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병중이라더니?
쌩쌩하기만 한데? 아니 완전 날아다니는데?
그리고 무당이 존폐의 위기라는 것은 또 무슨?
“사부님! 벌써 십 년도 훨씬 넘은 일입니다. 이미 전쟁은 끝났습니다!”
운암이 자세를 잡으며 풍환자의 앞을 막아선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뭣이? 십 년도 훨씬 넘어?”
“예!”
“…….”
풍환자가 자신의 주위를 막고 있는 제자들과 박살 난 주위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아, 이런…… 내가 또…….”
풍환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곤 머리가 아픈 듯이 이마를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마치 마음속의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허망한 표정이었다.
그의 기세가 누그러들자 운암과 천룡각의 무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풍환자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갔다.
“괜찮습니다. 사부님.”
“미안하구나. 운암아. 내가 이제 죽을 때가 되었어. 죽을 때가 된 것이야.”
“그런 말씀은 받잡기 어렵습니다.”
“허허, 더 말 말거라. 네 마음은 안다만 어찌 사람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겠느냐?”
“사부님.”
웃고 있으나 처연해 보이는 풍환과 그를 부축하며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는 운암.
마치 사제지간이 아니라 조손지간처럼 보였다.
“아! 사부님.”
운암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화제를 돌렸다.
“일전에 제가 무당지검에 대해 말씀드렸었지요?”
“무당……? 아, 그 진무라는 아이 말이냐?”
“예.”
“그래, 모처럼 그 무당에 뛰어난 제자가 태어났다지?”
“예. 그가 표주를 하는 길에 곤륜에 들렀습니다.”
“오호? 그래?”
마치 제 일처럼 기쁜 표정을 짓는 풍환이 운암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린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멀찍이 물러나 있던 진무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무당의 일대제자 진무가 진룡 풍환 사조님을…….”
인사를 마치고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던 진무의 얼굴이 굳었다.
눈이 마주친 풍환자의 일그러진 표정.
그리고 그 눈빛.
“네놈이 어떻게…….”
뭘?
진무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린다.
풍환자의 눈빛에 담긴 광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더구나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거대한 분노가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혁련무강, 네놈이 무당을 무너뜨리고 이 곤륜까지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냐!”
진무의 눈이 크게 뜨였다.
뭐? 어떻게 알아본 거지?
설마, 이 인간이 도력이 높아지더니 영안(靈眼)이라도 개방된 것인가?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진무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순간 풍환자의 눈에 신광이 번쩍였다.
망할!
거대함을 가득 머금은 기세가 풍환자의 광기와 함께 진무를 덮쳐 왔다.
그의 주먹을 막기 위해 급히 단전의 기운을 뽑아 태청산수를 펼치려는 진무의 앞으로 운암이 막아섰다.
“피하시오!”
쿵!
지면을 뒤흔들며 깊숙한 자국을 만든 진각과 함께 운암이 허리로 당겼던 주먹을 뻗었다.
쿠류류류!
강맹한 권기의 회오리가 풍환자를 향해 쏘아졌다.
“이놈! 어찌 막는 게냐! 비켜라! 무당을 공격하고 이제는 곤륜까지 노리려 온 놈이다!”
“사부, 정신!”
쩌어어엉!
둘의 기운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폭발하고 세찬 바람을 불러왔다.
“크윽!”
아직 여물지 못한 운암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다섯 걸음이나 물러나고, 풍환자가 그 사이를 비틀어 파고들며 진무를 향해 쏘아져 왔다.
하지만 운암의 손길이 더 빨랐다.
“합!”
풍환자를 쫓으며 잡은 옷깃을 비튼 운암의 손이 묘하게 휘었다.
곤륜의 운룡금나(雲龍擒拿)가 풍환자의 움직임을 제지하기 위해 펼쳐졌다.
하지만.
취릿! 텅!
부드러운 선기가 일어나 운암의 손길을 뿌리치며 가볍게 밀어 내었다.
같은 운룡금나라고 해도 그 질이 다르고 깨달음의 깊이가 다르다.
운암이 이제 막 상제의 명을 받아 구름을 다스리기 시작한 운룡이라면, 풍환은 여물 대로 여물어 천지조화를 뜻대로 부리는 진룡이 아니던가?
“사부!”
뒷걸음질로 물러나며 다급히 부르는 외침에도 풍환은 멈추지 않았다.
지면을 짚음과 동시에 다가서며 거칠게 일장을 날린다.
경공에 장법을 절묘하게 섞었다는 곤륜의 운룡대팔식이다.
그것도 무림 최강 중 한 명인 풍환의 모든 심득이 담긴.
“막아!”
몸을 날리기에는 늦어 버린 운암이 외치자 천룡각의 도사들이 재빨리 품(品)자 진을 만들며 진무를 보호했다.
“비키지 못할까!”
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직선으로 날아오던 풍환의 일장이 허리를 비튼 용처럼 휘어지며 품자 진의 연결점을 부숴 놓는다.
투웅!
길이 열려 버린 순간 강맹한 일장이 진무의 가슴을 노려 왔다.
제길.
진무는 거칠게 기세를 뽑아 멈추었던 태청산수로 막아 갔다.
쩡! 쩌정!
기와 술을 흩어 내는 태청산수였으나 기본적으로 공세가 아닌 방어를 위한 무공이었다.
천 개의 손바닥이 허공을 메웠으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운룡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할퀴고 물어뜯는 장력에 가득했던 손바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완전히 막지 못했으나 시간은 벌었다.
운암이 또다시 달려와 진무와 풍환의 사이를 막아섰다.
“이놈, 비키라 하지 않더냐!”
자꾸만 막아서는 제자의 행동에 짜증이 치밀었던 것일까. 풍환이 노성을 토하며 재차 기세를 뿜었다.
“진무! 보호! 물러나! 장문인, 지원 요청!”
다급해진 운암이 단어를 마구잡이로 끊어 외치며 끈질기게 풍환자를 물고 늘어지는 사이.
“진무 도장, 피하십시오!”
천룡각의 도사들이 진무를 호위하듯 둘러쌌다.
“아니, 지금 이게 뭔?”
“사조님께서는 가끔씩 매병의 증상을 보이십니다.”
“……아!”
매병이란 치매를 말한다.
풍환자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설마하니 진짜 영안이라도 개방된 줄 알고 식겁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은 병증이 깊지 않아 가끔씩입니다. 한 번씩 저리 폭주하실 때마다 곤륜 전체가 나서서 막곤 합니다. 위험하니 어서 피하십시오! 자칫 휩쓸리기라도 하면…….”
도사의 말에 진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물리는데.
“이놈! 어딜 내빼는 것이냐!”
크게 휘돌린 팔로 운암의 주먹을 흘려 밀어 낸 풍환자가 물러나는 진무를 향해 독수리처럼 날아왔다.
“위험!”
밀려 버린 운암이 몸을 바로잡지도 못하고 외쳤다.
젠장!
제자라는 놈은 잘도 기억하면서 나한테는 어째서 이 지랄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해도 목표는 확실한가 보네.
진무가 단전의 기운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일거에 뿜어진 내력에 진무의 도포가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해볼 만하다.
철지량 때와는 다르다.
태청신단의 영기와 삼양보명단의 영기가 합해져 이룬 적사투관. 그로 인해 내력이 더없이 강해졌지 않던가.
씨발, 막아 주지!
아무리 매병으로 기억이 오락가락한다고 해도 그렇지, 어찌하여 그가 자신을 정확히 혁련무강이라 여기는지는 영문 모를 일이나 지금은 막아야 했다.
정무칠성이자 곤륜의 진룡이었다.
그가 노린 이상 도망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위급을 알리러 무인이 떠났으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방법이 있을 터였다.
“하-압!”
쿠쿵!
진무가 양발을 심듯이 대지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양손을 펼치며 지면을 박찬다.
파앙!
동시에 뻗어진 그의 손이 허상처럼 사라지고, 공간을 뛰어넘듯이 풍환자의 앞을 막아섰다.
태청산수로는 그의 장법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날아오는 족족 부숴 버릴 수밖에.
취리릿!
진무의 손바닥이 잔영을 만들고, 연이어 중첩된다.
내가중수법 중 최강이라 불리는 장법이자, 격공(隔空)의 묘리가 담겨 있어 총 서른여섯 번의 변화를 일으키며 쇄도하는 무당의 면장이었다.
“감히 나에게 장법으로 맞서려는 것이냐!”
풍환자가 내디딘 발을 비틀어 회전하며 일장을 뿌렸다.
경공술을 마치 투로처럼 활용하는 운룡대팔식이 또다시 펼쳐졌다.
콰아앙!
기의 폭발이 만들어 낸 진동과 소음이 곤륜의 도관을 진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허! 이게 대체?”
천룡각 제자가 알려 장로들을 이끌고 달려온 운해는 눈앞에서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풍환이 한 번씩 병증이 심해져 난리가 날 때마다 태허도룡진(太虛屠龍陣)을 펼쳐 그 기운을 억눌러 온 참이었다.
처음에는 숱한 부상자가 생겼으나 벌써 몇 해 동안 이어진 일이었기에 대수로울 것이 없었다.
아니, 이제는 큰 피해조차 만들지 않고 제압이 가능할 정도로 숙련된 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쾅! 콰쾅! 쾅!
허공에서 부딪히는 기와 기의 격돌.
운룡대팔식과 면장.
무당과 곤륜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무공 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아무리 무당지검이라 불린다 해도 고작 약관의 도사가 곤륜의 최고수를 맞아 대등하리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다.
풍환이 병증으로 제정신이 아니라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경악이었으나 이제는 호승심이 되었다.
그것은 운해와 운암, 그리고 곤륜의 모든 제자에게 동일했다.
보고 싶어진 것이다. 당대 무당지검의 실력을.
“저런!”
운해의 탄성은 모두의 마음과 같았다.
제일 초 신룡선무(神龍旋霧)가 무희의 손길처럼 완벽에 가까운 호선을 그리고, 무당의 면장이 허공 중에 터지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쩡! 쩌정!
연이어 펼쳐진 면장이 하늘을 아름답게 노니는 용을 쫓고, 도망치려 허공에서 몸을 뒤튼 용의 꼬리를 잡아채었다.
일순 상대가 되지 않을 것처럼 밀리던 면장이 연속될수록 그 위력을 더해 가며 용의 몸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작은 가벼우나 종래에는 거악의 무거움에 비견된다는 무당 면장의 특징이다.
무당 면장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자 운룡의 움직임이 그물에 걸린 듯 움츠러들고 있었다.
설마? 진다고?
둘의 대결이 모두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땀마저 흐르게 했다.
그들 모두가 마음속으로 풍환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져서는 안 된다.
병증 따위와는 무관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곤륜 최강의 고수였다.
누가 봐도 가르침을 내려야 할 약관의 무당 도사가 아니던가? 진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문파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바람이 그러했기 때문일까?
“이노옴!”
풍환의 노성과 함께 운룡의 일곱 번째 움직임 용비구천(龍飛九天)이 펼쳐지자, 서른 번째 폭발을 만들며 그 울림으로 메아리를 만들던 면장이 일순간 주춤했다.
콰아아앙!
모든 하늘을 뜻하는 구천을 향해 용이 그물을 찢어 내고 거칠게 포효하며 날아올랐다.
“우욱!”
면장의 흐름이 끊어지고 반탄력을 그대로 얻어맞아 버린 진무의 몸이 기다란 족적을 남기며 밀려났다.
그의 입가에 흐르는 핏줄기.
내상을 입은 것이다.
“죽어라!”
그의 후퇴를 놓치지 않은 풍환이 광기 어린 눈동자로 뒤쫓으며 마지막 여덟 번째 초식인 천룡두린(天龍斗鱗)을 펼쳐 낸다.
하늘을 향해 솟구쳤던 운룡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진무를 집어삼킬 듯이 하강했다.
젠장, X 됐다.
진무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직격으로 떨어져 내리는 풍환자를 바라보는데.
“진무 도장을 보호하고, 태허도룡진을 펼쳐라!”
운해의 일갈과 함께 운암이 진무의 몸을 안은 채 몸을 날리고 곤륜의 장로들이 풍환의 주위를 포위했다.
용을 잡는다는 태허도룡진.
곤륜 열두 장로가 펼쳐 낸 기운이 거대한 그물이 되어 풍환자를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