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13
512화
“이게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이한울은 강신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살색의 귤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강신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거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평범한 사람이 만져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방금까지 방 내부를 수색하며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기 위해 장갑을 벗은 이한울이 만진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강신도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강신의 만류는 조금 늦어버렸다.
이미 이한울의 손가락은 그 귤에 닿아 있었으니까.
귤을 만진 이한울은 이제껏 사용해왔던 사이코메트리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처럼 수많은 기억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욱….”
이한울이 귤을 만진 것은 고작 몇 초에 불과했지만, 너무 많은 정보량과 충격적인 사실에 그의 안색이 파리해져다.
그리고 헛구역질하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몸을 비틀거렸다.
깜짝 놀란 신하린이 이한울이 넘어지기 전, 그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우욱……. 이…. 이게 대체….”
이한울은 자신이 본 게 무엇인지 깨닫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설명을 요구하듯이 강신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를 부축하고 있던 신하린의 시선도 강신을 향했고 결국,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한울이 만졌던 물건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했다.
“지금 한울씨가 만진 것은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이라고 부르며 이 현상을 통틀어 초월체의 수확제라고 부릅니다.”
강신의 설명에는 평소 그가 쓰지 않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신하린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되묻듯 말했다.
“현상이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강신은 현상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았다.
그런데, 굳이 초월체의 수확제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였다.
현상이라 하면 재능이나 U.M.A가 연관되어 있지 않음을 뜻했다.
현상은 장마철에 비가 오거나 추우면 눈이 오는 것처럼 그런 상황 자체를 알리는 명칭이었다.
강신이 설명하는 동안 이한울이 간신히 안정을 취했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젠장,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이든 뭐든….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요!”
마치 발작 버튼이 눌린 것처럼 이한울이 격하게 반응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신하린은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강신은 달랐다.
이한울이 저 귤을 만짐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아냈다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야 저 귤은….
“저…. 저게 우리가 찾던 사라진 실종자라니, 우욱….”
처음으로 사이코메트리의 한계를 넘어서 사용했는데, 그 모습이 인간이 구겨지듯이 귤로 변하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후…. 일단, 여기서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장소를 바꾸죠.”
이야기를 나누다 수확제를 시작하는 트리거를 건드릴 수도 있었으니, 강신은 일행들과 서둘러 그 집을 벗어나길 원했다.
그렇게 실종자가 살던 주택에서 나온 강신은 차에 오르며 프로네시스에게 부탁했다.
“네시스, 현재 현장에 나가 있는 모든 요원에게 연락해서 현 시간부로 진행 중이던 작전을 중단하고 모두 복귀하라고 전달해줘. 특히 울프팀은 바로 수사본부로 오라고 전달해주고, 자세한 설명은 그곳에서 전달할게.”
-알았어, 그렇게 전할게.
평소라면 강신은 구구절절 설명했겠지만, 지금은 설명보다 사람들을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물리는 게 더 중요했다.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부탁대로 바로 사람들을 현장에서 철수시켰고 현장 3팀 요원들은 그대로 회사로 복귀해 대기하고, 울프팀 인원들은 수사본부로 복귀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들이었다.
강신은 울프팀 인원들이 모두 모이자, 시간과 상관없이 긴급하게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신하린과 이한울에게 알려주었던 것처럼 현재 일어난 현상과 거기서 발견한 물건이 무엇인지,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이요? 명칭만 듣기로는 그리 위험한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순자가 물건의 명칭을 듣고 머리를 갸웃대자, 다른 일행들도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 굴러다니는, 웃는, 귤.
어느 하나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단어가 없었으니, 그들의 태도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있는 강신과 이한울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 귤이 원래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랬겠죠.”
“뭐요?”
이순자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일어난 특이 실종,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웃는 귤은 정확히 초월체의 수확제에 만들어지는 물건으로 그 재료는 인간입니다.”
“…….”
“초월체가 개입되어 있어 인간으로서는 불가항력의 영역, 자연재해와 같은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와 다르게 어쩌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재해죠.”
일행들은 강신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이채연 경감은 강신이 말하는 초월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강신은 어쩔 수 없이 일행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해야 했다.
초월체의 수확제라 불리는 이 현상은 그 말대로 초월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수확제를 주관하는 초월체는 울프팀이 이제까지 만났던 초월체와는 조금 달랐다.
강신이 만났던 초월체들은 인간에게 선의를 갖고 있던 악의를 갖고 있던 인간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수확을 진행하는 초월체의 관점은 전혀 달랐다.
그 초월체에게 인간에 대한 가치는 단 하나였다.
“맛이 있는가, 없는가.”
이어지는 강신의 설명에 회의실이 갑자기 싸해졌다.
“맛? 설마, 인간을 먹는다는 겁니까?”
“네.”
“잠깐만요, 제가 아는 초월체는 굳이 먹는 것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송기덕은 다급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초월체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며 묻자,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닙니다. 초월체의 수확제는 순수하게 그 초월체의 취미 생활이죠.”
“하….”
“허….”
여기저기서 깊은 탄식이 들려왔다.
반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존재의 취미가 인간의 생명을 수확하는 것이라니,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초월체라는 존재를 처음 들은 이채연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해결 방법은 있으신 거죠?”
술렁이는 마음을 다잡고 강신에게 질문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기 때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꼭 알려 드릴 게 있습니다.”
강신은 그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루고 그보다 먼저 사람에게 알려야 할 것을 말했다.
“지금까지 수확 당한 침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귤은 다시 인간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강신은 냉정하게 말했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모를 수 없었다.
지금 강신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였다.
‘무섭다.’
이제까지 강신이 맡은 일들은 대부분 대처가 가능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강신이 쓴 소설에는 인간이 대처할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언젠가 마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성신에 입사하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음에도 막상 그런 상황이 눈앞에 닥치자 그저 막막하고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정보를 알고 있어도 일개 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이미 사망한 겁니까?”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방법을 찾을 수도….”
“지금 인간이 가진 기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거대한 바위를 압축시키고 압축시킨 후, 그 바위를 처음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그건 오로지 시간을 역행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귤로 변한 인간은 ‘절대’ 구할 수 없었다.
그건 바뀌지 않는 진리였다.
심지어 강신의 소설에서도 이미 귤이 된 인간은 구할 수 없다고 작성되어 있었다.
“젠장….”
쾅!
피해자를 구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느껴서일까, 이채연이 회의실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에게 연민을 갖는 건 경찰이고 회사원이고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강신은 잠시 이채연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려 주고 말을 이어갔다.
“아까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냐고 물으셨죠? 수확이 진행된 인간은 되돌릴 수 없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막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인가요?”
“네, 현재 저희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초월체의 수확이 끝날 때까지 그저 숨죽이고 계속 지켜보는 것.”
희생자는 늘어나겠지만, 초월체의 특성상 현세에 간섭하는 건 초월체의 힘을 상당수 소모하기에 많은 인간을 수확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방법을 들은 일행들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야 강신이 말한 첫 번째 방법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관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말이었으니까,
그래서 강신은 곧장 두 번째 방법을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위험을 무릅쓰고 초월체의 수확을 방해하는 겁니다. 참고로 여기서 위험이라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이전까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위험을 말하는 겁니다.”
이 자리에 현장 요원인 이순자와 송기덕이 있는 걸 생각한다면 무시하지 못할 내용이었다.
그런 강신의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강신도 자칫 잘못하면 그냥 목숨을 내놔야 했다.
단련된 육체?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장비들? 믿을 만한 동료들?
그런 것들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이 틀어지는 순간, 특이 실종자들이 그랬듯이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확 당할 것이다.
“그만큼이나 위험한가요?”
“네. 마음 같아서는 저도 첫 번째 방법을 택하고 싶을 정도로요.”
위험하다고 말해도 약한 소리를 내뱉지 않던 강신이 처음으로 약한 소리를 내뱉자 일행들도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그 어떤 U.M.A를 상대해도 강신이 이렇게 약한 소리를 내뱉는 것은 처음이었다.
강신이 약한 소리를 내뱉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에 일행들도 마른침을 삼킬 정도로 긴장하게 했다.
“그래도 두 번째 방법을 택하실 분이 있으십니까?”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남의 목숨이 중요하듯 그만큼 자신의 목숨도 중요했으니까.
“조금 시간을 드리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많은 시간을 드리지는 못합니다. 한 시간 후에 참여할 사람은 이곳에 남아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복귀해 주세요.”
강신은 강요하지 않았다.
종말을 노래하는 새를 상대할 때도 위험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차원이 다른 상황이었다.
‘그때는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일행들은 아무 말하지 않고 모두 고민에 빠져있었다.
강신은 솔직히 수사본부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손에 닿는 사람은 구하기로 했잖아.’
어쩌면 만용이자 자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적어도 자신에게 변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