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
8화
강신이 제출한 글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에너지들이 암흑 물질에서 파생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U.M.A.나 특별한 힘을 지닌 사람들 역시 암흑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글이 검증되는 순간, 그동안 비과학적으로 분류되었던 것들이 과학적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암흑 물질을 증명해 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거, 따로 수정하지 않으신 거죠?”
임 상무는 차라리 권영식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말해 줬으면 했다.
지금까지 암흑 물질과 다른 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왔다.
강신의 글만 믿는다면 기존의 많은 연구를 백지로 돌려야 할지도 몰랐다.
“자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나도 처음엔 자네와 같았으니.”
“신기한 힘들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많이 봐서 알고는 있지만……. 그 다양한 힘들이 결국 한 가지 물질에서 파생되었다는 말은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요.”
“이 글을 쓴 사람이 강 선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허언증 환자라 그냥 웃으며 넘겼겠지. 강 선임이 쓴 글이기도 하지만, 이게 또 아예 말이 안 된다고 보기엔 어려운 내용일세.”
“하아……. 검증하는 것도 오래 걸릴 것이고 내용은 난해하죠. 검증이 끝난다고 해도 문제가 가득할 내용이군요.”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더 머리가 아프지.”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적혀 있었지만, 그 내용을 검증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어쨌든 검증이 먼저겠군요. 그래도 머리가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것치고는 표정은 굉장히 밝아 보이십니다.”
“과학자로서 아직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분야를 탐구한다는 것은 정말로 남자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부분이지 않나?”
“과학과 모험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만…….”
“흥, 과학자도 아니면서 말은 잘하는군. 난해한 글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강 선임이 쓸 글들이 기대되는 건 어쩔 수가 없군.”
“후후, 전 이미 예전부터 강 선임의 팬이었습니다.”
임 상무의 솔직한 고백에 권영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허, 자네의 취향은 문학 소설일 줄 알았네만….”
“후후, 항상 그가 쓴 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 보니까, 어느새 팬이 되어 있더군요. 오랜만에 나온 신작인데, 조금 짧아서 아쉽군요.”
“짧지만 묵직한 내용이었네. 글로 보기엔 조금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팬이라니 그것참 신기하군.”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정이 들어서 그렇죠, 팰로우님도 곧 저와 비슷하게 될 겁니다.”
“뭐, 그럴지도….”
사소한 대화가 끝나자, 임 상무도 권영식에게 할 말이 있었는지, 그에게 서류철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때마침 팰로우님에게 보고 드릴 게 있었군요. 팰로우님이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UPD(미확인 현상 감지기, Unidentified Phenomenon Detector)에 위험 등급이 F급인 U.M.A.가 연구소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포착되었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은가? 굳이 따로 내게 보고할 필요가 있나?”
“그것뿐이라면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겠지만…. 위험 등급도 낮고 해서, 척 부장의 팀과 함께 강 선임을 첫 현장에 보내 볼까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F 등급에 척 부장과 함께라면 크게 위험한 일은 없을 테지, 오늘 말고 다음에 나타날 확률이 있겠나?”
“겨울 저녁마다 나타났던 ‘그것’입니다.”
임 상무가 그것이라 말하자, 권영식은 인상을 찌푸렸다.
“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그것인가, 확실히 강 선임과 함께 보내면 뭔가 알 수도 있겠지. 강 선임의 첫 현장에 적당한 녀석이 나타나 주었군.”
위치 파악은 되지만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는 실체를 찾을 수 없었던 U.M.A.라면 강신의 데뷔 무대로 썩 나쁘지 않은 무대였다.
“그렇다면 출동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나?”
“가능하면 내일 저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일찍? 강 선임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하루라 너무 빡빡하군.”
“안 되겠습니까?”
권영식이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쓸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아닐세, 지금부터 작업하면 출동 전까지는 완성시킬 수는 있겠지.”
“혹시……. 장비를 직접 만들어 주실 생각이십니까?”
“감각이 떨어지기 전에 한번 만들어 봐야겠네. 그래도 직속 부하인데, 상사로서 이 정도는 직접 챙겨 줘야 하지 않겠나?”
“저에게 건강을 챙기라고 뭐라 하실 게 아니신 것 같군요.”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꾸짖었던 권영식이 밤을 새워 직접 장비를 만들어 준다는 소리를 듣고 임 상무가 반격했지만, 권영식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내가 자네보단 훨씬 건강할걸세.”
자신이 입고 있는 연구복의 소매를 걷어 올리자, 그 안에서 드러난 팔뚝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단단하고 두꺼운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을 본 임 상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
다음 날 아침, 전날에 있었던 사건이 거짓말인 것처럼 강신은 기분 좋게 출근했다.
출근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자신에게 지급된 개인 큐브는 어색했지만 글만 썼던 전날과는 다르게 오늘은 큐브 내부의 물건들을 조금씩 건드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마음 편히 쉬라니.”
특별 취급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앞으로 계속 이곳에서 생활해야 한다.
강신은 스스로 불편해하면 더 힘들 것을 알기에 큐브 구석에 준비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침대에 몸을 날렸다.
침대에 다이빙을 하자, 마치 구름에 몸을 맡기는 듯 편안하게 신체를 부드럽게 받아 주었다.
“이 정도면 우리 집에 있는 내 침대보다 훨씬 좋은데……. 굳이 퇴근하지 않아도 이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해도 좋을 정도네.”
띠링, 드르륵~.
편안하게 침대에 몸을 누인 강신을 감시라도 하는 것인지, 때마침 타이밍 좋게도 큐브의 입구가 열렸다.
강신의 개인 큐브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강신을 포함해 네 명밖에 없었다.
방심하고 있었던 강신은 재빨리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가 몸을 일으키는 것보다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더 빨랐다.
“침대가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참고로 그 제품은 저도 따로 구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자주 애용하는 침대죠.”
강신의 부담감을 줄여 주기 위해 임 상무가 침대를 주제로 말을 꺼냈지만, 이미 강신은 민망함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하…. 네, 어쩐지 푹신하고 좋더라고요. 그런데 바쁘신 임 상무님이 여기는 어쩐 일로…….”
“놀러 왔다고 말하고 싶지만 잠시 일 때문에 들렀습니다. 강 선임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십니까?”
“저녁에는 따로 약속이 없는데, 무슨 일이 있나요?”
“오늘 저녁에 U.M.A.가 나타난 현장으로 출동할 예정입니다. 시간 괜찮으시다면 오늘 현장에 한번 나가 보시겠습니까?”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고, 입사하기 전 마음에 걸렸었던 위험이 가득한 U.M.A. 포획 현장.
강신은 설마 이렇게 빨리 현장에 나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으음….”
약간 고민하는 강신의 태도에 임 상무는 오늘 나가게 되는 현장에 대해서 짤막하게 설명했다.
“저희가 U.M.A.를 감지할 때 쓰는 장비가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UPD지만, 저희끼리는 그냥 감지기라 부르죠. 그 장비는 U.M.A.가 내뿜는 파동을 분석해 위험 등급과 위치를 대략 알려 줍니다. 오늘 출동할 장소에서 감지된 파동의 등급은 F등급이니, 크게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함께할 팀도 회사에서 가장 베테랑인 요원들이니, 처음 현장 경험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죠.”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참가해야겠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번 현장은 강 선임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좋은 경험이요?”
“네, 처음부터 너무 힘든 곳으로 보내면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좋은 경험이 될 수밖에요.”
앞으로 계속 나가게 될 현장이었기에 일찍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 강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럼, 제가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게 있나요?”
“따로 준비하실 건 없습니다. 필요한 장비는 대부분 현장팀에서 준비합니다. 이번 개체가 활동하는 시간이 해가 저물고 난 뒤여서 그것만 숙지하고 계시면 될 듯합니다.”
“집에는 조금 늦을 거라고 이야기해 두어야겠네요.”
“차라리 회사에서 자고 들어간다고 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U.M.A.가 나타나는 건 해가 진 저녁이지만, 작전이 언제 종료될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요.”
아직 집에 취업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모르는 임 상무가 조언하자, 강신은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참고로 시간 외 근무로 초과 근무 수당과 위험도가 F등급밖에 안 되지만 위험수당도 지급될 예정이니, 그 부분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수당이 따로 있다고요?”
“네, 기본급을 제외하고 나오는 금액이죠. 아마 강 선임이라면 특별수당과 시간 외 수당, 그리고 위험수당까지 계산하면 아마 이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타닥타닥….
임 상무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계산기를 두들기며, 숫자들을 더한 계산기를 강신에게 보여 주었다.
그 숫자를 본 강신은 놀란 듯 동공이 커졌다.
“이거……. 0 하나가 잘못 붙은 거 같은데요?”
“이런, 제가 실수했나 보군요.”
강신에게 보여 주었던 계산기를 다시 한번 확인한 임 상무는 숫자를 확인하고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제가 실수한 게 아니군요. 이 금액이 맞습니다.”
현장에 나가기 망설였던 강신을 빨리 현장으로 가고 싶게 만들 만큼 비정상적으로 큰 금액이 계산기에 표시되어 있었다.
“맙소사. 고작 현장 출동 한 번에 이만한 돈이라니…….”
“후후. 그게 위험에 뛰어든 자들을 위한 타당한 수당입니다. 아 참, 강 선임의 현장 장비는 권 팰로우님이 직접 제작하고 있으시니, 출발하기 전에 미리 수령해야 합니다.”
“현장 장비요? 권 팰로우님이 직접 제작하신다고요?”
“아무래도, 미지의 생물들과 마주치는 현장인 만큼 몸을 보호할 장비가 필요한 건 당연한 것이죠. 특히, 권 팰로우님이 만드는 장비는 특제 장비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
“바쁘신 분인데 저를 위해서 장비를 만들어 주시다니…….”
“팰로우님이 직접 제작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오후 네 시쯤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 시간에 맞춰 28층에 있는 소재 개발 구역으로 가시면 권 팰로우님이 기다리고 있으실 겁니다.”
“28층 소재 개발 구역.”
혹시나 임 상무가 알려 준 것들을 까먹을까 봐, 강신은 준비해 두었던 메모지에 임 상무가 알려 준 장소와 시간을 적어 넣었다.
“전할 것은 다 전했으니, 저는 이만 가 봐야겠군요. 출동 전까지는 편하게 쉬고 있으세요. 이곳에서 주무셔도 상관없습니다. 오늘은 어쩌면 밤을 지새울 수도 있으니까요.”
“네에…….”
자신의 용건이 끝나자, 임 상무는 마지막으로 강신에게 휴식을 권하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떠났다.
오늘은 저녁부터 일이 있다는 것이 큐브를 사용하는 것에 부담감을 줄여 준 덕인지, 아니면 침대에 누워 있던 부끄러운 모습을 남에게 들킨 탓인지는 모르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강신은 개인 큐브 내부에 있는 시설들을 마음껏 사용하기 시작했다.
선반에서 간단한 간식을 꺼내 먹으며, 어떤 U.M.A.를 마주칠까, 자신이 써 왔던 글들을 다시 한번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자, 강신은 임 상무가 일러 준 대로 큐브에서 나와 28층으로 향했다.
30층만 둘러보았던 강신이 처음 방문하게 된 28층을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띵!
승강기가 28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강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지도였다.
지도에서 소재 개발 연구실의 위치를 확인한 강신은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0층과 다르게 높은 천장을 자랑하지 않았지만, 넓이 자체는 30층과 같았기에 28층 또한, 굉장히 넓었다.
건물 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 걸어서야 소재 개발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연구실 안을 보자, 연구실에는 많은 연구원이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연구실 깊숙한 내부에는 권영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고글을 쓰고, 양손에 들고 있는 검은색 코트를 마네킹에 입혀 주고 있었다.
“우와…….”
강신은 마네킹이 입은 코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