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진무의 말에 풍환이 영문모를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공을 쓰셔야지요.”
“엉?”
“운룡대팔식의 움직임은 이미 어느 정도 머리에 담았습니다.”
“…….”
“내공을 쓰시라구요. 최선을 다해서. 막 바위도 부수고, 나무도 박살 내고, 예?”
풍환은 도무지 진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제가 보고자 하는 것은 초식이나 투로의 흐름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더더욱 아니구요.”
“그럼?”
“얼마나 강한가.”
“얼마나?”
“예. 극한까지 깨달은 이가 펼치는 운룡대팔식의 위력은 어느 정도 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 하면 모든 내공을 담으란 말인가?”
풍환의 말에 진무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안 그러면 뭐 하러 기를 쓰고 이 먼 곳까지 데려왔단 말인가?
“허, 거참…… 뭐, 알겠네. 이해는 가지 않지만…….”
풍환은 진무가 대관절 어떤 종류의 깨달음을 위해 자신에게 그 같은 부탁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이미 보여 주려 나선 걸음이지 않은가?
“하면 조금 물러나게. 흐르는 경기에 몸이 상할 수 있음이네.”
“예!”
진무가 훌쩍 물러나자 풍환이 단전에서 기운을 끌어 올린다.
우우웅!
두 다리를 지면에 댄 풍환의 도포가 순식간에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과연 정무칠성의 일인이자 진룡이라 불리는 강자다.
오 장여를 떨어져 있음에도 그 기운에 숨이 막혀 올 듯했다.
그리고 그의 모든 내력을 담은 운룡대팔식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콰아앙!
일장을 뻗어 내자 거대한 백룡이 회오리처럼 뻗어 나가 숲을 뒤엎어 놓았다.
이전과 동일한 움직임이지만 내기가 담기니 전혀 다른 무공이 되었다.
가히 하늘마저 찢어 놓을 만큼 위력적인 무공이었다.
그래, 이거다!
진짜 운룡대팔식.
연이어 허공을 터트리고 청량림을 폐허로 만들어 가는 풍환의 무공은 실로 가공했다.
지켜보던 진무는.
“맙소사. 저런 걸 어떻게 육 초까지 막았지?”
입을 떡 벌리고 감탄했다.
과거에는 몰랐는데 풍환은 정말로 강했다.
운룡이 청량림을 휘돌며 끊임없이 세찬 바람을 만들어 내고 용트림과 같은 폭음을 터트리며 초식에 강맹함을 더한다.
그리고 그 위력이 점점 더 강해질수록.
“크크크.”
진무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감돌았다.
풍환의 기세가 강해지고 더욱 위력적인 장력이 발출될 때마다 더욱 짙어지는 미소.
“좀 더 강하게! 좀 더 빠르게!”
진무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풍환을 계속해서 응원하며 충동질했고.
희열 어린 그의 표정과 열렬한 응원에 풍환은 점점 더 강한 내공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잘한다. 이 기특한 녀석!
단전이 완전히 빌 때까지 움직여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쉬지 말고 짜내!
* * *
“후우, 후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풍환은 진무가 만족한 표정을 지을 때까지 쉬지 않고 운룡대팔식을 펼쳤다.
그가 무언가를 깨닫기를 바랐기에, 그리고 그것이 무당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열과 성의를 다해 펼쳤다.
그 결과.
“허허, 이토록 내력을 소모할 때까지 펼쳐 본 것은 정말 처음일세.”
풍환이 땀까지 흘리며 호흡을 고르자 진무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잘 보았습니다. 사조님.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허, 그랬던가? 정말이지 다행일세. 내 기쁘기 한량없군.”
얻었다는 말에 기분이 몹시 좋아진 풍환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좌정했다.
“너무 과했구먼. 청량림이 엉망이 되었어.”
그가 펼친 운룡대팔식의 장력에 수려했던 풍경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괜히 흥분하여서는…… 여하튼 잠시 기다리게. 내 공력을 조금 회복하고…….”
“사조님!”
“응?”
풍환이 운기를 하려는데 진무가 재빨리 불러 행동을 멈추게 했다.
원래 내공이라는 것은 내상을 입어 기혈만 다치지 않으면 더디긴 해도 저절로 회복된다.
짧게는 사나흘, 길어도 열흘이 걸리지 않는다.
자연스레 몸에 체득한 호흡법 때문에 그렇다.
무인들이 운기를 하는 이유는 내공을 좀 더 강하게 연단하는 목적도 있으나 소모된 내공을 빠르게 회복할 목적도 있었다.
더구나 풍환은 강기의 무인이다.
일반 무인보다 혈맥이 몇 배나 두꺼우니 가만히 있어도 회복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운기를 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단전을 가졌다고 해도 한 시진에서 두 시진이면 가득 채울 것이 분명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기껏 짜낸 내공이 다시 차게 둘 것 같으냐.
이 순간만 기다린 진무다.
“사조님, 전에 말씀하셨던 그 청무 사조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청무 어른의?”
“예.”
“그럼 잠시만 기다리게. 내 조금만 운기를 하고.”
“아니요! 지금 들어야겠습니다. 무조건 지금이라야 합니다.”
지금! 내력이 회복되기 전에!
“……?”
풍환은 어이가 없었다.
이 무슨 되지도 않는 억지란 말인가?
오늘따라 이 무당의 아이는 이상하기 짝이 없다.
내공을 전부 사용해 운룡대팔식을 펼치라 하지를 않나, 대뜸 청무의 이야기를 물어 오지를 않나.
“허참, 어찌 그러는지 모르겠구먼.”
하지만 진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나 저 이글거리다 못해 타들어 갈 듯이 빛나는 눈빛.
그쯤 되면 의심을 품을 만도 하건만.
“알았네. 알았어. 허 참…….”
말도 잘 듣고 착하기까지 한 풍환이었다.
생떼를 쓰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무를 물끄러미 보던 풍환은 결국 운기를 포기하고 그가 기억하고 있는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무 그분께선…….”
되었다.
이걸로 끝났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공을 회복해 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가 일순간 병증이 도진다 해도.
크흐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야기의 끝이 왜 이렇게 이어지는지 알 수 없지만.
“무당을 도와야 해!”
참으로 계획적인 병증 아닌가.
무당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만 하면 돌변한다. 그렇게 안타까웠나?
같은 문파도 아니면서.
“사패천주, 이노옴!”
역시나 진무의 얼굴을 쳐다본 풍환이 불같은 노기를 뿜어냈다.
생각한 대로다.
모든 게 순조롭다.
화를 내거나 말거나 지금의 풍환은 치열한(?) 시범을 보인 끝에 남은 내공도 얼마 되지 않는 지친 무인에 불과…… 어?
거칠게 뻗어 나온 기운에 진무가 다급하게 고개를 꺾었다.
콰아아앙!
풍환의 일장이 아름드리나무를 때려 밑동을 터트려 버렸고.
우지직. 쿵!
중심을 잃은 나무가 웅장한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
부, 분명히 내력을 전부 소모하였을 것인데?
진무가 풍환을 쳐다본다.
시퍼런 살기를 담은 눈빛. 그리고 그의 몸에서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는 선기……라고?
“이런 미친! 진원(眞元)?”
진무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설마하니 이 미친 노인네가 내력이 얼마 되지 않자 생명의 근원이라는 진원지기를 꺼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무인들은 진원지기를 절대 함부로 쓰지 않는다. 생명력이나 다름없는 그것을 쓴다는 것 자체가 동귀어진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아니, 계획은 진짜로 완벽했는데…….
“이놈, 죽어라!”
아, 씨발. 이 노인네가 미쳤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했다.
진무는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기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운룡의 거대한 아가리를 피해 도망쳤다.
콰아앙! 쾅! 쾅!
청양림이 돌이킬 수 없는 쑥대밭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무는 다급하기만 했다.
피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미 팔십 년 가까이를 살아온 풍환이었다. 말하자면 심지가 얼마 남지 않은 촛불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진원지기를 남발했다가는 바람만 불어도 꺼져 버릴지도 모른다.
졸지에 정파의 영웅이자 정무칠성의 한 사람인 진룡 풍환을 죽이게 생긴 것이다.
빌어먹을! 젠장! 미쳐도 제대로 미쳐 가지고는!
만약 이곳에서 풍환이 죽는다면?
흉수는 볼 것도 없이 진무.
아, 생각하기도 싫다.
곤륜에게 쫓기는 것은 물론이고 무당에서는 파문될 것이며, 양의심공은 저 멀리 날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 씨발! 어디 한번 해 보자! 망할 노인네!”
진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그를 쫓아 날아오는 운룡을 향해 모든 힘을 집중했다.
콰아앙!
진무의 면장이 운룡의 옆구리를 때리고.
콰득!
그를 받아 낸 운룡의 거대한 아가리가 진무를 집어삼키려 하자 이번에는 대가리를 때려 튕겨 버렸음에도 곧바로 방향을 틀어 진무를 뒤쫓는다.
계획에 생긴 또 다른 오차.
진원기를 입힌 운룡의 힘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다.
부딪힐 때마다 내력이 진탕되고 충격에 온몸이 떨려 왔다.
회오리처럼 춤추는 신룡선무(神龍旋霧)에 이어 제 세상인 듯 뛰어노는 용유자휘(龍遊紫微)를 막았다.
“크윽!”
하지만 진무는 막대한 반탄력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수를 피해 몸을 물렸다.
쿠아아앙!
뒤따르며 펼친 신룡번미(神龍播尾)의 초식.
용이 힘껏 꼬리를 후려쳐 낸 듯한 장력에 아름을 훌쩍 넘는 나무 서너 그루가 동시에 아작이 나 버렸다.
다행히 운암과의 대련을 통해 초식과 투로를 익혔기 망정이지, 막았으면 뼈째로 박살이 났을 만한 위력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초식.
운룡삼현(雲龍三現).
여기다. 운룡의 머리가 셋으로 나누어지는 지점.
힘의 집중보다는 변화에 치중된 운룡대팔식의 허점 아닌 허점.
진무는 재빠르게 몸을 한 번 더 물리며 풍환이 펼쳐 온 장력을 훑었다.
힘이 가장 강한 녀석을 찾아야 했다.
셋 중 하나. 여기서 흐름을 끊지 못하면 죽는다. 진무는 물론, 진원을 소모한 풍환까지.
그리고.
진무의 눈빛에 신광이 어렸다.
운룡의 이빨이 노려 오는 곳은 진무의 가장 마지막 갈비뼈 아래쪽 경문혈(京門穴).
튀릭! 퉁!
방향을 잡은 진무가 전사경을 이용해 용의 대가리를 잡아 비튼다.
동시에 튕겨 나가는 풍환의 손.
가슴이 열렸다.
운룡대팔식의 시작점, 단중혈이 진무의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쉬익!
곧바로 파고든 진무가 온 힘을 다해 일장을 때려 냈다.
“끊어 주마!”
쩌어어엉!
둔탁한 충격과 함께 풍환의 몸이 밀려나고, 그 반탄력으로 진무는 다섯 걸음이나 밀려났다.
손에 타격감이 있었다.
반탄력에 손목이 부러지겠다 싶을 정도였으니 운암에게 그러했듯 멈췄다 생각했다.
하지만 운암과 풍환은 달랐다.
“크아!”
“……!”
분명 흐름이 끊어졌어야 하는데.
되레 화가 돋우어진 것인지 괴성을 내며 다음 초식을 뻗어 온다.
망할…… 미치면 힘도 세진다더니.
사방을 초토화시키며 날아오는 풍환의 장력에 진무가 재빨리 면장으로 맞섰다.
오 초 운룡무궁(雲龍無窮)에 이어 육 초와 칠 초가 연이어 펼쳐진다.
그리고 전처럼 하늘을 덮어 낸 무당의 면장이 그물처럼 풍환의 움직임을 옭아맸다.
쿠우우…….
이전에 그러했듯 칠 초 용비구천이 펼쳐지고, 거칠게 표효하는 용틀임과 함께 장력이 솟구친다.
으드득!
진무는 온 힘을 다해 내리눌렀다. 누르지 못하면 끝이다.
찌지직!
면장으로 만들어진 그물이 찢어지고 운룡의 대가리가 하늘을 향하는 순간.
“크윽!”
진무는 고통을 참아 내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쿠르르르…….
한계점에 다다랐던 운룡이 내려오는 풍환의 손과 함께 광포하게 떨어졌다.
멈칫.
그런데 진무의 머리를 바숴 놓기 위해 떨어지던 풍환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매섭게 몰아치던 기운이 흩어지고, 풍환의 눈동자에서 광기가 옅어졌다.
“우웁! 쿨럭!”
그의 입에서 왈칵 터져 나온 핏물이 풍환의 앞섶을 적신다.
풍환의 공격이 끝났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힘을 잃고 주저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