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옥상에서 내려온 나는 일행들이 쉬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다들 쉬시는데, 죄송한데요. 잠시만요.”
내가 방안으로 들어서서 말을 꺼내자, 지선이와 창혁 형님이 나를 바라봤다. 영감님은 아마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인지, 그 사이 잠이 드신 모양이었다.
‘다들 좀 쉬려는데 왜?’라는 말을 뱉지는 않았지만, 다들 눈빛에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말을 꺼내기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꽤 쓸만한 차가 보이더라구요. 가는 중간에 좀비들도 안보이고. 한번 갔다 와 보는 게 어떨까 해서요. 뭐… 차만 덩그러니 있다면 열쇠 구하기 힘들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요. 내일이 되면 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갔다 와 보기 괜찮은 때에 갔다 오는 게 어떨까 해서요.”
“아… 뭐… 피곤하긴 한데. 할 일은 해야 할 테니까. 그래, 어떻게 하려고?”
“별다를 것은 없죠. 저하고 창혁 형님이 차에 갔다 와 보는 게 어떨까 해요. 차 문이 열려 있는지 주변에 차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나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구요. 내일 그쪽으로 혹시나 좀비가 몰려 있으면 확인 자체를 못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지선이는 옥상에서 좀 살펴봐주고.”
“그래. 들어오면서 좀비들은 많이 처리하고 왔으니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하네. 또 지선이가 옥상에서 엄호해 준다면야…”
“지선이는 어때?”
“뭐… 나야 힘들 것도 없지.”
영감님과 민수는 괜히 깨우기 미안해서 그냥 두기로 하고, 각자 준비를 했다.
지선이는 자신의 활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고, 나와 창혁 형님은 석궁과 칼을 가지고서 대문을 나섰다.
봐놨던 길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차까지 가는 길은 오전에 지나 왔던 집들을 지나야 했다.
당연하게도, 길가에는 우리가 처리했던 좀비들이 여전히 널부러져 있었다. 그 마지막 집을 지나치려는 순간, 순간적으로 무언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인지 주변을 살폈다.
“동철아. 왜그래? 무슨일 있어?”
창혁 형님이 내를 따라 멈춰 서서, 내게 물었다.
“아뇨.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구요.”
“그럼. 어서 가자. 길 한복판에 서서 좋을게 없잖아.”
창혁 형님은 내게 다시 길을 가기를 재촉했지만, 나는 발을 땔 수가 없었다.
“저기 형님. 우리가 처음 여기 지나올 때 말이예요. 여기 이 집. 대문이 닫혀 있었나요?”
“글쎄? 그게 중요한가? 그때야 좀비들 신경 쓰느라 대문은 신경을 안 써서 모르겠는데?”
“이상하네요. 저도 확실히 본 것은 아닌데. 왠지 아까는 대문이 열려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라서요.”
“말을 그렇게 하니까, 조금 찜찜한 기분이네. 그래도, 이렇게 길바닥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잖아. 아무리 지선이가 보고 있다지만, 우선은 움직이자. 차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이 집을 한번 확인해 보는 것으로 하자.”
“예. 그렇게 하죠.”
창혁 형님 이야기대로 길바닥에 오래 머물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기분 때문에 하려던 계획을 바꾸는 것도 조금 그래서, 우선은 차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몇 분 정도 움직이자, 내가 옥상에서 봤던 차가 보였다.
“동철아. 저기 차 밑에 뭐 이상한게 보이는 것 같지 않아? 좀비 같은데?”
“예. 저도 뭔가 했는데. 좀비 같은 생각이 드네요. 더 가까이 가서 보죠. 옥상에서는 안보였거든요.”
차 밑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보였고, 그것이 왠지 좀비 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까이 다가간 차 앞범퍼는 조금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고, 역시 차 밑에 깔려있는 것은 좀비가 틀림 없었다.
차에 깔려 있는 좀비라면, 차 주인이었던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좀비가 움직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차에 가까이 다가간 우리는 차 문을 전부 열어 봤지만, 역시 차 문이 열려 있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열려 있다 하더라도 열쇠가 차 안에 없을 확률이 더 높기는 했지만 말이다.
“차 찾는 것도 생각 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운전하다가 좀비에게 당했거나, 좀비 보고 도망을 갔거나… 뭐 그러면서 도로에 열쇠 꽂아 두고 급하게 도망을 간 사람들 차를 찾는게 확률이 높을 것 같네요. 도로에 가끔 서있는 차들 있잖아요. 그런 차들이 열쇠를 구할 확률이 높을 것 같네요. 이런 주차된 차들은 확률이 좀 떨어질 것 같네요.”
“그렇지? 나도 도로 다니면서 세워진 차들 보면서 생각보다 차 구하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주차된 차들은 열쇠 찾기 힘들겠다.”
안타까운 생각에 차 주변을 잠시 서성였다. 혹시 주변에 열쇠가 떨어져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변을 돌다가 보닛을 지날 때 약간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형님. 잠시만요. 이 차. 얼마 전에 움직였던거 같은데요? 보닛에 열기가 있어요.”
“어디… 정말이잖아. 우리 말고 이 동네에 누가 있다는 말인가?”
창혁 형님도 보닛에 손을 올려보고 확인을 했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면, 신경을 써야 할 일이었다. 우리의 지금 상황도 사람들과 엮여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형님. 왠지 불안하네요. 빨리 돌아가시죠.”
“꺄~~악!!! 오빠!!!”
불안한 기분이 드는 그때, 찢어지는 듯한 지선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튕기듯 몸이 돌아갔고, 일행이 머물고 있는 그 집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님!”
“그래. 뛰어!”
나와 창혁 형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행이 있던 곳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정말 마가 끼었는지 요 며칠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정말 정신 없이 달렸다. 그래서인지,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일행들이 있는 임시 숙소 바로 근처까지 왔을 때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막 대문을 들어서서 현관 문으로 들어서려 할 때 였다.
무엇인가 내 시야에서 불타는 무엇 인가가 날아 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불타는 물건은 우리가 막 지나온 대문을 향해 날아갔다.
촤악!
대문이 불길에 휩싸였다.
“형님! 화염병이예요. 젠장! 아까 말씀 드린 그, 대문 닫혀있던 집에서 날아와요!”
대문이라면 크게 더 탈만한 것은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꺼지긴 하겠지만, 당장 집안에서 사람들이 대피해서 나가는데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듯 했다.
“씨팔! 저번에 그 놈이야! 인수 죽인 놈이야! 동철아! 이쪽으로.”
난 창혁 형님이 욕하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가끔 ‘젠장’,’빌어먹을’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는 들어봤지만, 욕은 처음인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형님이 있는 쪽으로 재빨리 자리를 옮겼다.
“그놈이 옥상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있어. 이쪽은 바로 날아올 각도는 아니야. 어쩌지? 저놈 엽총도 가지고 있었고, 인수가 가지고 있던 무기들도 전부 가지고 있을 수 있어.”
“형님. 확실하세요? 그 놈인게?”
“확실해.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틀림없이 그 놈이야. 여기까진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젠장.”
“형님. 형님은 일단 집안에 들어가셔서 일행들 돌봐주세요. 아직까지는 집안에 불이 붙지는 않은 것 같아요. 건물 외벽만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창문으로 화염병이 날아 들면 큰일이니까, 그때는 지금 이 정도 위치로 대피하면 될 것 같구요. 제가 저 건물 한번 가볼께요. 제가 대문 지나갈 때 까지만 엄호를 해주세요. 갑니다.”
나는 말을 마치자 마자 냅다 뛰었다. 대문으로 날아든 화염병이 조금 빗겨 나간 때문인지 사람이 나갈 만한 공간은 있었다. 창혁 형님은 놈이 보이는 위치까지 조금 나와서 석궁을 들었다.
“조심해! 놓쳤어!”
막 대문을 통과 하려는데 창혁 형님의 외침이 들렸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번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거의 정확하게 날아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미친 듯이 몸을 날렸고, 옆 집 담벼락 밑으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리고, 대문은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놈이 화염병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시간이 더 오래 지나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벼락 밑으로 몸을 숨긴 채 놈이 있는 건물을 향해서 사력을 다해 기어 갔다.
모여 있는 세 채의 집이 모두 담벼락이 높지 않게 되어 있고, 그 위로 철제 팬스가 쳐져 있어서, 계속 기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창혁 형님은 일행들과 함께 지금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나는 지금 어떻게든 놈을 중지 시켜야 했다. 드디어 놈이 있는 집앞에 도착을 했고, 고개를 들어 놈이 있을 옥상을 봤다.
내가 있는 방향에서는 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옥상에서 일행들이 있는 집으로 불꼬리를 길게 끌며 날아가는 화염병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불길과 고함소리.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좀비들이 몰려 올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담에 철제 펜스가 쳐져 있는 담이라 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우선 담을 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찾기 시작했다. 혹시, 위에서 놈이 볼 수도 있었기에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