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42)
“모건 이사님, 스페인 측은 최종적으로 저희가 예상한 금액보다 2배 이상 높게 대출했습니다.”
“제대로 낚았군요.”
뿌우우우-
독일 함부르크항.
우리는 바클레이스 은행 측과 합류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계약문서의 사본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건네준 사본엔 특약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처음 논했던 특약 이외에도 더 많이 말이다.
“…..특약이 추가되었군요?”
“하하, 해외부 장관이 저자세로 나온 덕분입니다. 그만큼 스페인 제국의 상황이 안 좋다는 반증이겠지만요.”
“기관총 매입금액은?”
“예, 기관총 매입에 쓰일 금액은 확실하게 제한해 못 박았습니다. 그들이 너무 많은 기관총을 보유해도 저희가 곤란하니까요. 기관총의 매입을 감시할 인원도 남겨두고 왔습니다.”
“그건 든든하군요.”
바클레이스 은행의 일이다.
저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대영제국의 내각에서 몰래 파견한 감시인원들도 섞여있겠지. 그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고 있는 한, 섣부른 손장난은 할 수 없으리라.
나는 품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냈다.
“돌아가는 길에 이 편지지를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누구에게 전달해드리면 될까요?”
“다우닝가 10번지입니다.”
“……!!!”
흠칫, 바클레이스 임원의 손이 떨렸다.
에이 선수들끼리 뭘 숨기려고. 이들 중 대다수는 내각출신일 것이고, 대영제국 내각의 명령을 받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
“저도 눈치란 게 있답니다.”
“크흠흠.”
이 편지는 다우닝가 10번지로 제대로 전달되어야한다. 대영제국의 본질이자, 핵심심장부라 불릴 수 있는 정부부처.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십시오. 확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왕립해군(Royal Navy)
대영제국의 해군성에게 요청할 내용이었으니까.
***
“아시아함대는 조속히 전시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그 무렵, 메인함을 상실한 미국 해군부는 밤낮없이 불야성으로 일하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메인함 폭침 10일 뒤.
존 롱 해군장관은 예정대로 휴가를 위해 해군부를 잠시 떠나있었고, 그 틈을 타 루스벨트 차관보가 지휘봉을 틀어잡았다.
존 롱 해군장관은 온건적인 인사였지만, 반대로 루스벨트 차관보는 급진적인 인사였다.
그는 주전파 중 한명이었으니까.
정확히는 스페인제국과의 전쟁을 일으키기를 원한다기보단, 일어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존 롱이 휴가를 떠난 이후, 루스벨트 차관보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쾅-!
“몇 달도 안 되서 전쟁이 터질 겁니다. 해군부는 즉시 스페인제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전시태세로 돌입합니다!!!”
상황파악도 못하고 휴가나 떠난 무지한 해군장관 따위,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고위급 해군장교들을 소집해 해군부 전체에 전시태세를 명령했고, 이 소식은 태평양 너머 영국령 홍콩의 아시아함대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아시아함대에겐 고질적인 결함이 있었다.
“현재 필리핀 주위에 미국이 소유하고 있는 군항은 없습니다. 현 아시아함대도 영국령 홍콩에 정박중인 상태입니다.”
“쯧. 장어젤리나 쳐먹는 라이미들을 의지할 수밖에 없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혀를 찼다.
필리핀의 근해엔 미국 군항이 없다. 미국은 지금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이 청나라에게 조차지를 뜯어내는 동안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대가를 치루고 있었다.
“석탄도 부족하고, 탄약도 부족합니다. 국방비로 예산편성이 되도 대부분 카리브해 전역으로 흘러갈테니, 보급이 빠듯합니다.”
“장갑순양함 4척뿐이 없는가.”
석탄과 탄약이 없으면 장갑순양함 4대는 한낱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총알 없는 총으로 싸우라고 하는 셈.
아무리 장갑순양함이 4척이나 있어도, 이대로 스페인해군과 해전을 벌이면 승산은 반반이었다.
“연방정부의 관심은 대부분 쿠바에 쏠려있어 더 이상의 지원은 힘든 모양입니다.”
“쿠바만 먹을 수 있으면 필리핀은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 이건가!!!”
쾅-!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서부개척시대의 슬로건으로 미국식 팽창주의 핵심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연방정부는 먼로 독트린으로 고립주의를 외치고 있었지만, 결국 서부로의 팽창정책일 뿐, 제국주의의 타국가들과 다를 바는 없었다.
멕시코의 뺨을 올려쳐 캘리포니아까지 뺏어온 지금, 북미대륙 본토로의 서부개척은 종료되었다.
이제 명백한 운명을 짊어진 연방정부의 시선은 태평양을 향했다.
스페인령 필리핀은 그 연장선상이었고.
“하지만 미국 본토에 더 가까운 쿠바부터 확실히 먹자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대로면 영국령 홍콩에 정박하고 있는 아시아함대가 위험하다.
스페인 함대는 물론이고, 필리핀 군도의 해안은 해안포와 기뢰들로 요새화되어 있었으니까.
“전적으로 듀이 제독의 지휘를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나.”
루스벨트 차관보는 침음성을 터뜨렸다.
이럴 때 해군부를 도와줄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미군은 한차례 군축으로 날아간 상태였고, 의회에서 통과시킨 5천만 달러로는 전쟁준비에 턱없이 모자랐다.
추가예산이라도 편성하지 않는 한 말이다.
“석탄과 탄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인물인가.”
루스벨트는 떠올렸다.
석탄이라면 주로 펜신베니아를 포함한 동부 주에서 채굴되는 광물이다. 그리고 최근 장관회의에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철도업계 빅4 중에서 펜실베니아를 포함한 동부철도를 지배하는 철도가 하나 있었다.
루스벨트 차관보는 턱을 쓸었다.
“펜실베니아철도(PRR). 분명 그런 이름이었지. 록펠러가문이 50.1%의 의결권을 가져갔다고 들었는데.”
뭔가 떠오를 것 같다.
그럼 나머지 49.9%는 JP모건은행이 가지기로 했는데……아.
쾅-!
“디트로이트 모건!”
펜실베니아철도를 통해 록펠러가문과 JP모건은행의 연결점이 된 그라면, 미해군에 석탄과 탄약공급을 원활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필리핀이나 극동에서 이권 한 두 개 정도 슬쩍 양보해주는 조건이면 그도 만족하지 않을까? 루스벨트의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이 돌아갔다.
“보좌관.”
“예, 차관보님.”
“샘슨 대령을 불러오게.”
디트로이트 모건.
이전에 샘슨 대령의 요청에 따라 퇴역해군들을 고용해준 은인. 그에게 다시 한번 기대야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이대로면 필리핀 전역에서의 해전은 반쯤 필패다.
“제발 도와줬으면 좋겠군.”
지금은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다.
***
뉴욕항.
우리들은 함부르크를 기항해 뉴욕으로 돌아왔다. 바클레이스 임원들은 몇몇을 남기고 전부 본국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그들에겐 이제부터가 시작이겠지.
대영제국 내각과 함께 암중모략을 꾀며 어떻게든 스페인령 모로코의 일부라도 받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칠 것이다.
“모건 이사님, 뉴욕항 창고에 쌓여있는 총기들은 언제 독일 함부르크항으로 보낼까요?”
“오늘 당장. 적어도 올해 4월 말까지 스페인군은 대강이나마 무장을 끝마쳐줘야 하니까.”
1898년 4월 중순.
미국은 스페인제국에게 최후통첩을 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4월말 스페인제국이 미국에게 선전포고를 날리면서 전쟁이 개전한다.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부족해 완전한 무장을 끝마칠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하는 수밖에.
‘뭐, 무장이 불완전한 편이 미군의 피해가 더 적겠지. 그저 기관총의 위력에 미군이 패퇴하는 그림만 만들어지면 그만이니까.’
“그럼 뉴욕항 창구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마 제임스도 그곳에 있을 걸세. 제임스랑 교대하게.”
“예!”
베이론은 짧게 인사하고는 DWM 직원들과 함께 뉴욕항의 창구로 향했다.
나는 떠나가는 베이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베이론 덕분에 이번 거래는 성공적이었군.”
베이론의 독일어 실력과 협상실력은 발군이었다.
물론 스페인군부는 우리의 재고가 쌓여있는 걸 다 안다면서 후려치긴했다. 정가의 3배 이상 부른 금액에서. 말이지만.
하하.
“헨리포드에게 절이라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컨베이어벨트와 분업화를 통한 자동화로 기관총 생산에 걸리는 비용을 최소화시켰고, 그 결과 독일본사에서 생산하는 기관총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대량생산이다보니, 갈수록 노동자들의 실력이 늘어 비용은 점점 줄어들었다.
아, 월급을 깎았단 소리는 아니다. 그저 생산효율이 높아졌을 뿐. 노동자들의 월급은 업계최고의 2배정도 더 쳐줬다.
나는 혁명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결국 후려쳐서 정가의 2배는 받을 수 있었지. 스페인 군부놈들. 지금쯤이면 30% 깎았다고 좋아하고 있지 않을까?”
모르는게 약이다.
그리고 이정도면 서로 윈-윈이지. 그들이 독일 본사와 계약했으면 우리보다 높은 금액에 더 적은 수량으로 계약했을 걸?
불량률도 더 적고 얼마나 좋아.
혜자라고.
“도련님, 복귀했습니다.”
뉴욕항 창고에서 제임스가 복귀했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아직 왕립해군으로부터 답신은 없나?”
“네, 영국쪽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헤지펀드 본사로 전화 한통이 들어와있습니다. 꽤 급한 건인 모양이었고요.”
“누구로부터지?”
“미국 해군부의 루스벨트 차관보입니다.”
멈칫.
나는 흔들던 손을 멈췄다.
누구라고?
“루스벨트면……”
“예, 해군부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차관보입니다. 그 왜 존 롱 해군장관과 불화가 있는.”
“아, 아아. 그렇군.”
생각해보니 아직 그가 러프라이더로 데뷔하기 전이었지.
실수할 뻔했다.
“혹시 내게 남긴 전언은 없나?”
“급한 일이라면서 전언을 남기셨습니다. 일단 수첩에 적어놨습니다.”
제임스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해군부에서 아시아함대로의 석탄, 탄약 보급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렇게 해군의 정보를 외부인에게 알려줘도 되는건가?”
“그만큼 급하단 의미 아니겠습니까. 대금은 전후에 이권 몇 개 뜯어주겠답니다.”
“이권? 하하.”
멕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하면 그가 대통령에 오를 텐데 고작 이권 몇 개?
어림도 없지.
이건 루스벨트 개인에게 확실한 빚으로 달아놓을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네. 그보다 보급 말고는 따른 용건은 없었나?”
“가능하다면 무장상선을 몇 척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전언도 있었습니다만, 그냥 한번 찔러본 소리 같습니다.”
‘무장상선이라.’
생각해보면 미국-스페인전쟁은 굉장히 애매하게 끝난 전쟁이다. 미국은 이 전쟁의 결과로 쿠바도 못먹고 필리핀도 못먹는다.
애초에 독립시킨다는 명목으로 참전했으니 당연했다.
필리핀을 제대로 먹는건 미국-필리핀 전쟁 이후다. 아니, 그때마저도 제대로 쳐먹질 못해 1905년에 그 유명한 밀약을 맺지.
가쓰라-태프트 밀약.
뭐, 필리핀을 제대로 못먹은건 태평양 방면으로 투사할 해군력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미국은 아직 2류 열강이다.
하지만 나와 자본가들이 힘을 합쳐 미국의 해군력을 증강시켜준다면?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태평양 패권을 미국이 가져올 수 있겠군.”
겸사겸사 떨어지는 콩고물들을 좀 주워먹고.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빚도 좀 달아놓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
“제임스.”
“예, 도련님.”
“지금 미국의회에 대형해운사들의 로비스트들이 들락거린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맞나?”
“예, 쿠바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대형해운사가 손해를 입으니까요. 그들은 어떻게든 전쟁을 저지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완벽하군.”
대형해운사에게도 이번 거래는 좋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형해운사 중에서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들만 합류시킬 예정이다. 청나라 조차지에 있는 국가들은 영 꺼림칙한 놈들뿐이었으니까.
그들이 보유한 항구들은 언제 억류당할지 모르니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당연히 이 항구로 교류하는 해운사들은 제외다.
우선 독일은 제외.
이후 미국-스페인 전쟁이 끝나면 이 자식들은 함대를 이끌고 태평양에서 무력시위를 한다. 태평양 패권을 미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들은 스페인과의 조약으로 태평양 섬들을 구매할 테니.
기각.
프랑스도 제외.
대영제국이랑 손잡고 스페인에 작업치고 미국-스페인전쟁을 설계해나가는 지금. 대영제국과 앙숙인 프랑스는 영 꺼림칙하다.
기각.
러시아도 제외.
아직 대영제국과 그레이트 게임 중이다.
당연히 기각.
포르투칼령 마카오?
이쪽은 실시간으로 영국령 홍콩에게 흡성대법을 당하는 중이라, 반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기각.
그외 청나라 항구들도 대부분 열강들이 직간접적으로 틀어쥐고 있었다.
기각.
영국령 홍콩은 당연히 아군이고.
“쓰읍.”
남는 건.
조선항과 일본항 뿐이다.
“조선항과 일본항이라…..”
분명 극동물류에 정통한 인물이 JP모건은행의 철도이사들 중에 있었다. 극동과의 무역으로 그레이트노던철도의 수익을 끌어올린 철도의 거인이.
“제임스.”
“예, 도련님.”
“힐 이사가 운영하는 그레이트노던철도 본사가 분명 월스트리트에 있었지?”
“예. 월스트리트 23번지 근처에 있습니다.”
좋아.
“헤지펀드로 돌아가기 전에 그곳부터 들려야겠군.”
솔직히 내겐 태평양 패권보다 대영제국과의 거래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대영제국과의 거래를 제대로 마치려면 스페인 함대를 최대한 지워야한다.
스페인령 모로코를 완전히 봉쇄해야하니까.
그러려면 태평양에 파견된 스페인 함대를 최대한 말소시킬 필요가 있었다.
“대영제국에서 빨리 답을 줘야할 텐데요.”
“초조한가?”
“도련님이 너무 초연하신 것 같습니다.”
“급할 이유가 없으니까.”
쾅-
나는 월스트리트로 향하는 차에 올라탔다.
“아쉬운 건 이젠 내가 아니거든.”
방법이 없을 때야 초조했겠지만, 이제 내가 보여준 패를 봤으니 애가 타는 건 대영제국 왕립해군(Royal Navy)일 것이다.
나는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가지.”
우선은 미국의 해군부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