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20)
“내일 지부에 다녀와라. 지부에 원로원 사람이 오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세뇌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하루, 이틀 정도는 자리를 비워도 상관없습니다.”
“그래, 가서 로운관을 받아오면 돼. 내가 지부장에게 말해놨으니까, 이번엔 좀 넉넉하게 줄 거다.”
“그러면 숨통이 좀 트이겠는데요?”
“그래. 그렇겠지.”
그 후로도 두 마물은 몇 마디 더 나눈 후 갈라섰다. 나는 뒤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카롯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결국 저 카롯은 3급보다 더 높은 마물이겠군.
-용사님, 제 힘으로 저 캐롯이라는 마물, 상대할 수 있을까요?
[글쎄다. 지금 네 힘으론 카셀은 가뿐하게 없앨 수 있겠지만, 음. 뭐, 카이가 옆에 있으니,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지금 내 실력으론 힘들다는 뜻.
지부가 있다는 건 마물이 꽤 많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로운관을 마물에게 전달한다는 것. 마물도 마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셀이 혼자 출장 간다는 거지. 그런데 지부는 어디에 있지?”
나는 로이칸을 타고 다른 숲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금 전 마물들이 나눴던 대화를 정리했다.
[내일 찾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그랬는데, 바꿨어요. 하루라도 빨리 성장해야죠.
용사님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조금은 고민됐다.
내가 유리아를 찾아 챙겨 버리면, 이 신성력 충만한 도시가 그로 인해 신성한 기운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신성력이 조금은 옅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아크리스 왕국이 그러했다.
게다가 눈앞에 황금 아이템이 번쩍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 먹으면 그게 사람인가?
더군다나 날 도와주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여기, 내 뿌리 밑에 있다.]도착하자마자 잣나무가 가지를 흔들었다.
[내가 팔게.]카이가 단숨에 유리아를 끌어올렸다.
-이야, 카이 날로 발전하는데?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이번에도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유리아와 기운을 주고받았고, 유리아는 환한 백색을 띠면서 봉인이 해제됐다.
청명한 목소리로 이번에도 혜택이 와르르 주어졌고.
-순간 이동이라는 게 뭐예요?
[헛 참. 그런 것까지 받았단 말이냐?]-그렇다는데요? 이거 혹시 워프와 같은 거예요?
[그건 아닐 거다. 네 선조이신 바트롱가 영웅께서 순간 이동을 쓰셨지.]-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그냥 여기서 저기로 뿅…… 어, 되네?
분명 나는 잣나무 근처에 서 있었고, 손가락으로 근처 작은 연못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런데 순식간에 연못 옆에 서 있는 게 아닌가.
팅거와 벨라가 파다닥 날아와서 신기하다고 내 주변을 뱅뱅 맴돌았고, 카이는 작은 앞발을 붕붕 흔들며 잘했다고 좋아했다.
“이거 싸울 때 도움이 되겠는데?”
날 수 있는 것만으로 아주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건 시간과 관계된 것.
[대단하군. 엄청난 사건이야. 이 정도 능력이라면 4급 마물 정도는 충분히 싸워 볼 만할 거다.]용사님도 기뻐하셨다.
[유리아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소환할 수 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혹시, 멀리 있는 것도 불러낼 수 있다는 거예요?
나는 무심코 청명한 목소리에 대고 물었다.
이런 용사님과 대화를 계속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질문했네.
역시 습관이 무섭다며 속으로 피식 웃는데.
[맞습니다. 마커스 율리시즈, 당신이 봉인을 해제한 유리아는 어디에 있든 당신이 소환하면 나타납니다.]허! 대답을 해 주네.
[퀘스트를 완수하면 테페론 신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올 겁니다.]청명한 목소리는 이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좋아! 어서 일하자, 일을.
그때였다.
[어! 마커스, 여기가 글씨가 새겨졌어.] [어디 봐. 정말이네. 마커스, 와 봐봐.]카이와 팅거가 기뻐하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는데, 벨라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커스, 여기에 우리 이름이 다 쓰여 있어. 마커스, 카이, 팅거, 로이칸, 그리고 나. 헤헤헤.]아, 이걸 말하는 거였군.
그렇다면.
-카이, 이거 다시 여기에 묻자.
[뭐어?] [안 돼.] [힝, 나도 내 유리아 갖고 싶은데.]다들 갑자기 유리아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갔다. 팅거와 벨라도 너무 놀랐는지, 날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카이를 뒤쫓아 도도도 두 다리를 바삐 놀렸다.
[나도 가져 보고 싶다.]로이칸까지 내 말에 섭섭함을 나타냈다.
나는 왜 유리아를 다시 묻으려고 하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유리아는 이미 많잖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역시. 생각이 맞았네.”
나는 주머니에 있는 유리아를 모조리 다 꺼내 바닥에 내려놨다.
-얘들아, 여기 좀 봐. 여기에 너희들 이름이 서려 있어.
이건 새겨졌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기운이 감돌았다고 해야 옳다.
[어? 정말이네.] [히힛, 여기 내 이름이 있다.] [나, 나도 [헤헤, 내 이름도 보여.] [흠흠, 나도 있군.]다행히 다른 숲에서 구한 유리아 두 개에 로이칸 이름이 서려 있어서 로이칸도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이거 묻을 게.]-그래.
카이가 유리아를 땅에 내려놓자마자 유리아가 스르륵 소리도 없이 땅속으로 꺼졌다.
“이야!”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보인 카이를 보며 감탄했다. 그건 카이 본인도 마찬가지인지 구멍까지 멀끔하게 메꿔진 땅바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그런 카이 등을 툭툭 두드려 주며 말했다.
-카이, 너 이런 건 또 언제 습득했대? 대단한데?
[어…… 이거 내가 한 거 아닌데?]표정이 얼어 있는 카이가 더듬더듬 대답했다.
-네가 한 게 아니라고?
그때였다. 사라락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호호호, 잘 묻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래, 내가 뿌리로 단단하게 감싸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고맙다.] [맞아요. 가져가지 않아서 고마워요.] [고맙다.] [훨씬 기운이 강해졌어요.] [크흐흠, 그런 것 같군.]갑자기 주변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말, 기분 좋은 분위기.
숲의 생명체들이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그건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지.
카이의 말에 바닥에 흙 알갱이가 부딪치면서 또로롱 같은 귀여운 소리를 냈다.
그러자 카이는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다음에도 꼭 묻어 주자.]팅거와 벨라는 나무로 날아가서 고맙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로이칸도 잣나무 아래에 가서 고개를 주억이고 있었다. 꼭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허허, 이것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한 녀석들이군.]우리가 기운이 더욱 강력해진 유리아를 돌려줘서일까, 수목들이 힘을 합해 땅속에 묻힌 성물들의 위치를 알려 줬다.
그래서 아주 쉽게 신성석과 블론을 찾아냈다.
[퀘스트 진행 상황]신성석 모음 완성 40/100
블론 수집 20/100
유리아 수집 14/30
여기가 왜 눈이 부시게 밝았는지 알겠군.
유리아는 하나였지만, 신성석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
유리아의 기운이 워낙 강력해서 신성석은 없어도 된다는 말에, 신성석은 모조리 챙겼다.
[또 와요!] [흠흠, 다시 보자.]* * *
지부로 간 카셀을 쫓아간 팅거가 말을 걸어왔다.
[마커스, 우리 알트 시에 왔는데?]-알트 시?
[응, 여기 시청 근처야.]알트 시에서 마물이 단체로 움직였던 게 지부가 있어서 그랬나?
-조심해라.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피해.
[응, 알았어. 이 마물이 어딜 가는지 바로 말해 줄게.]팅거, 벨라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다 보니, 가테지가 식당 안으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약속했던 신호를 보내자 가테지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와 내 옆에 앉았다.
“갈색 머리카락도 아주 잘 어울리는군요.”
“마법사님도 멋진데요?”
가테지와 나는 맥카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인 복장을 하고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 창가에 자리했다.
“저기 지나가는 붉은색 머리, 저자는 원로원 하부 조직원입니다. 원래도 많지만, 여긴 중립국이기도 하고, 바인랜드와 가까운 까닭에 원로원들이 많은 편입니다.”
가테지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마법사님께서 변복하자고 하셨을 때, 너무 조심스러운 게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잘한 것 같습니다.”
가테지는 내 말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푹 쉬었나 보군요. 어제보다 얼굴이 좋아 보입니다.”
나는 밤사이, 유리아를 무려 3개나 영접한 덕에 컨디션 최고에 다다랐다. 그걸 가테지가 바로 알아본 것이다.
가테지는 대답을 듣고자 한 말이 아니었는지, 나를 보며 슬쩍 웃고는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어제 못다 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마물들도 각자 관리하는 곳이 있을까요?”
“있을 겁니다. 아무리 그들이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북부에 있던 마물이 남부에 갑자기 나타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파커 관장님이 자료에 나온 지역은 아니겠죠?”
가테지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요. 아무래도 그놈들은 마나가 풍부하거나 신성력이 강한 곳은 싫을 테죠.”
“바이랜드 같은 곳이요?”
“그렇겠죠.”
가테지는 종이에 도시 이름과 나라 이름을 써 내려갔다.
“원로원의 지부가 있는 곳입니다. 얼마 전에 마물이 나타났다던 알트 시도 원로원의 지부가 있죠.”
알트 시, 대단한 곳이군. 원로원의 지부에, 마물의 지부라니. 이 사실을 올보그 황제는 알고 있을까?
그때, 팅거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 들었다.
[마, 마커스 여기 시청 근처에 있는 호텔인데. 사람들이, 아니 마물인가?] [응, 마물 같아. 다들 카든과 비슷하게 말을 해.]-얼마나 많은데?
일, 이, 삼, 사…… 이렇게 수를 세던 벨라가 20까지 세더니.
[어? 카셀이 다른 곳에 간다. 마커스, 내가 또 연락할게.]-알았어. 기록만 잘해 놔. 그리고 조심해.
마물이 얼마나 많은지, 가테지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많구나.
“이건 우리가 추측하는 마물의 본거집니다.”
가테지가 종이에 두 개의 지명을 써 내려갔다.
레톨리, 데스케이드.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물었다.
“여기라고요?”
왜냐하면 레톨리는 카발라 제국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타락한 사제들이 많이 있다곤 해도 신성제국이 아닌가.
“여기가 최근에 마기가 짙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오리젠트가 연구한 결과지만요.”
발로우에게 들어서 안다. 오리젠트가 얼마나 정확성을 강조하는 집단인지.
나중에 레온 주교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데스케이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긴 처음 들어봅니다.”
“그럴 겁니다.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니까요. 우리 대륙 최 북쪽엔 동토라는 곳이 있습니다.”
나왔다. 동토.
가게 주인장이 파이테스 검이 출토된 곳이 바로 동토였을 거라고 말했지?
뭔가 있겠군.
나는 파이테스를 팔았던 가게 주인장의 말을 상기하며 가테지가 무슨 말을 할지,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