말 많은 글을 써왔다.
하루에 1화씩만 쓰더라도 1년이면 365화, 25화를 1권으로 치면 1년에 14.6권이라는 양의 책을 써온 것이다.
그런 소설 속에는 U.M.A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가끔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간에 대해서도 쓰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간이되 종족으로 나누어 놓은 존재들 또한 있었다.
‘위치, 키클롭스.’
그들 또한 DNA적으로는 엄연히 인간과 가까웠지만 종족명이 인간과 다르게 구분되어 있었다.
키클롭스야 외관이 인간과 조금 다를 수 있다고는 하나, 위치는 달랐다.
그들은 재능을 가진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생각했다.
‘종족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해.’
초능력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힘을 재능이라 부르는 것부터가 말장난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 강신은 종족이니, 인간이니 나누는 걸 그만뒀다.
“네, 하일브론의 유령의 정체는 초월체의 장난감이라고 불리는 인간을 뜻합니다.”
“초월체의 장난감?”
명칭만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초월체라면 저와 처음 봤던 장소에 있던 그 용을 말하는 겁니까?”
“네, 용도 초월체 중에 하나죠.”
“그럼 초월체라고 불리는 이들이 정확히 어떤 이들을 말하는 겁니까? 신수 같은 존재들?”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음…. 지금부터 말할 내용은 조금 민감한 내용인데,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신은 초월체라는 존재를 설명하기 전에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일행들을 쭉 한번 흩어본 강신은 굳은 표정으로 초월체가 무엇인지 말했다.
“누군가의 신앙이 되는 주체, 쉽게 말해 신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통틀어서 저는 초월체라고 부릅니다.”
누군가의 신앙이 되는 존재들.
초월체가 되는 순간 지상의 육체를 벗어나기에 더는 현세에 간섭할 수는 없는 존재들이었다.
“음…. 강책임님이 어째서 그렇게 말을 꺼렸는지 알겠군요.”
종교에 민감한 사람이 들었다면 강신에게 덤볐을 정도로 중대한 내용이었다.
“네, 그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초월체에 대한 건 이정로로 넘어가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곳에서 그 초월체의 장난감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강신은 민감한 주제를 후다닥 넘기고는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에 대한 내용을 꺼냈다.
초월체의 장난감.
초월체는 특별한 방법을 제외하고는 직접 현세에 간섭할 수 없었다.
그들이 사는 세계는 삭막했고 도를 닦거나 성인군자 같은 이들이 아니라면 그곳에서 즐거움을 찾기는 어려웠다.
재미도 없는 곳에서 영생을 산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 초월체는 종종 자신의 세계와 닿아 있는 인간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선한 의지를 가진 초월체라면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장난감을 만드는 초월체들은 대부분 이기적이며 악한 초월체들이었다.
“그들은 장난감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찾고 있죠.”
초월체에게 재미있는 것이라면 무엇일까,
음악?
물론 그들도 음악은 좋아한다.
하지만 초월체 중에는 음악을 통해 추앙받았던 존재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지상의 음악을?
미술도 음악과 마찬가지였다.
치열한 스포츠 경기?
그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치열한 스포츠 경기라고 해도 규정이 있는 경기는 애들 소꿉장난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악한 신이 좋아하는 거라…. 아!”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어째서 하일브론의 유령이 계속 살인 현장에 나타나겠는가.
“피와 살점이 튀는 그런 곳.”
살인 사건뿐만이 아니었다.
전쟁, 혹은 대형 사고가 나타나는 곳에도 그들은 존재했다.
“예전에 사고 현장에서 계속 똑같은 사람이 찍힌다는 음모론이 있었죠?”
“설마 그들도….”
“네, 그들도 하일브론의 유령과 같은 초월체의 장난감입니다.”
“맙소사….”
진실을 들은 일행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 강책임님, 질문 있습니다.”
드물게도 케빈이 강신에게 질문했다.
“말씀하세요.”
“초월체의 장난감이 사고나 전쟁, 살인 사건처럼 피가 튀는 곳을 돌아다니는 건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살인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거죠?”
그들이 그저 관찰자라면 굳이 흔적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그들의 재미는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었을 테니까.
“초월체의 장난감은 기본적으로 다른 인간과 접촉을 할 수 없습니다.”
초월체는 현세에 간섭하지 못한다는 법칙은 초월체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그들이 만든 장난감에도 그 법칙이 적용됐다.
그래서 그들은 장난감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도, 사고를 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살인 사건 현장은 달랐다.
장난감의 흔적을 현장에 조금 남기는 편법을 사용해 사건의 범인을 도와줄 수 있었다.
“살인 용의자를 도와준다고요? 왜요?”
“잡히지 않으며 그들이 다시 초월체가 원하는 행동을 할 테니까요.”
초월체가 원하는 행동은 살인이었다.
“……초월체가 아니라 악마에 가깝지 않나요?”
악마도 이런 행동을 하진 않았다.
악마는 인간에게 나오는 부정의 감정을 좋아하는 것과 다르게 악한 초월체는 순수하게 인간의 피가 튀고 살이 갈라지며 죽어가는 모습, 그 자체를 좋아했다.
“악마보다 더 잔인한 것 같은데요….”
일행들이 악한 초월체 대해 각자 의견을 내자, 장웨이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원래 인간이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법이죠.”
신과 같은 존재인 초월체에게 인간이라니,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지만, 강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신앙의 대상은 동물이나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인간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어쨌든 초월체의 장난감은 그래서 살인 사건에 나타나는 겁니다.”
그럼 어째서 하일브론의 유령은 그동안 사라졌다가 이제야 다시 나타난 것일까.
“제가 추측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살인 사건을 지켜보던 초월체가 살인 사건을 보는 것이 질렸거나, 생각지도 못하게 인간과 초월체의 장난감과 접촉했거나.
“이전과 똑같은 DNA를 가진 자가 다시 나타난 걸 보면 첫 번째는 아닌 것 같네요.”
“맞아, 그래서 나도 후자라고 생각해. 아마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가 생존해 초월체의 장난감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관찰하는 동안 인간과 접촉했으니, 현세에 간섭했다고 판단되어 페널티가 적용됐을 것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일 테지.’
“보통 초월체의 장난감은 초월체에게 특별한 재능을 받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큰 사고 현장에서 매번 나타나던 사람.
그는 놀랍게도 185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사고현장 들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는 아마 시간에 관련된 재능을 받은 것일 테지.’
다행히 초월체의 장난감이 받을 수 있는 재능은 하나였다.
강신의 소설 속 설정에서는 인간의 그릇으로 초월체의 재능을 많이 담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래도 모르지, 내 글을 너무 맹신하면 안 돼.’
“음…. 그러면 하일브론의 유령이 받은 재능은 순간이동 같은 건가요?”
“순간이동 혹은 그와 비슷한 무엇이겠죠.”
하일브론의 유령이 받은 능력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녀가 유령이라고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유럽 전역 곳곳에 나타났기 때문이었으니까.
“순간이동, 공간이동, 혹은 잠시 시간을 멈추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런 존재를 이 넓은 유럽에서 어떻게 쫓죠? 역시 협력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요?”
카밀라는 이제 와서 후회한다는 듯이 말했지만, 강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대가 순간이동을 한다면 우리도 그러면 되죠.”
강신이 다른 단체의 협력을 거절한 이유.
울프팀이 사용할 방법을 다른 단체에게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부에 지원 요청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