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104)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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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전각.
“형조판서께서는 이마가 왜 그러십니까?”
오후에 임금이 대전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했기에 조정 신료들은 긴장한 상태에서 입궁했고 삼정승들과 육판서들은 의정부 전각에 모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영의정 대감.”
유자광은 영의정이 됐지만 적자 출신 판서들에게 귀신 취급당했는데 형조판서가 갑자기 영의정 유자광에게 공손히 대답하자 다른 판서들이 놀랐다. 물론 병조 판서는 갑사 군단 총사령관이기에 당연히 유자광을 공경했지만 말이다.
“이마를 다치신 것 같습니다.”
“예, 입궁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져서 찍혔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니 천만다행입니다. 병조 판서.”
유자광이 병조 판서를 불렀다.
“예, 영의정 대감.”
“대마도에서 사신이 도착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마도 도주가 보낸 사신이라기보다는 염탐꾼에 가깝습니다.”
영의정 유자광은 형조판서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에 이제는 자신의 입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다섯의 판서가 자신을 따돌렸지만, 우의정과 좌의정은 임금 융의 총신이기에 자신을 존중했고.
그래서 의정부에서 세로는 밀리지 않았는데 이제 형조판서까지 공손하니 유자광은 4명의 판서를 찍어 누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염탐꾼?”
“예, 부산포에 한 달 전에 도착했다는 전서구를 받았는데 이제야 한양에 도착했으니 염탐꾼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소이다.”
“병조 판서.”
그때 이조판서가 병조 판서를 불렀다.
“영의정 대감, 아마도 전하께서 왜관을 육지가 아닌 섬으로 옮긴 문제로 대마도 도주가 보낸 것 같습니다.”
병조 판서는 이조판서의 말을 무시하고 영의정에게 말했다.
‘네놈들도 당해봐라.’
영의정 유자광은 병조 판서가 고마웠다.
“병조 판서!”
이조판서가 다시 불렀다.
“영의정 대감께 이 사실을 보고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갑사 군단 총사령관이며 병조 판서는 다시 한번 이조판서를 무시했다.
“아닙니다. 그때는 내가 영의정도 아니었지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조 판서.”
“예, 영의정 대감.”
“이조판서께서 궁금한 것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유자광이 말하자 그제야 병조 판서가 이조판서를 봤다.
“왜 그러시오?”
“타국에서 사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보고 하지 않으셨소?”
이조판서는 따지고 싶은 거다.
“장계가 아니고 전하의 사병 집단이 운영하는 전서구를 통해서 올라온 보고라서 조정에 고하지 않고 바로 전하께 보고했소이다. 아시다시피 갑사 군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하의 사병 집단으로 불리지 않았습니까.”
“뭐라고요?”
“병조 판서.”
영의정 유자광이 병조 판서를 다시 불렀다.
“예, 영의정 대감.”
“이제 갑사 군단이 조선의 중앙군이 됐으니 이런 일이 있으면 미리 알려서 상론했으면 합니다.”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사실 영의정은 명예직에 가깝다.
삼정승 중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은 좌의정이고.
그다음이 우의정이다.
“병조 판서께서는 나를 무시하시오.”
이조판서가 따지듯 말했다.
“제가요? 아닙니다. 그리고 타국의 사신에 대한 문제는 이조가 아닌 형조와 논의해야 할 일이지 않습니까.”
병조 판서와 영의정이 짝짜꿍이 되어서 나머지 4명의 판서를 조롱한다는 것을 형조판서가 알아차렸지만, 형조판서도 이제는 임금 융에 꺾인 존재라서 지켜만 봤다.
‘판서들이 노는 꼴이 이리도 우스웠군.’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보면 자기들이 했던 작태가 보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곧 대전 회의이니 이제 대전으로 갑시다.”
영의정 유자광이 말했고.
바로 병조 판서가 일어났고 형조판서가 영의정이 집무실에서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줬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형조판서.”
나머지 판서들은 형조판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대들도 죽었다가 살아나 봐라. 나처럼 이럴 수밖에 없지.’
* * *
한양 사대문 밖 천민들이 사는 마을.
무녀의 집은 불탄 후 재만 남았다.
워낙 용한 무녀였기에 천민 마을 사람들이 불탄 무녀의 집에 몰려와 있었다.
“무당이 입버릇처럼 자기가 오늘 죽는다고 하더니 진짜 오늘 죽었네.”
“자기 죽을 줄 알면 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자기가 죽을 줄 알았으면 도망쳤어야지. 용한 무녀는 개뿔.”
하여튼 무녀는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천민들의 모습을 멀리서 호위 총관부 무사가 바라보고 있었다.
임금 융의 어명을 받고 무녀를 살해한 호위 무사는 무녀의 저주가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 * *
밤 골 김 생원 댁.
“다모가 별말을 하지 않았지?”
밤 골 김 생원이 자기 아들을 보며 말했다.
“예, 아버지.”
생원이라는 칭호는 생원시에 합격하면 주어진다.
“성균관에 자리가 많이 남았다.”
김 생원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 압니다.”
“우리 집 앞에 열녀문이 서면 네가 성균관에 입학하게 될 거야.”
김 생원의 말에 김 생원의 차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죽은 네 형의 덕을 이제야 톡톡히 보는구나.”
* * *
대전 전각 앞.
“주상 전하.”
어제부터 내게 뛰어오는 신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멈춰라!”
호위 총관이 달려오는 관리를 막아섰다.
“성균관 사성 박지훈입니다.”
내 옆에 서 있는 상책이 내게 속삭였다.
“그래?”
“예, 성균관 벽창호로 불리는 양반입니다. 학문이 깊고 주관이 뚜렷한 선비입니다.”
간단한 특성까지 내게 말해주는 상책이다.
‘학문이 깊고 주관이 뚜렷하다.’
김일손 쪽일까?
아니면 조광조 쪽일까?
하나는 죽었고.
하나는 생귀신이 된 상태다.
“박성균 유생을 아낀답니다.”
성균관 사성이 성리학보다는 실학에 미쳐 있는 박성균을 아낀다?
그렇다면 나와도 말이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하, 전하께 드릴 말씀이 있나이다.”
내게 온 사성 박지훈이 엎드리며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균관에서 유생을 지도해야 할 그대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제가 목을 걸고 주청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사대부들은 주둥이만 열면 목을 건단다.
‘죽인다고 하면 벌벌 떨기만 하면서.’
기가 찰 뿐이다.
“목을 걸어?”
성균관 유생들이 목을 자주 거는 것이 선생이 이래서 그런 모양이다.
“예, 그렇습니다.”
눈빛은 단호했다.
“상책.”
“예, 전하.”
“신하가 목을 걸었다면 임금인 내가 신하가 하려는 말을 들어줘야겠지.”
상책이 박지성 사성에 관해서 자세하게 안다는 것은 인재일 수도 있기에 사찰했다는 증거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는 봐야겠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영의정을 비롯한 신료들에게 기다리라고 하라.”
사성 따위가 이제 조선의 삼정승과 육판서를 기다리게 만든 거다.
“예, 알겠나이다.”
상책이 말했고.
호위 총관에게 눈치를 줬고 호위 총관이 바로 대전 안으로 뛰었다.
“박지훈 사성, 목까지 걸고 내게 하고자 하는 말이 뭔가?”
벽창호?
그가 내게 하려는 말이 궁금해진다.
“전하, 지난번에 있었던 무오사화와 팽형 사건으로 성균관 유생의 수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무오사화는 성균관을 표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팽형 사건은 성균관까지 개혁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내가 대사성에 유생을 더 뽑으라고 지시했다.”
현재 성균관에서 수학하는 학생의 수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고.
그 절반을 채우면서 나는 성리학에 몰두해 있는 놈들보다 정말 백성을 위한 학문을 하려는 학생들을 뽑아서 공부하게 할 거다.
‘국비 지원이잖아.’
그리고 그 국비는 다 내가 주는데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오나 이 좋은 기회에 함부로 유생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제가 거부했나이다.”
이 좋은 기회?
사대부들과 조정 신료들은 무오사화와 팽형 사건만 거론되면 인상부터 구긴다.
그런데 박지훈 사성은 그 두 사건 이후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신기한 인간이군.’
점점 더 흥미롭다.
“임금의 어명을 사성이 거부할 수 있나?”
의도적으로 박지훈 사성을 노려봤다.
“성균관의 입학 문제는 대사성과 사성이 정할 수 있나이다.”
“그래서?”
벽창호라는 별호가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이대로 성균관 유생을 과거 제도가 아닌 음서나 추천으로 뽑는다면 과거의 성균관과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달라질 것이 없다?”
“소신은 기회는 공정해야 하고 과정은 정당해야 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정의 고위급 신료의 자식이라고 해서 음서로 성균관 유생으로 입학한다면 전하의 백성이 가진 기회를 빼앗은 일입니다.”
“옳은 말을 했는데 왜 목을 걸겠다는 건가?”
“전하의 어명으로 형조판서의 양자인 안길이 성균관 입학을 위해서 왔나이다.”
“안다, 내가 직접 내린 어명이다.”
“시험 없이 입학하면 성균관이 바로 설 수가 없습니다.”
“박지훈 사성.”
“예, 전하.”
“임금인데 좀 봐주면 안 되나?”
슬쩍 떠봤다.
“망극하옵니다.”
“자네가 이번 일을 봐주면 내가 자네를 봐주겠네, 그래도 안 되겠나?”
“망극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자기가 죽어도 안 된다는 눈빛을 보이는 박지훈 사성이다.
‘조선의 최고 교육감이 나왔군.’
현대로 한다면 교육부 장관으로 쓰기 충분할 사람이다.
‘내가!’
조선의 물산을 풍부하게 만들고 재화가 넘치게 만들면서 강병을 육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식 개혁이다.
그래서 막대한 재물을 쏟아부으면서 전국 팔도에 초등학교를 설립해서 다섯 살부터 13살까지의 아이들을 신분의 차별을 두지 않고 공부하게 만들었다.
물론 사대부들은 그 초등학교에 자기 자식들을 보내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노공필이 내게 했던 말이다.
하여튼 교육을 통해 의식 개혁만이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나의 개혁은 50년짜리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결국에 나의 최종 계획의 결과물은 내가 아닌 내 아들이 마무리하게 될 거다.
그러니 중전 신 씨가 세종 대왕 같은 대군을 낳아야 한다.
“으음, 벽창호군.”
“그 역시 망극하옵니다. 임금의 어명을 어긴 불충한 신하인 저의 목을 치시고 제발 성균관이 바로 설 수 있게 하소서.”
“됐네.”
“통촉하여주십시오.”
“그러면 타협점을 찾자.”
나는 박지훈 사성이 정말 마음에 든다.
“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