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41)
투타타타타타-!
한 차례 거센 소음이 휘몰아치자, 불을 뿜어내던 기관총의 총신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일제 기관총.
DWM에서 제작한 기관총의 시연이 마드리드 대형사격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짝짝짝.
“기관총의 연사력이 좋군. 확실히 보병이나 기병들은 갈려나겠어.”
웨일러 장군은 대형사격장에서 독일제 기관총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며 만족스럽게 박수쳤다. 이정도면 기병대 따윈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
하지만 대형사격장에 있는 다른 이들은 그 누구도 웨일러처럼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한 독일지부의 임직원들은 피투성이로 물들어버린 대형사격장의 내부에 안색이 나빠졌다.
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또라이 맞네.’
발단은 웨일러 장군이 우리가 소개한 기관총의 성능을 시험해보겠다고 한데서 시작되었다.
웨일러 장군은 부관을 시켜 급히 인근의 훈련장을 비우더니, 기병대에서 부상을 입어 치료중인 군마 열댓마리를 끌고 들어왔다.
“비록 부상을 입은 군마라지만 1분도 안 돼서 무력화되다니, 역시 실제로 테스트해봐야 제대로된 성능을 알 수 있는 법이군.”
푸릉-
대형사격장의 바닥엔 핏물로 물줄기를 이루고 있었고, 산산조각난 군마들의 시체가 굴러다녔다.
웨일러 장군은 몸을 틀어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걸로 30만 명의 부대를 무장하려면 예산이 꽤나 깨지겠는걸. 기관총 뿐 아니라 소총, 탄약까지 하면 더더욱 말이네.”
“…..30만 명입니까?”
“쿠바가 28만 명, 푸에르토리코 1만 명, 필리핀 5만 명. 총합 34만 명의 병력을 무장해야하니 그 정도 되네.”
베이론은 웨일러 장군이 34만 명이라고 대답하자, 내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원래 상정하던 병력은 20만 명에서 25만 명 사이. 쿠바의 병력만을 상정하고 있었다.
나는 베이론에게 속삭였다.
‘20만 명분만 판매한다.’
더 많이 팔면 수익측면에서야 좋겠지만, 미군이 고기분쇄기처럼 갈려나간다. 적당히 물량을 조절해야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웨일러 장군은 곤란하다는 미간을 찌푸렸다.
“스페인제국의 특성상 식민지를 총괄하는 해외부에 편성된 예산이 많기는 하네. 하지만 도저히 34만 명을 무장시킬 예산견적이 안 나오는군.”
‘그렇겠지.’
지금 당장 쿠바만 해도 독립투쟁세력들에게 지방은 싹 다 빼앗기고 대도시들만 겨우겨우 붙들고 견디는 수준이었으니, 쿠바에서 제대로된 수익활동이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게다가 쿠바의 플랜테이션의 대부분은 현재 미국자본이 침투해 대부분 쓸어가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스페인제국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베이론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장군. 반대로 생각해보시죠.”
“흠. 반대로 말인가?”
“예, 이 기관총으로 쿠바식민지를 미국의 마수로부터 빼앗아올 수 있다면, 도로 스페인제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면, 쿠바에서 상실한 이권들을 도로 찾아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호오.”
옳지.
베이론이 웨일러 장군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자, 웨일러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미국이 쿠바에 관여하기 전, 쿠바의 독립세력들이 잠잠하던 때, 쿠바의 플랜테이션과 이권들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뽑아먹었던가.
웨일러 장군은 그 세대의 사람이었고. 쿠바의 이권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쿠바뿐 아니라 필리핀이나 푸에르토리코, 모로코, 사하라까지 다 장악할 수 있다는 건가. 일리 있군.”
기관총은 고가의 무기다.
우리 북미지사의 DWM공장이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해서 그렇지. 보통 기관총을 조립하려면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는 기계공학의 정수다.
심지어 아직 기관총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19세기 말.
이런 기관총으로 20만 명을 무장하려면 현대 한화로 1조, 2조는 우습게 깨진다.
‘하지만 쿠바의 이권들만 계산해봐도 기관총의 매입액보다 훨씬 높다.’
1854년, 미국 국무부가 백악관으로 제시한 쿠바 매입액은 1.5억 달러.
현대 한화로 4조 5천억 원.
당시 미국의 경제규모로 추산해봤을 때, 대략 30조에서 100조 정도 영향력을 가진 금액이다.
‘눈이 뒤집힐 만 하지. 몇 조의 군사력투자로 100조 가까운 수익을 퍼먹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필리핀까지 추가하면 더 엄청난 금액이 튀어나온다.’
“흠…..”
웨일러 장군은 진지해진 얼굴로 기관총과 식민지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따서 갚으면 된다는 유혹이 속으로 휘몰아치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웨일러 장군의 눈알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선택에 도움을 줘볼까?’
“베이론 이사님.”
“뭔가.”
“잠시 귀 좀.”
내가 뭔가 촉박해보이는 표정으로 베이론을 재촉하자 책임자를 연기하던 베이론도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귀를 빌려주었다.
– 일단 이유는 묻지 말고 초조해 보이는 연기를 해. 한 3분 뒤에 휴게하자고 제안하고.
“……!!!”
베이론의 얼굴은 빠르게 심각해졌다. 심지어 몇 초가 지나자 그의 이마에선 식은땀마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얼굴이 새하얀 베이론이 초조해보이는 얼굴을 하자 진짜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창백해보였다.
“……”
웨일러 장군은 곁눈질로 베이론의 창백한 안색을 눈에 담았다. 이정도면 우리가 초조하다는 메세지는 전달 됐겠지.
그렇게 3분 정도 침묵이 이어졌을 때.
“…..잠시 휴게하시죠.”
“그러시게.”
베이론이 휴게를 제안했다.
***
쾅-
독일에서 온 무기상인들은 논의할 거리가 있다면서 임시 회의실로 마련된 대형사격장의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웨일러 장군은 무거운 얼굴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부관. 자네가 보기에 독일에서 온 저 무기상들, 수상해보이지 않나?”
“예?”
“내게 달콤한 미끼들을 제시하면서 기관총을 사야할 이유를 쭉 늘여놓았지.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초조함이 가득해보이는군.”
“그건 수상하군요.”
만약 스페인군이 기관총을 살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면 나올 수 없는 태도다. 이건 기관총에 뭔가 불량인 요소가 있다거나, 저들의 회사에 변이 생겼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관총의 불량여부는 방금의 시험사격으로 검증되었다.
‘이거 어쩌면…..’
기관총의 값을 후려칠 수 있을 것 같다.
“부관, 누구도 이 대형사격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게. 이유는 묻지 말고.”
“예.”
부관이 빠르게 대형사격장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대형사격장의 출입을 통제하는 동안, 웨일러 장군은 락커룸으로 다가갔다. 스페인 왕실의 마리아 섭정이 오스트리아계 출신이라 웨일러 장군도 독일어는 어설프지만, 다소 알아 들었다.
대화의 대략적인 흐름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
슥-
웨일러 장군은 락커룸의 문에 귀를 대고 안에서 들리는 내용을 엿듣기 시작했다.
– 베이론 이사님, 저희 기관총의 재고를 빨리 처리해야하지 않습니까. 저대로 함부르크의 창고에 쌓아놨다간 보관하는 비용이 더 많아질 겁니다.
–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미육군이 우리 독일제 기관총을 입찰거부하지 않았나. 이 좋은 걸 두고 개틀링건 따위를 쓰겠다니, 나도 답답해 죽겠네.
‘미 육군이 기관총을 입찰거부했다?’
메인함 폭침 이후로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해외부의 군부 인사들은 4월 쯔음엔 전쟁이 터질 것으로 점찍고 있는 상황.
미국과 전쟁이 터졌는데 미육군은 개틀링건을 쓰면서 우리 스페인군은 독일제 최신 기관총으로 무장해 싸운다?
웨일러의 귀가 솔깃했다.
‘게다가 미국 육군은 군축으로 군대가 거세당했지. 스페인 제국이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이 34만 명인데 반해 미국은 7만 명 겨우 동원할 수 있을까말까.’
저들은 미육군에게 납품예정인 기관총이 독일 함부르크의 항구창고에 대량으로 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해외부장관이 바클레이스 은행이랑 식민지에 대한 투자를 논의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군.’
분명 어제 해외부장관을 만났을 때, 장관이 한숨을 푹푹 쉬며 말했다. 쿠바에서 일어난 반동들 탓에 자금을 끌어오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이 기관총을 매입할 수만 있다면, 바클레이스 은행을 설득해, 식민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기관총 구매까지도.’
웨일러의 머릿속으로 희망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좋아.”
그는 락커룸에서 귀를 떼고, 대형사격장 입구에 서있는 부관에게로 걸어갔다.
웨일러가 손짓하자, 부관이 빠르게 그에게 달려왔다.
“부관, 지금 당장 해외부장관실로 가서 내 전언을 전하게.”
“예? 오늘 장관님께선 바클레이스 은행과 일정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다 알고 하는 이야기일세.”
속닥속닥.
웨일러가 보좌관에게 귓속말을 속삭이자, 보좌관의 얼굴이 점점 살아났다.
“전해줄 수 있겠나?”
“예! 당장 전해드리겠습니다!”
보좌관은 힘차게 경례하더니, 곧장 해외부청사로 달려갔다.
웨일러는 사라지는 부관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아직 스페인제국의 해는 지지 않는다.”
***
“갔습니다.”
락커룸 밖에 인기척이 사라지자, 심각한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던 나와 베이론은 대화를 멈췄다.
특기도 아닌 연기에 서투른 독일어까지 나불거리려니 꽤나 고역이었다.
나는 뻐근해진 뒷목을 돌렸다.
“후, 이런 연기까지 해야하다니 먹고 살기 참 힘들군.”
“하하, 그래도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요? 제가 목 풀어드리겠습니다.”
“자네는 멀쩡해보인다…..?”
“이쪽 분야는 제 특기라서. 참고로 저는 안마에도 다소 소질이 있습니다.”
베이론은 씨익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가 내 목을 풀어주려는 그때, 문 밖에서 웨일러의 부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예! 당장 전해드리겠습니다!
그 우렁찬 목소리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반응이 생각보다 빠른데?
“물었군.”
오히려 좋다.
미끼에 환장하면 환장할수록 덫의 성공확률만 높아질 뿐.
웨일러가 미끼를 물었으니, 이제 바클레이스 놈들만 잘해주면 된다.
***
스페인 마드리드의 해외부 청사.
장관실.
“흠.”
팔랑-
바클레이스의 임원들은 심각한 얼굴로 종잇장을 넘겼다. 쿠바와 필리핀의 투자제안을 받았지만, 생각한대로 사태가 심각했다.
지방의 자본들은 쿠바 반군의 손아귀에 넘어간지 오래고, 그나마 도시에 남은 자산들도 미국계 자본들이 대부분.
“이건 대출을 해드리려고 해도 상당한 이자율을 적용해야겠군요. 물론 대출을 해드릴 수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까……”
해외부 장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많이 봐드려서 도시자본들을 스페인제국의 수익으로 잡아도 미국과 관계가 악화된 이상,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미국과의 전쟁을 이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전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증거자료부터 제시한 뒤,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바클레이스 임원들이 차갑게 끊어내자, 해외부 장관의 안색이 더욱 흐려졌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확실한 근거라니. 지금 당장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해봤자 동원할 수 있는 머릿수가 우월하단 정도?
‘그 정도는 바클레이스의 임원들도 진작에 알고 있다. 그보다 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한다.’
후룹-
해외부 장관은 위장이 쓰려오르는걸 느끼며 찻잔을 비웠다.
‘어디서 전쟁을 이길 수 있는 방안이 하늘에 툭하고 떨어졌으면 좋으련만.’
똑똑.
그때, 장관실의 문으로 다급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해외부 장관은 미간을 팍 찌그러뜨렸다.
“지금 귀빈들과 중요한 협상중인데, 누가 감히 노크를 하나!!!”
분노한 장관의 사자후에 문 뒤편에서 기합섞인 대답이 들려왔다.
– 웨, 웨일러 장군께서 전령으로 급보를 보내셨습니다!
“웨일러 장군이?”
해외부 장관의 분노가 누그러졌다.
웨일러 장군이면 전직 쿠바총독일 터. 그는 오늘 자신이 바클레이스 은행과 협상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령을 보냈다면……’
순간 눈을 번쩍 뜬 장관이 장관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차 싶어 바클레이스 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급보를 전해들어도 되겠습니까?”
“네, 상관없습니다.”
바클레이스 은행 측의 승낙에 장관은 전령을 장관실로 들였다.
“급보는?”
“잠시 귀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알겠네.”
장관은 떨떠름한 얼굴로 귀를 빌려줬다.
하지만 전령이 귓속말을 속삭이기 시작하자, 장관의 얼굴이 점점 펴지더니, 이내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시간이 없어 교차검증은 하지 못했지만 사실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럼 됐네.”
지금 상황에서 교차검증은 사치다.
바클레이스 은행이 안되면 타국의 다른 은행들을 돌아다니며 자금을 수혈해야되는데, 지금 스페인 제국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더불어 독일 본사 직원이 그리 얘기했다면 진실일 가능성이 높았고.
장관은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갔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군요.”
“아닙니다. 저희야 협상만 잘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상관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협상에 유익한 근거자료는 가져오셨습니까?”
“증언도 괜찮습니까?”
“네, 어차피 저희가 교차검증할 예정이니 상관없습니다. 다만 거짓일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좋아.
바클레이스 은행의 긍정적인 반응에 장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걸로 대스페인제국은 다시금 일어설 수 있게 되리라.
장관은 방금 전령에게 들은 웨일러의 전언들을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
“일리 있군요. 미육군이 기관총 입찰을 거부했다면, 확실히 수적으로 우세한 스페인제국군에게도 승산은 있어보입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기관총을 매입할 자금까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셔야겠군요. 잠시 저희끼리 대화좀 해보겠습니다.”
바클레이스의 임원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하자, 해외부 장관은 손에 땀을 흘리며 그들을 기다렸다.
대화를 마친 그들은 조건을 제시했다.
“만약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증명된다면, 스페인제국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자 25%에다, 담보로 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걸었으면 합니다.”
“네?”
이자 25%에 하바나를 담보로 걸라고?
해외부 장관의 표정이 뒤틀렸다.
‘이놈들이 미친건가?’
지들이 무슨 인도를 정복한 동인도회사인 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스페인제국이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다해도 이건 아니지.
“죄송합니다만, 이자 25%에 담보로 하바나는 너무 가혹합니다.”
“흠. 그럼 이자 20%에 하바나 군항을 법인화해 지분 50.1%를 담보로 걸어주시죠.”
강도같은 놈들.
일단 비정상적으로 높게 부른 다음에 점점 낮춰갈 생각이다. 누가 대영제국의 금융가들 아니랄까. 사악한 놈들이 따로 없었다.
“그것도 너무 높습니다.”
“흠……”
바클레이스 임원들은 진지해진 표정으로 쑥떡거렸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협상을 파토낼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럼 담보는 차후에 협상으로 조율하도록 하고, 15% 이자로 빌려드리겠습니다. 당장 스페인제국군이 무장해야 저희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감사합-”
“단.”
바클레이스 측은 조건을 하나 걸었다.
“저희 쪽에서 특약을 몇 개 집어넣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대단한 특약은 아니고, 스페인제국이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때를 대비한 ‘사소한’ 보험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그럼.”
바클레이스 측의 긍정적인 어조에 장관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예, 대출해드리겠습니다.”
“감, 감사합니다!!!”
해외부 장관은 흥분에 벅차 바클레이스 측과 격한 악수를 나눴다.
이걸로 스페인제국은 열강의 반열에서 탈락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바클레이스의 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스페인 제국군은 강력한 무기로 재무장하게 될 것이며, 조국의 식민지를 미국의 마수로부터 지킬 수 있게 되리라.
‘스페인제국은 결코 몰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장관은 굳게 믿었다.
바클레이스 임원들의 입가 맺힌 묘한 미소를 놓친 채 말이다.
……걸렸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