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5
594화
전의를 상실한 사제를 붙잡는 것은 강신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전 공격으로 이미 힘을 다한 사제는 반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일행들을 모두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킨 신하린이 돌아왔을 땐 이미 현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강신이 사제를 헥사곤 바인더로 포박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게 사제가 저 꼴이라는 거죠?”
“맞아.”
“히익!”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사제를 바라보자 사제는 강신의 시선을 느끼고는 부르르 몸을 떨고는 경기를 일으켰다.
“하아…. 도대체 얼마나 겁을 줬으면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사람이 저렇게 반응을 해요.”
“난 억울해.”
신하린이 사제의 모습을 보며 강신을 추궁했지만, 강신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강신은 사제에게 단 한 번의 공격밖에 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을 뻔했던 것은 자신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강신의 핑계가 통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위협적이던 사제는 제압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애초에 적이 경기를 일으키든 지리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강신이 제압한 사제를 옮기려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게거품을 무는 탓에 결국, 신하린이 사제를 들고 일행들이 있는 은신처로 이동해야 했다.
은신처에 도착한 강신은 정신을 잃은 지원 요원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보호 장비 덕분에 보이는 외상은 따로 없었어요. 다만, 외부에서 강한 압박을 받아 몸속 내부가 조금 다쳤더군요. 그래도 그리 심각한 부상은 아니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강신은 지원 요원의 상태를 미리 파악한 이순자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다행이군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사제들의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저씨들, 괜찮아요?”
“오, 가여운 제니…. 너도 불신자들에게 잡혀 왔구나….”
“제니까지….”
“빌어먹을 이단자들, 이 어린 것이 무얼 잘못했다고. 이런 꼴로 만들어 놨단 말인가….”
강신과 전투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사제를 보며 다른 사제들이 강신과 일행들을 비난했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그런 그들의 말을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었다.
그때 카밀라가 강신에게 슬쩍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강책임님이 데려온 저 여자 사제는 매혹이 걸리지 않아요.”
매혹은 이성에게 강하게 발동하는 능력이었지만 동성에게는 비교적 효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제니라고 불린 저 여사제는 교단에서 다른 저항 훈련을 받은 것인지 기본적으로 매혹에 내성이 있어 카밀라의 매혹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여사제에게 정보를 캐내는 것은 어렵다는 소리군요. 그럼 그 부분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고 바로 파라다이스로 가야겠습니다.”
다른 계획을 짤 시간이 없었다.
멀리서도 잘 보일 정도로 호화요트가 요란스럽게 파괴되고 땅도 뒤집혔다.
환락의 집단도 침입자에 대해 눈치채고 그에 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꾸물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대기하기로 했던 지원 요원들이 모두 정신을 잃었으니, 이곳을 지킬 사람이 필요해.’
카밀라는 애초에 전투 요원도 아니고 파라다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니, 논외로 쳤다.
그리고 신하린이 가진 재능은 개인 호위에는 탁월하지만, 거점을 방어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후보는 이순자와 송기덕, 둘 뿐이었다.
“지금 이곳을 방어할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거죠? 제가 남을게요.”
마치 강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순자가 손을 들며 자진해서 나섰다.
‘이부장님은 하나의 팀을 이끄는 분이니, 대처 능력이 더 뛰어나긴 하시지….’
심지어 송기덕과 전투력을 비교해도 이순자가 더 높았다.
파라다이스 내부의 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부장님에게 이곳을 맡기죠. 그럼 인원은 결정되었으니, 진입할 인원들은 서둘러 부족한 장비들을 챙겨주세요.”
이순자와 송기덕이 강신이 전투하는 동안 이곳에서 대기하며 미리 장비들을 정리해둔 덕분에 일행들이 장비를 챙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장비를 챙기던 송기덕이 비상 상태에서만 먹는 전투 식량을 배낭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후…. 이 맛대가리 없는 레션을 먹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송기덕의 말을 들은 강신은 이전에 먹어봤던 기억이 있었기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행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자, 강신은 은신처 한구석에서 자리를 잡았고 양손으로 다 잡을 수 없는 은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구형을 꺼냈다.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자신의 뒤쪽에 서 있는 일행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자 강신이 길게 심호흡했다.
“후우….”
그리고는 들고 있는 은색 구체의 위아래를 붙잡고 비틀었다.
뽈칵,
소리와 함께 구체가 두 쪽이 났고 구체 속에 있던 응축된 죽은 피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강신이 조심스럽게 응축된 피를 꺼내자, 응축된 피가 뭔가에 반응하는 듯 요사스러운 빛을 내며 공중에 떴다.
그렇게 점점 부풀어 올랐고 이내, 검은 피가 쏟아지는 포탈이 만들어졌다.
이전에 사용할 때, 죽은 피의 양이 얼마 없어 혼자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간 꾸준히 카밀라가 사람들의 피를 빨며 모아온 죽은 피를 응축하고 응축했으니, 이번에 만든 응축된 죽은 피의 포탈은 10명이 들어가도 거뜬히 버텨줄 것이 분명했다.
“사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포탈에서 흐르는 죽은 피는 비중이 매우 높으니,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진입해야 합니다.”
강신의 설명을 들은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진입하겠습니다. 이부장님, 이곳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여기는 걱정하지 마시고 몸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강신은 다시 길게 심호흡하고 입고 있는 상의를 살짝 벌리고는 입을 열었다.
“설야야.”
그러자, 강신의 눈에만 보이는 오색빛의 나비가 그 품속으로 들어갔다.
강신은 그대로 의태 시켜 죽은 피가 몸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고는 소모형 보호 장치를 강제로 작동시켜 주요 부위를 보호하고 몸을 숙인 후 그대로 포탈에 몸을 던졌다.
몸에 닿은 검은 피가 이전처럼 어김없이 강신의 몸을 짓눌러왔지만, 이미 한번 경험해 봤기에 당황하지 않고 묵묵하게 포탈을 넘어갔다.
포탈을 넘어 파라다이스에 진입하는 것 자체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파라다이스에 도착한 이후였다.
파라다이스에 진입하자 세상이 몽롱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술에 취한 느낌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여러 색으로 빛나며 감성을 자극했으며 소모형 보조 장치가 작동해 주변의 냄새가 철저히 막혀 있음에도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살짝 바람이 불어 풀을 흩트리는 소리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정도로 뛰어난 음색으로 들렸으며 보호 장비에 쓸리는 피부는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하…….”
갑자기 아름다워진 세상에 강신도 모르게 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웃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강신은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세상을 보며 휘청거렸다.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되뇌고 되뇌었지만 의지가 실시간으로 깎여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냥 누워서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느낌이 들자, 강신이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위험해….’
위험하지만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너무 강하게 입술을 깨물어서인지, 입술에서 피가 났지만, 그마저도 비릿한 철 맛이 아니라 감미로운 음료를 먹는 기분이었다.
‘이게 카밀라가 평소 내 피를 먹을 때 느낀 느낌일까, 계속 맛보고 싶어….’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강하게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 고통은 물론 피 맛까지 상상 이상이었다.
계속 머리로는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강신이 자신이 느끼는 행복과 싸우는 동안 다른 일행들이 순차적으로 파라다이스에 도착했다.
“하하….”
“헤….”
물론 송기덕과 신하린 또한, 강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미라클을 섭취해 미리 경험해 봤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성이 생긴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마지막으로 진입한 카밀라는 파라다이스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휴…. 이미 예상한 결과이긴 한데, 그래도 상황이 참….”
카밀라는 눈이 풀려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일행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카밀라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래도 주변에 이야기했던 이상한 식물은 없네.’
카밀라와 일행이 있는 곳은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평범한 들판이었다.
다만, 멀리서 보이는 들판의 끝에는 뭔가 어두운 느낌이 드는 거대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보였다.
‘아마 저곳이 뻐끔 플라워? 그런 식물이 있는 장소겠지.’
강신이 말했던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이 있는 장소일 것이 분명했다.
‘좋아,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아.’
작전을 설립하는 상황에서 상정한 최악은 주변에서 강신과 일행들을 잡아먹으려는 식물들과 침입자에 대비한 광신도들이 일제히 덤비는 것이었으니, 지금 상황 자체는 정말이지 나쁘지 않았다.
죽은 피를 이용해 강제로 구역을 뚫고 온 것치고는 정말이지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카밀라가 이곳에서 맡은 역할은 이 이상한 공간에서 일행들이 조금이나마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일이었으니까.
카밀라는 우선 일행들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소모형 보호 장비를 대신 뜯어주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산소 공급 시간이 지나 질식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강신의 입에 두툼한 천을 물어 물지 못하게 했으며, 희열을 느끼는 신하린의 몸을 로프로 고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허공을 보며 그저 웃고 있는 송기덕이 다른 이들에 비해 얌전하다는 것뿐이었다.
어쨌든 급한 상황을 수습한 카밀라는 움직이려는 일행들을 로프로 묶어 서로 몸을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방에 있는 위장천으로 간이 은신처를 만들어 일행들을 억지로 구겨 넣었다.
일행들을 은신처로 넣은 카밀라가 마지막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행들을 구겨 넣었다고 쉽게 말했지만, 자꾸 이상한 곳으로 향하려고 하는 일행들을 집어넣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었다.
심지어 은신처로 들어와도 일행들의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아으….”
“헤헤헤….”
“흐흐….”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상한 소리를 내며 괴기한 몸부림을 치는 일행들을 본 카밀라는 길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환장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