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96
595화
파라다이스가 일행들에게 주는 영향은 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미라클로 경험했던 것보다 더 민감해진 오감은 강신과 일행들을 예상했던 시간이 지나서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일행들을 보는 카밀라는 속이 타들어 갔다.
“충격 요법으로 정신을 차리게 해볼까…. 아니지, 고통을 기분 좋게 느끼게 된다면 자해를 할지도 몰라.”
카밀라는 어떻게든 일행들을 약에서 각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행들이 스스로 극복하는 걸 응원하며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카밀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이는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예상했던 시간은 이미 훌쩍 넘겼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조금씩 더 초조해져만 갔다.
‘이러다가 만약 일행들이 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강신이 준비한 응축된 죽은피는 하나가 더 있었기에 후퇴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강신과 일행들이 이곳을 빠져나갔을 때 약에 손을 댄 사람처럼 파라다이스를 갈구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뒷세계에서 용병 일을 했던 카밀라는 약에 손을 댄 인간들이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두 눈으로 직접 봐왔다.
약을 주는 쾌감에 중독되어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보다 약을 끊었을 때 느끼는 금단현상을 참지 못해 다시 약에 손을 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중독성 자체도 강했지만 금단현상까지 심했으니, 전문가들이 괜히 약에 손을 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담배를 끊는 이들이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을 참는다고 하는 것처럼 약이 주는 중독성은 담배 그 이상일 터였다.
그러니, 카밀라가 일행들을 데리고 후퇴한다고 해도 일행들은 파라다이스에 다시 들어오고 싶어 하거나, 미라클을 찾아다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카밀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후퇴할 것인가, 이대로 믿고 기다릴 것인가, 두 개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것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바로 일행들을 믿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믿음이 보답받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읍…. 읍….”
입술을 씹어서 입에 천을 물려 놓았던 강신이 뭔가를 웅얼거렸다.
“아이…. 강책임님, 가만히 좀 있으세요. 안 그래도 입술을 씹어서 흘린 피 냄새 때문에 저도 죽겠단 말이에요….”
카밀라는 강신이 다시 발작하는 줄 알고 투덜거렸지만, 곧 강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손발을 묶고 입까지 천으로 막아 놨으니, 강신이 각성했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아…. 미안해요.”
카밀라가 조심스럽게 입에 물려놨던 천을 빼내고 나서야 강신은 제대로 입을 열 수가 있었다.
“으…. 아…. 카밀롸….”
말이 아직 어눌한 것을 보아 파라다이스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처음과 다르게 강신은 카밀라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네! 저 여기 있어요! 어떻게 절 알아보시겠나요?”
카밀라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확인하자 다급하게 묶여 있는 손발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손발이 풀렸지만, 강신은 그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처음처럼 입술을 씹으려고 했다.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카밀라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 안돼요!”
혹시 강신을 풀어준 것이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니었을까, 카밀라가 자책하며 강신이 입술을 다시 씹지 못하도록 다시 천에 입을 물리려고 했지만, 그보다 강신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으득,
입술을 씹기 전, 강신이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은 것이다.
“아흐, 이거 진짜….”
손가락을 강하게 씹었지만 느껴지는 것은 고통이 아닌 쾌감이었다.
느껴지는 쾌감에 강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여긴 진짜 미친 구역이야….’
고통에 저항하는 건 익숙해도 쾌감 같은 긍정적인 것에 저항하는 것은 강신이라도 버거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곳에서 느끼고 있는 그런 쾌감이 일정 이상 수준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쾌감이 일정 수치로 계속 유지가 되니, 내성까지는 아니어도 주변이 보일 정도로는 익숙해질 수가 있었다.
강신은 지금도 방금 씹었던 손가락을 다시 씹고 싶다는 욕망이 그득했으며 심지어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카밀라까지 평소보다 더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다.
‘정신 차려!’
강신은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털어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생각을 집중하기가 어려워.’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해도 이 구역에서 주는 쾌감에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강신은 몇 번이나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부여잡고는 억지로 지금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이 구역에 잡아 먹힐 거야. 그럴 수는 없어.’
강신은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해 자신의 몸을 바르게 세우고는 카밀라에게 물었다.
“아으…. 카밀라, 다른 사람들은요?”
말이 어눌하고 옆에 있는 다른 일행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행동이 현재로서 강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다른 분들은 아직이에요.”
“그럼 적, 적들은요?”
강신은 자신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카밀라에게 하나씩 물어봤고 카밀라는 성실하게 모두 대답해주었다.
“운이…. 좋았네요.”
강신의 어눌했던 말이 조금이지만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강신과 카밀라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신하린과 송기덕도 조금씩 주변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저…. 풀어주….”
“저더….”
신하린과 송기덕도 강신이 그랬던 것처럼 제대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카밀라가 둘을 속박하고 있는 줄을 풀어주었다.
“으…. 저, 재능을 테스트….”
신하린이 말을 끝까지 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재능이 제대로 작동되나 확인하는 것이겠지.’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강신이 생각을 이어갔다.
반면 송기덕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바닥을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런 송기덕을 보며 강신은 아무리 급해도 지금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은신처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자 신하린과 송기덕도 강신처럼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재능을 사용해도 떨쳐낼 수가 없어요.”
재능을 사용한 신하린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고는 입을 열었다.
신하린이 가진 재능으로 이면 세계, 다른 차원으로 들어갔지만, 이 구역의 영향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건 좀 아쉽네.”
이제는 또박또박 말을 하는 강신이 한숨을 내쉬자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후련함을 느끼고는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강책임님, 바로 움직이실 겁니까?”
송기덕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동이 가능해졌으니, 빠르게 해결하고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 구역에 오래 있으면 오래 있을수록 나중에 후유증이 크게 올 것이 분명했기에 강신은 서둘러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럼, 예정대로 제가 앞에 서면 될까요?”
“네, 카밀라 부탁드릴게요.”
강신과 다른 이들은 구역의 영향으로 시야가 매우 좁아져 제대로 된 정찰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전투 능력을 뛰어나지 않지만, 구역에 영향을 받지 않아 시야가 넓은 카밀라가 앞장을 서야 했다.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세요. 은신처 밖을 확인하고 올게요.”
카밀라는 은신처 밖으로 나가 동태를 살피고는 은신처를 해체했고 거기에서 나온 위장천을 송기덕과 나눠 가졌다.
그리고는 장비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일행들을 대신해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주고는 은신처가 있었던 장소를 벗어났다.
일행들은 각자 앞사람의 옷 끝자락을 잡고는 일렬로 이동했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엔젤이라는 U.M.A가 있는 장소였다.
그 장소를 찾는 것은 카밀라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신과 다른 일행들은 구역의 영향으로 시야가 좁아졌지만 카밀라는 아니었다.
멀리서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엔젤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으니까.
“생각보다 멀지 않아요.”
카밀라가 엔젤이 있는 위치를 말하자 강신이 안도했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강신과 일행들은 잔디가 출렁이는 지역을 벗어나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한 숲으로 들어설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숲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자세 낮춰요.”
카밀라가 앞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일행들 멈춰 세웠다.
비록 일행들이 카밀라의 지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몸을 낮추었다.
“모습을 숨겨요.”
카밀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위장천을 둘러쓰자, 송기덕이 따라 위장천을 둘러썼고 강신은 장비의 의태 능력을 사용했으며 가장 뒤에 있던 신하린이 재능을 사용해 모습을 감추었다.
강신과 일행들이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헤헤헤! 찾아? 뭘?”
“하흐하! 천사님의 밥!”
광기 어린 웃음소리, 바로 환락의 집단에 소속된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은 뭔가를 찾고 있었고 강신은 그게 자신들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은 강신과 일행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는 거리까지 접근했지만, 결국 강신과 일행들을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
멀쩡해도 찾기 어려웠을 텐데, 구역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찾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좋아요, 완전히 갔어요. 다시 이동할게요.”
카밀라는 광신도들이 완전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이동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은 계속 연출되었다.
이 구역에 얼마나 많은 광신도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대략 10분마다 광신도들과 마주쳐야 했다.
문제는 광신도뿐만이 아니었다.
“여긴 우회해야겠네요.”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가던 카밀라가 눈앞에 보이는 괴물 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뿌리가 지면에 내려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꽃의 머리가 강신과 일행들에게 향해 있었다.
뻐끔, 뻐끔.
강신이 설명할 때는 귀여워 보였던 뻐끔 플라워는 실제로 보니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전투하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이곳에서 소리를 냈다가는 환락의 집단이 몰려들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우회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카밀라는 광신도들이 나타나면 모습을 숨기고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고 괴물 꽃이 나오면 계속 우회했다.
간혹 광신도들이 괴물 꽃에 잡아 먹히는 미친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이 구역 자체가 정상이 아니었으니, 카밀라는 그러려니 하며 묵묵하게 엔젤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직선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시간이 더 소모되었지만, 그래도 강신과 일행들은 어떤 전투도 없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엔젤과 가까워질수록 광신도들의 수는 늘어났지만,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강신과 일행들은 엔젤이 있는 곳에 단 한 번의 전투도 없이 도달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