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담우의 뒤에 있던 이들이 장용을 욕했다.
“지금 장난하나.”
“무슨 부처님하고 얘기를 해.”
되레 장용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부처님한테 확인해 봐.”
사람들은 장용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러자 장용이 삿대질까지 하며 화를 냈다.
“부처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얘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너네가 어떻게 알아!”
“설사 네가 진짜 부처님하고 얘길 했어도, 부처님이 가도 된다고 하실 리가 있냐!”
장용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부처님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고?”
“우리가 언제 그랬…….”
“이 새끼들이 감히 부처님을 거짓말쟁이로 몰아?”
장용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찰랑거리는 털이 가지런한 팔뚝을 우람하게 드러냈다.
금방이라도 주먹질을 하려는 것처럼 굴더니, 갑자기 허공을 보며 또 ‘어?’ 하고 탄성을 냈다.
곧 고개를 내린 장용이 사람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너희들, 부처님이 봐주라고 해서 참는다.”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하다 하다 부처님 핑계를 대?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부처님 탓을 하면 대꾸할 말이 없었다.
하여 그들은 도움을 청하듯 담우를 보았다.
담우는 뜻밖에도 허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이보게. 석가여래께서 자네 앞에 계시다고?”
“아이고, 스님께서도 보이시는군요. 나무아미타불.”
“빈승은 불심이 얕아 그런가, 안 보이네.”
담우가 장용 쪽으로 반장을 하며 말했다.
“부처님, 제가 여쭈어볼 게 있으니 이쪽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장용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안 가신다는데요.”
“잠깐만 좀 오시라고 전해 주게.”
“그래도 싫으시대요.”
“어허, 빈승보다도 자네가 더 부처님과 친하구먼. 부처님께서 나를 따라 절에 들어가라고는 하지 않으셨나?”
장용이 합장하며 대답했다.
“부처님이 안 급하니 나중에 가도 된다고 하십니다. 아, 소집령도 좀 빼 주라고 하십니다. 나무아미타불.”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부처님이 저렇게 경박한 말투이실 리가 있나!
어떤 스님이라도 저런 말을 들었다면 화를 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때 쾌도도 앞으로 나왔다.
그런데 역시 고개를 살짝 위로 든 채였다.
사람들이 인상을 썼다.
설마 또?
한데 쾌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
담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쾌도를 불렀다.
“이보게.”
쾌도가 담우를 쳐다보았다.
“…….”
“……?”
쾌도는 갑자기 말도 없이 조용히 합장을 했다. 그러곤 다시 공중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 장용이 손가락으로 쾌도가 바라보고 있는 허공을 가리켰다.
“어? 나한테 있던 부처님이 절로 가셨네.”
사람들은 뜨악해서 입을 벌렸다.
이거 순 사기꾼들…….
부처님이 무슨 귀신이야? 여기저기 허공으로 날아다니게?
담우가 쾌도에게 물었다.
“자네도 부처님이 보이나? 자네도 소집령 빼 주라고 하셨나?”
쾌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합장했다. 길쭉하고 날카로운 인상이어서 생긴 건 초특급 살수같아 가지고 진지하게 합장을 하고 있으니, 어딘가 어색한 모양새였다.
담우도 어쩔 수 없이 반장으로 답했다.
“중 된 자로서 부처를 따르지 않을 수가 있나. 자네들 두 시주는 이번 소집령에서 제외함세. 나무아미타불.”
사람들이 담우의 선언에 항변했다.
“대사님. 저렇게 부처님을 이용해 거짓말이나 해 대는 자들을 어찌 그냥 보내십니까. 오히려 일벌백계해서 본때를 보이셔야 합니다!”
담우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꾸며 냈는지 아닌지 누가 판단하겠소.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건 빈승과 여러분이 아니라 저들 본인인 것이외다.”
그 말을 들은 고우사와 대홍랍강이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어? 우리도 깨달았다! 부처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네.”
“고 형, 내게도 보이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당황한 사람들이 담우를 쳐다보았다.
저러면 사파인들까지 다 놔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담우는 칼같이 잘랐다.
“거기서도 뵈었소? 잘되었구려. 시주들은 나와 함께 가시면 되겠소.”
“아니, 이보쇼. 우리도 가라고 하셨다니까? 나무아미타불?”
담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무아미타불이 무슨 뜻이냐.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歸依)한다는 의미요. 즉, 불교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지.”
“방금 맡겼으니 부처님께 확인해 보시구려.”
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소. 그럼 시주들도 불가에 몸을 담게 되었으니, 빈승과 같이 가서 공덕을 쌓고 지은 업보를 청산하십시다.”
대홍랍강이 항의했다.
“아니, 저 친구들은 보내 주고 우리는 왜 안 보내 주나 그래?”
“모든 일에는 순서와 정도가 있는 법이오. 빈승을 따르셔야겠소이다.”
대홍랍강의 표정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싫다면?”
“강제로 데려가면 되니 어려워 마시오.”
“꼭 피를 봐야겠다?”
“불가에 귀의한 사천왕은 손에 칼과 창을 들었소이다. 마귀를 물리침에 있어 손쓰기를 두려워하는 소림 제자는 아무도 없소.”
고우사는 눈치챘다.
“뭐라 하든 우린 안 보내 주려는가 보군.”
누군 보내 주고 누군 아니고.
담우의 행동은 일견 제멋대로인 듯하나, 사실은 분명한 중심이 있었다.
만일 소림사의 속가 계열인 장용과 쾌도가 부처님을 거론하는 데도 거짓말로 몰아세운다면, 속가들의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불심(佛心)으로 유지되는 소림사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중도 혹은 사파 출신인 고우사와 대홍랍강 등은 부처님을 거론한대도 거리낄 필요가 없다.
어쨌든 담우의 뜻에 따라 사람들은 무기를 꼬나 쥐고 문 앞을 막아섰다.
고우사가 허윤의 등을 툭툭 쳤다.
“이러고 있으면 다 못 가. 아무래도 한판 해야 할 것 같으니 먼저 출발해.”
“아무리 급해도 어떻게 그러겠소. 내 사사로운 일 때문에 다른 이들을 내버려 두고 갈 순 없소이다.”
고우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너 혼자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 인간들도 좀 믿어라. 내가 애냐?”
하기야 고우사나 대홍랍강, 황금안에게서 죽음의 기운이 보이진 않았다.
시간은 빠듯하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기서 담우와 싸우면 소림사는 계속해서 지원을 보낼 거고, 결국 발목을 잡히게 될 터였다.
허윤은 고마운 마음이 들어 고우사의 눈을 잠시 쳐다보았다.
“알겠소.”
허윤과 떠날 이들이 앞으로 가자 사람들이 길을 터 주었다.
그때, 번산이 허윤에게 다가갔다.
“저는 남겠습니다. 거기에선 도움이 안 되겠지만, 여기선 그래도 힘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며 돌 하나를 건넸다. 한쪽 면은 평평하고 한쪽 면은 울퉁불퉁한데 은빛의 허연 것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이건 뭔가?”
“제가 쓰던 숫돌인데, 한쪽이 아주 단단한 철광석입니다. 수석보다 덜하지 않으니 쓸 만할 겁니다.”
“고맙네. 요긴히 쓰지.”
결국 가는 건 허윤과 장용, 쾌도, 소지광과 도귀, 호천이 다였다.
“나는 감문장이니 문을 지킬 것이다.”
서덕도 남았다.
허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을 이들과 인사했다.
그러곤 사람들이 연 길을 지나가며 담우에게 물었다.
“나는 소림사와 척을 진 일이 없거늘, 대체 왜 우릴 핍박하는 거요?”
말투가 반 존대로 바뀌었다.
담우가 이번에는 말을 돌리지 않고 정확히 대답했다.
“우리는 설법으로 사람들의 가려진 불성(佛性)을 일깨우고자 하는데, 시주는 요사한 귀술로 중생의 이목을 가리니 어찌 공존할 수 있겠는가. 본사가 시주를 보는 시선도 빈승과 마찬가지일 걸세. 하여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도록 빈승이 여러 차례 권하였으나, 굳이 겪어 보겠다니 이번 한 번은 양보한 걸세.”
담우가 담담한 눈으로 허윤을 보며 가볍게 반장 했다.
“시주가 그래도 알지 못하고 마귀의 길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곧 다시 보게 될 걸세. 나무아미타불.”
허윤은 담우를 빤히 바라보다가 지나쳤다. 함께 가는 일행들도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사람들이 튼 길을 다시 막았다.
이어 서덕이 소수 창을 힘껏 휘둘러 장원 앞에 긴 선을 그었다.
“이 선 넘어오면 죽는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그가 뿌리는 위압감과 살기는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담우가 손뼉을 두 번 치더니 내공을 담아 불호를 외웠다.
나· 무· 아· 미· 타· 불
우우우웅.
그의 목소리가 울리며 서덕의 기세를 한풀 꺾어 물려 냈다.
하나 대홍랍강이 바로 광후대성을 질러 다시금 기선을 잡았다.
크어허엉―!
우르르르.
발밑에 진동이 올 정도였다. 내공이 약한 이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담우는 귀찮지도 않은지 다시 손뼉을 치고 불호로써 광후대성을 무마시켰다.
그것을 보며 대홍랍강이 살기 띤 미소를 짓고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당당히 말했다.
“크크크. 오랜만에 재밌어지겠구나. 본로를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를 게야. 거기 있는 놈 중에 반은 내 자루 속 구경을 시켜 줄 터이니 기대해도 좋다.”
양측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담우가 말했다.
“자, 갑시다.”
그 말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백룡장으로 달려들었다.
안소방과 번산도 싸움을 준비했다.
“우리 백룡장이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말을 들을 순 없으니, 순순히 잡혀가진 않을 겁……!”
“항복.”
안소방과 번산, 대홍랍강과 서덕이 깜짝 놀라 고우사를 돌아봤다.
달려들던 사람들도 놀라서 멈추다가 몇몇이 넘어지기까지 했다.
고우사가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눈동자를 향해 말했다.
“왜. 어차피 다 모아서 마도 애들 치러 갈 거 아냐? 우리도 같이 가서 공덕 쌓으면 좋지, 뭘. 같은 길 가는 사람들끼리 왜 싸워.”
담우가 웃으며 거부했다.
“마군(魔軍)의 꾀에 속지 않으려면 듣지도, 응하지도 말라.”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총관아, 내원까지 후퇴다.”
그제야 안소방은 내원 앞에 항허절진이 펼쳐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네!”
반색하며 대답한 안소방과 번산 등은 뒷짐을 지고 대문으로 들어가는 고우사를 뒤따랐다.
초우인이 말똥하게 눈을 뜨고 있다가 황급히 외쳤다.
“나됴됴! 나됴됴!”
서덕이 초우인을 들어 소수 창에 걸어 메고 같이 들어가려다가, 무심코 자기가 바닥에 그어 놓은 선을 보고 멈췄다.
서덕은 바닥의 선과 담우, 사람들을 번갈아 보더니 발로 선을 스윽 문질러 지우곤 대문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쿵!
* * *
골마가의 고수 수십과 마인 수백 명이 연천봉 아래에 집결했다.
그리고 산문에서 소림사의 승려 쉰 명 정도가 그에 대치 중이었다.
고루마가 킬킬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천 명 정도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쓸 만하다 싶은 놈들은 강호에 다 나가서인지 애송이들까지 끌고 나왔구나. 경내에서 조용히 기다리면 알아서 멱을 따 줄 터인데, 굳이 나왔느냐?”
나이가 지긋한 노승이 나서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반장 한 자세로 말했다.
“내가 눈이 멀어서 잘 안 보여 그런데, 지금 말하는 시주가 누구인고?”
“알아서 뭐 하느냐. 지옥이나 가서 물어봐라.”
“지옥이 어딘지 보여야 가지. 내 손 좀 잡고 데려다주면 모를까.”
노승이 손을 잡아 달라는 듯 내밀었다.
“그래? 그럼 그래야지.”
고루마가 턱짓하자 마인 한 명이 나가서 노승의 손을 덥석 잡았다.
순간 마인의 몸이 빙글 돌았다. 노승이 손바닥을 접었다가 펴며 네 개의 손가락 끝으로 마인의 가슴을 때렸다.
우드득!
마인이 가슴이 무너지면서 몇 장이나 날아가 굴렀다.
노승이 손을 휘휘 저었다.
“누가 방금 잡았던 것 같은데? 어허…… 노납을 지옥에 데려다줄 사람 없나?”
고루마가 살기 띤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뒤에 있는 흑룡을 쳐다보았다.
강호 무림에 흑룡이 정식으로 등장하는 첫 순간이다. 형식상으로나마 그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취해 주어야 한다.
도진은 두건을 평소보다 깊이 숙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의 싸움은 도진이 잡은 길일이 아니다. 갑작스레 출전 명령을 전달받고 나온 것이다.
그 의미는 결국…….
‘사부님이 근처까지 오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