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38)
북부는 순식간에 전시 체제로 돌입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체스부르크, 아투벡, 앨버부르크, 킹스브렉은 북부 몬스터 토벌대 휘하에 놓이게 됐다. 앨버부르크에 위치한 치료탑 역시 의무대 자격으로 집합 명령을 받았다.
그렇다고 치료탑의 모든 인원이 의무대에 묶여 있는 건 아니었다. 학생 중 지원자만 의무대 후방에서 치료사들을 돕는다.
치료사들은 당연히 집합 명령을 따르는데, 그중에서 전투치료사는 곧장 전장에 투입된다.
전투치료사 중에서도 코호드와 합을 맞추는 전투사는 몬스터 토벌대에 합류해 코호드를 진두지휘하며 선봉에 서게 된다.
전투치료사 1명과 코호드 2마리의 전투력은 국경수비대 1개 소대와 맞먹을 정도니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치료탑에서 20명의 전투치료사가 투입됐는데, 그중 19명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 몬스터 웨이브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나머지 한 명은 바로…… 나, 마커스 율리시즈다.
지난번, 다슈타 산에 몬스터들이 내려왔을 때, 스피카와 합을 맞춰 놈들을 토벌한 공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
학생의 신분으로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집합 장소는 본관 앞에 서 있는 시계탑 광장.
광장에 도착한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
창, 검, 활을 든 전투치료사들이 하나같이 번쩍이는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채 서 있었다.
“우와 대단한데? 대륙 전쟁이라도 나가는 거 같군.”
그때까지는 몬스터 웨이브라는 것을 우습게 봤다. 그저 내가 경험했던 몬스터 습격의 확정 버전 정도로 생각했을 뿐, 이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쿠와와와왁!
키에에에에캥!
크르르릉!
와라뢍라라락크엑!
까아아악까아아악!
쿠오오오!
별별 괴사스러운 소리가 산 전체를 뒤덮었다. 게다가 군데군데서는.
“우와아아아아!”
“죽어랏!”
“쏴!”
궁수, 검사, 전투사, 국경수비대 할 거 없이 아군들이 힘을 합쳐 몬스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 놈들의 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허! 이런 미친 경우가…….”
로이칸 등에 올라탄 채 전투 현장을 내려다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쿠로쿠타, 트로링거, 우르사부, 킹퍼스, 로보라 등 온갖 몬스터들과 병사들이 다슈타 산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우르사부는 곰처럼 생긴 몬스터로 판테라처럼 이족보행이 가능한 놈이다. 당연히 앞발을 트로링거처럼 아주 잘 사용한다. 달리 말해, 잡히면 그냥 찢겨 죽는다.
경계방송에서 말했다시피, 다슈타, 할로, 제로힐 산 이 세 군데 산에서 일제히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했으니, 다른 산이라고 여기 다슈타 산과 상황이 다르지 않을 거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개미 떼처럼 몰려드는 몬스터 무리. 이게 바로 몬스터 웨이브였다!
내가 지금까지 상대한 몬스터는 기껏해야 동시에 서너 마리 정도였다.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한 번에 한 마리씩 때려잡았는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생각은 여기까지. 팅거를 불렀다.
-야, 팅거. 계곡이 보여?
[아직, 아! 저기 보인다. 저기네.]-오케이. 로이칸, 계곡 넘어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잠깐 멈춰.
[알았다.]출발 전에 토벌 대장이 내게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내렸다.
아군들은 대부분 말을 타고 이동하거나 보병들이니, 캡틴 그리핀을 타고 계곡을 넘어가, 몬스터들을 공격하라고.
국경수비대의 그리핀 부대도 그런 식으로 공격한다면서.
[밑에 많이 보이는군.]로이칸의 말을 듣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몬스터놈들이 가득했다.
매고 있던 가방에서 마법폭탄 2개를 꺼냈다. 일단 던지고 시작하자.
“가랏!”
몬스터들이 제일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을 겨냥해 폭탄을 투하했다.
쉬이잉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폭탄이 하강하더니.
콰과광!
낙뢰 소리가 났다.
꾸웨에에엑!
캐갱캥캥캥캥!
끼에에웩!
크어엉!
괴성이 난무하는 가운데 로이칸이 유유히 근처 바위에 착지했다. 그 순간, 스피카, 호크, 케이홀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곧바로 이어지는 비명.
카아아악, 끄억, 케에엥.
몬스터들이 연이어 푹푹 쓰러졌다. 로이칸도 몬스터들을 물고, 짓밟고, 던지며 하나둘 수를 줄여나갔다.
스걱!
크와아아앙!
세이건 역시 마찬가지였고.
뻐어억!
크어억, 쿨럭.
퍽퍽퍽퍽!
으케엑! 으억.
나 역시 놈들을 쥐어패며 수를 줄여나갔다.
“후아! 이것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단단하냐?”
얼마나 두들겨 팼는지, 주먹이 다 얼얼하네. 시뻘겋게 부은 손을 주무르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
생각과 동시에 뒤로 돌아 발을 들어 놈의 턱을 가격했다.
팟.
쿠워억! 쿨럭.
놈이 속을 게워 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곰처럼 생긴 놈이 맷집이 좋은지, 두 다리로 선 채, 덤벼들었다.
아 진짜! 이놈이!
아직 얼얼한 손을 들어 주먹을 날리면서 생각했다.
장작불에 불을 붙이듯, 저놈에게도 불꽃이 날아가면 좋겠다고.
“이야아아…… 압! 어?”
갑자기 손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런 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덩이로 변해 놈에게 날아갔다.
쿠와아아앙.
귀가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놈의 몸이 불타올랐다.
쿵!
놈이 혼자서 설쳐대더니, 결국은 쓰러졌다.
“이거…… 괜찮은데?”
놈이 죽은 걸 확인한 후, 고개를 드는데 문득, 세이건이 검으로 몬스터를 공격하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휘이잉 소리와 함께 검이 궤적을 그리며 나아가더니, 스걱!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이…… 스!”
저거다. 확실히 무기를 다룰 줄 알면 이놈들을 때려잡는 게 훨씬 수월하겠어.
지금까지는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잡아본 적이 없어서 몸이 고달픈지 몰랐는데, 수가 많아지니 도구가 절실했다.
시큰거리는 주먹을 부여잡으며 결심했다. 돌아가면 검술을 배우겠다고.
하다못해 배우다 만 목검이라도 다시 휘둘러야겠군.
그나마 보상이 주어져서 주먹이 시뻘겋게 멍들도록 팼던 게 보람이 있기는 했다.
주먹을 날릴 때마다 황금색 글씨가 연이어 나타나더니, 드디어!
[강철의 체력 500/500] [레벨이 올라갔습니다] [무적 체력Lv1 1/1000]와우! 레벨이 올라갔네?
무적?
도대체 이 몸뚱어리는 얼마나 더 강해지려는 거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계속 이어지는 글씨를 읽고 싶었지만, 한창 나무 위에서 상황을 보며 우리에게 중계하던 팅거가 나를 째려봤다.
[어? 너 왜 가만히 있냐?]-지금까지 열심히 싸웠거든!
[웃기시네, 그렇게 느려터지게 싸워서 언제 쟤들을 다 죽일래?]-아직도 많냐?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지금도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는데.]-어휴!
간간이 하늘에 국경수비대의 그리핀 부대가 날아다니기도 했다. 그들은 이글나이트처럼 하늘에서 화살을 쏟아붓기도 하고, 마법사가 타고 있는지, 가끔은 화염이 불꽃놀이처럼 투하되기도 했다.
“이글나이트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 싸우네. 나도 다음번에는 궁술을 배워서 로이칸 등 위에서 편하게 싸워야겠군. 이거 배워야 할 게 점점 많아지는데?”
지금까지 너무 무식하게 힘으로만 싸웠군. 반성한다.
하늘 위로 날아다니며 시원하게 몬스터들을 죽이는 그리핀 부대를 올려다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저쪽 그리핀들은 기사와 합이 아주 잘 맞는 거 같단 말이지. 하강도 아주 자연스럽고…… 어? 저 기술은 이글나이트?
팅거도 내가 본 장면을 봤는지, 소리를 질렀다.
[우호호홋! 이글나이트다! 이글나이트가 왔다!]…… 이글나이트가 맞았군.
세이건도 봤는지, 외쳤다.
“공자님, 이글나이트가 투입된 거 같습니다.”
북부 지역에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때는 이글나이트가 투입된다고 들었다. 이글나이트뿐만이 아니라 사병들도 동원된다고 들었다.
“인근 귀족들 사병들도 투입됐겠군. 그렇다는 건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소린데. 몬스터 놈들의 소리도 만만치 않고.”
몬스터들의 괴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
팅거 놈에게 상황을 물어보려고 나무 위를 바라봤더니, 이글나이트의 활약을 관전하며 날개를 파닥거리는 놈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놈은 글렀어.”
나는 팅거놈에게 가 있던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창 몬스터를 죽이느라 정신없는 로이칸에게 말 걸기도 그래서 벨라에게 물었다.
-벨라, 지금 몬스터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하늘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많아.]후우, 끊임없이 내려오고 있구나. 저 산 어느 구석에 몬스터를 찍어내는 공장이라도 있나? 아니면 던전이라도?
그나마 다행인 건,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코호드와 실버울프, 그리고 호캣까지 몰려와 몬스터를 쓰러뜨려 줬다는 거다.
-저기 몬스터들이 두 발로 달려온다. 실버 울프! 너희들이 뛰어올라 저놈들을 쓰러뜨려라. 그러면 코호드 들이 놈들의 숨통을 끊어 줄 거다. 그리고 호캣, 너희들은 저놈들을 호크 쪽으로 유인해 줘라.
녀석들은 내 명령에 아주 잘 따라줬다. 근처에 오는 놈들은 주먹으로 날려 버리면서 녀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훨씬 더 빨리, 많이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다.
“후,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군.”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면서 몬스터들이 산에서 쏟아져내려오고 있었다.
“이거 어째,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늘잖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나는 갑자기 탄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은혜를 갚는다고 했지?”
나는 곧장 머릿속으로 놈을 불렀다.
[은인!]오! 됐다.
-몬스터를 좀 몰아 주면 좋겠다.
[몬스터 날뛴다. 그건가?]-알고 있네?
[은인! 있는 곳 간다!]위치를 물어보는 거겠지?
-다슈타 산. 레니어 쿡 산이든 다슈타 산이든, 내려온 놈들은 다 처치해야 한다.
그것으로 탄과의 대화는 끝이 났고 몬스터와의 전투를 계속해 나갔다. 그나마 조금 나아진 건 바로 이거.
“화염!”
뜻대로 불꽃을 다스리게 됐다는 거다. 체력 레벨업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 것.
그러던 중.
쿵쿵쿵 산이 울리는 소리가 나길래, 돌아보니.
“어?”
[은인, 우리 왔다.]셀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판테라들이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걸어오고 있었다!
* * *
“준비”
궁수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쏴!”
쏴아아아악!
수백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퍽, 쓔웅, 파밧, 팟, 팟, 팟.
화살을 맞은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궁수들은 화살이 없어질 때까지 명령을 받아 쏘고 또 쏘았다.
한편, 말을 탄 기사들은 몬스터 무리, 한마디로 몬스터 밭을 뛰어다니며 검을 휘둘렀다.
스걱! 쉬익!
사방에 피가 튀고 목, 앞다리. 뒷다리들이 사방에 뒹굴었다. 조금 전까지 몬스터 몸에 붙어 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전투사들. 그들은 단검 하나로 적지로 들어가 몬스터들을 살육했다. 베고, 베고, 또 베고.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피를 뒤집어쓴 전투사들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그들을 뒤따라 몬스터들을 물어 죽이는 코호드 역시 안광이 번들거렸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병사들은 올리프 공작가의 궁수였다.
피웅!
크라롸롹!
피웅!
크엑!
단 한발로 괴수,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화살을 맞은 몬스터들은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올리프 부대의 궁수들 실력이 뛰어나서? 그렇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화살촉에 발린 독. 맹독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올리프 공작은 그 장면을 보면서 만족했다.
“크하하하하! 아주 좋아.”
덩치가 저렇게 큰놈이 단 한발로 쓰러졌으니, 마커스 놈 정도는 아주 간단하게 죽을 거다.
“전장에서는 눈먼 화살에 맞아 죽는 놈들도 많으니까.”
마커스가 죽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다.
원래대로라면 올리프 공작이 이런 자리에 나타날 리가 없다. 그러나 최근, 마커스로 인해 계획이 하나둘 틀어지자, 다급해진 올리프 공작은 지금 물불 가릴 형편이 못 됐다.
부하에게 명령을 내려도, 암살 길드에 비싼 돈을 내고 의뢰를 해도. 미꾸라지처럼 도망을 다니는 놈이기에, 직접 나선 거다.
“내 이 두 눈으로 반드시 놈이 죽는 것을 확인할 것이야.”
올리프 공작은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단 한발로 쓰러지는 몬스터를 노려봤다. 마치 쓰러지는 마커스를 노려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