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50
웰컴 투 NBA 150화
#150. 포인트 포워드 (2)
◎ 2쿼터 6:18
[블레이저스 40 : 37 호네츠]에이스 위주의 히어로 볼에서 탈피해, 모두가 공을 만지는 시스템 농구를 도입하는 것.
이렇게만 말하면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 같지만, 실제로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샷클락 5초 남은 상황.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한 블레이저스! 공은 돌고 돌아 다시 시온 킴의 손에 들어옵니다!]일단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에 잘 돌아가고 있던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부터가 미친 짓이라고 봐야 한다.
오프 시즌이라면 모를까.
시즌 도중에는 연습 게임 한 번 가질 여유도 쉽게 나지 않으니까.
게다가 우린 에이스가 빠졌고, 전문 핸들러가 없으며, 벤치 멤버를 대대적으로 갈아엎은 상황.
이런 혼란스런 환경에서 고차원적인 플레이를 소화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모션 오펜스를 제대로 도입하는 건 올해 오프 시즌은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
당장은 그저 몇 가지 패턴을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팀의 큰 기조가 바뀌었다는 정도랄까.’
지난 5경기의 패배는 시행착오에 가까웠다.
……라는 발상이었고, 멋지게 실패했지.
맥컬럼과 딘위디는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릴라드가 맡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다.
예전과 똑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플랜 A도,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인 플랜 B도 지금으로선 꿈만 꿀 수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플랜 A도, B도 아닌…….’
당장 유효한 플랜 C.
좀 어설프고 효율이 떨어질지는 몰라도, 본인의 색깔대로 팀의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선수.
그 플랜 C로 급하게 낙점된 것이 바로 나였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원래 이건 베테랑 포인트가드나 득점력을 갖춘 스코어러가 맡아야 할 일이다.
맥컬럼, 딘위디 역시 리딩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고, 이미 몇 경기나 저조한 경기력을 보였으니 루키인 나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온 거지.
통상적인 상황이었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네이피어가 있으면 좀 나았으려나?”
그것도 아니겠지.
네이피어도 게임 조립엔 큰 강점이 없는 선수.
그런 네이피어를 믿기보단 차라리 딘위디에게 경험치라도 쌓아 주는 편이 낫다.
결국 내가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네.
‘아, 진짜…… 포인트가드는 적성에 안 맞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수비 위치로 걸음을 옮겼다.
[시온 킴, 갑작스런 핸들러 기용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직 뭐라고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적어도 1쿼터에 보여 준 모습만 놓고 보면 지난 5경기에서 느껴지던 혼란스러운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그러네요. 양 팀 모두 오늘은 속공의 빈도를 낮추고 신중한 공격을 펼치는 양상입니다. 이런 흐름이야말로 핸들러의 진가가 드러나는 상황이죠.]샬럿 호네츠의 에이스, 캠바 워커가 공격을 전개한다.
특유의 현란한 개인기로 맥컬럼을 제치고 순식간에 골밑에 진입하는 워커.
철썩!
“그렇지!”
“나이스!”
호네츠의 동료들이 득점에 성공한 워커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켐바 워커는 샬럿 호네츠라는 프랜차이즈를 지탱하는 대들보 같은 선수죠.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나 플레이메이킹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현란한 드리블과 번개 같은 스피드를 겸비한 스코어러형 가드입니다.]서로 몇 차례의 포제션이 전개되고, 다시 우리의 공격.
몇 번의 패스 끝에 나는 골밑에서 1대1 포스트업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쿵! 쿵!
“윽!”
이를 악물고 내 공격적인 백다운을 버텨내는 길크리스트.
득점력은 거의 없지만, 뛰어난 수비력과 허슬로 팀에 공헌하는 가자미형 스윙맨이다.
‘파워는 내 쪽이 위인 것 같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 쉬운 슛을 쏘지 못하게 방해하는 수비 방식.
이건 꽤 상대하기 귀찮다.
나는 빠르게 눈길을 돌려 코트의 상황을 파악했다.
“킴!”
저쪽에서 내게 손을 뻗어 오는 제이 크라우더.
오픈 찬스…… 이긴 한데.
‘크라우더는 오늘 경기에서 야투 시도 0/4로 아직까지 무득점이었지?’
다른 옵션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 극심한 슈팅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크라우더에게 굳이 지금 마지막 슈팅을 맡길 이유는 없다.
나는 공격 전개 작업에서 미스매치 상황이 된 매튜스를 슬쩍 바라보았고.
내 신호를 눈치챈 매튜스는 베이스라인을 따라 컷인.
[매튜스! 왼쪽 코너에서 골밑으로! 킴, 포스트업 자세에서 감각적인 바운드 패스!]“오오오우!”
탕! 강하게 땅을 튕기는 바운드 패스.
등 뒤로 뿌린 비하인드 더 백 패스라서 보는 맛이 있었을 거다.
가볍게 레이업을 성공시킨 매튜스가 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
백코트하며 약간의 아쉬움을 표하는 크라우더.
얼굴에서 조급함이 엿보인다.
‘캐벌리어스 시절의 부진이 아직도 이어지는 건가?’
하긴, 거기서 오죽 갈려 나갔어야지.
크라우더의 이번 시즌 부진은 수비에서 과도한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탓이 크다.
팀 분위기가 엉망이었던 탓도 있고.
‘물론 팀 케미스트리를 개판으로 만든 데엔 크라우더의 지분도 꽤 있지만…….’
경기력 부진을 이유로 구단에서 헌신짝처럼 트레이드당한 처지인데, 새로운 팀에서도 그런 태도를 보이진 못할 거다.
한 번 문제가 생기는 것까진 그 팀의 환경과 안 맞아서 그럴 수 있지만, 두 번째부턴 100% 선수 책임이 되는 게 이 업계의 생리거든.
크라우더는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슬럼프를 벗어나야 할 거다.
‘뭐, 베테랑이니 혼자 알아서 잘하겠지만…….’
3&D는 극도로 제한된 슈팅 찬스에서 매번 안정적으로 외곽 슛을 집어넣어야 하는 고된 역할.
지금처럼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금 혈을 뚫는 정도야 내가 도와줄 수 있지.
“헤이, 크라우더.”
“응?”
“코너에서 오픈 찬스가 나오면 망설이지 말고 쏴요. 내가 찬스를 봐줄 테니까.”
“……? 그래. 알았다.”
고개를 갸웃하는 크라우더.
네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그런 상황이 쉽게 나오겠냐…… 는 눈치였다.
‘거참 의심도 많네.’
일단 기다려 보라니까.
크라우더도 급하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곳이 우선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인사이드의 우위를 확실히 굳히는 것.’
그러기 위해선 너키치의 기세를 살리는 게 먼저다.
나는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너키치에게 엔트리 패스를 건넸다.
[킴의 엔트리 패스. 깔끔합니다.] [인사이드에 자리 잡고 있는 빅맨에게 안전히 공을 투입하는 패스를 엔트리 패스라고 합니다. 설명만 들으면 크게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빅맨이 공을 스틸당할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패스를 보내기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죠.] [패스를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높이로 보내야만 빅맨의 공격 작업이 수월해지니까요. 빅맨 활용도가 낮아진 최근의 NBA에선 굉장히 숙련도가 낮아진 기술입니다. 90년대에 활약한 정통 포인트가드 선수들이 아쉬움을 표할 정도로요.] [그런 것치고는 킴의 엔트리 패스는 굉장히 깔끔하네요. 마치 수천 번은 엔트리 패스를 보낸 선수 같습니다.]호네츠의 핵심 선수는 이번 시즌 평균 22.1득점, 5.6어시스트, 야투율 46%를 기록 중인 캠바 워커와 16.6득점, 12.5리바운드, 야투율 55%의 드와이트 하워드.
이렇게 1차 스탯만 놓고 보면 두 선수의 활약이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하워드 쪽이 더 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실제 공헌도는 천양지차지.’
에이스인 캠바 워커는 동료들의 부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혼자 힘으로 꾸역꾸역 득점하느라 그 성적인 거고.
드와이트 하워드는 이기적으로 스탯 쌓기에 치중해서 그 성적인 거니까.
실제로 호네츠가 하워드를 영입하며 기대한 역할은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캠바 워커를 위한 스크린 세팅 같은 가자미 역할이었지만.
지금의 하워드는 도미가 되고자 하는 욕심에 팀원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었다.
‘지금도 봐라, 저거.’
과도한 블록 욕심에 섣불리 점프를 뜨고 만 하워드.
너키치는 -너키치답지 않게- 침착한 업 앤 언더(up and under)로 하워드를 벗겨 내고, 쉬운 레이업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나이스. 오늘 컨디션 좋나 보네요?”
“이 정도는 평소에도 할 수 있거든? 이 몸은 올스타급 센터니까!”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너키치.
“올스타 투표 순위…… 우리 팀에서 4위 아니었어요?”
“쓰읍! 시끄럽다, 루키!”
내가 올스타에 선정된 게 자극이 되었는지, 너키치는 요즘 올스타 소리를 입에 달고 있었다.
릴라드와 나는 이미 올스타에 선정되었고.
맥컬럼은 서부 컨퍼런스 소속만 아니었다면 분명 올스타였을 테니.
득표수 4위인 자신도 준-올스타급 선수라는 논리.
‘그 논리대로면 올스타급이 아닌 선수가 드물지 않나……?’
뭐…… 동기 부여가 된다면 나쁠 거야 없겠지.
너키치는 전형적인 기분파 선수.
게임이 잘 풀리면 올스타 센터도 부럽지 않은 파괴력을 보여 주지만.
매치업 상대와의 맞대결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금방 조급해져 무리한 플레이를 시도하고, 쉬운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 버리고는 한다.
재밌는 건 롤(role) 욕심은 강한데, 득점 욕심은 딱히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팀 전술에서 자신의 비중이 높아야만 만족하는 타입이지.’
도미 역할은 아니어도 좋으니 이것저것 다 하는 가자미가 되어야 하는 유형이다.
다재다능한 플레이를 펼치길 선호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 금방 불만을 표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위협받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서 그런 거거든.
‘요키치에게 밀려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럴지도.’
롤 욕심이 강한 선수.
이런 선수를 활용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잘하는 플레이 위주로 펼치게 유도하고, 능력을 벗어난 플레이는 아예 시도할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렇지!”
“나이스 샷! 빅 너크!”
“그래! 이대로 완전히 발라 버리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포효하는 너키치.
오늘 아주 컨디션이 하늘을 찌르는 모양이다.
이런 날은 적극적으로 밀어줘야지.
“이 자식이……!”
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하워드.
1쿼터에 한번 긁혔더니, 이번에도 자신을 향한 도발로 받아들인 모양이네.
정작 너키치는 그런 의도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흐음.”
그럼 불난 데 부채질을 조금 해 볼까.
“마침 드와이트 하워드가 딱 적당한 사냥감이긴 하네요.”
“뭐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너키치.
나는 음흉한 모략을 꾸미는 책사의 얼굴이 되어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하워드는 지금은 한물갔지만, 한때 4대 센터를 넘을 재능이란 소리를 들었잖아요? 한때 그 르브론을 꺾고 올랜도 매직을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린 주역이기도 하고.”
“그렇지.”
“그런 하워드를 멋지게 발라 버리면 사람들 생각이 어떻겠어요?”
“……하워드가 완전 퇴물이 됐구나?”
“아니지. 그게 아니죠.”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갔다.
“세간의 인식은 언제나 과거의 명성에 멈춰 있어요. 댈러스 매버릭스의 노비츠키나, 마이애미 히트의 드웨인 웨이드가 올해 아무리 부진해도 사람들 머릿속에선 여전히 그 시절 노비츠키와 웨이드일 거란 말이죠.”
“그, 그건 그렇지.”
“바꿔 말하면 하워드는 아무리 기량이 꺾여도 여전히 사람들 머릿속에선 올-NBA급 선수일 거란 말입니다. 노비츠키, 웨이드와는 달리 하워드는 아직 그렇게 늙지도 않았잖아요? 기량은 예전 같지 않은데, 인식은 그대로인 선수. 바꿔 말하면…….”
“……바꿔 말하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내 말을 기다리는 너키치.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몸보신하기에 딱 좋은 먹잇감이란 소리죠. UFC에서 젊은 기대주가 타이틀에 도전하기 전에 수문장 역할을 하는 노장들을 잡아먹는 것처럼요. 슬슬 무슨 말인지 알겠죠?”
가서 밟아 버려.
내 눈빛을 이해한 너키치가 콧김을 내뿜는다.
“좋아. 내가 오늘 아주 박살을 내놓지.”
의욕이 활활 타오르는 너키치의 뒷모습.
나는 올스타급 센터니까!라는 무형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다.
잘 풀렸네.
이렇게 경기가 너키치 VS 하워드 구도로 흘러가면 우리에겐 나쁠 게 없다.
너키치가 하워드를 끌어내면 다른 팀원들에게 찬스가 발생할 거고.
하워드가 탐욕을 부릴수록 캠바 워커를 중심으로 한 호네츠의 오펜스는 꼬이게 될 테니까.
[너키치! 숏롤 시도! 하지만 하워드, 킴을 버려 두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너키치의 골밑 진입을 견제합니다! 골밑에서 막혀 버린 상황!]“잡았다, 이놈!”
회심의 미소를 짓는 하워드.
하이포스트에서 진입이 막혀 버린 상황.
보통의 센터는 여기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겠지만.
너키치는 조금 다르다.
“하!”
코웃음을 치며 밖으로 킥아웃 패스를 보내는 너키치.
텅 비어 있는 왼쪽 코너.
그곳에는 제이 크라우더가 손을 내밀며 대기하고 있었다.
[제이 크라우더! 와이드 오픈!]그것도 크라우더의 3점 슛 성공률이 가장 높은 왼쪽 코너다.
크라우더의 이번 시즌 기록이 왼쪽 코너 48%. 오른쪽 코너 41%였던가 그랬지?
‘저건 넣겠지.’
저것도 못 넣으면 오늘 경기에선 더 이상 도울 방법이 없는 거고.
그리고 크라우더는 멋지게 기대에 부응했다.
철썩!
깔끔한 3점을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쥐는 크라우더.
“그래! 바로 그거지!”
“나이스 3점!”
동료들은 그런 크라우더에게 수건을 휘두르며 요란한 응원을 보낸다.
이거 하나로 슬럼프에서 벗어나진 않겠지만…….
모름지기 3&D는 일단 3점이 들어가야 모든 플레이의 영점이 맞춰지는 법이니까.
‘일단 급한 불은 껐나?’
나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이 크라우더, 깔끔하게 3점을 성공시키고 백코트합니다. 다행히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마칠 걱정은 벗었네요.] [오늘은 너키치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는군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패스면 패스! 뭐든 다 할 수 있는 만능열쇠처럼 보이네요!] [참 신기하단 말이죠. 아까 너키치가 벤치 라인업과 뛸 때는 분명 공격의 흐름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뭐가 달라진 걸까요?]“하여간 더럽게 신경 쓸 게 많네, 이거. 내가 이래서 리딩 보는 걸 싫어하는 건데…….”
나는 작게 투덜거리며 백코트했다.
경기는 아직 전반전도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