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185
62. 포식
휴식.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에서 1주일 넘게 휴식을 취했다.
엄마나 할아버지를 포함해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는 300명의 식솔들 때문이기도 했고 나도 휴식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고작 4개월이었다.
4년간 갇혔던 경험에 비하면 조족지혈.
하지만 4년간 갇혔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만 자면서 보냈다.
좀 움직일라치면 금세 잠이 쏟아졌으니까.
그래서 4년이라지만 체감이 확실히 되지 않았다.
반면에 이번에는 고작 4개월이었지만 샤만코에 대한 걱정과 작은 두더지라지만 결국 몬스터를 집어 삼켰다는 사실 때문에 육체는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피곤했다.
그래서 주변에서의 집에서 좀 쉬라는 요청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나도 확실히 휴식이 필요했으니까.
그때 엄마가 다가오며 물었다.
“오늘은 뭐해줄까?”
“나는 고기면 다 돼.”
“어제는 돼지고기, 엊그제는 소고기를 그렇게 먹었는데 또?”
“응.”
“후. 야채도 골고루 먹어야 하는데… 바리움이 뭔지 참. 알았어. 그럼 오늘은 질리지 않게 닭고기로 차려줄게.”
“난 무조건 많이!”
“알았어.”
전에는 휴식이라고 해봤자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호텔 같은 곳의 방을 구해서.
물론 그때는 그것으로도 충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내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고 때마다 밥도 거하게 차려졌다.
거기에 내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보금자리 주변을 나름대로 철통같이 지키는 모습도 색다르게 다가왔고.
“이런 휴식도 나쁘지 않네.”
혼자 낮게 되뇌며 햇볕을 온몸으로 쬐며 축 늘어졌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럴 예정이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방문자가 아니라면.
“그래. 너도 분명 당황스럽겠지.”
그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샤만코의 욕심쟁이 룰렛판이 파괴로 치닫던 과정. 그리고 회복.
거기에 뜬금없이 던전 클리어.
“모두 던전 두더지야. 그것밖에는 없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곳에는 나와 던전 두더지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2명의 주연 중에 나는 아무것도 안했으니까.
“그나저나 네놈도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예기치 않았던 상황이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등장하는 것이고.”
적.
서로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적이다.
그런데 저렇게 홀로 내 보금자리로 들어선 것을 보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일 것이다.
던전 제작자에게도.
“마나 변환 – 파이어 , 전사의 용맹한 정신, 늑대의 포효.”
[3레벨의 마나 변환 파이어를…] [전사의 용맹한 정신 1레벨이…] [늑대의 포효를 사용하…]미리 준비를 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생명력 약탈자까지 꺼내서 한쪽에 세워 놨다.
“심판자의 철퇴.”
심판자의 철퇴까지 사용하며.
“아.”
그리고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템이 스쳐지나갔다.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포식 1회 사용 주문서를.
“흠. 대상 한정이고 딱 1장이란 말이지.”
한 달 전 그때 딱 한번 나오고 그 뒤로는 전부 잔여 스탯포인트 3개에 룰렛이 멈췄다.
“그래. 사용해봐야지. 네놈의 초대에 응하고 거기서 얻은 건데.”
아끼다 똥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던전 제작자 정도라면 충분히 사용할만하다고 판단됐고.
포식 1회 사용 주문서를 그대로 찢었다.
[포식 1회 사용이 가능합니다.-포식이 가능한 대상만 포식이 가능합니다.
-포식을 하고 24시간동안 포식한 대상의 능력을 사용 가능합니다.
-24시간이 지나면 포식을 당한 대상은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24시간 안에 포식을 하지 않으면 주문서의 효력은 그대로 사라집니다.]
“응?”
내가 알던 포식이 아니다.
더욱이 포식의 군주가 사용했던 포식도 이런 것이 아니다.
이건 마치.
“빙의 그런 것 같잖아?”
상대방의 능력을 잠시 빌려오는 것.
“물론 포식의 군주의 포식에 이은 추출도 결국 능력을 잠시 빌려오는 거긴 했지. 돌려주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그런데 이건 조금 그런데.”
뭔가 확실히 애매했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24시간만 포식한 대상의 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하지만 더 길게 생각하지 못했다.
근처까지 다가온 던전 제작자 덕분에.
“안녕. 오랜만이야.”
느긋하게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정원 한쪽에 순간적으로 나타난 던전 제작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던전 제작자도 내 반응에 당연하다는 듯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경비가 시원찮던데?”
“뭐. 이해해 달라고. 부족한 능력임에도 나 하나 지키겠다고 저렇게 열심이니까.”
말하면서 옆의 테이블에 놓인 사탕 바구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바로 바나나 사탕을.
그곳에서 바나나 사탕 노래를 부르던 던전 두더지 때문에 궁금했다.
정말 맛있는지.
그런데 한번 먹어보니까 달짝지근한 것이 먹을 만했다.
전혀 의도적이지 않은 그냥 단순한 행동.
하지만 나의 그 행동에 던전 제작자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원상태로 복구되는 것이 보였다.
찰나였지만.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지. 우리가 서로 웃으면서 마주할 사이는 아니잖아. 내가 빚진 것이 있고.”
“빚이라…”
“응. 정말 즐겁고 만족스러운 파티였어. 그런 파티에 초대해줘서 고마웠고. 더욱이 그냥 보내기 아쉽다고 8등급 아이템에 2억5천만 골덴링까지 손에 쥐어주고 보내줬잖아. 나도 염치란 게 있는 사람인데 그런 파티에 초대해준 빚은 갚아야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는 이지원의 모습을 보며 직감했다.
너무 차분한 모습.
그리고 바나나 사탕.
‘던전 두더지가 이지원 손아귀에 있구나!’
물론 당연했다.
귀속이 해제된 상황.
즉, 던전 두더지의 소유권은 이지원에게 넘어갔다.
그 증거로 더 이상 소환은커녕 교감 자체도 안 되고.
‘그런데 어떻게 던전 두더지가 바나나 사탕을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카즈나리 자신도 던전 두더지가 바나나 사탕을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안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도 우연찮게.
항상 하는 말이라고는 뀨! 뀨! 인데 알 턱이 없었다.
하여튼 카즈나리는 이곳에 오기 전 결심한대로 갖고 있는 모든 패를 꺼내리고 마음먹었다.
던전 두더지를 다시 확보해야만 자신의 전용 스킬이 빛을 볼 수 있으니.
옆의 생명력 약탈자를 들고 곧바로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 생각 하는듯한 던전 제작자에게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어쨌든 궁금하니까.
왜 왔는지부터 직접 나를 제작 던전에 가둔 당사자로 뭔가 더 알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하고.
그리고 이미 제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온 상황.
절대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때 던전 제작자의 입이 열렸다.
“좋아. 시답잖은 이야기는 때려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
던전 제작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던전 두더지를 돌려줘라.”
와그작. 와그작.
순간 ‘웬 던전 두더지?’ 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말을 하기 위해 살짝 벌린 입을 자연스럽게 바나나 사탕을 깨트리기 위한 행동인양 바꿨다.
나 스스로 칭찬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내가 왜?”
그리고 뻔뻔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 그냥 돌려 달라는 것은 아니다. 내 모든 것을 주겠다.”
“모든 것?”
“그렇다. 내 모든 것. 9등급 아이템 1개와 14억 6300만 골덴링 그 외 그동안 내가 모은 자잘한 모든 것들도.”
순간 혹했다.
골덴링은 그렇다 쳐도 9등급 아이템이라니.
물론 던전 두더지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나도 그날 뭐에 홀린 듯이 집어 삼킨 이후로 구경조차 못했으니까.
하지만 던전 제작자는 던전 두더지가 나에게 있는 것으로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뭔 헛소리야. 나한테 없는데.’라고 말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그동안 먹은 짬밥이 얼만데.
“흐음…”
마치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좋아.”
던전 제작자에게 빚을 갚을 것이다.
신리움인 그에게 사망 페널티를 안김으로써.
하지만 거기에 9등급 아이템까지 뺏어낼 기회가 주어졌다.
당연히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다.
“대신 먼저 받아야겠어.”
혹시나 던전 두더지를 보여 달라거나 동시에 교환하자는 말을 할까봐 먼저 선수를 쳤다.
내 수중에 던전 두더지가 있다고 확신하는 던전 제작자니까.
“훗.”
내 말에 던전 제작자가 엷게 웃었다.
“이지원 너는 나를 믿나? 나는 이지원 너를 믿지 않는다.”
“쯧. 그럼 어쩌자는 거지?”
내 말에 던전 제작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트롤 마켓에서 구한 계약서다.”
던전 제작자의 행동에 얼굴 표정을 구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곧 던전 제작자가 계약서를 찢자 계약서가 밝게 빛나며 사라졌다.
허공에 글을 수놓으며.
“나 카즈나리는 선언한다. 이지원이 던전 두더지의 소유를 포기하고 나 카즈나리에게 돌려준다면 9등급 아이템과 14억 6300만 골덴링 그리고 내가 보유한 모든 것을 양도하기로. 물론 지금 당장.”
던전 제작자가 말을 할 때마다 허공에 글이 새겨졌다.
“이지원 이제 너는 수락만 하면 된다.”
“흠. 꽤 비싸지 않나?”
트롤마켓에 파는 계약서.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지만 굉장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3억 5000만 골덴링.”
“허. 아주 부자였군. 차라리 그 돈을 나에게 주지.”
“어차피 곧 9등급 아이템과 14억 6300만 골덴링을 가지게 될 것 아닌가?”
“그렇지.”
던전 두더지가 나에게 있다면.
뒤에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조용히 손을 들어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를 겨누었다.
그리고 말했다.
“포식.”
[포식이 불가능한 대상입니다.]“뭐… 뭔짓거리냐?”
내 행동에 카즈나리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
하지만 나도 아쉬웠다.
포식도 안 되고 14억 6300만 골덴링은 그렇다 쳐도 9등급 아이템이 물 건너갔으니.
계약서에 싸인을 하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이 5배로 알고 있다.
그게 바로 트롤 마켓에서 3억 5000만 골덴링에 계약서를 파는 이유다.
“서… 설마!”
뜸 들이는 내 행동에 카즈나리의 표정이 바뀌었다.
“네놈에게 던전 두더지가 없구나!”
“그래. 나도 정말 아쉬워.”
경악하며 말하는 카즈나리에게 정말 아쉽다는 듯이 말하며 옆의 생명력 약탈자를 꽉 쥐고서 달려들었다.
죽이기 위해서.
당연히 욕심이 났다.
무려 9등급 아이템이다.
어떻게든 갖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무턱대로 있지도 않은 던전 두더지를 돌려주기로 계약서에 싸인을 할 수 없다.
특히 카즈나리도 계약서에 작성했다.
지금 당장이라는 표현을.
만약 카즈나리가 멍청해서 ‘지금 당장’ 이라는 내용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수락을 했을 것이다.
언제까지 돌려준다는 내용이 없으니까.
하지만 카즈나리도 철저히 준비를 하고 왔기에 그럴 틈도 보이지 않았다.
욕심을 낼 수 없다면?
포기하면 된다.
9등급 아이템의 위용이 엄청나긴 하지만 나는 이지원이다.
9등급에는 못 미치지만 8등급 이상의 아이템으로 거의 도배를 한.
간간히 10등급도.
절절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빚을 갚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도 충분하니까.
“이지원 이 개자식! 내 던전 두더지를 어떻게 했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차마 먹었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랑할 거리는 아니니까.
“제기랄! 이동!”
“블링크1.”
잠깐이지만 붙어 본적이 있기에 카즈나리가 이동을 쓰자마자 블링크1을 사용했다.
녀석이 나타나는 그곳으로.
“연속 이동!”
“블링크2.”
연속 이동을 사용하는 모습에 속으로 욕지기지 튀어 나왔다.
블링크2로 카즈나리를 연속으로 쫓긴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니까.
하지만 녀석도 연속 이동이 마지막인 듯 그것을 사용하자마자 더 이상 사라지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동이나 연속 이동이 없이 직접 몸으로 움직인다면?
덜미를 잡을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재빠르다고 자부하니까.
특히 늑대의 포효로 인해 민첩이 20%나 증가한 지금은 더욱더.
쾅!
“크헉!”
그대로 생명력 약탈자를 내질렀고 거대한 철퇴에 카즈나리가 짓눌려 바닥에 파였다.
죽지 않은 채.
“호오.”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고 한방에 죽지 않은 첫 상대.
어째서 자신이 5대제의 일원인지를 증명하는 모습.
하지만 그게 다다.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최선인.
“제…기랄.”
욕설을 내뱉는 카즈나리 옆으로 다가섰다.
“이지원 이 개자식!”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먼저 나에게 공격을 시도한 것은 너잖아.”
카즈나리라는 이름도 몰랐다.
특히 회귀 전에는 분명 7대제의 일원이었지만 피의 군주나 포식의 군주처럼 엄청난 악명을 쏟아내지도 않았고.
“이 치욕은 절대 잊지 않으마.”
“어. 잊지 마. 평생 괴로워하라고.”
바닥에 쓰러진 카즈나리를 향해 생명력 약탈자를 그대로 내질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가 누구든 적이라면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한다.
특히 엄청난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신리움이라면 더.
그렇게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며 사라지는 카즈나리를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와당탕탕!
“도련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제야 경비를 서던 인물부터 집 주변을 서성이던 식솔들이 정원으로 한데 모였다.
“별일 아닙니다. 웬 날파리가 윙윙 거려서 정리 좀 했습니다.”
피의 군주와 포식의 군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7대제의 일원이었던 던전 제작자 카즈나리를 날파리라 칭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날파리는 정리했으니 모두 볼일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정원 한쪽에 크게 파인 구멍이 보였지만 아무도 그것에 의문 삼지 않았다.
다시 푹신한 의자에 가서 편안히 앉았다.
“그럼 도대체 던전 두더지는 어디로 간 거지?”
분명 먹었다.
“그리고 던전 두더지에 대한 소유를 포기? 나한테?”
원 주인인 카즈나리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뜻은 카즈나리도 잃었다는 것이다.
던전 두더지에 대한 소유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없다.
“허… 참.”
미스터리.
5대제의 일원인 카즈나리를 그렇게 처리했지만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휴식을 취했다.
쏟아지는 햇볕을 쬐며.
[바나나 사탕이 제일 좋아.]뀨! 뀨!
하도 던전 두더지를 생각해서인지 마치 던전 두더지 소리가 들린 것 같다는 생각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