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75
26. 이집트로.
15명의 힐러들로만 구성된 파티의 이야기가 자동으로 들려왔다. 그 15명도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기에 남이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긴 힐러 파티에게 언데드 몬스터는 최고의 사냥터지.’
언데드 몬스터는 의외로 기피되는 몬스터다. 하지만 파이어 계열 마법사와 힐러 계열에게는 최고의 몬스터다.
가뜩이나 레벨이 느린 힐러에게 자신의 주 스킬이 공격 스킬로 변모되는 언데드는 가장 사랑하는 몬스터 일 수밖에 없다.
15명의 힐러로 구성된 파티의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 이야기를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 순간적으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쿠푸왕의 숨겨진 던전!’
북한산 던전이나 설악산 던전을 포함해 국내의 5개의 던전과 일본의 후지 산 던전같이 항상 존재하는 일반 던전이 있는 반면 일명 숨겨진 던전이라 불리는 기간제 던전이 있다.
숨겨진 던전이나 일반 던전이나 던전의 특성은 모두 같다.
경험치도 일반 필드 몬스터의 2배이고 아이템 드랍률도 높다. 다 똑같다. 하지만 다른 점이 딱 2가지다.
첫째, 일반 던전은 항상 존재한다. 다만 숨겨진 던전은 공개가 되면 오픈되는 기간이 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리고 두 번째 다른 점은 바로 던전 가호를 갖고 있어도 숨겨진 던전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회귀 전에 숨겨진 던전에 입장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와는 절대 인연이 없다고 평생을 생각해왔기에.
‘참… 회귀 전에는 뭘 해본 적이 너무 없잖아.’
자세하게 기억 하고 있지도 않다. 그냥 우연찮게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옆에 숨겨진 던전이 있더라. 딱 이게 전부다. 다만 이 소문을 들은 게 꽤나 늦은 시기였으니 지금쯤이면 절대 누군가가 발견을 하지 못했을 거다.
‘가볼까?’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그냥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 옆에 있었다. 이게 전부다. 그래서 정작 가본다 하더라도 숨겨진 던전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자! 그럼 일어나시죠. 곧 이집트 카이로행 비행기 시간도 다 됐네요.”
“네.”
“연락처는 미리 다 나누셨죠? 미리 연락처를 나눠 두시면 차후에 또 이번과 같은 사냥 모임을 결성할 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받았습니다.”
“그럼 가시죠.”
숨겨진 던전에 고민을 할 찰나에 15명의 힐러 파티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도 결정을 내렸다.
‘가보자!’
찾을지 못 찾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가서 시도는 해보고 싶다. 숨겨진 던전을 찾지 못해 며칠을 허무하게 날리더라도 큰 손해라 여기지지 않았다.
15명의 힐러 파티를 따라서 이동했다. 인천 국제공항으로.
‘아직 메신저 길드는 태동 전인가?’
회귀 전에 잘 나가는 길드 중에 하나였던 메신저 길드가 있었다. 주 업종은 텔레포트 운용.
거대 도시마다 지점과 직원을 두고 골덴링을 받고 세계 각지의 지점으로 텔레포트를 시켜줬다. 처음에는 11개의 거대 도시에 지점을 만들고 텔레포트 사업을 시작했고 차후 확장을 거듭해 47개의 지점을 운용했다.
메신저 길드가 엄청난 골덴링을 쓸어 모으는 것을 보고 다른 기업들에서 텔레포트 사업에 진출했지만 이미 거대 도시는 메신저 길드가 석권을 했고 안전과 서비스가 특출하였기에 그 어떤 길드도 메신저 길드를 넘지 못했다.
‘비싸긴 해도 확실히 편하긴 했지.’
메신저 길드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이집트 카이로행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15명의 힐러 파티와 함께.
고대 이집트에서 왕은 곧 신이라 생각하고 신처럼 받들다가 왕이 죽으면 신과 여행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당시 이동수단은 동물을 이용한 마차나 나일강과 근처 해안의 배가 전부였기에 피라미드 옆에 여행에 쓰일 배를 만들어서 묻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에도 배가 묻혔던 자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이 숨겨진 던전의 입구다. 이지원은 모르지만.
선빈길드 사옥
“이집트로 갔다고?”
“네. 방금전에 이집트행 비행기를 탄 것을 확인 했습니다.”
“흠…”
선빈길드 송대철 길드장은 직속 정보부 소속 1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에게 보고를 받았다.
“송해창 그놈하고 히트 길드는 아직도 이지원을 노리고 있나?”
“네. 도련님의 의뢰로 한번 납치를 실패했고 그 후 히트길드에서 도련님에게 30배의 의뢰비용으로 역제안을 했습니다. 도련님은 그걸 받아들였습니다.”
“못난놈…”
송해창은 모른다. 송대철 길드장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선빈길드의 영역 내에 송대철 회장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송해창이 서울의 암흑가를 장악한 히트길드에 몰래 정보를 준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송대철 회장은 그걸 묵인했다.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그리고 거대한 도시는 상당량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수용하고 처리해줄 청소부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히트 길드는 제격이다.
송대철 회장과 정보부의 분석으로 히트 길드의 길드장인 오태식은 자기 분수를 안다. 큰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고 선빈 길드의 눈치를 본다. 그런 히트길드이기에 선빈길드는 히트 길드를 내버려뒀다.
송해창도 히트길드의 길드장 오태식도 모르게.
“후우… 이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군.”
“…….”
송대철 길드장의 독백에 1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자야… 내 하나뿐인 친손자. 더 이상 나에게 친손자가 생길 가능성이 없기에. 유일한 친손자.”
송해창이 굉장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이지원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안다. 깨어나자마자 이지원을 내 쫓은 것도 안다. 그리고 납치 의뢰를 한 것도 안다. 그 납치 의도마저도 안다.
“결국 나도 팔은 안으로 굽는 건가?”
송대철 길드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내려다봤다.
선빈길드는 오히려 오토본 단계에 도달하고 위명이 더 높아졌다. 그 누구도 선빈길드를 아래로 보는 곳이 없다.
이미 중국의 중급 던전 1개와 몽골의 중급던전 1개에 2만 명의 정예 길드원이 열심히 사냥중이다. 그 두 개의 던전에는 선빈 길드의 길드원만 사냥 중이기에 그 누구의 방해도 없다.
던전 안에는 휴식처와 일정한 안전 영역을 각 층마다 만들어서 현재 5달 이상을 던전 밖으로 나오지 않은 길드원도 수두룩하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상황.
그 외에 1만 명의 길드원이 로테이션으로 서울 주변의 필드를 완벽하게 정리중이다. 거기에 러시아에서 받아낸 시베리아에도 일정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송대철 길드장은 이렇게 선빈길드가 위세를 드높이게 된 이유가 이지원의 정보 제공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하나뿐인 친손자인 송해창과 이지원을 저울질 하면 송해창에게로 기울였다. 그게 혈연이고 핏줄이다. 물보다 진한 피.
“이지원이… 그렇게 강할 수 있는 이유가 뭐였지?”
송대철 길드장도 이지원은 이미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건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정보부의 판단이기도 했다.
마지막 남은 호의로 이지원을 보호했다. 그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편의라고 판단했기에.
“그건…”
지금껏 1번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후 단 한번도 송대철 길드장의 물음에 대답을 머뭇거린 적이 없는 1번이지만 이 번 만큼은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1번을 포함한 선빈길드의 길드장 직속 정보부는 히트길드의 해결사와 이지원의 싸움이 발생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
“4년 넘게 잠만 자는 것도 이해가 안가긴 하지.”
1번의 머뭇거림에 송대철 길드장은 질책을 하지 않았다. 1번이 모른다면 정말 모르는 거다. 근무 태만이나 소홀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해인이는 아직 이지원이 일어났다는 것을 모르지?”
“네. 막내 아가씨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언제 돌아오지?”
“샤이어 길드의 중급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성공했고 그들의 제안으로 현재 숨겨진 던전에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최소 1, 2개월 후에나 돌아오겠군.”
“네.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아. 그럼 계속 이지원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봐.”
“네. 아 그럼 이지원에 대한 행적파악은 어떻게 할까요?”
신화길드는 송대철 길드장의 지시로 이지원에 대한 밀착감시가 아닌 행적만 파악 중이었다. 이집트로 날아간 이지원을 그곳까지 따라갈지 말지 1번이 물었다.
“……”
1번의 물음에 송대철 회장이 한 참 말이 없었다.
“이제… 끝내야지. 과거의 인연하고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행적파악을 종료하겠습니다.”
1번은 그 말과 함께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송대철 길드장은 여전히 그 자세로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다.
“나도… 많이 변했군. 죽을 때가 됐는데 죽지 않으니 괴물이 되 갈 수밖에…”
송대철 회장도 터벅터벅 회의실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회의실을 뒤덮은 보호막도 사라졌다.
지노시스 라는 버르장머리 없는 길드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보호막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한동빌딩.
지노시스 정보길드 안.
“이젠 대놓고 보호막을 사용 하는군.”
“그동안 많은 정보를 빼내긴 했다.”
알파의 말에 ‘진실에 그나마 근접한 눈’을 가진 X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도 몸을 사려야 할까?”
“그래야한다. ‘내 진실에 그나마 근접한 눈’은 말하고 있다. 송대철 길드장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그런가?”
X의 말에 알파가 대답했다.
“죽을 날을 뛰어 넘은 노물이 새로운 욕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니, 스스로 버티기 위해 새로운 목적을 설정 했다고 할까? 커져도 너무 커졌다. 송대철도 알겠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몸이 앞으로 나아갈 목적이 흐지부지된다면… 어떻게 될지를. 우리도 대처를 잘못했다간 그 욕망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이것 참.”
X의 말에 알파가 입맛을 다시며 한참을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무언가 결정을 내린 듯 말했다.
“앞으로 선빈길드에 대한 정보 수집은 모두 멈춘다. 선빈길드에 대한 정보 요청도 모두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 선빈길드를 이용하여 번 금액의 전부를 송대철 길드장 앞으로 보낸다. 지금은 몸을 웅크릴 때다.”
자리에 동석한 임지나도 제이도 한용석도 알파의 말에 반대의사를 표시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자리는 알파가 모집한 게 아닌 진실에 그나마 근접한 눈을 가진 X의 요청에 의해 모집됐고 X가 선빈길드에 대한 위험성을 말했기에.
“그런데… 꼭 다 줄 필요는 있나? 어차피 우리가 얼마 번지도 모르잖아.”
지노시스 정보길드의 분석관 임지나가 말했다.
“그럼 일어나지.”
“태풍은 피하고 봐야한다.”
“이거 무서워서 한국을 떠나야 하나?”
하지만 아무도 임지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이봐? 여기요? 저기? 내 말 듣는 거 맞지? 설마 또 내 말 씹는 거야?”
임지나의 대답 없는 말만 조용히 울려 퍼졌다.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
원래라면 13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이 필요했지만 비행기 자체의 큰 발전 없이 바람 계열 마법사의 공기저항 제어 마법의 영향으로 채 6시간이 안 걸려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비행기에 탔던 15명의 힐러파티는 도착하자마자 이미 계획이 다 잡혀 있었던지 버스를 타고 한 번에 바로 이동을 했다.
카이로에서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까지는 금방이기에 힐러파티의 뒤를 쫓지는 않았다. 더욱이 목적지는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이 아니기에.
카이로 국제공항을 빠져 나와서 카이로 시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살폈다.
지도를 구해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의 입구도 확인 했는데 고작 15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 지도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바로 옆에 위치한 던전이기에 그쪽으로 이동하는 바리움들이 워낙 많아서 금방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죄다 바리움들 뿐이군.’
바리움이 아닌 일반인들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바로 지척에 던전이 위치해서 바리움에게 최적의 환경이라 바리움이 많은 것은 당연했지만 일반인이 한명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인에게 살기 좋지 않은 곳. 즉, 무법천지일 가능성이 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세력의 힘이 그만큼 약하기도 하다는 뜻이니까.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상황. 하지만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특히 벼락 부츠의 블링크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대충 카이로 이곳저곳을 살피고 목적지인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으로 이동했다.
천천히 이동한다고 했지만 워낙 지척이고 내 기본적인 이동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금세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크긴 하네.”
쿠푸왕의 피라미드 주위로 몇 개의 피라미드가 더 존재했다. 하지만 단연 압권은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이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의 입구는 피라미드의 중간쯤에 위치했는데 입구 주변으로 상당수의 바리움이 길게 줄을 서 있고 입구에서 그들을 막아서는 바리움들이 보였다. 이곳의 던전을 장악한 자들이 이용료를 받고 입장을 시켜주는 모습이다.
“저 마크가…”
던전을 장악한 길드가 입장료를 받고 던전 출입을 시켜 주는 모습은 워낙 일반적이기에 신경 쓸 껀덕지가 안됐지만 던전 입구를 막는 바리움들의 어깨에 착용한 문장 표식이 눈에 익었다.
“신화 길드였던가?”
유명한 길드는 이래저래 귀를 닫고 살아도 듣게 되어 있다.
‘신화 길드라면… 피의 군주랑 엮인 곳 아닌가?’
물론 신화 길드가 유명해서 아는 것은 아니다. 아니, 유명하긴 하다. 이집트 제1의 길드라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신화길드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피의 군주라는 신리움 때문이다.
‘피의 군주한테 완전 박살난 길드잖아.’
114명의 신리움. 태생부터 왕족 혹은 황족이라 스스로 여기는 존재들. 그중에서 ‘7대제’라 칭하는 신리움이 있다. 신리움 중에서도 뽑고 뽑힌 존재들. 그중에 한명이 바로 피의 군주이다.
피의 군주와 열 몇 명 신리움들에게 제대로 망한 케이스. 피의 군주의 악명을 전 세계에 뿌린 사건이기에 기억을 했다.
‘휘유. 피의 군주라…’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피의 군주가 아시아쪽으로 온 적도 별로 없다. 특히 대한민국은 더욱더. 하지만 그의 악명은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그의 손에 죽은 일반인과 바리움의 숫자가 몇 십만 단위를 넘는다. 물론 바리움은 다시 부활하기에 문제가 없지만 일반인마저 가차 없이 죽이는 그의 성정은 이집트에서 8500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에서도 자자했다.
‘아직은 아닌가?’
아무리 엄청나게 회자되는 소문이라도 결국 남의 이야기이기에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하긴 벌써 벌어진 일이라면 저 마크를 달고 있는 신화길드 길드원이 뻔하니 자연스럽게 활동하지는 못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