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83
682화
믿음직한 목소리를 듣고 안심한 것인지, 아니면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신하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가 정신을 잃기 무섭게 익숙한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렸다.
“처리해.”
단 한마디, 그 한마디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답도 없이 움직였고 그들은 지금껏 강신을 괴롭히던 사제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 이단자?”
“어디서 이렇게 많은 이단자가….”
“피, 피해!”
상처 입은 사냥감을 쫓으며 희열을 느끼던 광신도들이 갑자기 나타난 이들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들은 이미 강신에게 수많은 재능을 퍼부었던 터라,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에게 제대로 재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들의 전투는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어휴, 이번에는 둘 다 많이 무리했나 보네요. 나중에 잔소리할 거예요.”
요원들과 사제들이 격돌했음에도 이순자는 여유 넘치는 태도로 강신에게 다가왔다.
“너무 늦었잖아요.”
강신이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투덜대면서도 믿을 수 있는 이순자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흥, 너무 늦기는요. 사제들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들어왔는데, 오히려 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난리가 난 상황이 더 신기하네요.”
뭔가 말이 엇나가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부장님, 우선 하린이부터 부탁드립니다.”
강신이 신하린을 이순자에게 넘기자, 그제야 그녀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한 이순자가 얼굴을 굳혔다.
“아니, 어디서 이렇게 다쳤데.”
“상처 자체는 크지 않았어요. 다만, 상처가 아물지 않는 특별한 공격을 받은 것 같더군요. 우선 부족한 피부터 보충해주시고 피가 흐르는 상처를 봉합할 방법부터 찾아야 합니다.”
“음…. 그러면 여기보다 외부로 보내는 편이 났겠네요.”
신하린은 분명 중요한 전력이었지만, 이 정도로 다친 그녀를 전력으로 취급할 정도로 이순자는 냉혈한이 아니었다.
“김대리!”
이순자가 사제들과 한창 싸우고 있는 이들 중 누구를 부르자, 현장 3팀 소속인 남성 하나가 무리에서 이탈해 헐레벌떡 강신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헉헉, 네, 팀장님.”
“김대리, 전투는 됐으니까, 환자부터 봐줘.”
이순자는 그에게 강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신하린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일단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도 흘린 건데, 그 상태로 꽤 무리하게 움직였어요. 팀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외부로 후송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전에 급한 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혈액 팩으로 수혈부터 하는 게 우선이겠죠.”
그는 이순자와 강신에게 설명하면서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강신이 착용한 힙색보다 조금 더 큰 크로스백에서 신하린의 혈액형과 일치하는 혈액 팩을 꺼내 바로 관을 연결해 신하린에게 수혈을 시작했다.
“음, 혈액 말고도 필요한 약도 함께 처방하겠습니다.”
그는 즉석에서 현재 신하린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추가로 약을 처방했다.
그가 그렇게 사람을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요원이기 전에 의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의사인 그가 위험한 요원의 일을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였다.
-돈.
성신은 가지고 있는 자격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수당을 더 챙겨주었기에 그는 평범한 의사가 받는 연봉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매번 사람이 다치는 현장에서 움직이는 의사였기에 그의 처방은 정확하고 신속했다.
몸에 피가 들어가고 거기에 이것저것 약품이 들어가자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이던 신하린의 표정이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래도 응급 처치는 괜찮게 되었네요. 스테플러로 막아둔 덕분에 출혈이 적어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강신은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뒤늦게 등의 통증이 더 아려왔고 그걸 참지 못한 강신이 신음을 흘렸다.
“으윽….”
강신의 신음을 들은 이순자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강신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피다 등의 상처를 확인했다.
“세상에…. 지금, 이 꼴로 하린이를 알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강신은 이순자가 저렇게 놀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야 자신의 등 뒤를 볼 수는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저 큰 화상을 입었을 거라고 생각할 뿐, 하지만 그가 입은 상처는 그의 생각과 다르게 더 심각했다.
그나마 멀쩡한 곳은 보호 장비가 녹아내려 피부와 엉겨 붙어 있었고 심한 곳은 살과 근육이 녹아 하얀 뼈가 보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고통에 기절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지만, 강신은 그런 상황에서도 신하린을 놓치지 않고 이곳까지 도달한 것이다.
“내가 못 살아 정말…. 김대리, 하린이 조치 끝났으면 여기도 봐줘, 여기 상처도 꽤 심각해.”
“네, 알겠습니다.”
신하린에게 이것저것 처방한 그가 바로 강신에게 다가왔고 그는 강신의 상태를 살피고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허, 보호 장비가 뚫렸군요. 아니, 정확히는 진짜 억지로 녹여낸 느낌이네요. 치료하려면 녹아내린 부분을 잘라내고 살을 살짝 도려내야 할 것 같은데, 하필이면 차단력이 높은 보호 장비라 여기서는 조치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강책임님도 하린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야….”
그러자, 강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겁니다. 김대리님 죄송하지만, 이곳에서 엉겨 붙은 피부만 도려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음…. 수술은 가능한데,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야외에서 수술하는 것 자체가 세균 감염의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근처에는 그나마 사람의 주거지인 게르가 있었으니, 내부를 소독하면 야전 수술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살을 도려낸다고 해서 끝이 아니니 문제였다.
그 외에도 강신에게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부분은 외부에서 대기 중인 장대리님에게 제가 맡긴 물건을 받아오면 해결될 겁니다.”
어떤 물건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의사로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김대리가 슬쩍 이순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강신은 이순자에게 말했다.
“아직, 버틸 수 있어요. 도려낸 살도 장대리님에게 맡긴 물건만 가지고 온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도 있고요, 복수의 종교자들을 상대하려면 제가 필요할 거예요.”
강신이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었으니,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은 진실일 것이다.
이순자는 쉽사리 허락할 수가 없었지만, 아직 투지가 죽지 않은 강신의 눈동자를 보며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그래요.”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대리가 바로 근처 게르로 움직여 수술을 준비했고, 그사이 다른 요원들은 광신도와 전투를 끝내고 돌아왔다.
“그럼 바로 후송하겠습니다.”
요원 몇 명이 제압한 사제들을 입구를 밀어 넣는 동안 조금 안정을 되찾은 신하린을 급조한 들것에 조심히 눕혀 후송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정신을 잃었던 신하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무겁게 눈을 뜨고는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피고는 자신을 옮기려는 요원에게 입을 열어 뭔가를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는 곧바로 강신에게 달려왔다.
“어…. 하린 씨가 급하게 전달할 정보가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기력이 달려서 크게 말하지 못해 요원에게 강신의 호출을 부탁했다.
강신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일어나려고 하자, 이순자가 손을 들어 그런 강신을 막았다.
“환자는 수술할 마음의 준비나 하고 있어요. 이야기는 내가 듣고 올게요.”
그렇게 이순자가 신하린에게 다가가자, 둘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대화가 진행될수록 이순자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서 이내,
“이런 빌어먹을….”
기어코 그녀의 입에서는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서둘러 요원들에게 신하린의 후송을 부탁하고는 다급하게 강신에게 다가왔다.
“젠장, 강책임 우리가 당했어요.”
“당했다니요?”
두서없이 당했다는 말에 강신이 의문을 표하자, 이순자는 자신이 신하린에게 들었던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누군가가 만든 구역이라는 것은 강책임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나요?”
“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좋아요, 하린이 말로는 이 구역의 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있고 그 끝 지점에서 현재 광신도들이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여기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그리고 광신도들의 의식이 시작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대요.”
순간 강신은 망치로 머리를 맞는듯한 기분이었다.
“뭐라고요?”
그간 취합한 정보를 토대로 강신이 판단하기로는 의식이 시작되기까지는 빨라도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어야 했다.
광신도들에게 정보를 뽑아낼 때, 그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충분한 사실 여부를 판단했기에 광신도들에게 얻은 정보는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의식을 급하게 진행한다고 시일을 당길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게 가능했다면 광신도들은 이미 진작에 의식을 끝냈을 것이다.
강신도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광신도들이 진행하는 의식에 들어가는 ‘시간’은 조절 가능한 자원이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강신이 턱을 쓸며 고민에 빠진 사이 제압한 광신도들을 모두 밀어 넣은 요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지원이 늦지?”
“그러게 말입니다. 내부에서 사람이 빠지면 바로바로 진입하려고 대기 중이었을 텐데….”
“혹시 외부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외부에 그 보안팀장님이 버티고 계시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지나가는 두 요원의 말을 들은 강신은 뭔가 머릿속이 번쩍였다.
그리고 옆에서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이순자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이부장님, 혹시 이곳에 들어오실 때 상황 좀 물을 수 있을까요?”
“어…. 이곳에 들어올 때 상황이요? 따로 이상한 일은 없었는데요?”
“그래도 좋습니다.”
“그래요, 일단 강책임이 들어가고 거의 동시에 광신도 하나가 쫓겨 나왔죠.”
강신이 빠르게 내부에 있는 광신도를 밖으로 내보낼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들어간 동시에 튀어나왔으니까.
“제대로 제압된 상태가 아니라, 밖에서 대기 중인 이들이 그를 제압했어요.”
그리고 그를 제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광신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들은 제대로 제압되어 있었고 외부에서는 그들을 포박하기며 내부로 들어갈 인원을 서둘러 준비시켰다.
“그리고 저와 지금 여기 있는 요원들이 들어온 거죠.”
정말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강신이 궁금한 것은 그 내용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첫 번째 광신도가 나가고 이부장님과 요원들이 이곳에 들어오는데, 정확히 시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