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265)
도시 전체가 마기 공격을 받은 휘덴에 사망자가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환자들 중 극히 일부분만 힐러들의 도움을 받았을 테니까.
하여 휘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이는 건 시커먼 마기, 들리는 소리는 통증으로 인한 신음이었다.
베이유스로 후송된 환자들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마기에 노출된 대부분의 사람은 휘덴을 벗어나지도 못해 보고 죽어 갔을 거다. 그런데 마기에 사람만 노출됐을까?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한 거다.
하여, 휘덴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목격한 건.
땅에서부터 허공으로 솟아나는 실낱보다 더 가는 마기선. 죽음을 목도한 거다.
나는 치유의 돌을 발동시키고, 카이는 마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곧바로 시작한 거다.
아픈 환자들도 돌봐야 하고, 마신과 마물을 강하게 해 주는 마기도 없애야 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일을 열심히 했는데, 저 마기 기둥을 보니 왠지 느낌이 싸했다.
-팅거, 벨라 너희들이 여기 마기를 제거하고 있냐?
[우리? 얘들에게 신성력을 나눠 주고 있는데?] [얘들 너무 아파해. 힝.]두 녀석은 지금 마기를 제거할 정신이 없어 보였다.
[마커스, 저거 뭐지?]어, 카이도 저 마기 기둥을 본 모양이다.
-카이 너 어딨어?
[나? 여기.]-그럼 저건 뭐냐?
[나도 몰라. 그런데 기분이 나쁜데. 뭐지? 내가 가 보고 올게.]-그래. 아. 아니다 함께 가 보자. 아무래도 그놈인 거 같으니까.
그놈이란 사람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마물을 말하는 거다.
[아, 그럴 수 있겠다.]여기까지 날아온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이 사건을 일으킨 마물을 잡기 위해서. 또 하나는 초록 성물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서.
눈앞에 마물을 잡을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나는 유리아를 하나 소환했다.
유리아 중에서 가장 큰 유리아, 콘스턴 유리아를.
후웅.
유리아를 향해 손바닥을 쫙 폈다. 그러자 초록빛의 기운이 유리아로 스며들었다.
“휘덴을 굽어 살펴라.”
아주 그럴싸한 주문. 유리아가 돌아다니며 기운을 뿜어줄 거다.
유리아 속으로 스며든 초록 기운은 원래 기운보다 약하겠지만, 통증도 잡아 주고, 조금씩 낫게 만들 거다.
우리는 마기가 솟구치고 있는 곳은 산 너머로 이동했다.
* * *
산을 넘으니 거대한 호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롤린스 제국의 겨울은 혹한이다. 그러니 호수가 얼어있는 건 당연한 건데…….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녀석들에게 물었다.
-저거 정상으로 보이냐?
[아니.] [전혀.]-그렇지?
[응.]멀리서 보면 수면이 희뿌예서 호수의 물이 얼었다는 착각을 일으켰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호수 수면엔 물고기들이 가득 떠 있었다. 저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하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거다.
멀리서 봤던 마기 기둥은 바로 죽은 물고기들이 내뿜는 마기였던 것.
생각보다 마물들은 마기를 아주 손쉽게 획득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들었다.
왜, 원로원은 중화마기를 생산하려고 그 난리를 폈지? 이렇게 쉽게 마기를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쉬운 방법은 지천에 깔렸을 텐데.
물론 로운관이든 중화마기든 보다 순도 높은 강한 마기를 수집하려고 했을 거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굳이 로운관을 대륙 곳곳에 깔아놓을 이유가 있나?
나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는 마기선들이 모여, 강한 기둥을 이루는 걸 보며 혀를 내둘렀다.
원래 마기는 공기 중에 흩어지지 저렇게 꼿꼿하게 한 곳을 행해 날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바로 마기가 몰려가는 그곳에 아주 강한 마기가 감지된다는 거다.
그리고 또 이상한 것.
공중으로 올라가는 마기선들 사이로 땅속으로 내려꽂히는 마기도 있다는 것.
그런데 그 마기는 올라가는 마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강했다.
-얘들아!
우리는 강한 기운을 마기를 빨아들이는 곳으로 쏘아 올렸다.
“흠, 저 위에 있는 놈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마 깜짝 놀랄 거다!”
나도 놀랐으니까.
* * *
마커스가 하늘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 내려다보고 있던 웨인이 헛웃음을 지었다.
“실성했군.”
그럴 만도 하지. 호수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걸 봤으니.
웨인은 마커스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여 마커스가 호숫가를 배회하는 걸 보면서 짐작했다.
“휘덴 성에서 나온 관리인가 보군.”
조사를 하러 오든, 힐러들이 들이닥치든 웨인에겐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들이 몰려올 때는 자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을 테니까.
“내 위치를 알아낸다고 해도 인간들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웨인이 이렇게 돌아다니며 마기를 뽑아내는 이유는 단 하나.
성물, 성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가공할 만한 마기가 등천한다면 성물이 반드시 반응할 것이기에.
마신이 알려 준 장소는 제니아.
과거 제니아는 지금의 베이유스와 휘덴 주변 영지를 일컫는 말이었다.
하여 웨인은 착실히 과거 제니아 영지에 마기를 골고루 뿌리는 중이었다.
마신이 웨인에게 주의 준 게 있었다.
제니아에 있는 성물은 신성력을 지운 채, 아주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그러나 그 힘은 굉장해서 부지불식간에 마기를 제거해 버린다.
그런 이유로 성물의 위치를 알아내려면 가공할 만한 마기를 영지 전역에 뿌려놓는 거다.
그런 후에 마기가 사라지는 정도를 보며 성물의 위치를 추적해 나가야 한다.
마신도 그 방법으로 위치를 알아냈다는 말을 덧붙였다.
웨인도 착실히 마신을 따라 제니아 전역에 마기를 꽂아넣고 있었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마기를 흡수하면 몸속에서 곧바로 마기가 응축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강한 마기로.
마커스가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그 순간에도 웨인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손끝에서 마기를 뽑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강한 빛이 웨인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웨인은 휘청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크아아악!”
웨인의 신형이 허공에서 몸부림을 치더니, 바닥으로 추락했다.
보통 마물 같으면 이 정도 신성력이면 이미 타 버렸을 거다. 그러나 웨인은 보통 마물이 아니었다.
원래도 강했지만, 지금은 마신의 능력을 미약하게나마 계승 받은 상황.
웨인은 몸속의 기운을 빠르게 돌렸다. 그의 몸속에 있던 마신의 기운이 신성력에 녹아내리고 타버린 장기를 빠르게 재생했다.
강한 신성력으로 하얗게 변한 눈은 검붉은 기운으로 덮어 씌워졌다. 마신의 눈동자와 같은 색깔.
바로 신성력에 저항하는 눈으로 변한 것. 이제 웨인의 눈은 보다 강력한 능력이 장착되었다.
지금까진 뛰어난 시력을 가진 장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기운을 읽어내는 눈이 되었다.
그런 웨인이 기척을 느낀 건 아이러니 하게도 마커스가 아니었다.
“음?”
어째서 강한 기운이라고 느껴지는 게 마기지?
웨인이 고개를 돌렸다. 강력한 마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웨인은 혼란스러웠다.
‘분명 날 공격한 건 신성력이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느껴 본 신성력 중에 최고로 강력했지.’
하여 새로운 눈으로 개안한 그는 당연히 신성력의 기원을 찾아낼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기운을 쓴 장본인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없고, 기껏 느껴지는 게 자신과 동류의 마물이라니.
‘그렇다면 답은 나왔군. 날 공격했던 건 신성 기사나 사제가 아니다. 바로 내가 찾던 성물이었어. 그리고 그걸 내가 파훼할 힘이 있는지 본부에서 파견된 마물이 날 지켜보고 있는 거지.’
본부에 자신이 마신의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거다. 여기서 힘을 보여 준다면 본부에선 어떻게 나올까.
답은 이미 나왔다.
‘나를 없애려고 들겠지. 만약 지원을 나온 거라면 날 도와 공격을 시도했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왔다는 기척을 알렸을 거다. 그런데 둘 다 하지 않은 채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거다. 웨인은 그들이 누군지 짐작이 갔다. 저렇게 강한 마기를 내뿜는 마물이라면.
‘룬데릭, 루엘, 오카론밖에 없나?’
그중에서 웨인은 루엘을 꼽았다. 루엘의 특성 중 하나가 상대를 죽여 기억을 흡수하는 거다.
그녀는 지금 때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자신을 한 방에 죽일 그때를.
‘그렇게는 안 되지.’
웨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온 힘을 다해 손으로 기운을 끌어모았다.
* * *
갑자기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가공할 만한 마기가 응축되고 있었다.
나는 즉시 수호 방패와 드래곤의 방패를 펼쳤다.
꽝!
하늘이 울리고 땅이 진동하는 강한 폭발음이 터져나갔다.
“음?”
저건 또 무슨 일이지?
공격이란 무릇 적에게 하는 것일 터인데.
마기가 내가 있는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위로 치솟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분명 신성력을 때려 박은 마물이 추락했고, 죽어 사라지는 장면을 구경만 하면 되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새로운 마기가 감지됐다. 지금까지 느꼈던 마기와 차원이 다른 강한 마기였다. 보스급 마물이 등장했다는 뜻.
[저놈도 죽이자.]카이마저 흥분한 상황.
-잠깐 조금만 기다려 봐.
나는 카이와 벨라에게 방패 아래로 보호막을 두르게 한 후, 상황을 지켜봤다.
공격받아 추락하던 마물이 어느 순간, 날아올랐다. 멀쩡해진 거다. 게다가 새로 등장한 마물도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그런 저 두 마물을 동시에 상대한다?
쉽지 않을 거다.
그런데 마침 새로 등장한 마물이나, 기존 마물이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액션을 취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관심을 쏟겠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놈들을 주시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어? 이상한데?]-저놈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거 같지?
[응.]내분이 일어난 거 같은데? 이거 잘하면 날로 먹겠군.
[재밌다. 데스케이드에서 마물들 싸움을 구경하던 게 생각나.] [맞아. 데스케이드에서 뱀이 쉭쉭 날아다닐 때 흥미진진했는데.]저 두 놈은 도대체가 무서운 게 없어.
카이야 드래곤이 될 몸이니 그렇다고 쳐도 팅거 저놈은 손바닥 한 놈이 간댕이는 엄청 크다니까.
그런데 재밌긴 하네.
나는 안전한 보호막 아래에서 마물들의 전투를 구경했다.
데스케이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싸움.
마물놈들도 일루전을 너무 당연하게 쓰고 있었다. 한 놈이 형체를 늘리는데, 기운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두 놈 모두 일루전으로 복사에 복사를 거듭하며 점점 더 규모가 커졌다.
분명 처음 시작은 두 놈이었는데, 벌써 스무 놈이 허공에서 싸워대고 있었다.
이제는 싸운다기보다는 전투라고 해야 할 수준.
만약 저 일루전 능력이 공간에도 제약이 없다면 끝내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마물 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중에 도착한 그 마물이었다.
놈은 나를 보면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였다. 벨라가 소리쳤다.
[마, 마커스 배, 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