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62
62화
第十五章 뇌마가의 복수
백도맹 오주 지회에서는 산악이 많은 광서성의 지형을 고려하여 곳곳의 산장에 인력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동란(東蘭)의 나상(那床).
소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촌락들이 군데군데 있는 곳으로, 붉은 바위가 많아 물이 빨갛게 보이는 홍수강(紅水江)이 곁에 흘렀다.
나상 산장은 홍수강이 내려다보이는 산허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홍수강은 몇 개의 지류와 합쳐져 후에 오주 지회가 있는 지역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뱃길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그곳에 새로 임무를 받은 삼 조 조원들이 왔다.
이 조 조원들이 기지개를 켰다.
“아우우,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거, 빨리들 좀 와서 교대하지. 어디 딴 데로 샌 거 아니냐고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히겠네.”
삼 조 조장이 이 조 조장을 불렀다.
“별일 없었어?”
“뭐 있겠어. 갑자기 왜?”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좀 이상한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삼 조 조장이 이 조 조장에게 종이 한 장을 보여 주었다.
물[水]. 닭[酉]. 우연[遇]. 어려움[難].
이 조 조장이 어이없어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데?”
삼 조 조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모르지. 이걸 조심하래.”
“자기가 모르는 걸 왜 나한테 줘. 대체 누가 이딴 걸 줬어. 설마 총군사가?”
“아니. 팔 조 조장이.”
“그 점쟁이?”
이 조 조장도 들은 얘기가 있어서 미심쩍은 표정으로 다시 글자를 읽어 보았다.
“근데 말이야. 몇 번을 봐도 전혀 모르겠는데? 물이야 우리가 수로를 감시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닭과 어려움은 뭔데.”
“나도 모른다니까.”
“흠.”
그때.
“어! 저기!”
이 조와 삼 조 조원들이 강을 쳐다보았다.
“배가 좌초한 거 같은데?”
큰 배가 반쯤 물에 잠긴 채 표류하다가 강가까지 밀려와 있었다.
“물건을 실은 상선인가 봅니다. 갑판에 술통이 잔뜩 실려 있습니다.”
“배가 계속 가라앉고 있고요. 선원들이 도와 달라고 깃발을 흔드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이 조 조장이 말했다.
“홍수강은 강물이 벌거스름하니까 바닥이 안 보여 가지고 과적하면 저렇게 얕은 바닥에 긁히는 배들이 종종 있어요. 저건 자주 다니던 배인데도 저러네.”
삼 조 조장은 찝찝한 표정으로 좌초한 배를 바라보았다.
“하필 시기가 공교로운데…….”
이 조 조원이 말했다.
“아는 얼굴들도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일단 도와주죠.”
이 조 조장이 허락했다. 이 조 조원들이 팔을 걷으며 산장을 내려갔다.
“잘하면 술통 하나 얻어먹을 수 있겠구만!”
삼 조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조장을 쳐다보았다. 삼 조 조장이 찝찝한 얼굴로 말했다.
“교대할 인원만 빼고 가서 도와줘.”
“네.”
삼 조 조원들도 짐을 놓곤 산장을 뛰어 내려갔다.
삼 조 조장이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물 닭 우 난…… 물 닭…….”
삼 조 조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물 수 자와 닭 유 자를 합치면 술 주(酒) 자가 된다.
우난이란 것은 어려움, 즉 재난!
재난을 당한 술 운반 배!
삼 조 조장은 산장을 내려가고 있는 조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 잠깐 기다려!”
* * *
갑판까지 잔뜩 실린 나무 술통에는 작은 틈이 뚫려 있었다.
술통 안에 숨어 있던 이들이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산 위에서 백도맹의 무인들이 우르르 내려오는 게 보였다.
“신호를 기다려.”
“가까이 오면 한 번에 덮친다.”
스르릉.
마도의 무사들은 무기를 들고 기다렸다.
이 지역을 지나는 배를 나포하고 선원들을 협박해 지금의 계략을 꾸몄다. 백도맹의 무인들이 가까이 오면 술통의 뚜껑을 열고 나가 기습할 셈이다.
그리고 산장을 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마도가 아니라 수적들이 공격한 것으로 보이도록!
‘자아, 어서 와라.’
그때 무슨 일인지 산 위에서 누가 고함을 지르는 게 보였다. 거의 강기슭까지 내려와 있던 백도맹 무인들이 뒤를 돌아보며 멈췄다.
‘들킨 건가?’
들킬 리가 없는데?
그 순간 긴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내려오던 백도맹의 무인들이 멈칫거리면서 다시 산으로 되돌아갔다.
‘어?’
어쩔 수 없었다. 마도의 무사들은 술통 뚜껑을 열고 뛰쳐나갔다.
“와아아!”
“살고 싶으면 가진 걸 다 내놔라!”
* * *
오 조는 정찰 임무 중이었다.
대신이란 지역인데, 마도의 세력이 장악한 운남성과 가깝고 성도인 남녕으로 들어오는 길목 중의 한 곳이었다.
대신의 객잔에서 머무르며 주변을 탐문하고 별일이 없는지 돌아보는 게 오 조의 임무였다.
“자, 자.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은 북쪽 천등사까지 다녀오도록 하지.”
“네!”
이십여 명의 오 조 조원들이 객잔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앞에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해 입은 십여 명의 사냥꾼 무리가 오고 있었다. 대신은 산에 둘러싸인 마을이라 사냥꾼들이 흔했다.
좁지 않은 길이라 적당히 지나가면 부딪칠 일은 없었다.
하여 조원들이 대충 지나가려는데.
툭!
사냥꾼 무리 중의 한 명이 조원과 어깨를 부딪쳤다.
부딪친 사냥꾼이 멈춰 서서 부딪친 조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야.”
조원도 자기가 나름 비켜 갔는데 부딪친 터라 기분이 나빴다.
“댁은 뭔데.”
사냥꾼 무리와 오 조 조원들이 전부 멈춰 섰다.
“무슨 일이야?”
사냥꾼이 험악하게 을러대며 말했다.
“내가 잘 지나가는데 이 작자가 시비를 걸잖아.”
조원도 어이가 없어서 대꾸했다.
“내가 언제 시비를 걸었다고 그래. 댁이 먼저 나한테 부딪쳤잖아.”
사냥꾼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오 조 조원들과 대치했다.
“여기 길이 다 너희들 거야?”
“어디 외부에서 온 놈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다녀?”
“무림인이면 다야? 우리가 우습게 보여?”
오 조 조원들도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우리가 언제 주인 행세를 했다고? 당신들에게 무슨 피해를 줬소?”
“거, 별거 아닌 일로 언성 높이지 말고 조용히 지나갑시다.”
사냥꾼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아니, 아니. 그냥 지나가면 안 되지. 애꿎은 사람한테 시비를 걸어 놓고 어딜 가.”
“우리가 그냥 안 지나가면 어떡할 건데?”
사냥꾼들이 주변에 들으라는 듯 고함을 질렀다.
“백도맹 놈들이 시비를 걸고 사람을 때리려 한다!”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구나. 어찌 이런 놈들이 협객이란 말이냐!”
“뭐라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그 소리에 멈춰 서서 웅성거렸다.
오 조 조원들 일부가 흥분했다.
“이 작자들이 있지도 않은 일로 우리를 모함해?”
“가만두지 않겠다!”
사냥꾼들은 좋아했다.
“오냐.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돈을 받고 일하는 주제에 협객인 척하는 놈들.”
“오늘 우리가 이 잡것들을 응징하지 않으면 이놈들은 또 애먼 사람들을 괴롭히겠구나!”
그 모습을 보던 오 조의 조장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백도맹인 걸 아는데도 이렇게 나온다?’
알고도 시비를 건다는 것은 둘 중에 하나다.
상대를 우습게 보고 있거나.
다른 의도가 있거나.
오 조 조장은 임무를 받고 오기 전에 서기에게 받아 온 단어가 떠올랐다.
둘[兩]. 검다[玄]. 밭[田]. 어려울 난[難].
오 조 조장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서기는 그게 짐승, 가축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 추측하긴 했다.
‘짐승?’
오 조 조장의 눈에 가죽옷을 입은 사냥꾼들의 모습이 묘하게 짐승처럼 보였다.
‘설마.’
사냥꾼들은 이제 대놓고 조원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억울하면 칼 뽑아. 뽑아 보라고, 새끼들아.”
“백도맹 표식 떼고 한판 붙어 볼까?”
“왜? 아까 시비 걸 때처럼 당당하지 못하고. 우리가 무섭냐?”
오 조 조원들이 분개했다.
“조장! 이 새끼들이 우릴 졸로 보는데요.”
“매운맛 좀 보여 주죠!”
오 조 조원들이 난리를 쳤다.
하지만 오 조 조장은 신중한 성격이었다. 주변을 보니 어느새 모여든 구경꾼들이 수십 명이나 되었다.
만일 저게 저들의 편이라고 하면 포위된 거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그만. 우리는 임무 중이잖아.”
“조장!”
조장이 앞으로 나아가 사냥꾼들을 마주 보았다. 사냥꾼들이 한껏 비웃으면서 조장을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손은 허리춤으로 언제든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조장이 주먹을 들어 감싸 포권을 취하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실수했으니 이쯤에서 양해해 주시오.”
오 조 조원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조장! 뭐 하는 겁니까!”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무림에서 자존심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한번 우습게 보이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막말로 쳐다도 못 볼 고수라면 모를까, 지역의 사냥꾼 무리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크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오 조뿐 아니라 백도맹 자체가 우습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냥꾼들이 잠깐 당황했다가 곧 조장을 조롱했다.
“이거 남자 새끼가 아닌가 본데?”
“네놈은 배알도 없냐.”
하지만 조장은 꿋꿋하게 사과를 계속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할 테니 오늘은 이것으로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냥꾼들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아니지. 이러면 안 되지. 시비를 걸어 놓고 사과만 하면 다야? 사람 죽이고 사과하면 다 끝나는 거야?”
조장이 거듭 달랬다.
“어깨가 부딪친 거지, 사람 다친 게 아니지 않소. 미안하게 됐으니 마음을 푸시오.”
“미안하단 말로 다 해결될 거면 세상에 싸움이 없지.”
사냥꾼들이 서로 눈짓을 했다.
그러더니 한 명이 입에 손가락을 넣고 휘파람을 불려 했다.
아무래도 뭔가 불안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순간, 조장이 기지를 발휘했다.
조장은 사냥꾼들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러곤 구경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포권하면서 외쳤다.
“오늘 백도맹 오주 지회에서 온 우리가 이분들에게 실례를 하였습니다! 여기 이분들을 아는 이가 계시면 누구라도 나와서 중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 조 조원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창피해서였다.
마을 주민들 일부가 조장에게 동조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좀 넘어가지. 무림인들이 사과하는 것도 처음 보는구만.”
“그러게. 누구 저기 아는 사람 없나?”
그 말에 반대하는 사람도 나왔다.
“백도맹이라고 거들먹거리고 그러면 누가 혼쭐을 내 줘야지! 말로만 사과하면 다야?”
“평소에 저 작자들이 얼마나 우리 같은 사람들을 우습게 여겼어? 한번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 게야!”
그런데 그렇게 떠드는 이들을 본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셔?”
“우리 마을 사람이오? 어디서 왔소? 어지간한 엽사(獵士)들은 다 아는데, 당신들은 처음 보는데?”
그러자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졌다. 사냥꾼들의 표정도 이상해졌다.
조장도 느꼈다. 조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로서 사과가 부족하다 하면 백도맹에서 정식으로 사과드리도록 하겠소! 장일아, 지금 당장 지회로 전갈을 넣어서 여기 호걸분들과 문제가 있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조원 중에 장일이란 이름을 가진 조원이 얼떨떨하면서도 떠나려 했다.
그 순간 사냥꾼들이 갑자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 놓고는 자기들도 아차 싶었는지 눈길을 주고받았다.
“백도맹도 이제 맛이 다 갔구나. 우리 같은 사냥꾼들에게도 쩔쩔매고.”
“퉤. 두고 보자.”
사냥꾼들은 갑자기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몸을 돌려 가 버렸다.
그런데 사냥꾼들이 사라지자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 중에 상당수가 거의 동시에 스윽 하고 빠져나갔다.
마을 주민들도 어리둥절해하고, 조원들도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곤 긴장했다.
조장이 남은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다.
“혹시 아까 여기서 사냥꾼에게 동조하던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아는 얼굴 있었소?”
마을 주민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원들이 놀라서 조장을 불렀다.
“조장, 어떻게 된 겁니까?”
“그놈들, 역시나 여기 엽사들이 아니다.”
조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만일 서기가 조심하라고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분위기에 휩쓸려 큰 싸움이 날 뻔했다.
“아무래도 우리 몸조심해야겠다.”