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담송은 야율황이 직접 나섰다는 사실에 적이 감탄했다.
역대의 어떤 마도 대종사도 이만큼 자주 모습을 드러낸 경우는 거의 없었을 터였다.
“옥운이 때도 본인이 손을 썼다 하고…… 생각보다 부지런한 친구였구먼. 그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야율황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만큼 믿을 놈이 없어서란 생각은 안 드나?”
편한 대화를 나누는 듯했으나, 담송의 손에는 벌써 친위대 무사 둘의 목이 잡혀 있었다.
그가 손목을 비틀자 우득 소리와 함께 버둥거리던 두 무사의 목이 꺾였다.
담송이 혀를 차며 되물었다.
“본인의 덕이 부족하단 생각은 들지 않고?”
“그러는 땡추는 왜 여기서 나를 만났는가?”
승려 출신인 담송이 얼마나 덕이 없으면 기밀 행보가 노출됐느냐, 비웃는 질문이었다.
그 말은 누설자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흠. 내가 땡추라 그렇겠지.”
떵! 떠엉!
무사들이 전력으로 휘두른 검과 도, 창이 담송의 옷을 두드리며 종소리를 냈다.
담송이 발을 땅에 단단히 딛고, 상체를 좌우로 돌리면서 팔을 곧게 펴 풍차처럼 휘둘렀다.
부우우웅!
칼과 창대가 담송의 팔에 감기면서 무사들이 빨려 들었다. 언뜻 태극권처럼 보이는데 묘리는 전혀 달랐다. 부드러운 물결이 아닌 사나운 태풍이었다.
우두둑! 우두둑!
담송이 일으킨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들의 팔다리가 엉키며 어긋나고 부러졌다. 칼과 창대가 서로의 몸을 찍고 관통했다.
그가 공처럼 합쳐진 무사들을 위로 들었다가 힘껏 아래로 내던졌다.
콰아앙!
땅이 패며 무사들이 처박혔다. 서로의 병기에 상처를 입고 사지가 제멋대로 어긋나 절명했다.
담송이 손을 툭툭 털었다.
“이래서야 일각으로 되겠나?”
야율황은 그 말을 남응성에게 돌렸다.
“가능하냐고 묻는군.”
그러자 담송의 관자놀이로 날카로운 칼날이 날아왔다. 담송이 팔을 들어 손가락 사이에 칼날을 끼워 잡았다.
카각!
남응성이 갈고리 모양의 둥근 칼날을 가진 이형 병기로 공격한 것이다.
핏!
칼날이 닿지도 않았는데 관자놀이가 바늘에 찍힌 것처럼 붉은 점이 생기며 피가 비쳤다.
“살기가 지독하구먼.”
남응성이 서늘한 눈으로 말했다.
“안 되겠느냐?”
“되겠느냐?”
담송이 손가락을 비틀어 칼날을 부러뜨리려 했다. 남응성은 즉시 칼날을 뽑았다가 송곳처럼 재차 찍었다.
담송이 한쪽만 남은 옷 소매를 들어 막았다.
파파팍!
불꽃은 없었으나 소매에 거뭇한 점들이 마구 생겨났다. 남응성은 쉬지도 않고 몰아쳤다. 팔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파바바박!
칼날의 끝만 조심해야 할 게 아니었다. 얇은 칼날이 공기를 가르면서 일으키는 기파가 검기처럼 날아들었다.
찍는 공격을 막아도 뒤에 기파가 따라와서 반격할 틈이 거의 없었다.
쉭! 쉬익!
기파가 담송의 전신을 난자하면서 옷에도 길게 긁힌 검은 선이 생겨나고, 종소리가 쉼 없이 울렸다.
더엉! 더엉!
공격이 쉬지 않고 가속되면서 기파의 강도가 강해지고, 범위도 넓어졌다.
담송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남응성의 기세를 해소하려 했다. 남응성은 예상했다는 듯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서 공세를 이어 갔다.
파공음이 귀청을 찢을 것처럼 심하게 울렸다. 친위대 몇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비척비척 물러나고, 몇몇은 기파에 베여 상처를 입었다.
주변이 그러하니, 그 공격이 집중되는 담송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고 있겠는가!
회오리에 휘말리면 숨을 쉬기 힘들 듯, 지금쯤이면 담송도 막대한 기파에 갇혀 거의 호흡이 불가능한 상황일 터였다.
호흡은 내공을 움직이는 근간이다.
공전절후한 소림사의 호신수법인 금종조도 내공이 유지되어야 한다. 숨이 부족해지면 내공이 급속도로 고갈되어, 앙연의 고수라고 해도 오래 버틸 수 없다.
한데, 그것은 의외로 공격하는 쪽도 마찬가지.
초식은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최대의 위력이 발휘된다.
담송을 끊임없이 몰아칠 수 있는 건, 남응성도 초식의 위력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응성 역시 무호흡의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남응성은 천마혈로 운용되는 마맥을 통해 그의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에 호흡으로 경락에 기를 유통해야 하는 담송은 지쳐 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유리한지는 명약관화.
이것이 남응성이다.
죽을 때까지 몰아붙여 물고 늘어진다. 상대가 죽든, 본인이 죽든.
담송은 이래서 야율황이 일각을 장담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네 착각이니라.’
담송은 남은 호흡을 머금은 채 기식기조연(氣息旣調然)을 펼쳤다.
조식법에 통달한 고승은 날숨을 최대한 늘려서, 한 시진도 버틸 수 있다!
담송의 동작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눈에 누런 불광이 맺혔다. 금종조는 더 단단해져서 옷이 부옇게 보일 정도였다. 찍힐 때마다 남았던 검은 점도 이젠 거의 생기지 않았다.
그에 상응하듯 남응성의 공격은 더 빠르고 매서워졌다. 얼마나 공간이 난도질 되는지, 조각조각으로 풍경이 나뉘어 보이기까지 했다.
검광이 번쩍이고, 종소리가 울리며, 세찬 바람이 둘을 완전히 휘감고 있었다.
남응성의 공격은 모순적이게도 담송의 근처에 다른 이들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하여 친위대 역시 멀찍이 물러난 채였다.
야율황이 그 광경을 보곤 묘하게 입술을 비틀었다.
담송이 시간을 끄는 게 눈에 보였다.
무리해서 남응성을 떨쳐 내지 않고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머리를 쓰는군, 땡추.”
담송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각이 다 되어 가자 다급해진 건 남응성이었다. 전력으로 공격을 퍼붓는데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야율황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불현듯 중얼거렸다.
“일각.”
그 말이 남응성의 등을 떠밀었다.
담송에게 거의 부상을 입히지 못했으니, 지금까지 야율황에게 받은 취급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아까 야율황이 담송의 소매를 가른 것과도 비교될 일이다.
남응성은 자존심이 상해 힘을 터럭 한 올까지 끌어모아서 담송에게 일격을 가했다.
쩌어억!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흔들림과 함께 벼락이 떨어졌다.
담송도 이번엔 경시할 수 없어서, 마지막 호흡으로 내공을 일으켜 반격했다. 옷소매를 부풀려 최대의 금종조로 공격을 받고, 소매를 떼어 낸 쪽의 주먹으로는 남응성의 가슴을 가격했다.
꽝! 꽝!
벽력탄이 터진 것처럼 폭음이 울리면서, 남응성의 가슴이 가로로 갈라졌다. 담송의 팔과 옆구리도 함께 썰렸다.
남응성의 상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의 분리된 몸체 뒤에 야율황이 양손으로 검을 휘두른 모습이 보였다.
천마개계천공지검(天魔開啓天工之劍)!
담송은 팔꿈치 아래를 잃고 피를 토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야율황이 웃었다.
“어떠냐. 정확했지.”
하필이면 초식을 펼치고 난 뒤, 겨우 일각 만에 짧은 숨을 한 번 들이쉴 때였다.
금종조가 가장 약해진 순간.
“허허허.”
담송도 마주 웃었다.
“이럴 줄 알았지. 하나 어쩌느냐? 머리를 쓴 것치곤, 얻어 낸 것보다 잃은 게 더 크구나.”
상체가 바닥으로 떨어진 남응성은 상황을 보지 못하였으나,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깨달았다.
“이 비열한…… 나를…… 미끼로.”
그의 입에 야율황의 검이 콱 하고 박혔다.
“개답게 잘 물었다.”
담송이 혀를 찼다.
“쯧쯧. 원시마도의 수장을 고작 칼받이로 쓰다니. 살려 두면 더 쓸 데가 많았을 터인데.”
“종종 주인을 무는 개라, 이 정도면 남는 장사야.”
“내 목이면 몰라도, 고작 내 팔 하나에 말이냐?”
야율황이 검 끝으로 담송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허파가 베였을 거다. 확실한 느낌이 있었으니.”
“이 정도가 무어 대단하다고.”
“대단치는 않지만 달아나기가 힘들어지지.”
“달아나?”
담송이 살짝 바람이 새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좌우를 둘러보았다.
야율황이 물었다.
“뭘 찾나?”
“흠. 일각이 한참 지난 것 같아서 말이야. 누가 오기로 한 것 같은데 소식이 없군.”
야율황의 웃음이 진해졌다. 그것을 본 담송이 크게 웃었다.
껄껄껄.
“이런 망할 일이 다 있나. 남응성이 하도 필사적이라 진짜인 줄 알았네. 자기편까지 속이는 게야? 난 또 내 행보가 드러나서 누가 급하게 도우러 오나 했건만.”
“일각만 버티면 안전하게 몸을 빼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곧 웃음을 그친 담송이 인상을 쓰고 훈계했다.
“마도의 대종사쯤 되는 작자가 그리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면 쓰나. 깜박 속았잖아.”
“네가 멀쩡한 몸으로 달아나면 잡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주의해서 나쁠 게 없지.”
“허허, 그러면 이 주변에 천라지망이라도 쳐 놓든가 하지. 마도의 전력이 역대 최강이란 말도 다 헛소문이었나, 아니면 성의가 없는 건가?”
야율황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마가와 마보는 백룡회주에게 개박살이 나서 데려올 숫자가 부족하고, 남십자성은 눈치를 봐서 일부러 네놈을 놔주고도 남을 만한 놈들이라서 말이야.”
“쯧쯧, 그렇게나 부하를 못 믿고.”
“무상, 솔직히 말해 보아라. 너는 잘하면 지원을 받아 날 잡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사실은 그래서 필사적으로 달아나지 않은 거다.”
담송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그랬지. 부인을 못 하겠군. 이놈의 욕심. 그래서 너 스스로 미끼가 된 건가? 이런, 정작 돌부리에 걸린 건 나였구먼.”
야율황이 남응성의 입에서 검을 뽑으며 발로 찼다.
“그런데도 이 버릇없는 개는 왕이라도 된 양 자기가 미끼라고 착각하지. 주제도 모르는 것들.”
이내 그 검을 곧추세우더니 슬슬 살기를 피워 올렸다.
“담송, 이제 갈 시간이다.”
“잠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담송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도 전력이 부족하다면서, 본사의 무승들이 강호로 나오면 어쩔 셈인가?”
“머잖아 보게 될 테니, 지옥에 가서 구경하거라.”
담송은 살짝 아쉽다는 양 입맛을 다셨다. 야율황의 말대로 폐를 다쳐서 달아나도 오래지 않아 잡힐 것이다.
“그러잖아도 이 몸은 극락왕생은 그른 참이지. 평소에 공덕을 좀 많이 쌓을걸.”
* * *
무림맹 무상이 죽었다.
그 소식이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무림 전체로 퍼졌다.
본래 무상은 대외 활동이 많지 않아서 그의 활약상은 크게 알려지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무상이 상징하는바.
무림맹을 대표하는 무력이며, 또한 그의 죽음이 소림사 출행의 발단이 된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적지 않았다.
즉, 무상의 죽음은 그만큼 마도의 위협이 증가했다는 의미이기에 남십자성의 참전으로 혼란해진 강호에 우려를 가져왔다.
동시에 모순적이게도 마침내 소림사의 무력이 이 전쟁을 끝낼 거라는 안도감도 함께 증폭되었다.
마도와 사파 역시 무상의 죽음으로 한껏 사기가 오른 한편, 소림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