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70
웰컴 투 NBA 70화
#070. 개막전 (1)
오늘은 블레이저스의 정규시즌 첫 경기가 열리는 18일.
우리는 피닉스 애리조나로 일찌감치 이동해 현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헤이 킴. 이거 봤어?”
“예?”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던 중.
릴라드와 맥컬럼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탁! 내 요가 매트 위에 다소 요란하게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릴라드.
“뭔데요, 이게?”
“한번 봐.”
“….?”
[2017-18 NBA Rookie of the Year – Odds to Win]1. 론조 볼 +300
2. 벤 시몬스 +300
3. 마켈 펄츠 +500
4. 디애런 팍스 +700
5. 시온 킴 +900
6. 조쉬 잭슨 +950
7. 제이슨 테이텀 +1600
8. 도노반 미첼 +2200
신인왕 배당률?
저 양반들은 대낮부터 왜 이상한 걸 들고 와서 저런대.
“론조 볼과 벤 시몬스가 공동 1위. 시온 킴 5위… 프리시즌 평득 6.5점과 11.4점인 녀석들이 공동 1위란 말이지. 이게 맞아?”
분통을 터트리는 맥컬럼.
“안 맞을 건 또 뭐람. 제 순위도 많이 올랐잖아요?”
“그래도 배당률 차이가 너무 크잖아.”
“그 둘은 포인트 가드니까 어시스트까지 감안해야죠. 론조는 2경기밖에 안 뛰었으니 표본이라고 할 것도 못 되고.”
원래 서머리그, 프리시즌이라는 게 그렇다.
아무리 서머리그, 프리시즌에 여포 노릇을 하던 선수라도 정규 시즌에 잘 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거든.
‘서머리그는 신인 위주. 프리시즌은 테스트 위주니까.’
그만큼 변별력이 없다는 거다.
“카일 쿠즈마 18.1점, 말릭 몽크 15.6점, 조쉬 잭슨 14.4점. 프리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다른 신인들도 신인왕 랭킹에는 큰 변화가 없었잖아요? 그만큼 프리시즌의 성적은 신뢰하기 힘든 지표라는 뜻이겠죠.”
내 말에 두 선수가 눈빛을 교환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분하지는 않아?”
“예?”
“아무리 온갖 논리를 들이밀어도, 결국은 네가 거품이라고 말하는 것 아냐.”
“그래. 네가 요즘 무섭게 치고 올라오니까 언론이 한층 더 보수적으로 구는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뭐. 그런 느낌도 없는 건 아니다.
올해 신인 중 프리시즌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나와 카일 쿠즈마.
나는 로터리 픽이긴 하지만 공격력보단 수비력을 높게 평가받던 선수고, 카일 쿠즈마는 원래 2라운드에 지명될 선수가 컴바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막판에 27픽까지 치고 올라온 선수.
‘둘 다 전문가들이 좋아할 만한 신인왕 감은 아니지.’
언론이 원하는 신인왕 구도는 작년 1픽인 벤 시몬스와 올해 2픽인 론조 볼의 대결.
컴패리즌이 무려 르브론 제임스와 매직 존슨인 선수들이니, 설레발을 떨기 좋아하는 기자들이 환장할 만도 하다.
‘둘 다 주전으로 활약할 예정인데다가, 동서부의 빅마켓 팀인 필라델피아 76ers, LA 레이커스 소속이니 그림도 좋고.’
아마 2003년의 르브론 제임스 vs 카멜로 앤서니의 구도를 재현해주길 바라는 게 아닐까.
그런 상황에서 나와 쿠즈마가 대뜸 끼어들었으니.
기자들 입장에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신인왕 레이스의 분위기를 망쳐놓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자꾸 왜 제 심기를 긁으려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있어요? 신인왕이라는 게 제가 원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왜? 루키가 그 정도 패기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흐음.
이제야 이 양반들이 왜 나를 자꾸 긁으려 하는지 알겠다.
“이제 알겠네. 자극 좀 받으라 이거죠?”
“응?”
“신인왕 레이스에 욕심을 좀 내보라는 뜻 같은데, 제가 잘못 알아들은 겁니까?”
“하하. 그렇게 티 났어?”
두 손을 들며 항복 제스처를 취하는 맥컬럼.
릴라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넌 이상할 정도로 자신의 성적에 초탈하더라고. 다른 루키가 지금 너 정도로 잘 나가고 있으면 벌써 콧대가 하늘을 찌를 텐데 말이야.”
“뭐… 한두 경기 정도 잘했다고 급격히 모가지가 뻣뻣해지는 얼간이들이 있긴 하죠.”
“그래! 그게 일반적인 애송이들의 반응이라니까?”
“그런데 제가 그 정도 입지는 아니잖아요? 프리시즌 성적이 잘 나온 것도 감독님이 절 써먹으려고 이것저것 실험해 본 덕이 컸고요.”
그러나 두 사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네가 착각하는 거야.”
“네?”
“안 되는 놈들은 팀에서 아무리 밀어줘도 안 되거든.”
“그래. 팀에서 널 적극적으로 밀어준 건 맞지만, 그걸 100% 받아먹고 소화까지 해낸 건 네 실력이라니까?”
뭐… 그건 그렇긴 하지.
벤 시몬스도 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판을 깔아줬으니 그런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러니까 신인왕 레이스에도 욕심을 좀 내보라고. 우리가 팍팍 밀어줄 테니까.”
둘은 구단이 내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데미안 릴라드는 2013년 신인왕 수상자.
CJ 맥컬럼은 루키 시즌엔 평범했지만, 3년차에 기량이 급격히 늘어 올해의 기량발전상(MIP)의 수상자가 되었다.
그런 두 선수를 연달아 뽑은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 이후 로터리급 신인을 뽑게 되는데 무려 4년이나 걸렸으니.
팬들의 기대치는 거의 하늘을 찌르는 상황.
내가 그 두 선수만큼 해주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신인왕이라…’
나도 아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올해는 워낙 경쟁 상대가 강력할 뿐이지.
이번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는 선수는 필라델피아의 벤 시몬스.
나중에는 먹튀로 전락하지만, 루키 시즌의 벤 시몬스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만년 탱킹 팀이었던 필라델피아를 단숨에 플레이오프로 올려놓았다.
‘작년, 재작년의 신인왕보다 명백히 한 단계는 클래스가 높았지.’
이 시절의 시몬스는 정말로 훗날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해 보였으니까.
2위인 도노반 미첼도 다른 해였으면 충분히 신인왕이 될 성적을 거뒀지만, 여론은 압도적으로 벤 시몬스의 편을 들어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반면 나는 아무리 기대 받는 신인이라곤 해도, 기본적으론 릴맥 듀오의 보좌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입장.
그래가지고서는 신인왕을 노릴 정도의 기회를 나눠 받긴 힘들었다.
‘그래서 큰 기대도 안 하고 있었던 건데…’
하지만 릴라드와 맥컬럼은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내길 원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우승에 도전하려면 누군가는 연봉 이상의 활약을 해줘야 하거든. 다들 받는 연봉만큼만 활약을 하는 팀은 절대 강팀이 될 수 없어.”
“그게 제가 되어야 한다?”
“왜. 너무 부담되는 이야기였나?”
“아뇨. 그럴 리가요.”
팀에서 신인인 날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는데, 주어진 역할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까봐 두려워 제 손으로 푸쉬(push)를 사양하는 녀석이 있다?
그런 프로선수는 아마 종목과 국가를 막론하고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을 거다.
하물며 릴라드와 맥컬럼.
팀의 두 핵심 선수들이 이렇게 기대를 보내고 있는데, 여기서 자신 있게 콜을 외치지 못하는 녀석은 남자도 아니지.
나는 씩 웃으며 릴라드에게 스마트폰을 가볍게 던졌다.
“얼마든지 밀어주십쇼. 주는 대로 받아먹고 쭉쭉 클 테니까.”
***
Oct 18, 2017
Footprint Center, Phoenix, Arizona.
Match Lineup
[Portland Trail Blazers]PG 데미안 릴라드 6-2
SG CJ 맥컬럼 6-3
SF 김시온 6-9
PF 알 파룩 아미누 6-9
C 유서프 너키치 6-11
[Phoenix Suns]PG 에릭 블레드소 6-1
SG 데빈 부커 6-4
SF TJ 워렌 6-8
PF 조쉬 잭슨 6-8
C 타이슨 챈들러 6-11
[Hello, Rip City fans! 드디어 NBA 2017-18 정규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CSN Northwest 채널의 캐스터, 케빈 칼라브로가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해설, 라마 허드입니다.] [오늘 열리는 블레이저스의 개막전은 풋프린트 센터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인데요. Mr. 허드. 오늘 경기에서는 어떤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요?] [두 팀 모두 젊은 팀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신인들의 비중이 높고, 주전 선수들의 연령도 젊은 편이죠. 하지만 선즈는 몇 년째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블레이저스는 작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에 새로운 전력이 더해졌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선즈에서는 에이스 데빈 부커와 새로 합류한 신인, 조쉬 잭슨의 활약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고, 블레이저스에서는 시온 킴이 정규 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주목해야 할 것 같군요. 팀에 새로 합류한 재럿 앨런, 스펜서 딘위디의 활약도 중요할 겁니다.] [그렇군요. 주전 선수들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젊은 재능들이 NBA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NBA 정규시즌 개막전이 전부 전국중계를 타는 것은 아니다.
오늘 열리는 경기만 무려 11경기.
동서부의 시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시간대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블레이저스 같은 스몰마켓 팀의 경기는 대부분 로컬 TV 채널과 NBA.TV에서만 중계되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로컬 채널의 해설자들은 자신의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경우가 많지.’
그런 편파(?) 해설도 팬들이 NBA를 즐기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해설자마다 개성이 강한 것도 매력이고.
‘이 분야는 샬럿 호넷츠의 해설자가 최고 존엄이긴 한데…’
포틀랜드의 경기를 중계하는 CSN 채널의 케빈 칼라브로 역시 시애틀 수퍼소닉스 시절부터 NBA 해설을 맡아 온 연륜 있는 해설자.
중후한 톤으로 차분하게 중계를 진행하다가, 홈 팀의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면 갑자기 텐션이 폭발하는 게 매력인 어르신이었다.
“킴. 뭔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렇게 보여?”
“응. 아침부터 하루 종일 입꼬리가 올라가 있더라.”
경기 시작을 앞두고 짧게 몸을 푸는 동안, 재럿 앨런이 내게 건넨 말이었다.
그래. 솔직히 기분 좋다.
내게 이 정도로 큰 기대를 거는 구단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
유럽에서 나는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외국인 용병 신분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내 색깔을 죽이고, 감독의 주문과 팀 에이스가 선호하는 플레이에 모든 것을 맞춰야만 했지.
내가 카멜레온처럼 다재다능한 유형의 선수로 성장하게 된 것은 어쩌면 그런 환경에서 커리어를 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팀은 날 조각이 아닌, 팀의 세 번째 코어로 키우려 하고 있지.’
– 팀에 맞추려고만 하지 말고, 우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부족한 부분은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
이전 생에서 난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리건에선 핵심 선수였지만, 거긴 포틀랜드와는 조금 사정이 달랐지.
‘그곳에서 난 이미 완성되어 있는 팀에 굴러 들어온 돌멩이 같은 입장이었으니까.’
작년에 8강 진출을 이뤄낸 주전 멤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팀.
그곳에서 난 알트만 감독님의 전술에 내 자신을 맞추며, 선배들의 지분을 조금씩 나눠받아 공존하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론 날 원앤던으로 영입한 알트만 감독님의 결단이 옳았지만, 자칫하면 팀의 케미스트리를 깰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지.’
내가 실력으로 증명하고, 딜런 브룩스가 상당한 희생을 감내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터지지 않은 거였지.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다르다.
오리건 덕스는 이미 완성된 팀이었지만, 블레이저스는 이제 막 완성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팀이니까.
‘원래는 당장 올해부터 릴맥을 코어로 삼아 우승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팀이지만.’
슈퍼팀이 난립하는 지금의 NBA에서 두 명의 코어로는 우승을 노릴 수 없다.
릴맥 듀오는 그 사실을 증명하는 불운한 사례로 남아, 몇 년 뒤 해체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세계선에서 포틀랜드는 신인들을 지명해 1년 더 힘을 축적하는 길을 선택했지.’
두 명의 코어로 당장 윈나우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 번째 코어를 육성하는 길을 선택한 것.
그리고 구단이 세 번째 코어 감으로 선택한 선수가 바로 나였다.
‘내가 사람들의 기대치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건 내가 하기 나름에 달린 문제다.
예전에 농구 팀의 리빌딩 과정을 조각 맞추기 놀이에 비유한 적이 있었지.
‘팀의 색깔은 코어들의 완성된 형태에 맞춰 결정되는 것.’
블레이저스는 이미 릴맥이라는 코어와, 그 코어에 잘 어울리는 너키치라는 조각을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개의 자리.
그렇다면 앞으로 블레이저스가 어떤 모습의 팀으로 완성될지는 내가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에 달려 있었다.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UCLA의 론조 볼.
애리조나의 라우리 마카넨.
캔자스의 조쉬 잭슨을 상대했을 때도 그러했듯이.
난 목표하는 사냥감이 크고 어려운 상대일수록 불타오르는 성격이었다.
‘그렇다면 첫 사냥감으로 조쉬 잭슨만한 상대가 또 있을까.’
나와 신체조건, 스킬셋, 컴패리즌이 전부 유사하지만.
슈퍼스타만이 지녔다는 ‘보이지 않은 무언가’를 지녔다는 이유로 4픽에 지명된 선수.
그런 선수를 잡아내는 것 이상으로 확실한 출사표를 남길 방법이 있을까.
“헤이. 조쉬. 또 만났네?”
“…..”
이번에는 아예 날 상대하지 않기로 했는지, 말을 씹고 돌아서는 조쉬 잭슨.
저렇게 나오면 서운한데.
난 슬슬 저 녀석한테 정이 들 지경이거든.
‘NCAA 시절부터 치면 벌써 세 번이나 맞붙게 되는 건가?’
하긴, 지금까진 내가 2전 2승이었으니.
녀석 입장에선 학을 뗄 만도 하지.
“헤이. 개막전이라고 해서 너무 긴장하지 마. 한두 경기 정도 망쳐도 우린 아직 앞길이 창창하잖아?”
“…닥쳐.”
참 타격감이 좋은 친구라니까.
성격이 다혈질이라 그런지, 살짝만 긁어줘도 이렇게 좋은 리액션이 나온다.
탁! 점프볼을 따내는 너키치.
공을 넘겨받은 릴라드가 내게 눈짓하며 천천히 하프라인을 넘었다.
[경기 시작합니다. 선공권을 따낸 것은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아아아!”
“Let’s go Suns!”
“디펜스! 디펜스! 디펜스!”
18000여 명의 관객들이 개막전을 맞아 선즈를 응원하러 모인 현장.
아무리 올해도 최하위권이 유력한 탱킹 팀이라곤 해도, 팬들은 매 시즌 개막전만큼은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17-18시즌 개막전의 첫 포제션. 첫 공격은 역시 데미안 릴라드가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피닉스의 선수들 또한 홈 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건 피하고 싶은 입장.
선수들은 몸을 낮추고 데미안 릴라드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하지만 릴라드는 하프라인을 넘자마자 엘보우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건넸다.
“헤이.”
탁! 내 손에 쥐어지는 농구공.
날 마크하던 조쉬 잭슨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설마 루키가 첫 포제션부터 공격을 주도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아앗? 이건 설마… 개막전 첫 포제션부터 1대1인가요?] [이건 또 진귀한 장면이 나오네요. 두 팀의 미래를 상징하는 두 루키가 엘보우에서 대치 상황에 들어갑니다.]바짝 긴장한 얼굴로 자세를 낮추는 잭슨.
녀석에겐 오늘 데뷔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날일 테지.
‘미안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스윽.
탑으로 물러나 내게 공간을 확보해 주던 너키치가 두 손을 모아 스크린을 서고.
얌전히 서 있던 릴라드가 기습적인 컷인을 시도했다.
[아앗! 스크린을 받고 안으로 침투하는 릴라드!] [역시 페이크였습니다. 릴라드가 오프볼을 펼치고 킴이 패스를 뿌리는 전략인가요?]“젠장!”
부리나케 릴라드를 따라가는 에릭 블레드소.
조쉬 잭슨의 시선 역시 릴라드를 향하는 패스 루트를 향했다.
그런데 말이지.
‘그건 너무 뻔하지 않아?’
나는 안으로 찔러주는 포켓 패스를 뿌리…는 시늉을 하다가.
그대로 미드레인지 점퍼를 올라갔다.
“?!”
“What?!”
모두가 내가 릴라드에게 패스를 뿌릴 거라고 믿었던 상황.
조쉬 잭슨도 황급히 앞으로 몸을 날려 컨테스트를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
철썩!
[들어갑니다! 미들 점퍼로 경기 시작부터 2점을 적립하는 시온 킴! 경기가 시작되고 15초만에 데뷔전 첫 득점을 기록합니다!] [하하하. 에이스인 릴라드를 대놓고 미끼로 써먹었어요. 물론 사전에 약속되어 있는 플레이였겠지만, 참 대단한 배짱입니다.]“하핫.”
이거 시작이 좋은데.
릴라드와 맥컬럼이 다가와 차례로 등을 두들겼다.
“데뷔전 첫 플레이부터 날 미끼로 써먹는 루키라니…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순간 나까지 속았다. 이놈아.”
“엥? 제가 볼을 쥐면 첫 플레이는 이렇게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그래. 그건 맞는데…”
혀를 내두르는 릴라드.
맥컬럼 역시 뜨악한 얼굴이 되어 날 바라보고 있었다.
“흐흐.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적극적으로 밀어줘 봐요. 오늘 슛감도 좋은 것 같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모든 스포츠에서 선수의 기량은 20대 중반쯤 성장이 완전히 끝나고, 그 뒤로는 경험만이 쌓일 뿐이라고 하던가?
첫 번째 삶에서 축적된 경험이 재능에 더해지고.
누구에게나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귀중한 유소년기를 두 번이나 거치며.
나는 이미 타고난 재능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지금이 내 잠재력의 최대치일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던가?
그러면 일단 눈앞의 조쉬 잭슨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조쉬 잭슨을 잡고, 론조 볼을 잡고, 최종적으로는 벤 시몬스를 잡는다.’
그렇게 신인왕이란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아시아에선 오직 야오밍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올스타와 All-NBA도 차츰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겠지.
‘그렇게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다 보면…’
또 누가 알겠어?
선수에게 허락된 가장 드높은 영광.
MVP도 더 이상 막연한 꿈만은 아니게 될지도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
조쉬 잭슨.
오늘은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