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272
86. 나들이.
82번 구역에 발을 내딛자마자 소유권을 차지했다는 메시지.
이 메시지가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빈 구역.
“허. 죄다 도망쳤다고?”
물론 무혈입성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어쨌든 적은 또 하나의 구역을 잃음으로써 상점 판매가가 전부 5% 증가하는 페널티를 또 안게 될 테니까.
그리고 나에게도 후하게 인심을 쓸 기회도.
“콜. 즐로바. 양기태.”
“…….”
“도련님 여기는?”
“82번 구역입니다. 메시지는 울렸겠죠?”
그래도 경험이 있다고 태연자약한 즐로바에 비해 식솔 중의 한명이자 텔레포트 마법사인 양기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82번 구역을 차지했다고 24시간 유지하면…”
“네. 보상이 주어질 겁니다. 그리고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은 없으니까요.”
“아…”
그제야 안도의 표정을 짓는 양기태를 뒤로 하고 즐로바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즐로바가 입을 열었다.
“2000만 골덴링을 돌릴 생각인거냐?”
“호오. 딱 알아 맞혔네.”
“파괴됐던 79번 구역 안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2000만 골덴링씩 받은 이가 한두 명이 아니니까. 그리고 황제파에서도 그걸 숨기지 않았고.”
“맞아. 그래서 특별히 너를 부른 거야. 2000만 골덴링 받아가라고.”
“그런 말은 이미 하나의 구역을 파괴하기 전에 해야 진정성이 있는 것 아닌가?”
뜨금.
즐로바의 명치를 파고드는 말에 순간 움찔했다.
“그… 그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너 81번 구역에 적이 몇 명이었는지 알아? 30만 명이 넘게 있었다고! 너 같은 신리움도 2명이었고. 완전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그렇다고 해두지.”
“아니, 진짜라고!”
즐로바는 이지원의 변명 아닌 변명에 이야기를 더 끌고 가지 않았다.
최대한 티는 안냈지만 경악해서.
왜냐하면 결국 혼자 그 2명의 신리움과 30만 명이 지키고 있는 81번 구역에 쳐들어가 그곳을 파괴시켰다는 이야기니까.
“진짜라고! 얼마나 치열했는데. 네가 30만 명을 혼자 상대해봤어? 더군다나 적들도 81번 구역은 최전방이라 죄다 한가락 하는 놈들이었다고.”
“…….”
즐로바는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궁색한 변명이라면 말꼬리를 잡아 늘어질 텐데 굉장히 어려운 일을 마치 주머니 속에서 물건 꺼내듯 말하는 이지원이기에.
즐로바의 명치를 가격하는 말을 얼버무리고 소통의 고리를 꺼냈다.
그리고 35번 구역의 황제파의 본거지에 연락을 취했다.
“네.”
“이지원입니다.”
“앗! 네!”
내 이름을 밝히자 바짝 긴장한 목소리가 소통의 고리로 흘러나왔다.
“지금 제가 적의 82번 구역을 차지한 상황입니다. 파괴까지 약 24시간이 남았고요. 그런데 때마침 이곳에 텔레포트 마법사가 있기에 임시 텔레포트 존을 만들 생각입니다.”
“서… 설마?”
“네. 텔레포트 존으로 가능한 많은 인원이 이곳으로 넘어와 2000만 골덴링을 획득하게끔 할 생각입니다.”
“헉! 알겠습니다. 곧바로 보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어쨌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인심을 쓸 기회.
그래서 기왕 하는 것 크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 알게.
소통의 고리를 인벤토리에 넣고 양기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도 내 통화를 듣고 있었기에 내 시선을 받자마자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저만 믿으세요.”
“네.”
곧바로 양기태가 분주히 움직였다.
임시 텔레포트 존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더군다나 혼자서.
그렇게 양기태가 임시 텔레포트 존을 30분에 걸쳐 완성을 시켰고 저쪽에서 몇 명의 텔레포트 마법사가 넘어왔다.
그리고 넘어온 텔레포트 마법사들도 임시 텔레포트 존을 여러 군데 설치했다.
그렇게 점차 많은 인원들이 그 텔레포트 존을 이용해 넘어 오기 시작했다.
수백 명, 수천 명 그리고 수만 명이.
당연히 그 중에는 엄마와 할아버지 그리고 내 식솔들 전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0만 골덴링을 공짜로 얻을 기회는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내 주위로 황제파의 수뇌부들이 차례대로 모여들었다.
“이지원님 감사합니다.”
“지원군 정말 대단하네. 81번 구역에 이어 82번 구역까지.”
“맞습니다.”
모두들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100점짜리 답변.
물론 81번 구역에서 혼자 하나의 구역을 파괴시켰다고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졌다면 82번 구역도 나 혼자 차지했을 것이다.
그럴 계획이었고.
하지만 81번 구역을 혼자 파괴함으로 알게 됐다.
성을 파괴하는 것 자체에는 적에게 5%의 상점 판매가 상승을 제외하고 개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보잘것없다는 것을.
적.
수많은 적을 처리해야 보상이 컸다.
그런데 단 한명의 적도 없는 82번 구역.
그래서 후한 인심이라도 얻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렇게 악착같이 1명이라도 더 82번 구역으로 이동시켰다.
당연히 텔레포트 존을 운용하는 마법사들이.
그래서 가능했다.
24시간이 지나 82번 구역이 파괴되기 전까지 총 41만 명을 이동시키는 것이.
[적에게 소유권을 빼앗긴 82번 구역은 영구히 소멸합니다.-소유 구역 중 하나를 잃은 1512번 행성에 추가적인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 82번 구역을 손실했기에 쿠르트 행성이 차지한 상점 판매가가 일률적으로 5% 증가합니다. (잡화,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 스킬 등 모든 상점)]
“와아아아!”
“이것으로 3개째다!”
“적들은 벌써 우리보다 15% 비싼 가격에 아이템을 사야 한다고!”
“이지원님 만세!”
“만세!”
순간 82번 구역이 파괴되면서 울린 메시지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물론 각자 주어지는 보상에 환호하는 함성도.
“와! 나 2000만 골덴링 받았어!”
“나도!”
“와. 심판자의 대륙에 오고서 이렇게 많은 골덴링을 획득한 것이 얼마만이야.”
그리고 그때 나에게도 메시지가 울렸다.
[기여도 1점을 획득했습니다.-하나의 구역을 파괴하여 기본적인 보너스 2000만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1점의 기여도 획득으로 10골덴링을 획득하였습니다.]
1점의 기여도.
그로인한 10골덴링의 획득.
짜도 너무 짰다.
하지만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나 때문에 2000만 골덴링을 획득했다고 내 이름을 연호하는 자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이지원!”
“이지원!”
땅이 들썩일 정도의 외침.
그래서 두 팔을 들어 올려 그들의 환호에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향한 연호가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그나저나 복귀는?”
“걸어서 가죠. 텔레포트 마법사들도 1분 1초를 쉬지 않고 24시간 일하다보니 너무 지친 것 같고요.”
슬쩍 텔레포트 존을 운용했던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같이 기진맥진한 모습들.
하긴 그럴만했다.
1명이라도 더 82번 구역으로 부르기 위해서 악착같이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기에.
그래서 천천히 복귀를 했다.
여유만만하게.
왜냐하면 41만 명이나 뭉쳐있기도 했거니와 그 안에 나도 있으니까.
보름 뒤.
82번 구역을 출발해서 3번 구역에 도착하는데 보름이 걸렸다.
그리고 도착 후 엄마와 할아버지 그리고 식솔들을 데리고 35번 구역으로 이동했다.
대대적인 공격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날 저녁에 몇 명의 사람이 내 집에 방문했다.
바로 송대철 회장을 비롯한 황제파 9개 길드의 수장들이.
“무슨 일로?”
“이것을 받게나.”
가장 앞에 서있는 송대철 회장이 다짜고짜 건네는 물건을 받았다.
그리고 받자마자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골덴링.
그것도 상당한 액수의.
“이번 82번 구역에서 우리 황제파가 획득한 골덴링은 전부 지원군 자네 덕분일세.”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어차피 빈 곳이었습니다.”
“그곳을 빈곳으로 만든 것이 바로 자네 아닌가. 81번 구역에서의 활약으로.”
“…….”
확실히 82번 구역이 비워진 이유는 그것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모아 왔다네. 100억 골덴링을. 물론 자네의 노고에 비하면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긴 하지만 자네가 좋게 넘어갔으면 좋겠네.”
“아닙니다. 이정도면 어마어마한 금액인걸요.”
물론 내덕에 2000만 골덴링씩 얻은 자들이 41만 명이다.
그걸 금액으로 환산해도 어마어마한 양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00만 골덴링 중에 개인당 100만 골덴링만 수고비로 받는다 해도 계산이 불가능한 수준.
그래서 만약에 오늘 개인당 얻은 2000만 골덴링을 선빈이나 신화, 라비 혹은 늑대 인간 일족 등에서 자신의 길드원들에게 100만 골덴링만 수금해도 당장에 내가 보유한 스탯포인트 이상인 자를 육성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금액.
그리고 그게 가능했다면 황제파를 82번 구역에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대의나 후한 인심보다 내 욕심이 더 크니까.
하지만 하나의 구역을 파괴하고 그 구역 안에 있음으로써 받은 2000만 골덴링은 교환도 거래도 불가능하다.
그 골덴링으로 산 아이템마저도.
물론 적을 처리함으로써 얻은 골덴링은 당연히 교환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획득한 돈을 길드 수뇌부가 함부로 일정한 양을 수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목숨을 담보로 벌었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싸워 골덴링을 번 자들이 각 길드의 동량이자 정예들이기도 했고.
그런 자들에게 지원은커녕 뺏는다는 것은 스스로 길드를 운영할 마음이 없다는 뜻.
그래서 이미 쪼개져 해체된 길드도 상당수 존재했다.
쥐꼬리만 한 골덴링밖에 주지 않는 던전 사냥으로 획득한 골덴링과 목숨 걸고 싸워 획득한 골덴링을 지구처럼 수금하려 한 길드들은 대부분.
더욱이 이제는 지구처럼 각 길드들이 경쟁상대가 아니다.
이곳 심판자의 대륙은 모두의 생존을 담보로 한 팀 게임.
그것 모르는 멍청이들은 없었다.
그래서 길드간 왕래가 활발해졌다.
그 와중에 황제파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하여튼 그런 면에서 이렇게 가져온 100억 골덴링은 절대 낮은 금액이 아니다.
그게 9개 길드가 합쳐서 가져온 것이라 해도.
그렇게 그날 저녁은 황제파 소속의 9개 길드의 수뇌부와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3일 후.
집에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35번 구역 황제파 총본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긴급회의에 참석해달라고.
꽤나 다급한 목소리에 곧바로 이동했다.
그리고 회의실에 들어서자 이미 상당수의 참모들과 각 길드의 수뇌부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진 상황.
곧바로 상석에 위치한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지근거리에 앉아있던 아부다비 길드의 길드장 바덴 알 나얀이 입을 열었다.
“우리처럼 저쪽 쿠르트 행성에서도 엄청난 병력이 이곳을 향해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네. 그것도 200만 명 이상의 인원이요.”
“허. 앙헬을 총대장으로 100만 명이 온 것이 몇 달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200만 명 이상이라… 역시 숫자 차이는 무시할 수 없네요.”
지구와 쿠르트 행성 간의 총 인원이 두 배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두 배라 볼 정도로 차이가 컸다.
그래서 또 200만 명을 이끌고 온다는 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200만 명이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테니까.
물론 자신은 있었다.
한편으로는 레벨업과 수많은 골덴링을 얻을 생각에 들뜨기도 했고.
왜냐하면 10등급으로 올라선 생명력 약탈자와 새로운 광역 스킬들 그리고 앙헬을 상대할 때보다 엄청나게 증가한 스탯포인트가 존재했다.
이미 한번 실험을 통해 그 위력을 확인도 했고.
“그런데 이번 공격은 다릅니다.”
“다르다뇨?”
“이번 공격의 주체가 쿠르트 행성의 가장 강한 세력이라고 하더군요.”
“오호.”
“더욱이 직접 끌고 온다고 합니다. 신리움 랭킹 1위이자 시간의 지배자라 불리는 클라우디아가 직접요.”
“시간의 지배자라… 뭔가 좀 섬뜩하네요.”
시간.
딱 들어도 뭔가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능력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네. 그래서 지노시스 정보 길드와 함께 다방면으로 적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움직였지만 시간의 지배자라는 호칭 외에는 별다른 것을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더욱이 연패를 거듭한 적인지라 보안도 철저했고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쿠르트 행성 내에 차지하는 위상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핏 이런 이야기가 돌더군요. 그의 앞에서 100만, 1000만의 병력도 무용지물이라고요.”
“그런 강자라면 왜 여태껏 조용했는지 의문이네요. 거듭된 연패도 연패지만 쿠르트 행성 내의 3개의 구역이 파괴당할 동안요.”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끝판왕이 등장했고 어쩌면 다음번 전투가 이곳 심판자의 대륙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대결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끝판왕의 등장이라는 아부다비 길드장의 말.
그렇다면 생각보다 이른 등장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심판자의 대륙에 진입한지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기에.
그리고 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어마어마하게 강해졌고.
그래서 아쉬웠다.
조금 더 늦게 등장했으면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늦게 오라고 할 수도 없기에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의 지배자라는 호칭을 곱씹으며.
그리고 그때 메신저 길드의 길드장인 빅터 루카스가 자리에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다 모인 것 같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적의 정찰에 큰 도움을 준 지노시스 정보 길드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별말씀을요. 우리는 한 배를 탄 동지 아니겠습니까.”
지노시스 정보 길드의 수장인 알파의 말을 끝으로 메신저 길드의 길드장인 빅터 루카스의 주도로 적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아주 진지하게.
왜냐하면 내가 봐도 이번 싸움이 이곳 심판자의 대륙에서의 승패의 향방을 결정지을 그런 싸움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